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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에서도 이미지의 무게가 손에 잡히는 느낌을 주어야...
2017년 10월 20일 22시 14분  조회:2597  추천:0  작성자: 죽림

유명 화가의 미술 작품들 (13) : 쿠르베 Gustave Courbet (1819~1877)

 

초자연적(超自然的) 즐거움을 자신감(自信感) 넘치게...

 

 

검은 개를 데리고 있는 쿠르베

 

1842년에 제작해서 44년의 살롱에 첫 출품, 입선한 쿠르베의 23세 때 작품이다. 고향인 쥐라 산중의 봉누보 골짜기에 있는 프레질 퐁테뉴 동굴 앞에서 스패니얼 종의 개를 데리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쿠르베의 자화상이다. 그 주제에 있어서나 묘법에 있어 쿠르베의 제반 특성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어 그의 예술이 이미 청년 시대에 든든히 형성되어 있음을 엿보여 준다. 화면은 인물의 얼굴을 향한 삼각형의 구도 속에 인물과 개가 자리잡고 배경은 암벽과 하늘로 처리하였다. 검은 인물의 옷과 개의 모습이 밝은 색조의 암벽과 원경(遠景)에 대조를 이루면서 한층 안정감을 주고 있다.

 

 

 

 

줄리엣 쿠르베의 초상

 

1844년에 제작, 이듬해인 45년 살롱에 출품했으나 낙선된 작품이다. 모델인 줄리엣은 쿠르베의 세 누이동생 중 막내로, 그녀는 오빠를 누구보다도 존경했는데 쿠르베의 사후에는 그의 불명예에 대한 일체의 자료를 소각할 정도로 세심한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1844 년이라면 쿠르베는 음영이 짙은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던 시기인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요소를 발견할 수 없다.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화면을 지배하고 있다. 달걀형의 얼굴과 꼭 다문 입, 그리고 맑은 눈이 총명 한 여인의 이미지를 한결 부각시키는데, 사각형의 칼라와 둥근 등의자의 선, 여기에 어울리는 배경의 커튼과 카네이션의 선이 한결 장식적인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해먹

 

1845년 살롱에서 낙선한 작품으로 원제는 <처녀의 꿈> 이었다. 달아맨 해먹에 누워 잠자고 있는 부르주아 소녀를 그린 것으로, 소녀의 포즈는 S자 형으로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다. 극히 일상적인 모티브이면서 소녀의 모습에선 어딘가 모르게 신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과 비슷한 고전적인 취미를 보여준다. 숲과 인물이 자아 내는 신비로운 분위기가 현실의 실감을 벗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한 연 인들>에서 보이는 젊은 날의 쿠르베의 정감이 여기서도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다.

 

 

 

 

그레고와르 아주머니

 

1848년에서 54년에 걸쳐, 쿠르베를 중심으로 한 일군의 리얼리스트들이 파리 오토피유가(街) 비어홀 앙드레르에 매일 저녁 모여들어 토론을 벌였다. 그레고와르 아주머니는 이 비어홀 카운터에 언제나 앉아 있던 집주인으로 이들 리얼리스트들과는 굉장히 친숙해 있었다. 화가의 눈도 그런 친숙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쿠르베는 다른 일련의 초상화에서와 같이, 여기서도 대상에 육박해 들어가는 밀도 있는 객관성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을 뿐이다. 육중한 그녀의 몸매와 두 팔을 약간 벌려 제스처를 쓰고 있는 표정은 딱딱한 대리석 카운터와 그 위에 놓인 검은 장부책과 어울려, 보는 이로 하여금 당당함을 느끼게 한다.

 

 

 

 

 

보들레르 초상

 

쿠르베가 시인 보들레르를 만난 것은 1846년경이니까 이 작품은 그로부터 2년 후에 제작된 것으로, 사상적으로나 생활에 있어 두 사람이 가장 밀착되어 있을 때의 것이기도 하다. '2월 혁명'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전위적 예술의 모험을 거듭하던 '악의 꽃'의 시인 보들레르의 젊은 날의 초상이기도 하다. 이 무렵 보들레르는 일정한 숙소가 없이 떠돌아 다녔는데, 쿠르베의 화실도 많이 이용했을 것으로 보이며, 그런 어느 날의 모습을 붙잡은 것일 것이다. 인물이나 기물이 침착한 톤으로 처리되고 있으면서 동시에 양감(量感)에 넘친 표현을 보여주는 등 쿠르베의 당당한 리얼리즘의 방향이 뚜렷하게 나타나 있다.

