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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시인, 20세기 중남미문학 대표자 - 보르헤스
2017년 05월 13일 00시 52분  조회:5032  추천:0  작성자: 죽림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파일:attachment/Borges.jpg

Jorge Luis Borges[1]
1899년 8월 24일 ~ 1986년 6월 14일 

20세기를 대표하는 중남미의 시인, 소설가

 

음악계의 베토벤과 함께 문학계의 대표적인 신체장애 극복 사례[2]
 

1. 개요2. 작품목록
2.1. 시집2.2. 단편 소설집2.3. 수필집2.4. 기타2.5. 대표 단편들

 

1. 개요[편집]

아르헨티나의 시인 겸 평론가 겸 수필가 겸 소설가. 20세기 세계 문학의 지배자. 포스트모더니즘의 창시자격인 인물이며, 특히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보르헤스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국어인 스페인어 외에도 영어라틴어프랑스어독일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했다고 한다. 움베르토 에코보다야 개수에서 딸리지만, 에코가 이 사람 빠돌이다. 에코 말고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대문호 파블로 네루다와 롤리타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등 온갖 쟁쟁한 작가들이 고개 숙이고 찬양하는 본좌. 1944년 <픽션들>, 1949년 <알레프>의 발매로 명성이 절정에 달했다.[3][4]

보르헤스의 가정 환경 상 스페인어보단 영어를 더 많이 접하게 되었고, 보르헤스 자신도 영어로 생각하고 스페인어로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로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익숙했다. 유년기와 젊은 시절을 스위스, 스페인, 마요르카 등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보냈고 1919년 스페인에서 최후주의 운동을 주도하다가 1921년 고향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돌아와 문예지 <프리즘>을 창간하면서 본격적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다. 1938년 머리를 심하게 다쳐 패혈증으로 거의 죽기 직전까지 갔는데 그 뒤 자신의 정신이 온전한지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고, 그 뒤부터 그것을 원동력으로 삼아 본격적으로 소설을 창작하기 시작한다.[5]

시인으로 시작해 기호학, 해체주의, 환상적 사실주의, 후기구조주의, 포스트모더니즘 등 20세기 문학사, 나아가 지성사의 키워드 대부분을 섭렵한 먼치킨. 굳이 이름붙이자면 환상소설에 가깝지만 보르헤스 소설의 기반은 어디까지나 환상적 사실주의. 20세기 모더니즘의 경직된 세계를 허물었다고 평가받는다.[6] 덕분에 인문학과 철학 쪽 문헌에서 자주 인용되는 편. 철학 교재로 써먹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환상문학 전반에 관심이 있어서, 프란츠 카프카에드거 앨런 포우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와 같은 탈모더니즘적인 문학에 깊은 소양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포우의 팬이라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투자하여 포우의 책을 스페인어로 번역했다.[7]

그의 단편소설은 다시 쓰기, 혹은 추리 소설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보르헤스는 착상을 한 아이디어를 그대로 서술하지 않고, 그 착상을 서술한 책이 있거나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거짓말을 한 후 그 사실과 책, 인물에 대해 평을 하는 식으로 적는다. 그 사실과 인물, 책을 추적해 가는 과정은 추리 소설의 모습을 어느 정도 닮아 있다. 그리고 서술이 핵심에 닿을 때쯤이면 어김없이 문장을 끝내 문장과 서술, 상상의 갈증을 표현한다. 이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보르헤스의 작품들을 처음 읽었을 때 마치 경이로운 현관에 서 있는 것 같았는데 둘러보니 집이 없었다"고 평했다.

