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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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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시 외국편 모음
2016년 10월 16일 13시 33분  조회:2216  추천:0  작성자: 죽림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을날

  

주여 가을입니다

여름은 참 위대하였습니다

해시계 위에 그림자 누이시고

들에는 바람 시원히 불게 하소서

  

열매를 맺게 하소서

다수운 햇볕을 더하시어

익어서 단 맛이

가득하게 하소서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짓지 않습니다

외로운 사람은 그저 외로울 것입니다

잠 못 이루며 글을 읽고 긴 편지를 쓰고

나뭇잎 뒹구는 길을 헤맬 것입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엄숙한 시간

  

지금 어디선가

울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울고 있습니다

  

지금 어디선가

웃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웃고 있습니다

  

지금 어디선가

걷고 있는 그 사람은

나에게 오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지금

죽어 가고 있는 그 사람은

나를 보고 있습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9

  

우수의 정원

싸늘한 비 내리고

여름은 부르르 떨며

이별을 맞는다

 

떨어지는 아카시아

누우런 나뭇잎

여름의 희미한 미소

 

장미꽃 옆

이윽고 여름은

조용히

지친 눈을 감는다

 

(헤르만 헷세)

 

 

이니스프리섬

 

일어나 가리라 이니스프리섬으로

흙과 나무로 오두막 짓고

아홉 이랑 콩 심고 꿀통을 놓고

벌들이 윙윙대는 숲에서 살리라

 

거기서 누리리니

평안은 고요히

귀뚜라미 소리와 함께 오리라

 

밤에는 아슴하나

낮에는 눈부시네

저녁에는 방울새 날아오리

 

일어나 가리라

호숫가 물소리 하루 내내 들리는 곳

어디서든 가슴으로 그 소리 들으리라

 

(W.B.예이츠)

 

 

무지개

 

바라보면

가슴이 설레네

 

어려서 그랬고

이제도 그러고

늙어서도 그러 하리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

 

비노니

언제든 이처럼 살으려네

 

(W.워즈워드)

 

 

산에서 사네

 

어찌하여 산에서 사는 고

빙긋이 그저 웃기만 하네

복사꽃 아련히 물에 흐르니

세상이 더는 좋을 수 없네

 

(이백)

 

 

잠 못 이루네

 

머리맡 화안한 달빛

서리 내린 줄 알았네

고개 들어 달을 보고

숙여서 고향을 그리네

(이백)

 

봄날

 

봄 햇살에 강산이 아름답고

바람 불어 꽃내음 상긋하네

제비 흙 물어 바쁘게 집짓고

따뜻한 모래밭 원앙이 졸아

 

(두보)

 

 

고향 그리워

 

강 푸르니 새가 더욱 희고

산 푸르니 꽃 타는 듯 붉네

올해도 오고 가는 봄 보니

언제라야 고향에 가 볼거나

 

(두보)

 

 

 

 

미라보 다리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르네

마음 속 깊이 새기리

기쁨은 으레 괴로움 뒤에 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여기 있네

 

손에 손 잡고 얼굴을 마주 하자

다리 아래 강물이

저렇듯 유유히 흐르는데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여기 있네

 

사랑은 강물처럼 흐르네

우리들의 사랑도 흐르네

인생은 왜 이리 힘들고

희망은 어찌 이토록 뜨거운가

 

햇빛 흐르고 달빛도 흐르고

세월 마냥 지나가고

우리들 사랑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네

 

밤이여 오라 종이여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여기 있네

 

(기욤 아폴리네르)

 

 

기탄잘리(1)

 

저로 영원케 하시고는

마냥 기뻐하십니다

볼 품 없는 그릇 말끔히 비우시고

새로운 생명으로 늘 채워주십니다

여린 갈 피리 부셔서 이 언덕 골짜기

영원의 새 노래로 가득하게 하십니다

귀하신 손길에

작은 가슴이 벅차

환희로 소리를 지릅니다

헤아릴 수 없는 선물을

저의 작은 손에만 쥐어 주시네요

세월은 끊임이 없고 늘 채우시나

아직도 제게는 채우실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R.타골)

 

 

기탄잘리(5)

 

조금이라도 더 곁에 있고 싶습니다

할 일은 모두 뒤로 미루렵니다

못 뵈오면 저의 가슴 평안이 없고

끝없는 고통의 바다입니다

이제 여름이 속삭이며 창가에 찾아오고

꽃 흐드러진 정원에는 벌들이 부지런히

시를 읊고 있습니다

뵈오며 지금은 조용히 생명의 노래를

드리는 시간입니다

 

