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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년세계] - 제기야, 어서 빨리 놀자...
2017년 06월 09일 23시 59분  조회:3987  추천:0  작성자: 죽림
 

 


 
제기차기 시합하는 동네 꼬맹이들
 
 
1970년대 중반 동네 공터에는
공놀이,제기차기하는 동네 꼬맹이들이 많았었지...
요즘처럼 컴퓨터. 스마트폰 게임은 없었고
늘 개구장이들끼리 몰려 다니며 별놀음 다 했었는데...
///////////////////////////////////////////////

제기차기,
민속놀이 속에 숨겨진 하체단련법/

 / 한겨레신문 이길우 기자  

 

 

 

 

 

한민족의 민속놀이 중에 제기차기가 있다. 놀이의 형태로 전해지고 있지만 제기차기는 오금과 허리의 힘을 강화시켜주는 매우 훌륭한 무예 수련법이기도 하다. 제기차기에는 발차기에 필요한 주요 움직임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그것만 반복하여도 발질 기능을 향상, 유지할 수 있다.

유독 한국 사람들은 발차기를 잘하고 좋아하는 듯하다. 서울의 ‘택견’, 경상도와 황해도의 ‘까기’, 제주도의 ‘발찰락’, 평양의 ‘날파름’ 등을 볼 때 발차는 문화는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퍼져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발질의 전통 때문일까. 외래 무술이 한국에 들어오면 발차기가 강조되거나, 원래 없던 발차기가 가미되는 경우가 많다. 태권도 원로이신 고 박철희 선생은 생전에 회고하시기를, "두발낭상(먼저 한 무릎을 들어올리며 도약한 다음 공중에서 발을 교차하면서 강하게 올려 차는 동작)과 같은 발질은 도장에서 배운 것이 아니다. 동네에서 처마 밑 고드름을 차다가 자연스럽게 익혔다"고 하였다. 1983년 중요무형문화재 제 76호로 지정되고,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택견도 무술 문파의 개념이라기 보다는 우리네 삶 속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던 발 잘 차는 문화가 구체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올림픽 공식종목인 태권도 또한 이러한 문화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제기차기 3.png

 

근육의 주된 기능은 수축과 이완을 통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인데,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힘을 견딜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기능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기차기는 두 다리가 서로 만나는 힘의 중핵인 하단전과 골반을 둘러싼 심부 근육을 단련하는 좋은 방법이다. 아마도 사람의 발로 할 수 있는 가장 고도화된 움직임은 발차기일 것이다. 그러나 심부근육에 걸리는 부하의 측면에서 본다면 제기차기가 좀 더 우세하다고 볼 수 있다. 발차기는 마치 공 던지기와 같이 힘의 경유지를 통과하여 바깥쪽을 향해 힘을 발출하게 되지만, 제기차기는 발을 중심부로 꽉 끌어안는 모양새로 힘이 하단전에 옹골지게 집중된다.

 

무예의 힘쓰기는 하반신 자세의 정확성에서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양발의 적절한 위치선정과 그것을 전달하는 무릎과 다리의 협업, 그리고 그 전달된 힘을 머금고 있다가 상체로 넘겨주는 하단전의 은밀한 역할. 이 일련의 과정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졌을 때 위력이 발휘된다. 그런 의미에서 제기차기는 발질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무술적 움직임을 향상시킬 수 있는 핵심 운동이라고 하겠다.

 

 

 

이제 동작으로 들어가 보자. 두 발을 어깨 너비로 벌려 선다. 양손으로 바지춤을 가볍게 잡고 제기를 차듯 발을 교대로 들어올린다. 동시에 버티는 다리의 무릎을 굽혀 오금질한다. 이 때 올리는 발이 반대편 다리 허벅지 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몸의 중심선 상에 놓는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발 뿐만 아니라 무릎 쪽에도 의식을 두면서 다리를 끌어안듯이 올려재야 한다. 똑바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양 허벅지 사이의 각도를 충분히 넓히고 제기를 차는 순간 등허리를 둥글게 만든다. 어찌보면 엉거주춤하게 보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입체적 S곡선-태극이 형성될 때 아랫배 속힘을 쓸 수 있는 자세가 만들어진다.

 

제기차기 1.jpg

 

 

제기차기 동작의 주안점은 올리는 다리가 아니라 버티는 다리의 오금질이다. 무릎을 굽히며 발바닥으로 땅을 꾸욱 밟는데, 마치 밟는 힘의 반작용으로 다리가 저절로 올라오는 느낌으로 한다. 단순히 한 쪽 발을 제깍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두 다리의 상호작용에 집중하면서 동작을 수행한다.

 

다리의 움직임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으면 조금 더 복합적인 동작인 ‘손발치기’로 나아가보자. 마찬가지로 발을 벌려 선 다음 두 손을 앞으로 뻗어 손등이 하늘을 향하도록 한다. 같은 요령으로 제기차기를 하는데 올라오는 발의 반대쪽 손으로 발 안쪽을 마주대고, 다른쪽 손은 손목을 구부려 몸의 중심선을 따라 위로 들어올린다. 손등으로 들어 올린 팔에는 거의 힘이 들어가지 않아 허(虛)의 상태가 되는데 하지만 이것 역시 분명한 힘의 한 극으로서 몸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손발이 마주치는 순간 두 다리와 두 팔의 복합적인 S곡선이 형성됨을 볼 수 있다. 바지춤을 잡고 다리로만 제기차기를 할 때에는 하체 단련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면, 손발치기는 손과 발의 조화 즉 수족상응(手足相應)을 이루는 것이다. 이렇게 각 신체기관의 협응이 중시되는 동작에서는 심안(心眼)으로 내 몸을 들여다보는 수행을 겸할 수 있다. 지금 움직이고 있는 나의 몸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져서 그것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듯 마음의 눈으로 몸 곳곳을 두루두루 살피는 것이다.

 

제기차기 2.jpg

    

지리적 환경과 체질에 적합한 생활양식이 고안되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호응을 얻게 되면 그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게 된다. 생활문화 또한 생물학적 유전자와 마찬가지로 진화적 선택의 원리를 적용 받는다. 즉 어떤 문화와 양식이 일정 기간 지속되었다면 나름의 설득력이 있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우리가 전통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는 것은, 출발점에 서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자 할 때 결국 과거 어느 시점에 겪었던 과정을 비슷하게 반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인적 드문 산을 오르면서 예전에 누군가가 발걸음으로 다져놓은 숨은 길을 발견했을 때, 거기서 오는 어떤 반가움이 있다. 시간을 초월한 만남. 전통의 씨앗에서 오늘 우리를 위한 꽃을 피우고 다시 그 열매는 다음 세대가 출발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전통을 재해석하고 그로부터 앞으로 나아갈 힘을 모색하는 이유다.

 

///글 사진 육장근/전통무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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