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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作은 언어와의 싸움...
2016년 06월 13일 19시 37분  조회:3901  추천:0  작성자: 죽림
[3강] 왜 시를 쓰는가?


강사/ 나 호열

왜 시를 쓰는가 하는 질문은 너는 왜 밥을 먹지 않고 빵을 먹느냐 하는 질문과 동일하다.

시를 쓰는 사람은 음악을 듣는 사람보다 조금 더 시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음악을 전혀 듣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은 음악에 대한 관심도가 시를 쓰는 행위보다 더 높을 따름이지 시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관심이란 말을 오해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어떤 경로를 통하던 간에 쓰는 행위, 말하는 행위를 거듭하고 있다. 관심이 없으므로 이런 행위는 하지 않아도 되고 관심이 있으므로 저런 행위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생존은 행위의 복합적 축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심의 영역 밖에 위치하는 것이다. 생존의 욕구 즉 생존의 안전이 확보되고 난 다음에 인간은 현실에서 보다 고차원적인 예술의 세계로 이행해 나간다. 예술의 세계는 현실계와는 동떨어져 있음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계를 捨象(사상)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현실계를 기반으로 하여 美醜好惡(미추호오)의 1차적 감정을 드러내거나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유추함으로서 궁극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이 세상에 드러내는 일을 수행한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일 즉 표현은 여러 가지 형태로 구사된다. 불교에서 識(식)이 眼耳鼻舌身意(안이비설신의)의 영역에서 이루어진다고 보는 바와 같이 음악, 그림, 시나 소설, 무용 등의 형식으로 분화하게 된다.

그러므로 왜 시를 쓰는가? 하는 문제는 행위자의 하나의 취향 내지는 태도와 관련지워 질수 있다. 시를 쓰려고 하는 의지는 <언어와의 싸움>을 통해 자신과 세계를 규명하려는 작업을 또는 시가 갖추어야할 형식 - 형식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가 될 것이다 -을 허락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 아래의 글은 1999년 2월 28일(일) 조선일보에 게제된 소설가 김승옥의 『문학이란 이런 것』의 전문이다.
이번 3월부터 세종대학교에서 문학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게 되었다는 신문기사가 나간 후 몇 군데 잡지와 방송에서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 질문들 속에 공통되는 것은 내가 학생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이냐는 것이었다.

글쎄,색다른 교수법이라면 몇 가지 내 나름대로 준비해 본 것이 없지는 않다. 예컨대, 판소리 興夫歌(흥부가)의 돈타령, 가난타령이나 春香歌(춘향가)의 사랑타령 등의 음반을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그 타령들처럼 1)하나의 낱말로 연상되는 모든 것을 수집해 보게 한다든지, 미술 대학생들이 소묘 숙제하듯이 가령 서울역 대합실에 가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마음에 느껴지는 모든 것을 글로써 2) 묘사해 오라는 과제를 준다든지 함으로써 3) 상상력의 기초훈련을 시켜보겠다는 계획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문학이론 문제로 들어가면 나는 은근히 걱정이 앞설 뿐 특이한 대책은 없다. 한 학기 한정된 시간 속에 일반론 이상으로 특이한 강의를 하는 것은 오히려 학생들을 불구자로 만들 뿐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특이하거나 첨단적인 문학론은 - 그런게 있다면 말이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각자 찾아보면 될 터이고 별로 길지 않은 대학시절에는 이 세상의 평균적인 대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할 문학론들을 섭렵하는 것이 좋겠다 생각한다.

인터뷰의 질문 중에는 문학의 효용성에 관한 나의 견해를 묻는 것이 많았다. 문학의 쓸모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왜 사람들이 문학작품을 쓰고 읽어야 한다고 보는가?

문학 특히 시와 소설 같은 창작 문학이 인간생활에 무엇을 얼마나 실용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문학인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나로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매우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놓고 문학창작에 임하고 있다. 문학의 효용성이 무엇인가하는 것은 언어의 쓸모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 답이 자명해진다.

인간은 몸(肉體)과 마음(靈魂)이 결합되어 이루어진 존재이다. 물질적인 몸이 화학물질인 음식물을 먹음으로써 그 성분에 영향을 받아 건강을 유지하고 성장하거나 해를 입고 쇠약해지듯이 마음은 언어에 의해서 영향받으며 그 건강을 유지하고 성숙하거나 해를 입고 손상되어 심지어 자살에 이를 수도 있다.

멀쩡한 몸을 자기 손으로 파괴시켜 버리는 자살을 가능케 하는 것을 보면 인간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운영하는 언어의 에너지는 세심한 주의력을 가지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4) 언어란 고독한 개체로서 이 세계에 존재하게 된 인간과 세계, 그리고 타인 사이에 의미있는 관계를 만들어 줌으로써 고독을 해소하고 연대감으로써 안정감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최선의 기능이다.

문학이란 그러한 언어가 최상으로 세련된 형식인 것이다. 문학을 모르고 지극히 단순한 일상적인 언어 약간만 구사하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문학을 읽고 쓰며 세계를 인식하는 사람에 비해서 그 행복감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그 마음은 어둠 속을 홀로 떠다니며 늘 답답하고 외롭기 짝이 없는 것이다.

나의 제자들이여,
5) 논리와 윤리를 잘 갖춘 많은 언어를 되도록 많이 네 영혼 속에 입력시켜라. 우주는 네가 알고 있는 언어의 크기만큼 네 앞에 열리며 자기 모습을 보여주고 네 행복감은 그 우주의 크기만큼 커지는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우주의 근원인 하느님을 볼 수 있을 만큼 네 언어가 精製(정제)된 것이게 하라. 최고의 행복감이 너의 것이 되리라


4) 는 앞에서 언급한 왜 시를 쓰는가에 대한 우회적 답변이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인간과 자연 사이의 의미있는 관계를 추구하는 작업이 글쓰기이며 시는 다른 장르에 비하여 압축과 비유의 기법을 통해서 자연을 포함한 타자와의 관계를 드러내는 일이다.

3) 상상력은 모든 예술의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정신작용이다.

1) 수집과 2) 묘사는 상상력을 배양하기 위한 기초훈련이다

5) 논리와 윤리를 갖춘 언어란 무엇인가?

문학에서의 논리란
 언어의 정합성 뿐만 아니라 명징한 상상력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리를 갖춘 언어는 언어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속성이라기 보다는 글 쓰는 사람의 삶에 대한 진정성을 표현해내는 적절한 힘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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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채송화 / 송찬호
 
                                    
 
 
 
 

 
 
 
 
 
채송화
 
                                         송 찬 호
 
이 책은 소인국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을 땐 쪼그려 앉아야 한다
 
책 속 소인국으로 건너가는 배는 오로지 버려진 구두 한 짝
 
깨진 조각 거울이 그곳의 가장 큰 호수
 
고양이는 고양이 수염으로 알록달록 포도씨만 한 주석을 달고
 
비둘기는 비둘기 똥으로 헌사를 남겼다
 
물뿌리개 하나로 뜨락과 울타리
 
모두 적실 수 있는 작은 영토
 
나의 책에 채송화가 피어 있다
 
 
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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