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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文脈은 山脈, 血脈 등과 간통해야 한다...
2016년 07월 26일 23시 04분  조회:4180  추천:0  작성자: 죽림

[18강] 시의 언어가 갖는 특성.4 

강사/김영천 


5)언어의 문맥성 

저는 언어의 문맥성이라고 하는 말에 대해서 이의가 있습니다만 
아마, 문맥에 의해 달라지는 의미에 대해 적당한 분류어가 
없었으리라 생각되어 그대로 따르기로 하겠습니다. 

문맥이란 여러분이 잘 아는 그 뜻입니다. 산맥, 혈맥 등에 
쓰이는 맥처럼 같은 용도로 쓰이는 말이지요. 사전에서는 
"한 문장 안에 기술된 단어 ·구 ·문 사이에 성립하는 의미적 · 
논리적 관계."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시의 언어가 아니라도 일상의 언어도 문맥에 의하여 조금씩 
다르게 쓰입니다. 
예를 들면 "그 사람과 손을 끊다"라고 하면 교제, 사귐,관계, 
친교 등의 의미로 쓰이지만, "더 많이 아프기 전에 손을 써라" 
하는 경우는 조치나 방법, 처방 등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손"이 가장 기본이 되는 중심의 의미라고 한다면 
문맥에 따라 파생되는 의미들은 주변적의미라고 할 수 있는 
데요. 일상의 의미가 아닌 시의 문맥에 따라 발생하는 의미 
들은 주변적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훨씬 더 자유롭고 넓게 
시인의 주관적인 인식이나 통찰에 의해 새롭고 독창적인 
모습으로 태어납니다. 

여기서 이향아님의 <불을 당겨서>를 읽어볼까요. 

밤이 어둡다고 눈까지 감지는 말 일 
부디 그러지 말 일 
잠들지 못하면서 눕지는 말 일 
억울해도 그냥 참고 
죽지는 말 일 

그럴수록 두 눈에 기름을 채워 
등피 닦아 심지에 불을 당겨서 
일어나서 앉을 일 
일어나서 걸을 일 

지금이 몇 시인가 궁금해 하지 말 일 
새벽이건 오밤중이건 마찬가지다 
구들장 밑으로는 지하수가 지나가고 
지붕 위로는 별이 빛나서 
어디선가 소리 죽여 흐느끼는 소리 
죽지 않고 살아 있기 
잘한 일이다 

잠들지 말 일 
불을 밝힐 일 
제 그림자 밟고서 팔짱을 끼면 
철학을 밭갈 듯이 걸을 일이다 
삼백 리건 오천 리건 걸을 일이다 

좋은 시이지요. 
아무런 해설이 없어도 어렴풋이 여러분은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해설을 붙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의도의 
오류'가 일어날 염려가 있지만, 참고로 조태일님의 해설을 
옮기니,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것과 얼마나 다른 지 확인해 
보시고요. 여러분의 생각이 같던지, 혹은 전혀 달라도 
아무 잘 못이 아니고, 여러분의 독창적 해석도 아주 중요 
하니 그렇게 아시기 바랍니다. 

" 일상적으로 밤은 해가 진 뒤부터 날이 새기 전까지의 시 
간적 의미를 나타낸다. 하지만 위 시에서 밤은 이런 시간의 
의미를 포함하면서 우리의 삶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운명 
적으로 부딪치게 되는 절망,불행, 고통, 좌절, 고난, 불우, 
참담, 슬픔, 비극 등의 온갖 인생 역경을 의미하고 있다. 

어느 누구에게나 이러한 '밤'은 존재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그 것을 어떻게 이겨내고 
물리치느냐가 중요하다. 시인은 그 것을 불을 당기는 일 
이라고 한다. 불은 어둠과 상반되는 것으로서 밤을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인 것이다. 그러므로 불은 희망이며, 꿈이며, 
의지이고, 노력이고, 자신의 삶을 가치있게 만드는 원동력 
이다. 끊임없이 타오르는 삶에 대한 열정인 것이다. 

그러나 '밤'과 '불'이 환기시키는 여러 의미들은 결코 
어휘의 단독으로는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즉 '밤'과 '불' 
이라는 단어가 시의 문맥 속에 놓여 있을 때 앞에서 살펴 
보았던 다양한 내포적 이미들을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어의 문맥성은 언어의 지시적 의미들을 함축적 
의미들로 만듦으로써 시어로서의 특성과 구실을 지니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강의에 들어가기로 하지요. 

