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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의 시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있다...
2017년 03월 18일 22시 50분  조회:3416  추천:0  작성자: 죽림

올해는 윤동주 시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노래했던 시인이 써내려간 시는 반세기가 흘렀어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어려서부터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윤동주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1938년 연희전문학교 문과에 입학한다. 국내외 문인들의 작품을 탐독하던 그는 책을 읽다가 가슴이 답답해지면 해가 질 때까지 주변을 산책하며 시를 구상했다 한다. 우리에게 사랑받는 많은 시들이 그 시절에 지어졌다.

윤동주가 남긴 흔적들을 찾아 ‘윤동주 기념관’이 자리한 연세대학교 핀슨관을 방문했다.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윤동주 기념관’이 있는 핀슨관을 찾아가는 길은 어렵지 않았다. 현대식으로 지어진 건물을 지나 낮은 언덕을 오르자 돌로 지은 아담한 건물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래된 돌벽과 그 위를 덮고 있는 담쟁이 식물들을 보니 유서 깊은 건물들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핀슨관이었다.

윤동주의 연희전문학교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윤동주 기념관`ⓒ 최은주

윤동주의 연희전문학교 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윤동주 기념관`

핀슨관 2층에 있는 ‘윤동주 기념관’은 규모는 작지만 연희전문학교 시절 사진자료를 바탕으로 재현해 놓은 책상과 조그만 의자가 눈길을 끈다. 도스토옙스키 책이나 ‘실낙원’, ‘성경’ 등 문학청년 윤동주 시인이 읽었던 책들도 볼 수 있다.

연희전문 시절 윤동주와 후배 정병욱 사진(좌), 재현해 놓은 윤동주 시인의 책상(우) ⓒ최은주

연희전문 시절 윤동주와 후배 정병욱 사진(좌), 재현해 놓은 윤동주 시인의 책상(우)

벽에는 한글로 썼다 지웠다를 반복한 윤동주 시의 초고들이 전시돼 있다. 한글 사용이 금지된 시대에 우리 한글로 시 쓰기를 멈추지 않았던 시인의 단단한 마음이 엿보였다. 한글로 시를 지었기에 당했던 억압은 윤동주의 학적부 이름 위에 선명하게 그어진 빨간줄로 남아 있다.

옷에 잡힌 주름도 참기 힘들어 했던, 시가 쉽게 써지는 것조차 부끄러워했던 시인 윤동주는 일본 유학을 위해 일본식으로 이름을 바꾸고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 마음이 절절하게 전해져왔다.

한글로 시 짓기를 멈추지 않았던 윤동주의 초고(좌), 창씨개명 흔적이 남아 있는 윤동주의 학적부(우) ⓒ최은주

한글로 시 짓기를 멈추지 않았던 윤동주의 초고(좌), 창씨개명 흔적이 남아 있는 윤동주의 학적부(우)

핀슨관은 현재 일반 방문객에게는 2층 기념실만 개방하고 있어, 윤동주가 송몽규, 강처중과 함께 기숙사로 생활하며 시를 썼던 3층 다락방은 올라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머지않아 핀슨관 전체가 ‘윤동주 기념관’으로 개방될 예정이라 하니, 3층에서 윤동주가 사색하며 바라봤던 그 교정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윤동주 기념관 내부, 한쪽 벽면에 윤동주의 한글 시들이 전시돼 있다.ⓒ최은주

윤동주 기념관 내부, 한쪽 벽면에 윤동주의 한글 시들이 전시돼 있다.

핀슨관을 나서면서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기리며 ‘당신의 밤’이라는 노래를 만들었다는 가수 개코의 말이 떠올랐다. “용기 낼 수 있는 시대에 살면서 용기 내지 못하는 게 부끄럽다”고. 그는 노래 가사를 통해 “당신의 시처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길. 당신의 꿈처럼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수 있길”이라고 고백했다.

혼란스런 시대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이정표가 필요한 이 시대 청춘들에게 핀슨관 ‘윤동주 기념관’은 총과 맞서 시로 싸웠던 윤동주 시인을 기억하기 좋은 곳이다. 윤동주는 오래 전에 떠났지만 그의 시는 남아서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하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주고 있다. 3.1절 즈음에 찾아본 윤동주 기념관은 그래서 더욱 뜻 깊었다.

부암동 윤동주 시인의 언덕 ⓒ김송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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