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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윤동주 탄생 100주년!...
2017년 01월 09일 19시 51분  조회:3836  추천:0  작성자: 죽림

<김세곤칼럼>윤동주와 정병욱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1940년 연희전문학교 정병욱은 1학년, 윤동주 3학년
 
등록날짜 [ 2016년04월27일 22시04분 ]
 
 

광양시 진월면 망덕(望德)포구에는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제341호’로 등록된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이 있다. 

1925년에 지어진 이 상가주택은 양조장과 딸린 살림집인데 이곳에 윤동주 자필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가 고스란히 보존되었다.   

 정병욱(1922-1982)이 윤동주(1917-1945)를 알게 된 것은 1940년 연희전문학교 기숙사에서였다. 정병욱은 1학년, 윤동주는 3학년이었다. 윤동주가 5살 위였지만 두 사람은 선·후배로 깊이 사귀었다. (권오만, 윤동주 시 깊이 읽기, 소명출판, 2009, p 342)    

1941년에 두 사람은 기숙사를 나온 후 10개월 동안에 세 번이나 하숙집을 옮겨가면서 한 방을 같이 썼다. 처음은 종로구 누상동에서 한 달 간, 두 번째는 5월말부터 누상동 9번지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하였다. 그런데 일본 경찰이 김송을 요시찰 인물로 감시했고, 윤동주와 정병욱의 책과 짐까지 뒤지는 소동을 벌였다. 별수 없이 두 사람은 9월에 북아현동으로 하숙을 옮겼다.  

 1941년 12월에  윤동주는 연희전문학교 졸업을 앞두고 시집 간행을 기획하였다. 이를 위해 그동안 쓴 시중에서 18편을 뽑고 1941년 11월20일에 쓴 ‘서시 序詩’를 붙여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라는 표제를 붙이고 3부를 필사하였다. 

윤동주는 자필시집 3부 중 1부는 이양하 교수에게, 1부는 후배 정병욱에게 주었고, 마지막 1부는 본인이 보관하였다. 

정병욱이 받은 자필시집 필사본은 200자 짜리 세로쓰기 원고지였는데, 첫 페이지에 ‘鄭炳昱 兄(정병욱 형)앞에’, ‘尹東柱 呈(윤동주 정)’이라고 적었다. (권오만, 위 책, p 345)

그런데 이양하 교수는 윤동주에게 출간을 미루라고 하였다. 이 시집이 일본관헌의 검열에 통과되기도 어려울뿐더러 신변의 위험까지 부를 것이니 때를 기다리라고 하였다. 결국 윤동주는 시집 발간을 포기하고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정병욱은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44년 1월에 일제의 학도병으로 끌려가면서 광양으로 내려가 어머니에게 윤동주 시집을 잘 간수할 것을 부탁했다. 그러면서 자신과 윤동주가 돌아오지 못하고 조선이 독립되면 이 시집을 연희전문학교에 보내달라는 부탁도 곁들였다.

정병욱의 어머니는 윤동주 시집을 명주 보자기로 겹겹이 싸서 양조장에 딸린 살림집 마룻장을 뜯어내고 그 안에 깊숙이 숨겼다.   

전쟁이 끝나자 고향으로 돌아온 정병욱이 윤동주 시집을 챙기자 그의 어머니는 명주 보자기를 내놓았다.

  1948년 1월30일에 정음사는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간행하였다. 여기에는 정병욱이 가지고 있던 윤동주 자필시집의   시 19편과 연희전문학교 문과 동기 강처중이 보관한 시 12편 도합 31편이 실렸다.

1955년에 증보판이 나왔다. 88편의 시와 산문 5편이 실렸는데, 서울대 교수 정병욱은 편집 자문을 하였고, 시집 후기를 썼다. 
  
또한 그는 1976년 외솔회 발행 <나라사랑>에 ‘잊지 못할 윤동주의 일들’을 기고하고 윤동주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윤동주 자필시집의 당초 제목은 ‘병원’이었단다. ‘세상이 온통 환자 투성이’라서 시집의 제목을 ‘병원’으로 붙이려 했단다. (정병욱, 잊지 못할 윤동주의 일들, 나라사랑 23집, 1976, p 140-141)

병원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없다.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 된다.

여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깃을 여미고 화단에서
금잔화 한 포기를 따 가슴에 꼽고 병실 안으로 사라진다.
나는 그 여자의 건강이 – 아니 내 건강도 속히 
회복되기를 바라며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본다. 

