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 색스가 죽음을 앞두고 써내려 간 감사의 찬가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가장 뭉클한 질문 중 하나다. 알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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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색스가 죽음을 앞두고 써내려 간 감사의 찬가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는 가장 뭉클한 질문 중 하나다. 알마 제공
<<고맙습니다>>
올리버 색스 지음·김명남 옮김
죽음은 삶의 한 사건이다. 지나치게 두렵고 강력한 사건이어서 공포라는 형태로 미리 겪는 이 사건은 엄연한 삶의 일이다.
삶과 죽음은 대척적인 개념이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그러나 너무 큰 용기를 요한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무릎이 휘청거릴 지경인데, 그것을 감사하며 받아들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보인다.
의학계의 계관시인으로 불리던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에세이 4편을 묶은 책 ‘고맙습니다’는 이 불가능을 지성과 성찰, 유머와 품위, 겸허와 낙관의 힘으로 반박하는 뭉클한 책이다. 작고하기 반년 전인 지난해 2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나의 생애’가 널리 읽히며 이미 전 세계 신문 독자들이 그 감동을 선체험한 바 있다. 하지만 네 편의 글을 연달아 읽으며 떠올리는 삶과 죽음의 관계는 보다 진지하고 강렬하게 더운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10년 전 진단받았던 안암이 간으로 전이돼 세상을 떠나기까지 2년간 쓴 이 글들에는 감사의 정서와 태도가 관통하고 있다. “좋은 기억도 있고 나쁜 기억도 있었지만, 대부분 감사하고픈 기억들이었다”며 죽음을 앞둔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어 다행이라는 기분이 든다”고 말한다. 노년만이 누릴 수 있는 생의 즐거움을 이야기하며, 죽음 앞에 선 이 의연한 존재는 “나는 여든 살이 되는 것이 기대한다”고 쓴다.
“꼬마 때부터 상실에 대처하기 위해 비인간적인 것으로 시선을 돌리는 법을 익혔”던 올리버 색스는 “살면서 스트레스를 겪는 시기에 늘 물리 과학에게로 귀향”했다. 그곳은 “생명이 없지만 죽음도 없는 세계”였기 때문이다. 생일마다 나이와 같은 번호의 원소를 방 안에 둬왔던 이 인간적인 의학자에게 생의 이력은 그러므로 ‘나의 주기율표’다. “혐오스러운 것. 너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 게이라는 아들의 성 정체성을 알게 된 엄마로부터 이토록 잔인한 말을 들었던 그가 생의 마지막에 “솔직하게 밝힘으로써 죄책감 어린 비밀 없이” 삶을 마무리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할 때, 4번 원소 베릴륨은 서러운 슬픔으로 잊혀지지 않을 원소번호가 된다. 방을 장식하고 있는 81번 원소 탈륨, 82번 납, 83번 비스무트의 반대편에 놓인 베릴륨. “아름답게 절삭된 베릴륨 조각을 보면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곧 끝날 내 인생이 얼마나 오래 전에 시작된 것이었는지를.”
저마다 제 각각일 마지막 순간, ‘이 삶은 좋았다’라고 우린 말할 수 있을까. “두렵지 않은 척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내가 무엇보다 강하게 느끼는 감정은 고마움이다. 나는 사랑했고, 사랑 받았다. 남들에게 많은 것을 받았고, 나도 조금쯤은 돌려주었다. 나는 읽고, 여행하고, 생각하고, 썼다. 세상과의 교제를 즐겼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생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널리 알려졌지만 다시 쓰는 것이 아깝지 않은 문장들이다. 텍스트에 집중한 일반판과 함께 원서의 영문텍스트와 그림으로 디자인을 살린 스페셜 에디션(2만6,000원)도 동시 출간됐다.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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