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文人 지구촌

노천명 - 사슴
2016년 05월 01일 18시 51분  조회:4177  추천:0  작성자: 죽림

 

사슴

 

노 천 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데 산을 쳐다본다 

<1938년>
▲ 일러스트=잠산

노천명(1911~1957) 시인은 어릴 때 홍역을 앓아 사경을 헤매다 다시 소생했는데 이 때문에 이름을 '천명(天命)'으로 바꾸었다. 하늘로부터 다시 받은 목숨으로 천수(天壽)를 누리라는 뜻으로 이름을 바꾸었으나 평생 독신으로 살다 1957년 타계했다. 노천명 시인은 고독의 차가운 차일을 친 시인이었다. 실제로도 고독벽이 있었다. 시 '자화상'에서 자신의 풍모를 "몹시 차 보여서 좀체로 가까이 하기 어려워한다"라고 썼고, "꼭 다문 입은 괴로움을 내뿜기보다 흔히는 혼자 삼켜버리는 서글픈 버릇이 있다"라고 썼다.

이 시는 한 마리의 사슴을 등장시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다. 시인은 사슴의 몸통과 다리를 배제한 채, 자화상을 그리는 화가처럼 사슴의 목 윗부분을 그려낸다. 관(뿔)을 쓴 '높은 족속'으로 스스로를 도도하고도 고고하게 표현하지만, 2연에서는 물리칠 수 없는 마음의 통증을 보여준다. 마음의 통증은 어디에서 연유할까. 노천명은 많은 시편에서 어릴 때의 평온했던 시간으로 귀소하려는 욕구를 드러낸다. "절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우에 돋고", "삼밭 울바주엔 호박꽃이 화안한 마을"로 시인의 마음은 자주 이끌린다. 그 시간들은 화해와 무(無)갈등과 동화적인 세계이다. 그런 세계를 동경하는 화자와 현실 사이의 괴리가 마음의 결손을 유발한다. 그 괴리의 거리와 슬픔의 크기를 시인은 가냘프고 긴 사슴의 목에 빗대어 말하고 있다.

삶은 고독과 갈등의 경전이다. 우리는 이 세상의 몸을 받을 때부터 고독의 의복을 입고 태어났다. 그러나 우리는 고독의 정면(正面)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고독의 시간이라야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를 만날 수 있고, 그때 참회와 기도가 생겨나게 되지만. 해서 모든 종교적인 시간은 고독의 시간이지만. 릴케의 표현처럼 "고독은 비와도 같은 것"이며, "(고독은) 서로 미워하는 사람들이 같은 잠자리에서 함께 잠을 이루어야 할 때"처럼 흔하게 찾아오는 것. 너무나 마음 쓸 데가 많아서 도무지 고독할 시간조차 없다고 말하지 말자. 이 시를 애송하는 시간에라도 우리는 우리의 근원적인 고독의 시간을 살자. 나의 자화상을 솔직하게 들여다보자. 고립감이 자기애로 나아가더라도. 설혹 자기애에 빠져 나르키소스처럼 한 송이의 수선화로 피어나더라도.

남빛 치마와 흰 저고리를 즐겨 입었다는 노천명 시인은 한국시사에서 시적 대상을 시적 화자와 겹쳐 놓음으로써 현대 서정시의 동일성 시학을 선보인 최초의 여성 시인이었다.[문태준시인]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2283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2283 [문단소식]- 중국조선족 두분 문인 駿馬를 타고 질풍하고... 2024-09-09 0 406
2282 중국조선족시인 백진숙 篇 2024-09-09 0 457
2281 중국조선족시인 리해룡 篇 2024-09-09 0 507
2280 중국조선족시인 박성군 篇 2024-08-31 0 427
2279 중국조선족시인 리선호 篇 2024-08-31 0 501
2278 중국조선족시인 리수길 篇 2024-08-31 0 399
2277 중국조선족시인 리선근 篇 2024-08-31 0 392
2276 중국조선족시인 석화 篇 2024-08-31 0 512
2275 중국조선족시인 김학송 篇 2024-08-31 0 454
2274 중국조선족시인 김화숙 篇 2024-08-31 0 489
2273 중국조선족시인 박춘월 篇 2024-08-31 0 509
2272 중국조선족시인 최강 篇 2024-08-31 0 505
2271 중국조선족시인 김승광 篇 2024-08-31 0 451
2270 중국조선족시인 김국철 篇 2024-08-31 0 462
2269 중국조선족시인 박정근 篇 2024-08-31 0 458
2268 중국조선족시인 최화길 篇 2024-08-31 0 495
2267 중국조선족시인 오정묵 篇 2024-08-31 0 468
2266 중국조선족시인 심정호 篇 2024-08-31 0 473
2265 중국조선족시인 신현철 篇 2024-08-31 0 442
2264 중국조선족시인 리기춘 篇 2024-08-31 0 435
2263 중국조선족시인 김동활 篇 2024-08-31 0 509
2262 중국조선족시인 김상봉 篇 2024-08-31 0 493
2261 중국조선족시인 허도남 篇 2024-08-31 0 540
2260 중국조선족시인 리행복 篇 2024-08-31 0 495
2259 중국조선족시인 전광국 篇 2024-08-31 0 488
2258 중국조선족시인 신철호 篇 2024-08-31 0 465
2257 중국조선족시인 리홍철 篇 2024-08-31 0 520
2256 중국조선족시인 남철심 篇 2024-08-31 0 498
2255 중국조선족시인 황정인 篇 2024-08-31 0 443
2254 중국조선족시인 려순희 篇 2024-08-31 0 482
2253 중국조선족시인 지영호 篇 2024-08-31 0 394
2252 중국조선족시인 홍순범 篇 2024-08-31 0 422
2251 중국조선족시인 박문봉 篇 2024-08-31 0 514
2250 중국조선족시인 변창렬 篇 2024-08-31 0 415
2249 중국조선족시인 신현산 篇 2024-08-31 0 457
2248 중국조선족시인 박동춘 篇 2024-08-30 0 484
2247 중국조선족시인 허동혁 篇 2024-08-30 0 470
2246 중국조선족시인 신창수 篇 2024-08-30 0 489
2245 중국조선족시인 남영전 篇 2024-08-29 0 487
2244 중국조선족시인 김학천 篇 2024-08-29 0 455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