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시와 산문은 다르다...
2017년 08월 17일 02시 09분  조회:2284  추천:0  작성자: 죽림

시와 산문은 어떻게 다른가 


형식적인 면으로 보면 산문은 긴 줄글로 되어 있고 운문은 짧고 리듬이 있으며 행과 연을 나눕니다. 담는 내용에 있어서도 산문이 일관된 흐름을 갖춘 이야기 구조를 가진다면 운문은 주관적인 감정을 드러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서사와 서정의 차이라고 합니다. 

물론 운문에도 서사적인 요소를 도입할 수 있고 산문에도 서정적인 문체를 구사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시 소설이 문학의 양대 산맥으로 정착한 오늘날에는 시는 서정적인 특성을, 소설은 서사적인 특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쪽으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습작기에는 이런 시와 산문의 차이를 정확히 인식하여 자신의 감성이 어느 장르에 적합한지를 빨리 간파하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들, 시는 춤에, 산문은 도보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도보는 일정한 보폭으로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한 결음씩 나아가는 것이지만 춤은 아무런 형식의 구애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느리고 빠르기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심하며 공중을 향해 훌쩍 솟구치기도 하고 쓰러지며 뒹굴기도 합니다. 춤은 일정한 방향을 염두에 두지 않으므로 제자리걸음이나 뒷걸음질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춤과 도보의 차이점을 시와 산문에 대입하여 생각해 보면 어렴풋이나마 그 특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형식적인 차이는 시 정신과 산문 정신의 차이에서 나오는 결과들입니다. 시 정신이 주관적인 진실을 추구한다면 산문 정신은 객관적인 진실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주관적인 진실은 말 그대로 자기 자신에게만 진실인 것이고 객관적인 진실은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진실입니다. ‘만년필 속에 잉크가 들어 있다’고 쓰면 객관적인 진실을 드러낸 것이지만 ‘만년필 속에 옛사랑의 추억이 있다’고 쓰면 주관적인 진실을 드러낸 것이 됩니다. 만년필에서 옛사랑의 추억을 읽는 것은 자신만의 비밀스러운 인식이 발동한 것이므로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인식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서사적인 바탕이 없이 서정적인 요소를 무리하게 도입한 산문은 생경하고 황당한 서술이 되고 마는 것이며, 반대로 서정적인 바탕이 없이 서사적인 요소를 도입한 시는 감칠 맛이 전혀 없는 상식 수준의 뻔한 이야기가 되고 마는 것입니다. 아무리 행과 연을 나누어 형식을 갖추어도 이것은 시가 될 수 없습니다. 시 정신과 산문 정신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가지지 못한 예를 초보자들의 작품에서 흔히 발견합니다. 

저는 이것을 나무와 꽃에 비유하고 싶습니다. 한 그루의 나무가 뿌리에서 몸통이 자라고 거기서 가지와 잎이 뻗어 가는데 여기까지는 나무 본연의 모습과 색깔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누가 보아도 뿌리와 몸통과 가지와 잎이 하나의 계통으로 일관된 연관성을 갖고 뻗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그 나무가 가끔 피워 내는 꽃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 나무에서 어떻게 저런 꽃이 피워났을까 싶을 정도로 형태와 색깔과 질감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빨강 노랑 하양의 색색으로 보드랍기 그지없는 꽃망울을 터트립니다. 앞의 과정이 산문의 세계라면 뒤의 과정이 시의 세계일 것입니다. 



시의 언어를 찾아 



흔히 시를 언어 예술이라고 합니다. 시적인 체험과 느낌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니까요. 최근에는 실험적인 시의 한 양상으로 사진 그림 악보 등이 시의 한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문자가 주가 된 상황을 보조하는 차원이지 그 차제가 주 표현방식이 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시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 갈지 모르지만 언어를 주 표현수단으로 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과 사상을 제한된 언어를 통해 표현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색깔이나 소리도 없고 움직임이나 형상도 없는 말들을 조합해서 이 세계의 복잡다단한 결들을 드러내는 일은 너무 막연하고 난감하게만 느껴집니다. 초보자들이 시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춤과 노래와 그림처럼 언어에도 희로애락이 있고 색깔과 소리, 형상과 움직임이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시 한 편을 읽고 환희와 격정과 비애를 느끼며 어떤 소리와 색채와 움직임을 감지합니다. 때로는 색채와 소리로 형상화된 예술보다 더 큰 진폭으로 그런 것들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 더 나아가 우리의 모든 감각을 총체적으로 건드려 주는데 시가 효과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합니다. 