(R.타골)

 

 

청춘

 

나이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장밋빛 뺨 바알간 입술 유연한 몸이 아니고

강인한 의지 끝 모르는 상상력 타 오르는 열정

인생의 깊은 샘에서 늘 새롭게 솟아 나

불안과 나태를 물리치는 용기와 도전입니다

 

스무 살보다는 예순의 나이가 오히려 더 청춘

일 수 있습니다

나이를 먹는다 해서 다 늙는 것은 아닙니다

꿈을 잃어버릴 때에 비로소 늙고 맙니다

 

세월이 가면 피부에 주름이 생기지만

열정이 식으면 영혼이 시들고

근심 불안 좌절은 영혼을 황폐케 합니다

 

어른이든 아이이든 모두 미래를 꿈꾸고

마침내는 기쁨을 누리고 싶어 합니다

아름다움과 희망을 품고 용기와 힘을 내면

언제나 청춘입니다

 

포기하여 부정과 냉소의 얼음에 묻히면

스무 살이라도 늙은 사람입니다

소망으로 긍정의 파도를 타기만 하면

여든이어도 청춘입니다

 

(사무엘 울만)

 

 

울려라 종소리여

 

 

 

울려라 종소리여 거친 하늘에

떠도는 구름과 얼어버린 빛을 향해

이 밤 묵은 해가 가네

종소리여 힘차게 울려 퍼져라

가는 해는 가게 하라

 

 

옛것을 울려 보내고 새것을 울려 들여라

기쁜 종소리여 눈길을 지나서 울려 퍼져라

새해가 오고 묵은 해는 가게 하라

거짓을 울려 보내고 진실은 울려 들여라

 

 

마음을 갉아 먹는 슬픔을 울려 보내라

떠나 버린 사람들을 위한 슬픔을

빈부의 모든 갈등을 울려 보내고

모든 이를 위한 치유를 울려 들여라

 

 

우리를 죽이는 것들을 모두 울려 보내라

파쟁의 모든 것들도

고귀한 삶의 모습을 울려 들여라

좋은 예절과 순수를 아는 이들을

 

 

가난 걱정 죄악을 울려 보내라

이 시대 불신에 찬 냉정함도

슬픈 노래 울려 울려 보내고

충만한 새 노래를 울려 들여라

 

 

거짓부리 오만도 울려 보내라

모든 중상과 증오도

진리와 정의의 사랑을 울려 들이고

선에 대한 사랑도 울려 들여라

 

 

고약한 질병 모두를 울려 보내고

황금만 쫓는 욕망도 울려 보내라

끊임 없는 전쟁도 울려 보내고

영원한 평화를 울려 들여라

 

 

용기 자유의 혼을 지닌 이들을 울려 들여라

또 넓은 가슴 따뜻한 손을 가진 이들을

이 땅의 모든 어두움을 울려 보내고

오셔야 할 그리스도를 울려 들여라

 

 

(알프렛 테니슨)

 

 

인생찬가

 

슬픈 목소리로 말하지 마라

인생은 그저 헛된 꿈이라고

잠든 영혼은 죽은 것

겉만 보아서는 아니 되느니라

 

인생은 현실이다 인생은 진지하다

무덤이 인생의 끝일 수는 없다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가리라

이는 영혼을 두고 한 말이 아니다

 

우리가 가야 할 목표는 길은

기쁨도 슬픔도 아니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아지도록

행동하는 것 그것이 목표고 길이다

 

예술은 길고 세월은 빠르다

우리의 심장은 튼튼하나

이 순간에도 어두운 북소리

장송곡을 끊임없이 울리고 있다

 

인생의 넓고 거친 싸움터

길에 드러누울지언정

기는 짐승은 되지 말자

싸움에 나서는 용사가 되자

 

달콤해도 내일은 믿지 마라

죽은 과거는 묻어 버려라

행동하라 살아서 지금 행동하라

안에는 용기 위에는 하나님 계시다

 

위인들의 삶에서 깨우치고

리 또한 열심히 살아서

빠른 세월의 모래 위에

우리도 발자국을 남기리라

 

발자국 뒤에 오는 이들이 보고

인생의 거친 바다를 건너다가

길 잃고 외로울 때에

다시금 용기를 얻게 하리라

 

우리 모두 일어나 나아가자

어떤 운명에도 굴하지 않을

용기를 갖고 끊임없이 이루고

도전하고 행동하고 기다리자

 

(H.W. 롱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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