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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시인 - 가르시아 로르카
2016년 12월 11일 21시 38분  조회:5478  추천:0  작성자: 죽림
 
출생일 1898. 6. 5, 스페인 푸엔테바케로스
사망일 1936. 8. 19/20, 그라나다
국적 스페인

요약 스페인의 시인·극작가.

개요

죽음을 주제로 한 시와 3부작 희곡인 〈피의 결혼식 Bodas de sangre〉(1933)·〈예르마 Yerma〉(1934)·〈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La casa de Bernarda Alba〉(1936)으로 유명하다.

스페인 내란이 발생한 직후 민족주의자들에게 암살당했다.

생애

농부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의 음악적 재능을 발견한 어머니는 직접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가족이 그라나다 시로 이사한 뒤 그곳에 있는 예수회 학교에 다녔다. 아버지의 강요에 못이겨 그라나다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으나 곧 그만두고 문학·회화·음악에 몰두했다. 조숙한 작곡가이자 뛰어난 연주가로서, 친구들 사이에서 '음악가'로 통했다. 1918년 카스티야 여행에서 영감을 얻어 〈인상과 풍경 Impresiones y paisajes〉이라는 산문집을 펴냄으로써 친구들을 놀라게 했다.

이 책은 '작가'로서의 가르시아 로르카를 예고해주었다.

1919년 스페인 수도의 문화적 중심이던 마드리드대학의 기숙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화가 살바도르 달리, 영화제작자 루이스 부뉴엘, 시인 라파엘 알베르티를 비롯한 그와 같은 세대의 예술가 및 작가들과 사귀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시인 후안 라몬 히메네스를 비롯한 기성세대 저명인사들과도 만났다.

대학 기숙사에서 보낸 첫 2년 동안 스페인 문단 전체에 가르시아 로르카의 시가 알려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때까지 출판한 시는 거의 없었는데, 그것은 "시는 입으로 읊어야 한다. 책 속의 시는 죽은 것이다"라는 그의 생각 때문이었다. 따라서 대학 기숙사와 마드리드의 여러 지역에서 중세 음유시인처럼 자신이 쓴 시와 희곡을 낭송했다. 그리하여 작가생활 내내 그의 작품은 출판되기 훨씬 전부터 입으로 창작되어 전파되었다.

이당시 그는 뒷날 〈시집 Libro de poemas〉(1921)·〈첫번째 노래 Primeras canciones〉(1936)·〈노래 Canciones〉(1927)로 엮어져 나오게 될 실험시들을 쓰는 한편 첫 희곡 〈나비의 장난 El maleficio de la mariposa〉을 쓰고 있었다.

이 희곡은 1920년 마드리드의 에슬라바 극장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려졌으나 첫날 공연 뒤 막을 내리고 말았다.

가르시아 로르카는 1922년 그라나다에서 열린 민속음악축제(Fiesta de Cante Jondo)에서 저명한 작곡가 마누엘 데 파야와 공동으로 작업한 것이 계기가 되어, 자신이 지닌 천재성을 깨닫게 되었다. 민속음악과 집시음악의 전통 속에서 자신의 음악적·시적·영적 충동의 해답을 발견한 듯했다.

〈칸테 혼도의 시 Poema del cante jondo〉(1922 집필, 1931 출판)와 〈집시 노래집 Romancero gitano〉(1924~27 집필, 1928 출판)은 이러한 해답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집시 노래집〉에 실린 18편의 시에는 전통 시형식인 스페인 발라드(romance)가 지닌 전통적인 매력과 새롭고 놀라운 이미지가 결합되어 있다. 그 예로 〈스페인 민병대의 발라드 The Ballad of the Spanish Civil Guard〉에서 민병대가 집시 마을을 향해 불길하게 진군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검은 말들/검은 편자/검은 망토 위에 번들거리는/잉크와 밀랍 얼룩/두개골이 납으로 되어/그들은 울지 않네/칠피 가죽으로 된 영혼을 달고/그들은 길을 따라 내려가네"

〈집시 노래집〉을 쓰면서 그는 희곡도 썼다.

1927년 살바도르 달리가 무대를 꾸며 시적이고 낭만적인 운문극 〈마리아나 피네다 Mariana Pineda〉를 바르셀로나에서 공연함으로써 극 부문에서 처음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같은 해 역시 같은 도시에서 대중을 상대로 한 그림전시회도 열었다.

