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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송시 <<알수 없어요>> /// 타고르 <<바닷가에서>>
2016년 05월 27일 21시 07분  조회:3161  추천:0  작성자: 죽림

알수 없어요

                / 한용운

바람도 없는 공중에서 수직의 파문을 내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한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 노을은 누구의 시 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

핵심 정리

[이 작품은] 자연 현상을 통해 드러나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깨달음과 절대자를 위한 희생 의지를 형상화하고 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명상적, 관조적, 관념적, 구도적, 역설적
*제재 : 자연 현상
*주제 : 절대적 존재에 대한 동경과 구도의 정신
*특징
① 경어체를 사용하고 의문형 어구를 반복함.
② 자연 현상을 통한 깨달음을 형상화함.
③ 동일한 통사 구조를 반복하여 음악성과 함께 형태적 안정성을 부여함.
*출전 : “님의 침묵”(1926)

시어 풀이

*수직(垂直) : 똑바로 드리우는 상태.
*파문 : 수면에 일어나는 물결 무늬.
* : ‘하루’ 혹은 ‘해’로 풀이할 수 있음.
*가이없는 : 끝이 없는.
*단장 : 산뜻하게 모양을 내어 꾸밈.

작품의 구성

[1~5행] 자연을 통해 드러나는 절대적 존재
[6행] 절대적 존재를 위한 희생 의지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물음의 방식을 통해 신비롭고 아름다운 자연 현상에서 절대적 존재를 인식하고, 절대자를 향한 구도 정신을 노래한 작품이다.
1~5행까지는 신비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자연 현상이 누구의 모습인가를 묻고 있다. 그러나 화자의 물음은 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설의적 표현일 뿐이다. 화자는 자연 현상에서 절대적 존재를 인식하고 있다. 즉, ‘오동잎’을 ‘발자취’로, ‘푸른 하늘’을 ‘얼굴’로, ‘향기’를 ‘입김’으로, ‘시냇물의 소리’를 ‘노래’로, ‘저녁놀’을 ‘시(詩)’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시의 제목인 ‘알 수 없어요’는 화자가 이미 확인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6행에서는 절대적 존재가 지금 ‘밤’의 상황, 즉 시련을 겪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화자는 절대자에게 닥친 ‘밤’을 몰아내기 위해 자신의 가슴에 ‘약한 등불’을 밝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미약한 힘이나마 최선을 다해 절대자를 둘러싼 밤을 몰아내고자 하는 화자의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노력이 영원히 지속되리라는 다짐을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라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보여 준다.
한용운은 이 작품을 통해 존재의 근원에 대한 끊임없는 구도 정신으로 형이상학적 깊이를 획득함으로써 우리 시 문학의 전통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 연구실

의문문 형식이 지니는 기능은?

의문문은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물어 그 대답을 구하는 문장 형식이다. 이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인가를 묻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를 통해 미지의 존재인 ‘누구’에 대한 신비감을 드러내며, 그 존재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끝없이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자연 현상에서 발견한 ‘누구’의 모습
 
‘등불’의 의미

‘등불’은 자신을 불태워 남을 밝히는 존재이다. 다시 말해, 자신을 무화(無化)시켜서 남을 존재하게 하는 거룩한 존재이다. 화자는 밤을 몰아내고 밝게 비추어 절대적 존재를 지키는 ‘약한 등불’이 되고자 한다. 따라서 이 시에서 ‘등불’은 시련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절대적 존재를 위해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자신을 태우는 희생정신을 의미한다.

이 시에 나타난 역설적 논리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라는 표현에서 ‘타고 남은 재’는 소멸의 이미지를 지니는 부정적인 대상이다. 화자는 이러한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기름’이라는 긍정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의 ‘기름’은 생성의 이미지이다. 즉 ‘타고 남은 재’로 형상화되고 있는 부정적인 대상은 긍정에 이르기 위한 전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는 불교의 윤회설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소멸의 이미지를 생성의 이미지로 연결시키는 고차원적인 역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의 문장 구조

이 시는 의문형으로 끝나는 몇 개의 시행이 계속되다가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에서 시상이 전환되고 다시 의문형으로 종결된다. 즉, 1~5행은 각 행이 의문형의 한 문장으로 끝나고, 6행에서는 5행까지의 심상들을 종합하여 마무리하고 있다. 이러한 문장 구조를 통해 절대적 존재에 대한 동경을 강하게 표출하면서도 정연한 구조 속에 내면의 깊이와 함께 역동성을 확보하고 있다.