요즘 하루에 한 편 정도 좋은 시와 작가의 이야기를 
올리고 있는데 이 것이 오히려 본 강의 보다 효과적일 
것 같아, 진도가 좀 늦더라도 양해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기철님의 <금호강에 발을 씻고>를 
한 번 읽어 보세요 


금호강가에 엎드려 나는 메밀싹 같은 한 生을 살겠네 
누가 호미로 북 주며 메밀싹의 슬픔을 듣는가 
온종일 푸름을 베어 먹은 소들, 망아지들 
필생을 家業에 매달린 농부들 
그 곁을 흘러가는 은하를 닮은 냇물들 

하양을 지나면 청천, 
사람들이 지은 땅 이름은 달라지지만 
흐르는 물빛은 달라지지 않는다 
풀의 슬픔, 풀의 기쁨 잘 알아듣는 소에게 
이제는 고삐 매지 말아라 

초록이 키우는 무한의 牧畜 앞에서 나는 
내 생업의 초라함을 부끄러워한다 
바라만 보아도 내 몸에 푸른 물이 들 것 같은 들판과 둔덕에서 
마음이 반짝이는 날은 슬픔을 옷 갈아입히고 
고통도 예쁘게 빗질하리라 
흐르는 물결마저 제 집이고 발인 水鳥들 곁에서 
두 발로 신 신고 물 위를 걷지 못함을 안타까워한다 

미농지 같은 번뇌 한 장도 햇볕 아래 내어 말리고 
백리 밖 산을 넘는 구름의 초현실을 눈부시게 바라본다 
강가의 나무들에 서른 겹의 나이테를 감아놓고도 
계절은 저 혼자 푸른 치마를 입고 처녀로 남아 있다. 


너무 아름다운 시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푸른 마음이 
철철 흘러 넘치는지 같은 시를 쓰는 사람으로서 그 
감성에 감탄할 뿐입니다. 그러면 여기에서 시인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볼까요? 

"이 시 ≪금호강에 발을 씻고≫는 최근의 나의 삶의 양식을 
노래한 것이다. 금호강은 나의 직장과 가까운 들판을 흘러 
가는 여울에 불과한 강이다. 그러나 나는 강을 노래하러 
하지 않고 그 강가에 깃든 삶의 이모저모를 노래하려 하였다. 

나는 삶을 거칠게만 노래하려 하지 않는다. 거칠고 욕되어도 
그 삶을 껴안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우리의 생업이다. 바라 
보면 거치름 뒤에도 따뜻함이 있고 욕된 뒤에도 유순함이 
있다. 삶이 거칠고 욕되다고 노래한 시인이 어디 한 두 사람 
인가. 그러나 그 것을 따스하게 길들이고 갈무리하자고 노래 
한 시인은 우리 주위에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 누가 호미로 북주며 메밀싹의 슬픔을 듣는가>라고 했을 때, 
메밀싹은 그저 메밀싹이 아니라 생명를 가진 모든 것, 혹은 
이름없이 살아가는 隣人에 비유된 것이다. 농부, 냇물, 소, 
水鳥들도 모두 메밀싹의 함의에 둔다. 

< 마음이 반짝이는 날은 슬픔을 옷 갈아입힌다>거나 <고통도 
예쁘게 빗질하리라>는 구절 역시 그런 내 정신과 마음의 표현 
이라고 하겠다. 고통의 빗질이란 사실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나는 많은 날, 많은 밤을 실로 고통과 싸워보기도 했고, 고통 
을 등 두드리며 어루만져 보기도 했다. 

고통은 다루는 손길에 따라 
거칠어지기도 하고 유순해지기도 하는 것을 나는 한두번 
아니게 경험했고 이제 그것의 속성을 안 이상, 나는 거칠 
기보다 유순하게 다루는 편을 택했다. 그것은 일락만을 택 
하는 안일함과는 사뭇 다른, 자기성찰과 인내의 길임을 나는 
겸손하게 고백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한 고통을 공부로 바꾸어보면 어떨까요. 
여러분들이 받아들이기에 따라 이 공부가 거칠어지기도 하고 
유순해지기도 한다. 그럴듯 하쟎아요? 
우리 좀 더 평안한 마음으로 이 시들을 읽고 받아들여 보세요. 
참 밝은 세상이 보일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책을 골라사서 보는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좋은 시들을 올리니, 조금 강의가 길어져도 이해하시고 
읽어보세요. 많이 읽는 것 이상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합 
니다. 


