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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기-죽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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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12일 00시 14분  조회:3666  추천:0  작성자: 죽림
2011년 08월 06일  작성자: 전춘매

 

이슬같은 한마디를 위하여

 

 

 

   사무실의 한 동료가 휴식시간에 이런 말을 한적 있다. 남자는 하루 최소한 7천500자 말해야 하고 녀자는 2만5,000자 말해야 한다고. 그래야만이 심리평형을 이룬다나. 그렇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고 한다. 그도 어디서 들은 이야기라고 했는데 그 무슨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그럴듯한 수치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세여보지는 않았으나 사실 아침인사말부터 시작하여 하루종일 한 말들을 글자로 적어보면 모르긴몰라도 아마 우에서 언급한 수치를 훨씬 초과할것이다. 어찌보면 머리카락처럼 셀수 없듯이 많을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사람의 많은 행위들중에서 말하는 행위는 의사표현의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원시적인 행위일것이다. 물론 여러가지 표정이나 손짓 발짓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표달방식에 불과하다.

   이렇듯 말은 우리 일상에서 산소와 같이 필요한 행위이다. 특히 나같은 녀성들은 무슨 할말이 그리도 많은지 전화기를 들었다하면 한나절씩 통화를 하다가도 마지막 작별의 인사말은 ≪상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는것이다.

   참으로 말을 배우기 시작하여서부터 여짓껏 한 말들을 한줄로 늘여놓는다면 지구를 몇바퀴 돌른지 모르겠다. 그 많은 말들중에는 꼭 필요한 말도 있었을것이고 쓸데없는 말도 있었을것이며 거짓말도 있었을것이고 진담도 있었을것이다. 그리고 남을 찬미하는 말도 있었을것이며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한 말도 있었을것이다.

   가끔씩 남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상할때면 나도 그처럼 남을 상하게 한적 없었나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떠오르는 일이 있으면 나 자신이 미워지기도 하고. 사실 말 마디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른다. 그러기에“장부일언 중천금”,“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등 성구속담이 존재하는것이 아닐가.

   구약성서에 따르면 일찍 에덴동산에서‘선악과’를 훔쳐먹게 하여 인류를 타락시킨것이 “먹어도 죽지 않는다”는 뱀의 달변의 한마디였다. 이는 또한 인간더러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구별”할줄 알도록 한 획기적인 권언이기도 하다. 인류가 에덴동산에서 타락하여 쫓겨났던 아니면 에덴동산을 떠나 독립할수 있도록 령리해졌던 아무튼 말이라는것이 이처럼 거변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실 말을 할수 있다는것은 인류에게 내려진 커다란 축복이다. 직립보행하기전 원시인들은 후두와 구강이 동물과 마찬가지로 거의 직선을 이루었기에 근근이 동물성적인 단조로운 소리마디밖에 지를수 없었다고 한다. 직립보행을 하게되면서부터 후두와 구강이 직각을 이루게 되였는데 이로하여 기류(气流)를 령활하게 저애하고 공제할수 있어 보다 다양한 소리를 낼수있게 되였다고 한다. 물론 후두와 구강의 이런 변화로 하여 인간은 음식을 삼키면서 동시에 호흡할수 없는 어려움을 겪어야 했지만 아무튼 말을 할수 있게 되였다는것은 인류문화사에서 커다란 진보가 아닐수 없다.

   말을 할수 있음으로 하여 의사소통을 령활하게 진행할수 있었고 말을 할수 있음으로 하여 공동체내의 단결을 도모할수 었었다. 그러나 동시에 말을 할수 있음으로 하여 생기지 말아야 할 일들도 생기는것이다.

   무심히 던진 한마디의 말이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말은 보이지 않는 칼이기도 하다.

   언젠가 자그마한 신문에서 이런 이야기를 읽은적 있다. 한 사람이 며칠째 기분이 좋지 않아 정신과 의사한테 심리자문을 받은적 있는데 그만 정신병에 걸렸다고 소문나게 되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심리자문이란 개념이 지금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돌고돌면서 뜻과 맛이 변하는것이 말이 아닌가.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이 소문은 삽시에 그의 생활권에 퍼졌다. 하여 나중에는 그가 정신병원에서 갓 출원했다고까지 소문이 났는데 그가 변명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소문을 고집하며 믿게 되였다. 그는 아는 사람들을 만나기조차 두려워하고 꺼려하여 나중에는 자폐증에 걸렸으며 정말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한다.

   그리고 요즘 인테넷으로 인한 “인육사냥”역시 한두마디 소문으로 사람을 죽음에까지 몰아넣는 무서운 칼이다.

이처럼 말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지만 어떤 말 한마디는 죽어가는 사람한테 힘과 용기를 주기도한다.

   내가 아는 한 교수님은 페암에 걸려 얼마 못살것이라 사형선고를 받은 직장동료한테 “아직 죽어서는 안된다. 할 일이 남아있지 않는냐. 자신의 창작집 한권은 남겨야할것이 아닌가.”라는 위로의 말을 하였는데 정말로 기적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 교수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은 그 동료는 암과 투쟁하면서 자신의 지난날을 돌이켜 부지런히 수필을 썼으며 마침내 “그리움의 시공을 넘어”라는 수필집을 출간하게 되였다. 암이라는 사형선고에 남편의 죽음까지 지켜보면서 삶을 포기하고 싶었을 그 동료한테 그 교수님의 한마디는 삶의 위로였고 살아가야할 리유였으며 또한 암과 싸울수 있는 용기였다. 그렇게 생이 연장된 자체가 기적이라고 의사들이 머리를 흔들정도로 그분은 마지막 순간까지 용기내여 암과 싸웠다. 자신의 작품집의 출간식까지 본 그분은 아마 평온한 마음으로 이 세상을 떠났을것이다.

  그 교수님은 지금도 자신의 한마디가 그분한테 그같이 힘이 될줄은 몰랐다고 한다.

   이처럼 무심히 던지는 한마디가 때론 생과 사를 넘나드는 커다란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말 마디마디는 저울로 달수 없지만 그 무게는 참으로 헤아리기 어렵다. 관건적인 말 한마디가 력사도 움직일라니 사람들의 일상생활속의 말들이야 얼마나 많은 시시비비를 만들어냈을가?

   몇년전에 이해인수녀님을 만나뵙었는데 수녀님이 주신 시집에는 ≪말을 위한 기도≫란 시가 있다.

 

……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해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우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내게 하소서

……

 

   가끔씩 나는 이 시를 읽으면서 어떻게 하면 꼭 필요한 말만, 꼭 적절한 말만 할수 있을가, 어떻게 하면 남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는 말만 할수 있을가고 생각한다. 그렇게 될수만 있다면 우울증에 걸릴수 있다는 그 최소치에마저 도달하지 않아도 좋다. 심리평형을 잃을 걱정은 없을테니까.

   사랑할 때 내 마음은 이슬이 된다. 순수하고 투명한 이슬같은 한마디를 위해 오늘은 침묵의 아름다움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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