 

 

 

베를리오즈의 초상

 

쿠르베는 자화상 이외 주변의 사람들을 모델로 한 여러 장의 초상화를 남기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보들레르나 프루동과 같은 시인이나 철학자의 모습도 보인다. 쿠르베의 교우의 범위를 알 수 있게 한다. <베를 리오즈의 초상>도 그 하나이다. 대개의 초상화들이 자화상만큼 진지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예컨대 벤츄리의 지적도 그 중 하나이다. '쿠르베의 자화상은, 특히 나르시시즘 때문에 때때로 걸작이 된다. 여기에 비해 타인의 초상화를 그릴 때는 모델에 대한 열의가 상당히 빈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예외적일 정도로 치밀한 주의력을 구사하고 있다. 자화상보다 더욱 전통적인 수법에 의존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마을 처녀들

 

 

 

멱 감는 여인들

 

1853년 살롱에 출품된, 쿠르베의 최초의 누드화로 물의를 일으켰던 작품이기도 하다. 루벤스를 연상시키는 풍만한 육체의 여인은, 아름다운 인체를 통해서 정신 적인 이상을 표현한다는 이상주의적 누드와는 거리가 먼 강인한 육체의 힘을 엿보여 준다. 등을 보이고 있는 누드의 여인이 막 물에서 올라오고 있으며, 하녀인 듯한 오른쪽 숲에 앉아 있는 여인이 무언가 말을 받으면서 차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누드의 여인이든 오른손과, 아래 쪽 여인의 손의 표정이 돋보이는데, 현실적인 누드의 여인에 비해, 아래 쪽 여인의 포즈는 다분히 신화화에서 엿볼 수 있는 극적인 동작을 취하고 있다.

 

 

 

 

보리를 까부르는 여인들

 

한 여인은 열심히 보리를 까불고 있고, 또 한 여인은 일일이 손으로 낱알을 가려내고 있다. 오른편에는 한 소년이 뒤주인 듯한 나무통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평범한 농가의 실내 정경을 붙잡은 것이다. 곡식을 가득 넣은 큰 자루들이 벽에 기대 세워져 있고 방 구석 구석에 그릇들이 널려 있다. 쿠르베는 현실을 즉사(卽寫)하면서도 가끔 고전이나 민중 판화 같은 데서 발상을 얻거나 구도를 원용해 오고 있는데, 이 작품의 발상이나 구도 역시 다분히 벨라스케즈의 <직녀들>을 연상케 하는 바가 많다. 아마도 그는 일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보이지 않는 유락(遊樂)의 여성들을 대비시켜 사회적인 의미를 강조하려고 한 것인지도 모른다.

 

 

 

 

만남 (안녕하시오, 쿠르베 씨!)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그린다는 쿠르베의 사실주의 사상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대표작의 하나. 화구 (畵具)가 담긴 상자를 짊어지고 막 역마차에서 내린 여행자 차림의 쿠르베 앞에 몽펠리에 시의 미술 애호가인 알프레드 브뤼야스가 마중나와 인사하는 장면이다. 맑은 남프랑스의 들녘에 선화가와 그를 마중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은 너무도 일상적인, 그렇기 때문에 그림의 소재로서는 걸맞지 않게 보이는 장면을 소재로서 다루었다는 데서 쿠르베의 현실에 대한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본다는 생각이 적나라하게 묘출되고 있는 것이다. 빛으로 충만한 남 프랑스의 풍광은, 쿠르베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밝은 심경의 반영처럼 시사된다.

