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모든 시인은 "자연파"이다...
2017년 12월 12일 21시 37분  조회:2415  추천:0  작성자: 죽림
[유성호의 문학의 길목] 꽃의 심상과 현대시
2017-04-10 
폰트 확대 폰트 축소 프린트하기
동서고금을 통틀어 시적 상상력의 가장 오래된 수원(水源)은 자연이었을 것이다. ‘산’이나 ‘강’, ‘바다’, ‘하늘’ 혹은 ‘비’, ‘눈’, ‘해’, ‘별’, ‘달’ 등 자연 사물들은 그 자체로 시적 상상력의 오랜 광맥이었다. 특별한 별칭을 붙이지 않아도 모든 시인은 사실상의 ‘자연파’였던 것이다. 지상에서 목숨을 부여받고 살아가는 식물군(群)은 그 가운데서도 가장 오랫동안 시적 제재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온 범주다. 
 
 

▲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이는 식물이 가진 여러 속성을 서정시가 지향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꽃’으로 대표되는 식물의 생태가 인생을 은유하기에 더없이 적합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처럼 ‘꽃’이 감당해 온 시적 상상력의 원천으로서의 역할은 매우 지속적이고도 견고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나리는 보통 3월 중순이나 하순에 피기 시작해 ‘봄의 전령사’로 불린다.

그 후로 진달래, 벚꽃이 차례대로 핀다. 봄꽃이 피는 순서를 옛사람들은 ‘춘서’(春序)라고 불렀는데, 봄이 오는 과정을 꽃의 생태적 흐름에서 찾았던 것이다. 그 순서는 동백과 매화를 시작으로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철쭉 순을 취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춘서가 무색할 정도로 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피는 일이 흔해졌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에 따른 겨울철 이상 고온과 봄철 이상 저온이 원인이라는 진단이 있다.

어쨌든 한반도 곳곳에는 지금도 봄꽃이 각양각색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피고 진다. 그 아름다움과 덧없음 때문에 ‘꽃’은 여전히 시적 상상력의 핵심에 놓인다.

 
한국 현대시에서 브랜드가 된 ‘꽃’의 목록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 세목은 김소월의 ‘진달래꽃’, 이병기와 정지용의 ‘난초’, 김영랑의 ‘모란’, 서정주의 ‘국화’와 ‘영산홍’, 이용악의 ‘오랑캐꽃’, 함형수의 ‘해바라기’, 권태응의 ‘감자꽃’, 박목월의 ‘산도화’ 등으로 한없이 이어졌다. 동요에서도 ‘과꽃’, ‘채송화’, ‘박꽃’, ‘달맞이꽃’, ‘할미꽃’이 무시로 불렸다. 이러한 ‘꽃’의 목록은 한국 현대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심상으로 오래도록 군림해 온 것이다. 그 밖에도 ‘꽃’은 ‘불꽃’이나 ‘눈꽃’, ‘성에꽃’ 등의 파생 심상으로 번져 가면서 외연을 넓히기도 했다.

우리가 ‘꽃’의 원형 심상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름다움’일 것이다. 어느 대중 가수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노래할 때 그 전제에는 이미 ‘꽃=미’라는 관념이 가로놓여 있다. 청년 나르키소스가 죽어 피어난 수선화도 ‘꽃=미’라는 전통적 관념을 선명하게 담고 있다. 그만큼 ‘꽃’은 아름다움이라는 원형 심상을 견고하게 지니고 있다. ‘양귀비’나 ‘장미’, ‘백합’ 등이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쓰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실을 방증한다.