‘알 수 없어요’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

‘알 수 없어요’라는 이 시의 제목은 절대적 존재를 알 수 없다고 고백함과 동시에 그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시는 경어체와 의문형의 어구를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절대자나 진리에 대한 끝없는 탐구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절대적 존재의 실존은 알 수 없지만 그 존재 자체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시집 “님의 침묵”

1926년에 발간된 한용운의 시집 및 표제시의 제목이다. 이 시집의 구성은 앞에 ‘군말’과 뒤에 ‘독자에게’가 붙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군말’에는 창작 동기가 제시되어 있고, 본문은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 ‘알 수 없어요’, ‘자유정조(自由貞操)’, ‘복종’ 등 모두 88편의 시가 대체로 연작시적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대부분 불교적 비유와 고도의 상징적 수법으로 쓴 서정시로, 일제에 대한 저항 의식과 애족(愛族)의 정신이 짙게 깔려 있다.

작가 소개 - 한용운(韓龍雲, 1879 ~ 1944)

시인 · 승려 · 독립운동가. 호는 만해(萬海). 충남 홍성 출생. 1918년 불교 잡지 “유심(愉心)”에 시 ‘심(心)’을 발표하여 문단에 등단하였다. 불교 사상을 바탕으로 철학적 사색과 신비적 명상 세계를 형상화한 철학적 · 종교적 연가풍의 시를 주로 썼다. 시집 “님의 침묵”(1926) 외에 “조선 불교 유신론”, “불교 대전” 등의 저서를 남겼다.

함께 읽어보기

‘선운사에서’, 최영미/자연 현상을 통한 깨달음

‘선운사에서’는 꽃이 피고 지는 과정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에 대응시켜 인생의 보편적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알 수 없어요’와 ‘선운사에서’는 모두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이를 통한 깨달음의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깨달음의 대상에 차이가 있는데, ‘알 수 없어요’에서는 자연 현상에서 절대자의 모습을 인식하고 절대적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는 반면, ‘선운사에서’는 꽃이 피고 지는 자연 현상에서 만남과 이별이라는 인간사의 진리를 깨닫는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바닷가에서’, 타고르/순수한 자연의 심상

‘바닷가에서’는 바닷가에서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을 소재로 하여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노래하고 있는 작품이다. 자연 친화적인 태도를 보여 주고 있으며, 동심의 세계를 객관적인 관점으로 그려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시는 경어체의 공손한 어조로 순수한 자연의 심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없어요’와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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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르는 우리 나라에 "패자의 노래", "동방의 등불"이라는 두 편의 시를 보내기도 한바 있습니다. 그의 시는 <청춘>, <창조> 등에 소개되었고, 김억에 의해 시집 <기탄잘리>, <신월(新月)>, <원정(園丁)> 등이 번역되었습니다. 이렇게 번역된 타고르의 시는 임을 노래한 연시(戀詩), 산문시의 가락 등에서 만해 한용운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타고르의 다른 시 바닷가에서, 기탄잘리 경례, 원정을 소개합니다.