 

 

 

 

세느 강변의 처녀들

 

1857년 살롱에 출품되어 물의를 일으켰던 작품. 여자들의 표정이나 자태가 음란하다는 도덕적 입장에서 비난을 받았다. 이러한 도덕적 비난은 곧 인상파인 마네의 <풀밭 위의 식사>로 이어지는 전조이자 인상파가 즐겨 다루는 행락(行樂)의 정경의 효시이기도 하다. 쿠르베는 이 작품의 구상을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던 듯한데, 6년 전 1850년경에서 모자를 쓴 처녀들 모습을 다룬 일련의 습작도 이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강가에 매여져 있는 보트로 미루어 근처에 상대편 남자들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어 두 처녀의 모습은 더욱 에로틱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잠자는 금발의 여인

 

<미역 감는 여인>들과 <화가의 아틀리에>에 이어지는 풍만한 육체의 여인은 쿠르베의 누드화에 공통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루벤스나 앵그르를 연상시키는 건강 한 여인의 모습도, 그러나 루벤스나 앵그르에 비해 훨씬 현실적 인물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약간 비스듬히 기대 누운 여인은 몸의 일부를 가리고 있을 뿐 풍만한 육체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여체는 어두운 배경에 의해 피부는 더욱 황금빛의 윤기를 띠고 있다. 이 작품은 1857년 작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일부 연구가들은 49년, 또는 68년으로 상정하고 있다. 일련의 누드화에 나타나는 특성들과 연결시켜 볼 때 57년이 가장 신빙성이 있지 않을까 한다.

 

 

 

 

 

꽃병

 

 

 

 

드 브레이엘 부인의 초상

 

망명한 폴란드 여자라고도 알려져 있는 이 초상은 동시에 쿠르베의 모나리자라고 할만큼 그윽한 기품과 어느 일면 신비스러운 요소도 지니고 있다. 태반의 쿠르베의 작품이 대상에로 접근해 가는 지나친 밀도 때문에 때때로 대상이 지니고 있는 시정(詩情)을 놓친다고 말해지는데, 이 작품은 그런 일반적인 평가에서 벗어 난, 쿠르베의 또 다른 일면을 보기에 충분한 작품이기도 하다. 르네상스의 거장들에서 볼 수 있는 대상과 화가와의 밀접한 동화 의식에서 생겨나는 시적 분위기 가득히 이 작품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의자에 반듯하게 앉아 있는 여인의 고요하면서도 어딘가 근접할 수 없는 위엄이 배경의 풍경에 의해 더욱 은은함을 더해 주고 있다.

 

 

 

 

파이프를 물고 있는 남자(자화상)

 

쿠르베 초기의 자화상 중하나. 아버지의 희망으로 법률 공부를 위해 파리로 온 쿠르베는 곧 그 공부를 팽개치고 그림 공부에 열중하였는데, 파리에 나온지 6 년, 여러 차례 살롱에 입선한 경력을 통해 한 사람의 화가로서 자신을 쌓았던 무렵에 그려진 것이다. 야심에 찬 한 시골 출신의, 약간 텁텁하면서도 오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작에 이처럼 사인을 기입하고 있는 것도 이전의 그림에서는 볼 수 없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녹색의 상의, 녹회색의 배경에 떠받쳐진 흰 셔츠와 붉은 얼굴은 은은하게 인물을 드러내는 전통적 수법에 의존하고 있다.

 

 

 

 

 

오르낭의 큰 떡갈나무

 

1864년 살롱에 출품되었을 때는 '베르상제트리크스의 떡갈나무로 불리는 프라제의 떡갈나무. 프랑시 콩테 지방, 아레지아 가까운 케사르의 진(陣)'이라는 다소 긴 제명이 붙여졌다. 베르상제트리크스는 아레지아 등지에서 로마 제국 군사와 싸운 용장인데, 우람한 떡갈나무의 모습을 이 장군에다 비유시킨 것이다. 대지 위에 우뚝 선 떡갈나무가 화면 전체를 덮고 있는데, 그나마 윗부분은 잘려나가 더욱 무거운 느낌을 주고 있다. 떡갈나무의 질감과 그 물체의 양감을 살리기 위한 치밀한 사실적 묘사와 두꺼운 마티에르의 효과가 주는 물질감의 두드러지게 묘출되고 있다.

 

 

 

 

생각

 

젊고 건강한 여성이 부드러운 어둠의 배경을 통해 더욱 은은한 아름다움을 나타내 주고 있다.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는 이 순수한 표정, 어떤 가식도 없이 가장 천진하게 자신으로 되돌아가 있는 순간은 쿠르베가 좋아했던 소재로 어떻게 보면 이 점은 쿠르베의 사실주의의 가장 밑바탕에 흐르는 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검은 배경과 흑발, 그리고 약간 드러나 있는 검은 상의에 의해 여성의 밝은 육체는 더욱 우아하게 보인다. 모델이 된 여성은 <비너스와 푸시케>의 모델과 동일인으로 보이는데, 쿠르베는 자신의 모델들을 파리에서 오르낭으로 불러들여 그렸다고 한다. 시골 처녀들을 누드 모델로 하기에는 곤란했을 것이다.