1928년에 펴낸 〈집시 노래집〉은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주었으나 행복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단순한 집시 기질을 과장된 신화로 만든다고 불쾌하게 여겼으며, 그 스스로 "내 평생 가장 고통스러웠던 상태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 정서적 위기에 시달린 끝에 위안과 새로운 영감의 샘을 찾아 1929~30년을 미국과 쿠바에서 보냈다.

이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1940년 그의 사후에 발간된 〈뉴욕의 시인 Poeta en Nueva York〉이다. 이 작품에서는 기계화된 문명에서 느끼는 생명의 말살을 잔인하고 뒤틀린 이미지들의 부조화스러운 결합을 통해 표현한다.

"숟가락으로/그는 악어의 눈을 파냈다/그리고 원숭이의 엉덩이를 때렸다/숟가락으로"

1931년 그는 스페인으로 돌아와 나중에 〈타마리트 시집 Diván del Tamarit〉(1936)으로 펴내게 된 시들을 쓰기 시작했으며, 다시 희곡을 썼다.

어렸을 때부터 지녀온 꼭두각시에 대한 열정을 표출하여 〈빌리클럽 꼭두각시 Los títeres de cachiporra〉와 〈돈 크리스토발의 인형극 Retabillo de Don Cristóbal〉이라는 2편의 인형극을 썼다. 이 인형 소극(笑劇)까지도 우울한 분위기에 싸여 있었다.

스페인 공화국의 출범으로 가르시아는 연극 부문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되었다.

문교부는 교육받지 못한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고전희곡 가운데 명작들을 접할 수 있게 해준 학생극단 '바라카'(La Baraca)에 보조금을 지급했다(1932~35). 가르시아는 바라카의 설립자·지도자·연출자·음악가로서 로페 데 베가, 칼데론 데 라 바르카, 세르반테스의 작품을 무대에 올려 폭넓은 연극경험을 쌓았다.

이러한 결실이 민속극 3부작 가운데 제1편인 〈피의 결혼식〉(1933)이다.

이 작품은 결혼식날 신부가 몰래 사랑해온 남자와 달아나는데 결국 두 경쟁자는 싸우다가 서로 상대방의 손에 죽었다는 뉴스 기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가르시아의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비운의 인물들로, 원초적인 열정과 문명사회의 단호한 명예규범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가 결국은 죽고 만다.

1934년 자신의 친구였던 한 투우사가 쇠뿔에 받혀 죽은 사건을 바탕으로 〈이그나시오 산체스 메히아스를 애도하며 Llanto por Ignacio Sánchez Mejías〉(1935 출판)를 썼다.

이 시는 그의 가장 뛰어난 시이며 현대 스페인 문학뿐만 아니라 세계문학에서도 가장 뛰어난 애가로 손꼽힌다. 여기에서 "오후 다섯 시에"(A las cinco de la tarde)라는 공허하고 슬픈 후렴이 계속해서 반복된다.

"오후 다섯 시에/정각 오후 다섯 시에/한 소년이 참회자의 흰옷을 샀네/오후 다섯 시에/한 바구니의 석회는 이미 준비되었다네/오후 다섯 시에/나머지는 죽음 그리고 죽음뿐이네/오후 다섯 시에"

1934년말 발표한 〈예르마〉는 3부작 가운데 제2편이며, 〈피의 결혼식〉과 더불어 20세기에 성공을 거둔 몇 안되는 시비극(詩悲劇) 중 하나이다.

'비극적 시'인 이 희곡은 아이가 없는 것에 절망해 불임 남편을 죽이는 한 여자의 고통을 다루고 있다. 가르시아는 1936년 6월의 어느날 밤 친구들의 집에서 3부작 가운데 마지막 작품인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발표했다. 거의 모두 산문으로 쓴 이 희곡은 독재적인 어머니에 의해 상가(喪家)에 갇혀 지내는 4자매가 분노와 욕망으로 몸부림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1936년 7월 내전이 터지자 불안을 느끼고 마드리드를 떠나 그라나다로 갔다.

그러나 작품에 계속 등장하는 참혹한 죽음의 전조는 운명으로 다가왔다. 그라나다에서 지내던 어느날 밤 그는 재판도 받지 않은 채 민족주의자들에게 총살당했다.

