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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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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한줄도 너무 길다...
2016년 04월 03일 22시 46분  조회:4594  추천:0  작성자: 죽림
 

한줄 시 모음 / 일본

 

 

오래 전부터 일본에는 한줄짜리 시를 쓰는 사람들이 있어 왔다.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것 없이 먼길을 여행하고 방랑하며 한줄의 시를 썼다.


길에서 마주치는 풍경에 대해, 작은 사물에 대해, 벼룩과 이와 반딧불에 대해,

그리고 허수아비 뱃속에서 울고 있는 귀뚜라미와 물고기 눈에 어린 눈물에 대해......

 

한줄의 시로 그들은 불가사의한 이 지상에서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때로 그들에게는 
한줄도 너무 길었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하이쿠. 
번개처럼, 우리들 생에 파고드는 침묵의 언어들! 

(편의상 세줄로 옮김니다)

 

첨부이미지

 

허수아비 뱃속에서 
귀뚜라미가 
울고있네... (이싸:1763~1827) 

 

이 첫눈 위에 
오줌을 눈 자는 
대체 누구인가 ? (기가쿠) 

꽃잎 하나가 떨어지네 
어, 다시 올라가네 
나비였네 ! (모리다케)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인 걸 모르다니... (바쇼1644~1694) 

나는 떠나고 
그대는 남으니 
두번의 가을이 찾아오네 (부손1716~1827) 

한밤중에 잠이 깨니 
물항아리 
얼면서 금 가는 소리... (바쇼) 

달에 손잡이를 매달면 
얼마나 멋진 
부채가 될까 ? (소칸) 

이 가을 저녁 
인간으로 태어난 것이 
가볍지 않다... (이싸) 

죽은 자를 위한 염불이 
잠시 멈추는 사이 
귀뚜라미가 우네... (소세키) 

도둑이 
들창에 걸린 달은 
두고 갔구나...... (료칸)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내 앞에 있는 사람들 
저마다 저만 안 죽는다는 
얼굴들일세 (바쇼) 

이 눈 내린 들판에서 죽는다면 
나 역시 
눈부처가 되리... (초수이)


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파리가 있고 
부처가 있다... (이싸) 

걱정하지 말게, 거미여 
나는 게을러서 
집안청소를 잘 안 하니까 (이싸) 

아이들아, 
벼룩을 죽이지 말라 
그 벼룩에게도 아이들이 있으니 (이싸) 

밤은 길고 
나는 누워서 
천년 후를 생각하네... (시키) 

내집 천장에서 지금 
자벌레 한 마리가 
대들보 길이를 재고 있다 (이싸) 

저세상이 
나를 받아들일 줄 
미처 몰랐네... 하진(죽음을맞이하며)

 


내 것이라고 생각하면 
우산 위의 눈도 
가볍게 느껴지네 (기가쿠) 

내 전생애가 
오늘 아침은 
저 나팔꽃 같구나... 모리다케(생애 마지막으로 쓴 시)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바쇼) 

눈사람에 대해 나눈 말 
눈사람과 함께 
사라지네... (시키) 

눈 내리 아침! 
얼마나 아름다운가 
평소에는 미움받는 까마귀조차도... (바쇼) 

쌀을 뿌려 주는 것도

죄가 되는구나 
닭들이 서로 다투니... (이싸) 

오래된 연못 
개구리 
풍덩! (바쇼) 

우리가 기르던 개를 묻은 
뜰 한구석에서 
귀뚜라미가 울고 있네... (시키) 

겨울비 속의 
저 돌부처는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 (이싸) 

한번의 날까로운 울음으로 
꿩은 넓은 들판을 
다 삼켜 버렸다... (이메이)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 
나비와 함께 앉아 있다 
이것도 전생의 인연... (이싸)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흰 
나뭇가지였겠지 (타다토모) 

봄의 첫날 
나는 줄곧 가을의 
끝을 생각하네... (바쇼) 

우리 두 사람의 생애 
그 사이에 
벗꽃의 생애가 있다... (바쇼) 

너무 오래 살아 
나 역시 춥구나 
겨울 파리여! (인생의 마지막 시) 타요조 

내가 죽으면 
무덤을 지켜 주게 
귀뚜라미여... (이싸)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 버렸네... (시메이) 

이슬의 세상은 
이슬의 세상 
하지만,하지만...... (어린 두 딸을 잃고 아들마저 죽은 뒤 쓴 시)이싸 

사립문에 
자물쇠 대신 
달팽이를 얹어 놓았다 (이싸)

 


은하계 어디에서 
기다리고 있는가 
나의 떠돌이 별은... (이싸) 

땔감으로 쓰려고 
잘라다 놓은 나무에 
싹이 돋았다... (본초) 