 

 

 

 

 

나무 그늘의 시냇물

 

쿠르베는 고향 마을인 오르낭의 풍경을 많이 그렸는 데, 이 작품도 오르낭의 근교에 있는 그가 즐겨 그린 시냇물이다. 시냇물을 가운데 두고 울창한 숲과 암벽이 산간의 정적과 깊이를 실감시켜 주는데, 화면은 전체적으로 어둡고 은은하다. 그의 시각이나 기법이 전통적인 방법에 깊이 연대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는데, 이 점은 다음에 오는 인상파의 밝고 화사한 풍경들과 참으로 대조적이다. 그러나 깊고 은은한 맛이 오히려 산 속에 신비로움을 살려 주는 효과가 되고 있다. 짙은 녹음을 통해 멀리 약간 드러난 하늘의 빛이 한결 맑은 자연의 상쾌한 인상을 전해주고 있다.

 

 

 

보트놀이

 

1815년 쿠르베는 노르망디 해안 투르빌에서 한때를 보냈는데, 이 작품은 그때 알게 된 이 지방 부호의 부인을 모델로 한 것이다. 이 해 11월 17일자 편지에 '나는 투르빌에서 포토스가프라고 부르는 작은 배로 해상을 저어가는 부인의 새로운 타블로를 시작했다.' 는 구절이 있다. 해수욕을 비롯한 해안에서의 놀이는 1825년경부터 프랑스에서 유행을 보았다고 하는데, 인상파 시대의 많은 해안과 해안에서의 놀이를 소재로 한 작품도 이런 시대적 취향에 이르렀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쿠르베에게는 다소 어색한 소재이며 인물의 처리도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런 데가 있다. 단순한 소재에의 신기로움만이 있다고 할까.

 

 

 

 

푸르동의 초상, 1853년

 

1865년 1월에 프루동이 사망하자, 쿠르베는 1853년 그와 처음 알게 된 때의 모습을 재현시켰다. 화면 중의 1853년이란 작품의 제작 연대가 아니고 이처럼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무렵의 연대이다. 쿠르베는 같은 고향 출신인 사상가 프루동과는 상당한 친교를 유지했을 뿐만 아니라 한때 프루동의 무정부주의적 사회주의 사상에 경도(傾倒)된 적도 있다. 아마도 이 초상은 화가 자신에게 여러 모로 정신적 영향을 준 한 사상가에 대한 교분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것임이 분명하다. 65년 살롱에 출품되어 졸렬하고 못생겼다는 혹평을 받았으나 쿠르베의 치열한 사실 정신은 의외로 인물들을 통해 강하게 전달되고 있다.

 

 

 

 

사슴의 은신처

 

1866년 살롱에 출품되어 호평을 받았던 작품. 65년 겨울 쿠르베는 몇 마리의 사슴을 빌어다가 숲속에 은신처를 만들어 주고 몰래 숨어들어가서는 사슴이 놀라 도망가지 않도록 조심 조심하면서 그렸다고 한다. 하루 작업이 끝나면 숲속에 캔버스를 감추어 두었다가 다음날 또 와서 그림을 계속했다고 한다. 다소 인용적인 제작 방법에도 불구하고 숲속에 사는 동물의 생태가 정확하게 포착되어 있으며, 흐르는 물의 투명함과 유동감, 숲속의 습기 같은 분위기가 실감있게 포착되고 있어 쿠르베의 사실적 방법의 극치를 보는 느낌이다. 무슨 소리에 곧 뛰어갈 것 같은, 사슴의 약간 치켜든 뒷다리가 사실 감을 더해 준다.