또한 평생 동안 단편소설만을 선호했는데, 단편으로 끝낼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장편으로 적어내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종이 낭비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만의 철학이 담겨있는 이야기. 보르헤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어의 풍부함보단 빈곤함을 추종하라고 말해왔다. 여담으로 본인 왈 짧은 단편은 머릿속에서 퇴고할 수 있으니 편했다고.... 몰라 뭐야 그거 무서워... 그래서 기본적으로 보르헤스 책들은 1~200 페이지로 얇은 편이다. 짧다곤 했지 쉽다곤 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도서관에 틀어박혀 지냈고 거의 평생 동안 도서관 사서로 일하며 책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책벌레. 하도 책을 읽어댄 탓에 30대 후반부터 결국 그 때문에 시력을 서서히 잃기 시작해서[8][9] 말년에는 완벽하게 시력을 잃고 말았다. 시력을 잃은 뒤에도 어머니나 비서, 친구들에게 대필을 부탁하기까지 하면서 집필활동을 계속했다. 이 책덕심은 결국 시력을 잃은 지 오래인 55세에 아르헨티나 국립도서관장 자리를 얻게 되면서 보답받게 된다. 불교나 하이쿠 등 동양 문화에 깊이 심취해 불교 강의서를 직접 저술하기도 했다. 실제로 보르헤스 작품을 보다 보면 불교와 관련된 키워드가 상당히 많이 튀어나온다.

한국에서는 1999년 민음사에서 전집을 발매했다. (에세이나 시집은 없고[10] 전부 소설집) 여기저기서 보르헤스 책을 번역했지만 정식 번역본으로 인정받는 것은 이쪽. 그런데 이 번역본이 상당히 읽기가 난해하다는 문제가 있다. 안 그래도 현학적인 문체로 영어권에서도 혀를 내두르는 사람이 수두룩한 작가인데 하필 번역자가 문학평론가 출신 (…) 이 분의 더욱 현학적인 번역 탓에 가끔 GG치는 사람도 생긴다고. 그런 점에서 고증이 잘 된 번역일수도 후에 <픽션들>과 <알레프>가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의 일부로서 출간되었다. 번역자는 송병선.

한편 인종차별 발언을 곧잘 했다. 인종차별적 성향이 있었던 듯.... 진보와 문명을 앞세워 원주민 학살에 앞장서 온 남아메리카 자유주의 지식인 집단이 역사에서 이어온 흐름을 생각한다면 사실 의외일 거 하나도 없다. 보르헤스는 원주민 학살을 "문명화"라고 부르면서 옹호하였다.참고 페이지 그래서인지 평론가 호세 미구엘 에르난데스는 "그의 문학은 존경받을 가치가 있지만 그의 원주민 문제발언은 나치가 하는 헛소리처럼 무시할 가치만 있다"라고 쓴 소릴 했다. 사실 에르난데스 같은 경우가 되려 당시, 아니 지금도 남미에서 소수층이라고 할 수 있겠다.[11] 우루과이의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보르헤스를 세계의 불의는 이야기해도 자기 나라 불의는 이야기 안 하는 사람이라고 깠다.">[12]

인종차별적 발언 뿐만 아니라 위의 피노체트 건만 해도 그렇고, 이 당시 스페인과 중남미 문학계가 전반적으로 스페인 내전의 참화를 겪고, 냉전 치하 미국의 지원을 받는 우익 군사 독재자들 아래에서 고생하던 시기라 좌경화가 강성했던 시절에 혼자 우파적 행보를 걸어서 정치적으로 욕을 많이 먹었다. 일단 본인 나름대로는 나치스와 파시즘에 대한 반대를 분명히 했고, 위의 인종차별적 발언과는 별개로 독일의 영향을 받은 아르헨티나 내의 반유태주의도 강력하게 비판했으며, 처음에는 후안 페론의 포퓰리스트 정권이나 훗날의 군사 독재 정권도 옹호했으나, 조만간 둘 다 글러먹은 권위주의적 정권이라고 지지를 철회한, 일종의 귀족적 성향과 뚜렷한 원칙을 가진 우파의 모두까기 인형이다.