물고기는 무엇을 느끼고 
새들은 무엇을 느끼는가 
한 해의 마지막 날... (바쇼) 

대문 앞에 난 
단정한 노란 구멍, 
누가 눈 위에 오줌을 누었지? (이싸) 

모든 종교와 말들을 다 떠나니 
거기 자두꽃과 
벗꽃이 피었구나... (난후꼬) 

태어나서 목욕하고 
죽어서 목욕하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임종때 남긴 시)이싸 

절에 가니 파리가 
사람들을 따라 
합장을 하네...(바쇼) 

지금부터는 
모든 것이 남는 것이다 
저 하늘까지도...(이싸) 쉰 살 생일을 맞아 

울지마라,풀벌래야 
사랑하는 이도 별들도 
시간이 지나면 떠나는 것을! 

너의 본래면목은 
무엇이니, 
눈사람아...... (소세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매미 한 마리 우는데 
다른 매미들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이 늦은 가을... (이싸) 

뻐꾸기가 밖에서 부르지만 
똥 누느라 
나갈 수가 없다.... (쇼세키)정치인의 초대를 받고서 답장으로 쓴 시. 

하루 종일 
부처 앞에 기도하며 
모기를 죽이다...(이사) 

그녀가 젊었을 때는 
벼룩에 물린 자리조차도 
예뻤다네...(이사) 

작년에 우리 둘이 바라보던 
그 눈은 올해도 
내렸는가......(바쇼) 

 

첨부이미지

 

 

하이쿠 시인 바쇼(1644~1694)의 여행 규칙



같은 여인숙에서 두 번 잠을 자지 말고, 아직 덥혀지지 않은 이불을 청하라.

몸에 칼을 지니고 다니지 말라. 살아 있는 것을 죽이지 말라 
같은 하늘 아래 있는 어떤 것, 같은 땅 위를 걷는 어떤 것도 해치지 말라.


옷과 일용품은 꼭 필요한 것 외에는 소유하지 말라. 
물고기든 새 종류든 동물이든 육식을 하지 말라. 특별한 음식이나 맛에 길들여지는

것은 저급한 행동이다. '먹는 것이 단순하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말을 기억하라.


남이 청하지 않는데 스스로 시를 지어 보이지 말라. 그러나 요청을 받았을 때는

결코 거절하지 말라. 

위험하거나 불편한 지역에 가더라도 여행하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꼭 필요하다면 도중에 돌아서라.


말이나 가마를 타지 말라. 자신의 지팡이를 또 하나의 다리로 삼으라. 

술을 마시지 말라. 어쩔 수 없이 마시더라도 한 잔을 비우고는 중단하라.

온갖 떠들썩한 자리를 피하라.


다른 사람의 약점을 지적하고 자신의 장점을 말하지 말라.

남을 무시하고 자신을 치켜세우는 것은 가장 세속적인 짓이다. 

시를 제외하고는 온갖 잡다한 것에 대한 대화를 삼가라. 그런 잡담을 
나눈 뒤에는 반드시 낮잠을 자서 자신을 새롭게 하라.


이성간의 하이쿠 시인과 친하지 말라. 하이쿠의 길은 집중에 있다. 
항상 자신을 잘 들여다보라.


다른 사람의 것은 바늘 하나든 풀잎 하나든 취해서는 안 된다.

산과 강과 시내에게는 모두 하나의 주인이 있다. 이 점을 유의하라. 

산과 강과 역사적인 장소들을 방문하라.

하지만 그 장소들에 새로운 이름을 붙여서는 안 된다.


글자 하나라도 그대를 가르친 사람에게 감사하라.

자신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가르치지 말라.

자신의 완성을 이룬 다음에야 비로소 남을 가르칠 수 있다. 

하룻밤 재워 주고 한 끼 밥을 준 사람에 대해선 절대 당연히 여기지 말라.


사람들에게 아첨하지도 말라. 그런 짓을 하는 자는 천한 자이다. 
하이쿠의 길을 걷는 자는 그 길을 걷는 사람들과 교류해야 한다. 

저녁에 생각하고, 아침에 생각하라. 하루가 시작될 무렵과 끝날 무렵에는

여행을 중단하라. 

다른 사람에게 수고를 끼치지 말라. 
그렇게 하면 그들이 멀어진다는 것을 명심하라 



  

인간이 있는 곳 어디에나

파리가 있고

부처가 있다.

  /이싸

 

 

 

 

내가 경전을 잃고 있는 사이

나팔꽃은

최선을 다해 피었구나.

   /쿄로쿠

 

 

   

                     

 

하루종일

부처 앞에 기도하며

모기를 죽이다

   /이싸

 

 

 

 

 

모든 종교와 말들을 다 떠나니

거기 자두꽃과

벗꽃이 피었구나

   /난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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