 

 

 

 

여인과 고양이

 

 

 

 

 

누드와 앵무새

 

1866년 살롱에 출품되었던 쿠르베 후기의 대표적인 누드화. 그의 기교는 과잉이라고 말할 정도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데, 쿠르베가 그린 누드화가 태반이 추악하다는 비판을 받은 데 비해 이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찬탄을 받았다. <미역 감는 여인>이나, <수면>과 같은 작품에 비해 여체의 날씬하고도 경쾌한 곡선감은 누드화에서 보는 가장 아름다운 포즈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앵무새와 희롱하고 있는 장면 설정도 정감적인 표현에 가장 걸맞게 보인다. 기법에 있어서도 지체(肢體)의 균형과 살붙임의 정확성, 그리고 명암의 탁월한 효과 등 현실이면서 현실에 머물지 않는 이상이 묘출되고 있다.

 

 

 

 

 

밀렵꾼

 

1866년에서 다음해인 67년까지 쿠르베는 고향인 오르낭에서 보냈다. 이해 겨울엔 대단히 눈이 많이 와서, 그는 수렵을 소재로 한 설경(雪景)의 작품을 많이 제작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엽사가 잡은 짐승을 등에 메고 두 개를 데리고 눈밭을 가고 있는 장면이다. 두 인물과 동물의 윤곽이 흰 눈밭 위에 드러남으로써 더욱 뚜렷할 뿐 아니라 물체감을 선명히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작품에서 보여주고 있는 특이한 점은 눈의 표현이다. 눈의 그림자를 청색으로 처리함으로써 빛의 색가(色價)에 대한 감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이다. 그것은 분명히 인상파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각적 감성이기도 하다.

 

 

 

 

<멱 감는 여인들>, <화가의 아틀리에>에 나타나는 일련의 누드화와 연결되는 건강한 여체를 보여주고 있다. 쿠르베가 다루고 있는 누드는 때때로 미술 학교에 서의 모델 습작과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누드 주변의 샘이나 녹야도 전통적인 수법에 의존하고 있다. 다른 누드화와 별다른 차이를 발견할 수 없음에도 쿠르베의 누드화가 영웅시되는 것은, 클라크가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화가의 눈이 여체를 강하게 포옹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같은 포즈의 누드화는 레인란텔과 같은 초기 나체 사진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파도와 여인

 

 

 

 

3인의 목욕하는 여인들

 

 

 

 

 

폭풍이 지나간 후의 에트르타 절벽

 

1870년 살롱에 출품된 영불(英佛) 해협에 자리한 에트 르타를 소재로 한 작품. 쿠르베는 1869년에 이곳에 머문 적이 있는데 아마도 작품은 이때 그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이곳도 또한 인상파 화가들이 즐겨 찾아온 곳이기도 한데, 모네도 같은 모티브의 절벽 풍경을 여러 장 그리고 있다. 그러나 모네가 풍경을 완전히 빛에 용해된 것 같은 일루젼(illusion)화 한데 비해, 쿠르베는 대상 하나하나에 명확한 물체감을 구사하고 있다. 인상파와 사상주의의 상위(相違)를 실감있게 보여 준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물빛, 그리고 맑은 하늘 등 투명한 빛과 대기감은 대상을 파고드는 화가의 치밀한 눈을 측정하게 한다.

 

 

 

 

 

파도

 

1860년부터 70년경까지 쿠르베는 옹플뢰르, 르아브르 등 영불 해협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많이 그렸는데, 몇 장의 파도 그림도 이 때 그려진 것이다. 당시 이 해안에는 많은 화가들이 몰려들어 해안 풍경을 그렸는데 이들을 가리켜 '상시메온파'라고 불렀다. 쿠르베는 그 속에서도 가장 활동적이었으나, 단순한 절벽이나 바다의 풍경을 다루는 화가는 아니었다. 그는 정면에서 바다의 존재에 육박해 들어가려고 했으며, 어떤 감상적인 표현이나 잔재주를 부리려고 하지는 않았다. 팔레트 나이프로 물감을 두껍게 칠해 올리는 기법을 통해 한 순간의 자연의 모습을 물질로써 영원화하려고 하였다.