평가

작품의 소재는 지역적이지만 작품에 계속 나타나는 주제는 보편적인 것으로서 사랑, 욕망, 죽음, 모성애, 가난하고 천한 사람들에 대한 형제애를 비롯해 무엇보다도 원초적인 욕정이 인습 때문에 좌절되었을 때 그 결과로 생겨나는 잔혹함, 폭력, 죽음 등을 다루었다.

그의 시에서는 근원적인 욕망이 대개 구체적이고 관능적이며 격앙되고 전율을 느끼게끔 표현되었는데 때로는 초자연적으로 병렬된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표현되기도 한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시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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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에게 바치는 송가

                                                                        - (칠레 시인)파블로 네루다


만약 내가 쓸쓸한 집에서 두려움에 울 수 있다면,
만약 내가 내 눈알을 빼서 먹어치울 수 있다면,
슬픔에 젖은 오렌지나무의 그대 목소리를 위해,
소리치며 나타나는 그대의 시를 위해 그렇게 하리라.

그대를 위해 병원들을 푸르게 색칠하고
학교와 바다의 구역들이 늘어나며,
상처 입은 천사들은 깃털이 무성하게 돋아나고,
혼인색을 띤 물고기들은 비늘로 뒤엎이며,
고슴도치들은 하늘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검은 디프테리아를 가진 양복점들은
그대를 위해 숟가락과 피로 넘치고
찢어진 리본들을 삼키고, 입 맞추며 비탄에 젖고,
하얀 옷을 입는다.

그대가 복숭아나무 차림으로 날 때,
그대가 퐁풍우에 쓸른 벼 같은 웃음 웃을 때,
그대가 노래하기 위해 동맥과 이,
목청과 손가락을 떨 때,
나는 그대의 온화함을 위해 죽이리라,
나는 가을이 한창일 때 그대가
쓰러진 준마와 피투성이 신(神)과 함께
살고 있는 붉은 호수를 위해 죽으리라,
밤에, 익사한 종(鐘)들 사이로
잿빛 강물처럼 물과
무덤들을 끌고 지나가는
묘지들을 위해 죽으리라,
병 걸린 병사들의 침실처럼
자욱한 강들, 수많은 대리석과
썩은 꽃부리와 장례의 기름들이 떠다니는
강물 속에서 느닷없이 죽음을 향해 자라나는 병사들,
밤에 그대를 보기 위해,
서서 울며, 물에 빠진 십자가들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기 위해 죽으리라,
죽음의 강 앞에서 그대, 버려진 채,
상처 입은 채, 눈물 흘리리니,
그대 눈물, 눈물, 눈물,
가득 고인 눈으로, 울며 흐느끼리니.

내가 밤에, 외로움에 취해,
재를 물어뜯는,
검은 굴뚝의,
철도와 기선(汽船)위에
망각과 그림자와 증기를 쌓을 수 있다면,
그대가 자라고 있는 나무를 위해 그렇게 하리라,
그대가 모으는 황금빛 물의 둥지들을 위해,
그대에게 밤의 비밀 전해주며
그대의 뼈를 덮는 덩굴식물을 위해.

축축하게 젖은 양파 색깔의 도시들이
그대가 목쉰 소리로 노래하며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침묵의 포경선들이 그대를 뒤따르고,
녹색 제비들은 그대의 머리칼에 둥지를 튼다,
또 달팽이들과 주(週)들이,
둥글게 말린 돛대와 버찌들이
영원히 순환한다, 열다섯 개의 눈이
달린 그대의 창백한 머리와
가라앉은 피투성이 그대의 입이 나타날 때,