그런데 이런 소위 말하는 귀족적 인생관 위에 형성 된 독고다이식 우파적 자유주의와, 여기서 비롯 된 양비론적인 태도가 당장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처형, 미겔 에르난데즈의 옥사를 보고 자라 파블로 네루다의 독살을 보며[13] 늙은, 20세기 대서양 양쪽을 할퀴어 놓은 이념 대립의 용광로 복판에 있었던 히스패닉 문학계 내에서 옹호 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런 정치관의 차이 때문에 평생 연인 관계였던 여류 번역가이자 문필가 에스텔라 칸토와의 관계도 결국 이어지지 못했다. 보르헤스가 마르크스주의의 철학적 토대를 깔고 있는 기계적 세계관이 인간의 자유와 의지가 아닌 국가의 통제를 숭상하는 공산주의의 폭압성을 낳는다고 반공주의적인 태도를 평생 견지한 반면 칸토는 열성적인 공산주의자였기 때문. 

여담으로 장미의 이름에 등장하는 호르헤 수도사가 바로 보르헤스를 모델로 한 것이다. 장님이며 도서관을 관리한다는 점. 호르헤가 있는 도서관 역시 보르헤스의 소설 <바벨의 도서관>에 나오는 도서관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하고 있다는 것도 보르헤스가 환상을 추리소설의 형식을 빌려 전개한 것에 대한 오마쥬. 그리고 호르헤 수도사가 자기확신에 가득찬 광신도로 나오는 것은 보르헤스의 인종차별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지만 정작 에코는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 악역으로 등장한 건 단지 훌륭한 악역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은 오마쥬라고 생각했기 때문.

친구인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와 함께 이시드로 파로디란 탐정을 창조하기도 했다. 

<이시드로 파로디의 여섯 가지 사건>은 당시 문학의 보수적인 문체를 비판하는 풍조를 취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2. 작품목록[편집]

2.1. 시집[편집]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Fervor de Buenos Aires, 1923)
앞의 달(Luna de enfrente, 1924)
산 마르틴 노트(Cauderno San Martin, 1929)
시선집(Poemas, 1943)
시선집(Poemas, 1958)
시선집(Obras poeticas, 1964)
여섯 개의 현(밀롱가곡)을 위하여(Para las seis cuerdas(milongas), 1965)
타자, 그 자신(El otro, el mismo, 1969)
심오한 장미(La rosa profunda, 1975)
동전(La moneda de bierro, 1976)
암호(La cifra, 1981)
음모자들(Los conjurados, 1985)

2.2. 단편 소설집[편집]

불한당들의 세계사(Historia universal de la infamia, 1935)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El jardin de senderos que se bifurcan, 1941)[14]
이시드로 파로디를 위한 여섯가지 문제(Seis problems para don Isidro Parodi, 1942 공저 Adolfo Bioy Casares)
픽션들(Ficciones, 1944)
알렙(El Aleph, 1949) 
브로디의 보고(El informe de Brodie, 1970)
칼잡이들의 이야기(El informe de Brodie, 1970) 
셰익스피어의 기억(Veinticinco de Agosto de 1983 y otros cuentos, 1983)

2.3. 수필집[편집]

심문(Inquisiciones, 1925)
내 기다림의 크기(El tamano de mi esperanza, 1926)
아르헨티나인들의 언어(El idioma de los argentinos, 1928)
에바리스토 카리에고(Evaristo Carriego, 1930)
토론(Discusion, 1932)
영원의 역사(Historia de la eternidad, 1936)
시간에 대한 새로운 반박(Nueva refutacion del tiempo, 1947)
또 다른 심문(Otras Inquisiciones, 1952)[15]
단테적인 아홉개의 에세이들(Nueve ensayos dantescos, 1982)

2.4. 기타[편집]

상상동물 이야기(El libro de los seres imaginarios, 1967)
보르헤스 강연집(Borges oral, 1979)
7일 밤(Siete Noches, 1980)

2.5. 대표 단편들[편집]