 

 

 

 

생트 펠라지에서의 자화상

 

쿠르베는 많은 자화상을 그렸으며, 특히 젊은 날의 자화상은 자신을 내세우는 자만심과 다분히 연극적 제스처까지 보여준 바 있다. 중년이 되면서 비만해지자, 자신을 모델로 한 그림은 중단하고 대신 사진사에 의뢰해서 여러 가지 포즈로 자신을 찍게 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은 실로 십 수년만에 다시 그려진 자화상으로, 특히 감옥 속의 그것이라는 점에서 기념적인 의미까지 띠고 있다. 방돔 기념주 파괴의 책임을 지고 6개월간 감옥살이의 판결을 받은 그는 실제 3개월밖에 감옥에 있지 않고 병으로 가석방되었는데, 이 자화상은 이 때의 일을 기록하기 위한 것이 틀림없을 것 같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약간 초췌한 모습은 당시의 쿠르베의 심경과 상황을 잘 묘출해 놓고 있다.

 

 

 

 

 

 

오르낭의 식사 후 휴식

 

고향 마을 오르낭을 무대로 한 <오르낭의 매장>과 같이 극히 평범한 시골 생활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이다. 식사 후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 사람들과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사람. 식후의 휴식의 한 때가 아무런 꾸밈 이나 연출도 없이 극히 담담하게 포착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방 분위기 속에 탁월한 광선 처리로 부각되고 있는 인물들은 렘브란트의 어둠 속에 떠오르는 인물들을 연상하는 바가 있다. 당시 유행하던 전원화(田園畵)나 농민화에서 보는 의도적인 풍경의 삽입이나 인물 배치의 작위성에 비해 이 그림에선 전연 그런 요소를 찾아볼 수 없음이 특징이다. 바로 쿠르베의 시각이 방향이 확립되어가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송어

 

화면 가득히 낚시에 물린 송어를 그려 넣고 배경은 거친 해안의 풍경이 들어와 있다. 송어의 표정은 막바지에 몰린 인간의 절망과 억울함을 나타낸 것이라고나 할까. 화면 아래 쪽으로 '71년, G. 쿠르베 옥중에서 이것을 그리다.' 라고 씌어 있어, 한 마리 낚시에 물린 물고기를 자신의 심경으로 비유했음이 분명한 것 같다.실의에 잠긴 쿠르베의 심경을 헤아려 볼 수 있을 것 같다. 옥중에서 그렸다고 하나 실은 다음해인 72년 오르낭에 돌아와 요양하고 있을 때 그린 것으로 보인다. 물고기를 통한 의미화에 못지 않게 물고기 자체의 가감없는 묘사가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의 시각을 실감시켜 주고 있다.

 

 

 

 

사과와 석류

 

생트 펠라지 감옥에 수감된 쿠르베는 인간을 모델로 그리는 것이 허락되지 않자, 누이동생과 친구들이 넣어 주는 과일이나 꽃을 소재로 그렸다. 그리고 이 정물의 소재는 출옥 후 요양 중에도 그대로 지속된 것 같다. 자연과 인간을 주로 다뤄 온 쿠르베에게는 다소 이질된 소재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정물 속에 자연 전체에 대한 애정을 쏟는다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와 석류, 그리고 물통 등 과일과 기물의 질감이 현실에 대한 화가의 치밀한 접근을 충분히 시사해 주고 있다. 약간 어두운 배경 속에 빛나는 윤기로 떠오르고 있는 과일의 무게가 손에 잡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잠 깨움

 

 

 

 

나부

 

 

 

 

전원의 연인들

 

쿠르베의 젊은 날의 로맨티시즘을 보여 주는 작품. 젊은 연인과 손잡고 이중창이라도 부르는 것 같은 정겨운 포즈를 보여주고 있는데 다분히 로맨티시즘의 연애 주의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화가 자신도 브뤼야스에게 보낸 편지의 일절에 '괴테나 조르쥬 상드와 같은 수법으로 이상과 절대적인 사랑 속에 빠져 있는 남자의 초상'이라고 쓴 것을 미루어 보아도 이 그림은 자신의 연애 감정과 그 행복한 순간을 묘사하려고 했음이 분명하다. 남자는 쿠르베 자신이고 여자는 쥬스티느 아니면 빌지니 비네일 것인데, 아마 후자가 더욱 신빙성이 간다. 그녀는 수년 간 쿠르베의 연인이었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까지 있다.