고영조님의 <불빛> 


노파가 끄는 리어카를 
조무래기들이 낄낄거리며 
밀고 갑니다. 
명아주 꽃들이 비탈길을 따라 
하얀 이빨을 반짝거렸습니다. 
오, 저렇게 작은 불빛들이 
산동네 마을 하나를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김 남조 님의 <참회> 

사랑한 일만 빼고 
나머지 모든 일이 내 잘못이라고 
진작에 고백했으니 
이대로 판결해다오 

그 사랑 떠났으니 
사랑에게도 
분명 잘못하였음이라고 
준열히 판결해다오 

겨우내 돌 위에서 
울음 울 것, 
세번째 이와같이 판결해다오 
눈물 먹고 
잿빛 이끼 청청히 자라거든 
내 피도 젊어져 
새봄에 다시 참회하리라 



김남조 <가을> 

불을 문 
한가치 성냥에 
치마끈 푸는 
거푸거푸 
치마끈 풀어 던지는 
이 
단풍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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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  
―오은(1982∼)



밥을 먹고 쓰는 것.
밥을 먹기 위해 쓰는 것.
한 줄씩 쓸 때마다 한숨 나는 것.

나는 잘났고
나는 둥글둥글하고
나는 예의 바르다는 사실을
최대한 은밀하게 말해야 한다. 오늘밤에는, 그리고

오늘밤에도
내 자랑을 겸손하게 해야 한다.
혼자 추는 왈츠처럼, 시끄러운 팬터마임처럼

달콤한 혀로 속삭이듯
포장술을 스스로 익히는 시간.

 

 
다음 버전이 언제 업데이트 될지는 나도 잘 모른다.
다 쓰고 나면 어김없이 허기.
아무리 먹어도 허깨비처럼 가벼워지는데

몇 줄의 거짓말처럼
내일 아침 문서가 열린다.
문서상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다.


첫 연에 이력서에 대한 모든 말이 들어 있다. ‘밥을 먹고 쓰는 것’, 밥 기운으로야 열과 성을 다해 쓸 수 있다! ‘밥을 먹기 위해 쓰는 것’, 자기성찰의 한 방편이나 취미로 이력서를 쓰는 사람도 아주 없으라는 법은 없겠지만. ‘한 줄씩 쓸 때마다 한숨 나는 것’. 더 말해 무엇하리. 이 세 줄 시구에 무한한 공감을 표할 독자가 수두룩하리라. 아, 이력서!

 

 
화자는 이력서를 쓰는 요령도 알려준다. 직장사회는 ‘잘나고 둥글둥글하고 예의 바른’ 사람을 원하니까 내가 바로 그런 사람이라는 걸 어필해야 한다. 자랑을 하되 겸손하게! 이력서를 쓰는 시간은 ‘포장술을 스스로 익히는 시간’. ‘혼자 추는 왈츠처럼, 시끄러운 팬터마임처럼’ 낯간지러운 이 짓을 하고, 하고, 또 해야 한다. 지긋지긋하다.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고, 힘이 빠지고, 허기가 진다. 취직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것 같은 이름이여!

이력(履歷), 즉 ‘지금까지 닦아 온 학업이나 거쳐 온 직업 따위의 경력’을 적어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를 문서로 작성한 것이 이력서다. 거기 한 줄이라도 더 올리면 취직하는 데 유리하겠지. 요즘 청년들이 입에 달고 사는 ‘스펙’이란 말에 넌덜머리가 날 때가 있었다. 그들 머릿속에는 ‘스펙’이라는 말밖에 없는 듯했다. 삶의 본질과 아무 상관없는, 껍질뿐인 스펙. 거기 매여 있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았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현실적 욕망만 강해서 그런 게 아니었구나. 생존이 걸린 취업의 길 위에서 치열하게 전술을 연마하는 것이었구나. 모쪼록 오늘밤 작성한 이력서로 직장의 문을 통과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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