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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고, 어디서 무엇 되여 다시 만나랴...
2016년 10월 19일 20시 01분  조회:2905  추천:0  작성자: 죽림
...수화 김환기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된 ‘사람은 가고 예술은 남다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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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부터 <무제>, < 19-Ⅶ-71 #209 >
 
 
  최근 매체에서 김환기 작가와 관련된 소식이 자주 회자되었기에 그의 이름에 익숙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난 4월 작가의 1970년 작 <무제>가 48억 6740만원에 낙찰되었다. 1971년 작 < 19-Ⅶ-71 #209 >이 2015년 홍콩 경매에서 박수근 작가의 ‘빨래터’를 제치고 47억 2100만원에 낙찰돼 대대적인 보도를 탄 바 있었는데 이번에도 한국 작품 최고가를 경신하게 된 것이다. 또한 김환기라 하면 아내 김향안(변동림)의 얘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부부의 예술 여정 속에서의 환상적인 협동심과 헌신, 지성적인 사랑으로 유명하다. 전면점화라는 매력적인 추상 장르에도 관심이 갔지만 오래전부터 김환기, 김향안 부부의 이야기에도 매료되어 있었기에 전시회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꼭 가야겠다.’하고 마음먹고 있었다. 
 
 
  그를 잠깐 소개하자면, 전남 신안 출신으로 1930년대 청년 시절 동경의 일본대학 예술과 미술부에서 수학하는 동안 서양의 전위적인 미술 경향들을 익히고 후기 입체파적 특징과 초현실주의적 경향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또한 일본화단의 전위 단체인 「자유미술가협회전」 창립에 관여하는 등 모더니즘 운동에 몰입하였으며 「자유전」, 「백만회」 등을 통해 추상미술의 기반을 다졌다. 당시의 대표작인 ‘론도’는 한국 최초의 추상작품 중 하나이자 대한민국근대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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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년기인 1940-50년대에는 활발한 창작활동과 더불어 교육자, 행정가로서 서울대와 홍익대 교수, 미술협회 이사장 등 한국미술계를 이끄는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한국에서 쌓은 명예와 안정된 지위를 뒤로 하고 한 치의 미련도 없이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겠다는 마음으로 그는 세계 미술의 중심지 파리와 뉴욕으로 향하게 된다. 막막한 외지에서 김환기는 무명작가의 신분에 불과했고 그림이 팔리지 않는 높은 현실의 벽에 번번이 좌절을 하면서도 그 속에서 ‘점화’라는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구축해내는 위대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죽기 직전까지 어마어마한 작품 활동을 하며 대작들을 쏟아낸다. 천부적인 재능도 있었겠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자신의 예술적 신념에 충실한 인물이기도 했다.  
 
 
 
“미술은 철학도 미학도 아니다. 하늘, 바다, 산, 바위처럼 있는 거다. 꽃의 개념이 생기기 전, 꽃이란 이름이 있기 전을 생각해 보다. 막연한 추상일 뿐이다.”
 
 
"선(線)인가? 점(點)인가? 선보다는 점이 개성적인 것 같다, 나는(飛) 점(點), 점들이 모여 형태를 상징하는 그런 것들을 시도하다. 이런 걸 계속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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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에게 김향안은 아내이자 강인한 예술 여정의 동반자였다. 그녀는 서양화가 구본웅의 이복동생으로,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한 뛰어난 문학적 재능을 가진 1930년대 문화계의 스타였다. 향안은 20세에 시인 이상을 만나 함께 살다가 그가 27세에 요절한 뒤 김환기를 만나 1944년 5월 결혼했다. 자신 역시도 문필가이자 화가였으나 결혼 후엔 이름도 변동림에서 김향안(김환기의 아명)으로 바꾸며 남편의 내조에 온 힘을 쏟았다. 남편을 위해 남은 생을 살겠다는 다짐을 이름 석 자에 새겨 넣은 것이다. 그녀는 그에게 끊임없이 예술적 영감을 불어 넣어줬으며 김환기가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접고 파리 유학을 결심했을 때, 1년 먼저 파리로 가 어학연수를 하여 언어를 터득하고 집을 비롯한 모든 기반을 다져놓기도 했다. 이후 뉴욕에서 남편이 사망하고 나서는 그의 예술혼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유작과 유품을 모아 환기재단을 설립했다. 바로 그 노력의 결정체가 부암동의 환기미술관이다. 김환기의 천재성은 아내 김향안이 있었기에 비로소 완성될 수 있었다.
 