 

 

 

 

 

시용의 성

 

파리 코뮌 때 방돔 기념탑 파괴 사건에 연루되어 3개 월간의 옥살이를 하고 난 쿠르베는 출옥 후에도 막대한 배상금을 물지 않으면 안되었다. 스위스로 망명한 그는 몇 번이나 거처를 옮긴 후 최후로 레망 호반의 뚜르 듀 펠스에 정착하였다. 호반에 있는 시용의 성과 알프스 산을 소재로 한 많은 작품도 이 무렵에 제작된 것이다. 그러나 건강이 나빠 제자들에 의한 도움으로 제작해 냈기 때문에 상당수의 작품이 제자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지기도 했다. 쿠르베의 친구였던 브론돈 박사는 쿠르베 자신의 작품과 제자들것으로 의심이 되는 작품을 일일이 구분하였는데, 이 작품은 쿠르베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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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 [세상만사] - "5억=10억"... 2021-09-08 0 1169
532 [그것이 알고싶다] - "인도 소똥 축제" 2021-04-17 0 1571
531 [세상만사] - 피카소 = 그림 엽서 2020-12-05 0 1726
530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동물보호", 남의 일이 아니다. 2020-10-14 0 1692
529 [그것이 알고싶다] - 세계 최대의 불교학원 2020-09-10 0 1832
528 독일 화가 - 막스 에른스트 2020-02-29 0 3320
527 [시공부 하기] - "데칼코마니" 2020-02-14 0 3438
526 [세계국제] - 치마냐... 바지냐... 바지냐... 치마냐... 2020-01-18 0 2527
525 [세계는 지금] -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 23 2019-12-12 0 2062
524 오스트리아 "수수께끼"같은 화가 - 클림트 2019-12-12 0 3130
523 "당신은 감각을 잃어버리는것은 아닌지?!..." 2019-12-01 0 2197
522 [그것이 알고싶다] - 2000여년전의 그린 벽화... 2019-11-26 0 2232
521 [그것이 알고싶다] - 천재 화가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 미완성 그림이라고?!... 2019-11-26 0 2211
520 무수한 점점이 백억이 되기까지... 2019-11-23 0 3226
519 [고향자랑] - 아름다운 장백... 2019-10-23 0 2240
518 우리 가락 우리 멋 - 장고야 울려라... 2019-10-10 0 2002
517 ... 2019-05-13 0 2002
516 먼... 길... 멀지만 가야 할 길... 꼬옥... 2019-04-21 0 2244
51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세계는 지금... 2019-04-10 0 2780
514 [동네방네] - 환경 미화원 = 미술가 2019-02-06 0 2344
513 [그것이 알고싶다] - "비로봉" 그림?... 2018-11-26 0 2672
512 [쉼터] - 자작나무(봇나무) 숲으로 가고싶다... 2018-10-17 0 3278
511 [쉼터] - 그림 가격에 눈이 휘둥그래지다... 2018-10-15 0 3297
510 해란강은 유유히 흘러흘러 륙십리 평강벌 흥건히 적시고... 2018-10-12 0 2372
509 [그림과 함께] - 신사임당과 초충도 병풍 그림 2018-08-24 1 3440
508 [동네방네] - "민속벽화" 닐리리~~~ 2018-06-28 0 2276
507 [동네방네] - 하마터면... 2018-06-06 0 2200
50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순간, 찰나, 8초... 2018-06-02 0 2780
505 [동네방네] - 그림 사시오... 그림 사시오... 2018-05-16 0 2733
504 영국 거리 락서화가 - 뱅크시 2018-05-14 0 3248
503 [동네방네] - 이순에 동양화를 배워 제2의 인생을 빛내이다... 2018-05-04 0 3043
502 [이것저것] - "소 그림" 팔고사고... 2018-05-04 0 3044
501 [쉼터] - "로망쟁이" = 5월 봄눈 2018-05-03 0 2389
500 [그것이 알고싶다] - "성공과 평화", "평화와 소망"... 2018-04-29 0 4396
499 [동네방네] - 금강산의 기운 받아 "통일대박" 만들자... 2018-04-29 0 3683
498 [쉼터] - 사진은 말한다... 2018-04-15 0 2637
497 [동네방네] - 피카소 그림 또 해빛을 보다... 2018-03-31 0 2561
496 [쉼터] - 안중근 의사 어록과 15m 대형 광목천 서예 2018-03-25 0 3002
495 [쉼터] - "미완성작 모나리자", "완성작 모나리자" 2018-03-25 0 5182
494 [쉼터] - "12세 모라리자" 2018-03-25 0 2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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