인간의 모든 감각을 언어를 통해 총체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은 시의 장점이며 매력이겠지만 처음 시를 쓰려는 분들에게는 대단한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시어를 캐내고 다듬는 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언어가 곧 시의 재료인 만큼 멋진 말들을 많이 알고 있는 것이 시 쓰기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더러는 국어사전이나 남의 작품 속에 있는 좋은 말들을 밑줄을 쳐가며 외우는 분들도 보았습니다. 

그러나 말만 번드레한 사람이 남에게 오히려 거부감을 주는 것처럼 자신의 진심이 실리지 않은 언어는 남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문학에서의 언어는 곧 자신의 세계관입니다. 그래서 저는 자신이 가진 현재의 언어 밑천만을 가지고 시 쓰기를 시도하라고 권합니다. 시 쓰는 데는 많은 말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여러 분 속에 녹아 있는 언어만을 가지고도 충분히 시 쓰기가 가능합니다. 

개인이 가진 언어군은 그 사람이 나고 자란 환경, 접촉한 사람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전라도에서 자란 사람과 경상도에서 자란 사람, 산골이나 바닷가에서 자란 사람과 도시에서 자란 사람의 언어군은 분명히 다릅니다. 이렇게 어떤 상황에 반응하고 갈등하면서 형성된 것이 그 사람의 언어 습관입니다. 이것은 의도적으로 학습된 것이 아닌 오랜 시간 서서히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축적된 것들입니다. 

그 언어들만 가지고도 일상 생활의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듯이 시를 쓰는데도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시를 쓰는데 사용되는 별도의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와같이 자신의 몸 속에 육화된 언어야말로 남이 흉내낼 수 없는 자신만의 개성적인 언어이며 자신의 세계관을 드러내는 가장 적절한 시의 언어인 것입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570 사투리는 향토인의 살과 피이자 호흡이다... 2022-06-08 0 2045
1569 나는 어떻게 조선족이 되었나 / 남영전 2021-12-20 0 1698
1568 [문단소식]- 훈춘 김동진시인 "풍경소리" 울리다... 2021-09-07 0 1701
1567 [시공부사전] - 담시(譚詩)? 2021-05-29 0 2026
1566 하이퍼시 명언 21 / 최흔 2021-05-25 0 1933
1565 하이퍼시 명언 20 / 최흔 2021-05-25 0 1928
1564 하이퍼시 명언 19 / 최흔 2021-05-25 0 1834
1563 하이퍼시 명언 18 / 최흔 2021-05-25 0 1875
1562 하이퍼시 명언 17 / 최흔 2021-05-25 0 1802
1561 하이퍼시 명언 16 / 최흔 2021-05-25 0 1847
1560 하이퍼시 명언 15 / 최흔 2021-05-25 0 1893
1559 하이퍼시 명언 14 / 최흔 2021-05-25 0 1739
1558 하이퍼시 명언 13 / 최흔 2021-05-25 0 1932
1557 하이퍼시 명언 12 / 최흔 2021-05-25 0 1931
1556 하이퍼시 명언 11 / 최흔 2021-05-25 0 1891
1555 하이퍼시 명언 10 / 최흔 2021-05-25 0 1900
1554 하이퍼시 명언 9 / 최흔 2021-05-25 0 2010
1553 하이퍼시 명언 8 / 최흔 2021-05-25 0 1829
1552 하이퍼시 명언 7 / 최흔 2021-05-25 0 1709
1551 하이퍼시 명언 6 / 최흔 2021-05-25 0 1913
1550 하이퍼시 명언 5 / 최흔 2021-05-25 0 1849
1549 하이퍼시 명언 4 / 최흔 2021-05-25 0 1849
1548 하이퍼시 명언 3 / 최흔 2021-05-25 0 1910
1547 하이퍼시 명언 2 / 최흔 2021-05-25 0 1970
1546 하이퍼시 명언 1 / 최흔 2021-05-25 0 1880
1545 토템시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김룡운 2021-05-24 0 1802
1544 토템과 민족문화 / 현춘산 2021-05-24 0 1704
1543 남영전 토템시의 상징이미지/ 현춘산 2021-05-24 0 2056
154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시인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0 0 2132
1541 시인 최기자/ 소설가 허련순 2021-05-03 0 1910
1540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6 2021-03-02 0 1964
1539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5 2021-03-02 0 2087
1538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4 2021-03-02 0 1849
1537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3 2021-03-02 0 2231
1536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2 2021-03-02 0 2153
1535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1 2021-02-19 0 2242
1534 [시공부] - 투르게네프 산문시 2021-01-18 0 2405
1533 [시공부] - 김기림 시인 2021-01-18 0 2751
1532 [타산지석] - 늘 "이기리"... 꼭 "이기리"... 2020-12-28 0 2624
1531 토템시/ 범= 남영전, 해설= 현춘산(8) 2020-10-10 0 2510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