만약 내가 시청사를 매연으로 가득 채우고,
흐느끼며, 시계들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그건 보기 위해서이리라, 언제 그대의 집에
부서진 입술로 여름이 도착하는지
해진 옷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도착하는지,
슬픈 광채의 지역들이 도착하는지,
죽은 쟁기들과 양귀비들이 도착하는지,
매장인들과 기수들이 도착하는지,
행성과 피 묻은 지도들이 도착하는지,
재를 뒤집어쓴 잠수부들이 도착하는지,
가면 쓴 사람들이 커다란 칼에 꿰뚫린
처녀들을 끌고 도착하는지,
뿌리들이, 핏줄들이, 병원들이,
샘들이, 개미들이 도착하는지,
거미들 틈에서 어느 외로운 경비병이 죽어가는
침대와 함께 밤이 도착하는지,
증오와 못바늘의 장미가 도착하는지,
노란빛을 띤 배가 도착하는지,
한 소년과 함께 바람 부는 날이 도착하는지,
올리베리오, 노라,
비센테 알레익산드레, 델리아,
마루카, 말바 마리나, 마리아 루이사와 라르코,
라 루비아, 라파엘 우가르테,
코타포스, 라파엘 알베르티,
카를로스, 베베, 마놀로 알톨라기레,
몰리나리,
로살레스, 콘차 멘데스,
그리고 잊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내가 도착하는지.

그대에게 관을 씌우게 이리 와다오, 활기 넘치는
나비의 젊은이여, 영원히 자유로운
검은 번개 같은 순결한 젊은이여,
그리고 우리끼리 대화를 나누며,
바위틈에 아무도 남지 않은 지금,
그대와 나 그대로의 모습으로 소박하게 이야기하자.
이슬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시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냉혹한 비수가 우리를 심문하는 그날 밤을
노래하지 않는다면, 그날을, 그 황혼을,
두들겨 맞은 인간의 심장이 죽음을 준비하는 부서진
그 외딴 곳을 노래하지 않는다면, 시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밤에,
특히나 밤에 많은 별들이 있다.
모든 별들은 강 속에 있다,
가난한 사람들도 가득한 집들의
창가 리본처럼.

누군가가 그들에게서 죽어갔고, 아마도 그들은
사무실에서, 병원에서,
엘레베이터에서, 탄광에서,
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치유 불능으로 상처 입은 존재들이 괴로워한다,
그리고 도처에 갈망과 탄식이 있다,
끝없는 강 속에 별들이 흐르는 동안
창문들에 숱한 탄식이 있다,
문턱은 탄식에 닳았고,
침실은 물결치듯 카펫을 물어뜯으러 오는
탄식에 축축하게 젖어 있다.

페데리코,
그대는 본다, 세상을, 거리들을,
식초를,
몇몇 이별, 돌들, 철길들밖에
없는 곳을 향해
증기가 그 당당한 바퀴 일으켜 세울 때
역에서의 작별들을.

도처에
질문을 던지는 숱한 사람들이 있다.
피투성이 장님이, 그리고 성난 장님이, 그리고
축 늘어진 장님이,
그리고 처참한 장님이, 손톱들의 나무가,
탐욕을 등에 짊어진 도적이 있다.

삶이란 그런 것이라네, 페데리코, 여기 있네,
남자다운 우울한 남자의
내 우정을 그대에게 전해줄 수 있는 것들이.
이미 그대는 스스로 많은 것들을 알고 있네.
그리고 천천히 다른 것들을 알아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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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칠레의 시인이다. 본명은 네프탈리 리카르토 레예스 바소알토다.
파블로 네루다는 필명이다. 그는 1904년, 칠레 충부의 파랄에서 태어났으며,
미얀마 명예영사를 거치고, 부에노스아이레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주재 영사를 역임한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스페인의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를 처음 만났다.
그뒤 그 둘은 매우 절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로르카는 스페인의 시인으로, 스페인 내전 때 살해 당한 불운의 시인이다.

 이 시는 그의 절친한 벗인 로르카의 죽음으로 인해 쓴 시가 분명하다.
어마어마한 양의 시를 계속 읽다보면, 네루다가 얼마나 로르카를 좋아했고, 아꼈는지 알 수 있다.
굉장히 길지만, 어느 하나 그의 친구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없는 구절이 없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중에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
'내가 죽었을 때 누가 슬퍼하고, 울어줄까?'.
이 시를 보면서 이 말이 떠올랐다. 네루다에게 로르카는 분명 소중한 사람이었다.
내가 네루다가 로르카 같은 위대한 사람을 못 되더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소중한 사람이 된다면, 인생을 헛되이 산건 아닐테다. 
이건 확신할 수 있다.


