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왈; ㅡ느네집 따듯하니?...
눈사람과 아기
―아저씨, 우리 집에
좀, 놀러 와요!
아기의 말에
눈사람 아저씨가
반가워 묻습니다.
―느네집 따듯하니?
―권영상(1953~ )
눈사람과 아기의 단 두 마디 대화에 따스함이 온몸에 살몃살몃 스민다. 아기는 눈사람 아저씨가 추위에 떨고 있는 게 안쓰럽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주저 없이 '우리 집에/ 좀, 놀러 와요' 초청한다. 눈사람 아저씨는 반갑다. '느네 집 따듯하니?' 현실에선 말도 안 되지만, 어린이 세계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때 묻지 않은 순진함이 마음을 데워준다. 유머러스한 짧은 동시가 '우리 집에 놀러 와요' 이 겨울 누군가를 초청하고 싶은 맘을 싹틔운다.
겨울은 이래서 좋다. 눈과 눈사람이 있어 좋다. 황량한 벌판을 적시는 눈발은 겨울 선물이다. 빈 겨울 마당은 눈사람이 채워준다. 눈사람은, 깨끗한 어린이가 깨끗한 눈으로 만든 깨끗한 사람이다. 눈사람처럼 깨끗한 사람은 어린이 가슴 속에 산다. 어린이들이 묻는다.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아저씨들, 먼저 눈사람 한번 만들어 보시지 않을래요?'
ⓒ 조선일보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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