바닷가에서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가없는 하늘 그림같이 고요한데,
물결은 쉴 새 없이 남실거립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소리치며 뜀뛰며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모래성 쌓는 아이,
조개 껍데기 줍는 아이,
마른 나뭇잎으로 배를 접어
웃으면서 한 바다로 보내는 아이,
모두 바닷가에서 재미나게 놉니다. 
그들은 모릅니다.
헤엄칠 줄도, 고기잡이할 줄도,
진주를 캐는 이는 진주 캐러 물로 들고  
상인들은 돛 벌려 오가는데,    
아이들은 조약돌을 모으고 또 던집니다.
그들은 남모르는 보물도 바라잖고,
그물 던져 고기잡이할 줄도 모릅니다.
바다는 깔깔거리고 소스라쳐 바서지고,
기슭은 흰 이를 드러내어 웃습니다.
사람과 배 송두리째 삼키는 파도도
아가 달래는 엄마처럼,
예쁜 노래를 불러 들려 줍니다.
바다는 아이들과 재미나게 놉니다.
기슭은 희 이를 드러내며 웃습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에 아이들이 모였습니다.
길 없는 하늘에 바람이 일고
흔적 없는 물 위에 배는 엎어져
죽음이 배 위에 있고 아이들은 놉니다.
아득한 나라 바닷가는 아이들의 큰 놀이텁니다

경례(敬禮)
-(슈미트라난단 판트)

백조여, 보라, 황금의 빛.
정상의 빛의 덮개!
황금의 빛을 흩뿌리고,
지상엔 광휘의 발자국!
나무도 둥우리도 모두 눈 뜨고,
뭇새들의 때는 수런대며,
바람에는 아름다운 노랫소리, -
하늘에는 요란한 날갯소리!
반쯤 열린 꿈의 눈동자에
입맞추는 황금의 빛
연못에는 백조와 물결
눈 뜬 빛의 파수꾼,
감정은 진작되다.
이 천국의 불멸의 접촉!
안개의 금빛 일순(一瞬)
황금의 빛을 흩뿌리네!
승리에 빛나는 하늘
깃발처럼 자유로운 바람,
구름은 새로운 마음을 품고
마음의 눈은 열리다!
뭇 세대의 암흑을 떨쳐라
이 황금의 빛!
바야흐로 빛의 문은 열리다
새로운 기쁨의 물 튀어 오르며
창조의 영광은 무한해라!
쫓는 자는 누구인가?
지상에 빛을 길러 자라게 하여,
백조여, 보라, 황금의 빛!

원정(園丁)


   "아, 신이시여, 저녁 때가 다가오나이다. 당신의 머리가 희어지는구려.
 당신은 외로운 명상 속에서 저 내세(來世)의 소식을 듣나이까?"
 시인은 이렇게 말하였다.
  "저녁 때입니다. 나는 비록 때가 늦기는 하였지만, 마을에서 누가 부를지도 모르는 까닭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참이오.
  행여 길잃은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면, 두 쌍의 열렬한 눈이 자기들의 침묵을 깨뜨리고, 이야기해 줄 음악을 간청하지나 않나 하고 지켜 보는 참이올시다.
  행여 내가 인생의 기슭에 앉아 죽음과 내세(來世)를 관조(觀照)한다면, 열정의 노래를 엮을 사람은 누구이겠습니까 ?
  초저녁 별이 사라집니다.
  화장(火葬)연료의 불꽃이 고요한 강가에서 가늘게 사라져 갑니다.
  기진한 달 빛 속 외딴 집 뜰에서 승냥이들이 소리를 합쳐 웁니다.
  행여 고향을 등지고 떠돌아다니는 이가 여기 와서 밤을 지키고 있어, 머리를 숙이고 어둠속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 때, 내가 문을 닫고 인간의 굴레로부터 해방되고자 애쓰고 있다면, 그 나그네 귀에다 인생의 비밀을 속삭일 사람이 누구겠습니까 ?
  내 머리가 희어지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올시다.
  나는 이 마을의 젊은이 중에서도 가장 젊고, 또 늙은이 중에서도 가장 늙은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은 상냥하고도 순진한 미소를 띱니다. 또 어떤 사람은 교활하게 눈짓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햇빛에 눈물이 솟아오르고, 또 어떤 사람은 어둠 속에 숨어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들은 모두 다 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내세에 대하여 생각할 시간의 여유가 없습니다.
  내 나이는 다른 사람과 동갑입니다. 내 머리가 희어진들 어떠하리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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