바벨의 도서관
알레프
 

[1] 본명은 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Jorge Francisco Isidoro Luis Borges)다.[2] 단 유명한 장님 문학인으로서 처음은 아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에 따르면 일리아스의 호메로스실낙원으로 유명한 존 밀턴 역시 맹인이다.[3] 노벨문학상은 탄 적이 없지만, 스페인어 문화권에서 노벨상격이라고 일컫는 세르반테스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가 노벨상을 타지 못한 것은 그의 정치적인 성향이 문제시 됐기 때문이다. 얄짤없이 사악한 독재자인 피노체트를 찬양한다든지. 그런데 백년의 고독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말에 따르면 찬양을 빙자한 빈정거림이 분명했는데 서구인들에게 잘못 받아들여진 거라고 한다.[4] 1983년 거의 마지막 기회처럼 여겨지던 노벨 문학상이 윌리엄 골딩(파리 대왕의 작가)에게 돌아가자 빡친 위원들이 탈퇴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보르헤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한 것은 '보르헤스의 수치'가 아니라 '노벨문학상의 수치'다." 라는 말도 하였다.[5] 남부(El Sur)라는 단편이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듯 하다.[6] 환상적 사실주의의 한 예로 거의 모든 작품에 하나 둘씩은 꼭 들어가는 가짜 주석들.[7] 러브크래프트에게 헌정한 소설도 있다. 이 경우, 상당히 비슷한 방식으로 써내려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이다. 하지만 이것은 보르헤스가 러브크래프트의 문체를 짜증스럽게 생각해서 비꼬려는 의도로 흉내 낸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8] 독서가 시력 약화에 한몫한건 사실이지만 정확한 이유는 유전 때문이다. 부계 쪽 혈통이 문제. 보르헤스의 아버지는 보르헤스가 벽안(어머니가 벽안이다)인 것을 보고 뛸 듯이 기뻐했으나, 보르헤스가 성장하면서 벽안에서 갈색 눈으로 바뀌는 걸 보고 운명을 직감했다고.[9] 이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가 어느 정도 사실인게, 보르헤스가 도서관에서 알바(?) 비슷한 걸 뛸 때 왕따를 당하는 걸 감수하고라도 지하 책창고에 숨어들어서 작은 불빛에 책을 읽으며 눈을 혹사했다. 이 시절 시력 감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10] 대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가 민음사 해외 시집선을 통해 발매되었다.[11] 실제로 중남미에서 "히스패닉" 분류를 완전히 제외하고 인구조사를 할 경우, 절반이 스스로를 백인이라 보고하고 나머지 절반 대다수가 스스로를 흑인이라고 보고하며, 자신을 원주민으로 생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물론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원주민 혈통을 짙게 가지고 있을 것임에도 이토록 중남미에서 원주민에 대해 갖는 선입견은 심각한 수준이다. 간혹 페루 같은 예외가 있기는 하나 이는 페루 공화국의 구성원들이 과거 잉카 제국의 지배계급이었기 때문이다.[12]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놀라운 섬세함과 날카로운 이지로 "수치의 세계 역사"를 말한다. 그러나 그의 나라의 수치에 대해서는 묻지조차 않는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불의 기억』. 박병규 역. 도서출판 따님, 2005. P.152-153>[13] 정식 사인은 암으로 인한 심정지이다. 그러나 독살 가능성이 인정된 바가 있다.[14] Ficciones 中 1부[15] 만리장성과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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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시간과 물결의 강을 주시하며

시간이 또 다른 강임을 상기하는 것,

우리들도 강처럼 스러지리라는 것과

얼굴들이 물결처럼 스쳐감을 깨닫는 것.

 

불면은 꿈꾸지 않기를 꿈꾸는

또다른 꿈임을

우리네 육신이 저어하는 죽음은

꿈이라 칭하는 매일 밤의 죽음임을 체득하는 것.