 
  전시회는 그의 초기작부터 작품 구상을 위한 습작, 높이 2m가 넘는 캔버스를 가득 채우는 전면점화 시리즈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특히, 그의 일기장과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어린 편지 그리고 예술적 성찰이 담긴 문구들이 곳곳에 눈에 띈다. 그의 예술관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기도 했고 얼마나 깊은 고뇌와 사유 속에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는지 느껴져 코끝이 시큰해진다. 초창기의 작품들이 한국적인 정서를 담고자 했던 의지가 강해보였다면 뉴욕시대로 건너가면서 추상성이 짙어지면서 한국성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점점 그만의 뚜렷한 색채감과 서정성의 단계가 높아진다. 점차로 단순명료해지는 것이 보인다고 해야할까. 드로잉 습작들을 보면서도 다양한 화면 구성과 재료의 변화를 시도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시되어 있는 다채로운 실험 과정들은 1970년대 정점을 찍은 김환기의 추상 시대를 예고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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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점, 선, 면의 공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장노출로 촬영한 밤하늘 별 궤적을 따라가는 사진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유화로 빛들을 한 땀 한 땀 수놓은 듯한 강렬함이 전해진다. 검푸른 수면이 잔잔하게 빛나는 것 같기도 하다. 어둠과 푸른빛의 점 그리고 작고 네모난 면들의 조합만으로도 깊이감과 동감(動感)이 조성되어 놀랍기도 했다. 그가 다루는 마술적인 점, 선, 면의 잔잔한 질감과 그것들이 이루는 질서 속의 미묘한 일탈과 번짐 효과를 보고 있자면 한편의 서정적인 시를 보고 있는 듯하다. 그가 추구한 ‘시(詩)정신’이 바로 그것일까. 실제로 작가는 고향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보고 싶은 이들을 생각하면서 하나하나의 점을 찍어나갔다고 하다. 문우(文友)였던 시인 김광섭의 부고를 듣고 그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글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떠올리며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다. 
 
 
 
“내 작품은 공간의 세계란다.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가지 생각하며 찍어가는 점. 어쩌면 내 맘속을 잘 말해주는 것일까. 그렇다. 내 점의 세계.”
 
 
“일을 하며 음악을 들으며 혼자서 간혹 울 때가 있다. 음악, 문학, 무용, 연극 모두 다 사람을 울리는데 미술은 그렇지가 않다. 울리는 미술은 못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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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경매 출품작 < untitled 3-V-71 #203 >
 
  김환기의 전성기 대작이 29일에 또 홍콩 경매에 나온다. 이번 출품작은 한 화면에 4가지 색깔이 서로 다른 기법으로 표현된 그의 점화 시리즈 중에서도 독창적인 작품 중 하나다. 그래서 새로운 경매 신기록을 세우지는 않을까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경매가에 대한 기대가 집중되는 만큼 그의 순수한 예술관과 드라마틱한 예술인생에도 많은 관심이 쏟아지길 바란다. 
 
 
  이번 전시가 김향안 여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전시라 그 의미가 더 크다. 부암동 특유의 분위기도 좋고 산기슭에 아담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미술관이 자리하고 있기에 한적하게 산책하며 걷기도 좋다. 미술관에서 버스를 타지 않고 경복궁역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는 길에 보면 윤동주 문학관도 있어 잠시 가볍게 둘러보기에 좋다.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를 새겼다고 했다. 김환기는 물 먹은 듯한 단색의 수많은 점면을 찍으며 무엇을 떠올렸을까. 이미 세상에 없는 이지만 가난하고 고독한 현실에 치이면서도 먹먹한 그리움으로, 속타는 예술적 목마름으로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던 그를, 그의 아내 향안을 느끼고 올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가고 여기, 그의 예술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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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은 수화의 영혼하고 같이 미술관을 지킬 것이다.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살고 있는가? 수화의 영혼이 나를 지켜주기 때문이다.” -김향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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