(1940.12)

 한편 윤동주와 정병욱은 인척을 맺었다. 윤동주 동생 윤일주와 정병욱의 누이동생 정덕희가 부부가 되었고, 윤일주의 장남 윤인석은 정병욱 가옥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만드는데 일조하였다.

  2017년은 윤동주 탄생 100주년이다. 내년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윤동주를 기리는 행사가 활발할 것이다. 윤동주 자필시집을 고이 보관한 광양 망덕포구도 빛을 보길 기대한다.  


윤동주,
‘디지털 청년’으로 부활하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월11일 
윤동주기념관이 마련돼 있는 연세대 핀슨홀(왼쪽)과 기념관 내부.
- 탄생 100주년 맞아 풍성한 기념사업

내달 16일 추모식 시작으로 음악회·국제학술대회 열려

윤동주 기념관 핀슨홀 외벽에 삶과 문학 LED 영상으로 재현

韓中日 잇는 순례길 탐방 추진… 육필원고·유품 등도 전시 검토


시인 윤동주(1917∼1945)가 탄생 100주년을 맞아 디지털 ‘청년 윤동주’로 부활한다.

연세대 윤동주기념사업회(회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는 10일 “탄생 100주년인 올해 추모식·음악회·전시회·국제학술대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오는 5월 또는 12월에 개최 예정인 ‘윤동주와 그의 시대(가제)’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청년 윤동주를 주제로, 디지털 미디어 아카이빙 등을 이용한 쌍방향 전시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동주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중 한 명이다. 중국 지린(吉林)성 허룽(和龍)현 명동촌(明東村)에서 태어나 연희전문(연세대)을 거쳐 일본으로 유학 갔다가 독립운동 혐의로 현지에서 체포돼 규슈(九州)의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짧은 생애를 마감한 민족시인이자 서정시인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로 시작되는 ‘서시’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애송되는 그의 대표작이다.

그러나 정작 윤동주에 관한 자료는 매우 드문 편이다. 연희전문 시절을 제외하곤 국내에 머문 시간과 생(生)이 짧고, 그나마 미스터리를 남긴 채 원인 모를 이유로 일본의 형무소에서 사망했으며, 일본의 감시와 위협이 끈질긴 나머지 현재 남아서 전해지는 원고도 귀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념사업회는 청년 윤동주의 삶과 문학을 미디어 파사드(건물 외벽에 발광다이오드(LED) 영상으로 표현하는 기법) 등 디지털 방식으로 재현할 계획이다. 그의 문학적 가치와 성과를 세계적으로 알리는 자리다. 개최 장소로는 윤동주기념관이 있는 핀슨홀 등이 고려되고 있다. 

연희전문 본관 앞에서 찍은 기념 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윤동주.기념사업회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이상의 연세대 문과대 행정팀장은 “2013년 첫 공개 전시 이후 도서관 지하 수장고에 보관 중인 윤동주 육필 원고와 유품 전시도 고려했으나 훼손의 위험이 커 미뤄둔 상태”라며 “다음 달까지 기념사업과 관련한 예산이 확정되는 대로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도서관 수장고에는 윤동주 유고와 도서 약 750점, 유품 48점이 보관돼 있다. 이 유고 및 유품은 2012년 8월 윤동주의 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가 기증한 것이다. 연세대는 이를 바탕으로 2013년 2월 전시회를 열었다.

‘청년 윤동주 순례길’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오는 7∼8월쯤 윤동주의 묘소가 있는 중국 지린성 룽징(龍井)시에서 한국을 거쳐 일본 후쿠오카를 잇는 순례길을 탐방하는 한·중·일 대학생 순례단이 만들어진다. 윤동주의 삶과 행적을 추적하는 인문학 기행이다. 최근 급속도로 경색된 3국의 외교관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16일 추모식을 시작으로 기념 음악회(5월 18일), 국제학술대회(12월 8∼9일) 등도 이어진다. 음악회에선 윤동주의 시에서 영감을 받은 창작곡을 연주한다. 임지선 연세대 음대 작곡과 교수가 참여한다. 국제학술대회에선 인문학은 물론 사회과학, 자연과학 부문에서 윤동주와 그의 작품이 현대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를 조명한다. 가능하면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방법도 모색 중이다.

이밖에 정례행사인 윤동주 시문학상, 시 암송대회, 시 작곡대회, 기념 강연 등도 치러질 예정이다. 

/글·사진 = 김인구 기자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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