 

중생의 나날과 세월의 표상을

모년 혹은 모일에서 통찰해 내는 것,

세월의 전횡을

음악, 속삭임, 상징으로 바꾸는 것.

 

죽음에서 꿈을 보는 것,

낙조에서 서글픈 황금을 보는 것,

가련한 불멸의 시는 그러한 것,

시는 회귀하느니, 여명과 일몰처럼.

 

이따금 오후에 한 얼굴이

거울 깊숙이 우리를 응시하네.

예술은 우리 얼굴을

비추는 거울이어야 하네.


경이에 지친 율리시즈는

멀리 겸허한 초록의 이타케가 보였을 때

애정으로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

예술은 경이가 아니라 초록의 영원인 그 이타케.

 

예술은 또한, 나고 드는

끊임없는 강물과도 같은 것.

끊임없는 강물처럼, 본인이자 타인인

유전(流轉)하는 헤라클라이토스 자신의 거울과도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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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시학」감상 / 이원(시인)

  드라마를 보고  있었어요. 사랑의 간절함이 939살 불멸을 중지하게 한다는 판타지는 익숙한 것이지만, “나도 사랑한다 그것까지 이미 하였다”, “비로 올게 첫눈으로 올게”, 이 말을 하는 얼굴은 응시하게 되지요.

  모든 생을 기억하는 눈에는 심연의 슬픔과 당장의 햇빛이 동시에 담기지요. 그래서 비스듬히 보고 있다가도 시적인 순간을 경험하게 되지요.

  남미 문학의 거장 보르헤스는 소설로 더 많이 회자되지만 시로 출발하였어요. “우주(다른 사람들은 ‘도서관’이라고 부르는)는 부정수 혹은 무한수로 된 육각형 진열실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그의 문장. 수수께끼를 내는 자라고 불렸다는, 그리스의 시적인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말. 거울과 강물. 회귀와 유전(流轉). 흐르는 물은 늘 다르지요. 동시에 같은 물이기도 하지요. 어디에 찍느냐, 문제는 방점이지요.

  응시하는 얼굴은 비추는 얼굴이에요. 여명과 일몰은 대립적 시간이며 대립적 시간이 아니지요. 경이와 초록 중 시는 초록에 방점이 있지요. 전면적 포용이거나 초월이 된다면 거울은 텅 비게 되지요. 꿈과 죽음의 대면이 매일매일이 키우는, 초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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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일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 보르헤스

내가 만일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이제까지처럼 그렇게 너무 완벽하게만 살려고노력하지 않고
좀 더 실수도 많이 하고 마음 푹 놓고 한껏 늘어져 쉬기도 하며
이제까지 보다 더 바보가 되어
어떤 큰 일이 생겨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련다.

내가 다시 인생을 거듭 살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덜 깔끔하게 굴고, 더 많은 모험을 하고, 더 많은 여행을 하며
날 저물 때까지 더 많은 명상을 하고
더 많은 산엘 오르고 더 많은 강에서 수영을 하련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고
더 적은 납작콩을 먹고 더 많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허상의 문제는 제쳐 놓고 더 많은 실상의 문제를 생각하련다.

나는 평생을 너무 신중하고 유익하게만 살려고 애쓴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그렇다고 즐거운 때가 아주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
하지만 이제 다시 살 수만 있다면 전적으로 행복한 순간 순간만을 위해 살련다.
나는 어디로 여행을 가든 체온기와 온수 주머니와 우산과 낙하산을
꼭 가지고야 떠나는 그런 종류의 사람이었지만
이제 다시 살 수 있다면 좀 더 가벼운 차림으로 유유자적 떠나리라

이제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른 봄에 시작해서 늦가을까지 맨발로 뛰어다니고
내 집 근처 골목길을 더 많이 맴돌고
더 많은 새벽을 명상 속에서 맞이하고
더 많은 아이들과 뛰어 놀련다.

인생을 다시 한번 살 수 있다면….
그러나 나는 벌써 85세,
이제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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