 네루다는 참여시인으로, 말년에는 정치에 참여했고 정치와 관련된 시를 많이 썼다.
그는 공산당에 가입하기도 했고, 대선에 입후보 하기도 했다. 1971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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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12월 6일에 마드리드에서 있었던 한 유명한 강연에서 로르카는 네루다를 “철학보다 죽음에 더 가깝고, 지성보다 고통에 더 가까우며, 잉크보다 피에 더 가까운” 시인이라 했다. 

 네루다는 1904년 칠레에서 문학교사였던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두 달만에 어머니를 잃었지만 온화한 새 어머니에게서 양육을 받았다. 산티아고 사범대학 불어교육과를 입학한 후 황혼일기 라는 시집을 시작으로 시인으로 이름을 떨치게 되었다. 마드리드의 주재 영사가 되어 스페인 내전을 겪으며 친구이자 시인 가르시아 로르카를 파시스트들이 살해하는 것을 보고 평생 파시즘에 반대하며 살아간다.상원의원으로 선출된 네루다는 1948년 칠레 대통령 비델라를 비판하다가 국가원수 모독죄로 체포될 위기에 처했고 아르헨티나로 탈출, 파리, 폴란드, 헝가리, 멕시코에서 망명생활을 20여년 가까이 한다.1969년 아엔데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주의 정부가 칠레에 들어서자, 파리 대사에 임명되었고 1971년에는  노벨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칠레의 상황은 악화되어 피노체트의 군사 구테타로 사회주의 정부가 전복되고 아옌데 대통령이 피살되었다.  그 충격과 지병인 전립선암의 악화로 네루다는 1973년 사망했는데 죽기 직전 그는 아내에게 절규하듯 말했다고 한다. "그자들이 사람을 죽이고 있어. 산산조각이 난 시신들을 건네주고 있다고."

 네루다가 위독해져 병원으로 옮겨져 죽어갈 때 우익 과격파들이 네루다의 집으로 쳐들어와 약탈하고 가구를 부수고 수도를 틀어놓아 집이 물에 잠기게 했다고 한다. 네루다의 관을 다른 장소로 옮기자고 사람들이 말했을 때 아내는 민중을 위해, 시를 위해 살았던 네루다가 얼마나 비참하게 죽었는지 모든이에게 알려야 한다며 창문이 모두 깨지고 가구가 다 부서진 그 집에서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네루다가 죽기 직전에 살았던 칠레의 아름다운 해변 이슬라 네그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곳 사람들은 대부분 어부들이고 편지를 읽지도 쓰지도 않는 이들이어서 우편배달부의 업무는 전무하다. 오직 네루다의 우편물만 배달해주면 될 뿐. 세계 곳곳에서 전보와 편지를 네루다에게 전해주면서 젊은 우편배달부 마리오 히네메스는 시의 본질과 아름다움에 눈뜬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줄 몰랐던 마리오가 네루다의 시를 외우고 네루다와 대화하면서 세상을 향해 당당하고 아름답게 자기 생각을 말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해간다. 마리오는 네루다가 준 자신감으로 연애와 결혼에도 성공한다. 마리오에게 네루다는 우상이요 은인이다. 그러나 칠레의 정치상황이 악화될 수록 이 둘의 관계는 역전된다. 절망하는 네루다에게 마리오는 작은 기쁨을 전달하는 충성스런 위로자로 끝까지 남아있는다. 소설의 초반 메타포 (은유)가 무엇이냐는 마리오의 질문에 네루다는 아래의 시를 들려준다.

여기 이슬라 네그라는 온통 바다, 바다라네

순간순간 넘실거리며

예, 아니요, 아니요 라고 말하지

예라고 말하며 푸르게, 물거품으로, 말발굽을 올리고

아니요, 아니요라고 말하네.

잠잠히 있을 수는 없네.

나는 바다고

계속 바위섬을 두드리네.

바위섬을 설득하지 못할지라도.

푸른 표범 일곱마리

푸른 개 일곱마리

일곱 개 혀로

바위 섬을 흝고

입 맞추고, 적시고 가슴을 두드리며

바다라는 이름을 되풀이하네.

네루다가 죽은 후로 칠레는 피노체트 정권 아래에서 실종, 고문을 포함하는 가혹행위를 당한 자가 10만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러나 소설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칠레의 비참했던 과거에 촛점을 맞추지는 않는다. 거장 네루다와 한 우편 배달부와의 아름다운 우정이 따스하고 유모러스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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