다른 한편으로 ‘꽃’은 숙명적인 한시성을 원형 심상으로 거느린다. 낙화 과정을 통해 생의 덧없음 혹은 모든 존재자들의 죽음을 은유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 원형 심상을 연결하면, 결국 ‘꽃’의 본성은 ‘짧은 절정의 아름다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혹독했던 근대사에서 ‘꽃’은 이육사의 ‘매화 향기’나 신석정의 ‘꽃덤불’, 이용악의 ‘오랑캐꽃’, 신동엽의 ‘진달래 산천’ 등으로 이어지며, 구체적 역사와 접속해 새로운 심상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렇듯 ‘꽃’은 시적 상상력의 항구적인 광맥이요 보고(寶庫)다. 그것은 다양하기 그지없는 형상으로 나타나 생성과 소멸의 반복적 순환 과정으로 그리고 역사적 상상력의 비전으로 작용했다. 우리의 시인들은 “내려갈 때 보았네/올라갈 때 보지 못한/그 꽃”(고은, ‘그 꽃’),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나태주, ‘풀꽃’)라고 노래했다. 우리도 이 봄이 가기 전에 꽃을 하염없이 바라보자. 개화와 낙화의 순간이 주는 아름다움과 덧없음을 오래도록 간직하면서 말이다.
2017-04-11 30면///서울신문에서...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410 오늘의 시는 하나의 시적 세계어의 성립을 지향해야.. 2017-04-18 0 1889
409 시가 려과없이 씌여지면 시가 산만해지고 긴장감을 잃는다... 2017-04-18 0 1829
408 불쌍한 시들을 위하여 시인들은 장인정신을 갖추어야... 2017-04-18 0 2134
407 시는 쉬지않고 살아서 움직이는 생명체여야... 2017-04-18 0 2025
406 시는 소박하고 꾸밈없는 필치로 속이 꽉차게 써야... 2017-04-18 0 2236
405 시는 삶의 희노애락이 얼룩진 보물상자에서 나온다... 2017-04-18 0 2371
404 시는 상투적인 설명에 그치지 말아야... 2017-04-18 0 2403
403 시인들이 착하게 사는지 별들이 오늘도 많이 떨어지고... 2017-04-18 0 2092
402 초현실주의는 문학예술운동을 넘어선 삶의 한 방식이다... 2017-04-11 0 3672
401 [작문써클선생님들께] - 영화를 본후 시쓰기... 2017-04-10 0 2797
400 단시 모음 2017-04-10 0 3053
399 시는 온몸으로 온몸을 다해 밀고 가는것이다... 2017-04-10 0 2111
398 장 콕토는 시인이자 화가이자 영화감독이였다... 2017-04-10 0 2927
397 "...뼛가루 한점이라도 원쑤의 땅에 남길수 없다"... 2017-04-09 0 3380
396 "부끄럼 없는 인생"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2017-04-08 0 2346
395 시는 압축과 생략의 문학이다... 2017-04-08 0 2713
394 시작은 조탁(彫琢)과 사랑이다... 2017-04-08 0 2509
393 윤동주의 무기는 "시"였다... 2017-04-06 0 2328
392 시는 정서의 흐름으로 내면을 솔직하게 드러내야... 2017-04-06 0 2445
391 [시문학소사전] - "그로테스크"란?... 2017-04-05 0 2615
390 [시문학소사전] - "아라베스크"란?... 2017-04-05 0 3499
389 현대시를 알려면 현대시의 구조를 알아야... 2017-04-05 0 3209
388 시인은 추한 명예를 베고 눕지 않는다... 2017-04-05 0 2448
387 시를 쓰는 기본자세는 사물에 대한 애정이다... 2017-04-04 0 2575
386 현대시는 전통과 현대 서구적인것의 접목작업을 공감하기 2017-04-04 0 2265
385 시작하기전 철학공부를 하지 안아도 된다?... 꼭 해야 한다!... 2017-04-03 0 2250
384 시작은 섣부른 감정을 억제하고 간접화법으로 노래하라... 2017-04-03 0 2154
383 시는 멀리에 있는것이 아니라 가까운 삶속에 있다... 2017-04-03 0 2647
382 어머니의 말은 풍성한 시의 원천 2017-04-03 0 2051
381 시에 우리 겨레의 숨결을 옮겨 놓아야... 2017-04-03 0 2355
380 시작은 생활로부터의 도피이며 해방이다... 2017-04-03 0 2605
379 시를 짓기전 들여마셔야 할 공기와 내뱉어야 할 공기가 어떤지 생각해보기... 2017-04-03 0 2237
378 "쉬운 시"는 눈으로 쉽게 읽히고 가슴속에 깊은 향기를 풍긴다... 2017-04-03 0 2381
377 시는 정보의 전달 수단이 절대 아니다... 2017-04-03 0 2693
376 시인은 한편의 좋은 시를 위하여 수백편의 시를 쓰고 버릴줄 알아야... 2017-04-03 0 2555
375 혼을 불사르지 못하는 시인은 그 생명력이 짧을수밖에 없다... 2017-04-03 0 2348
374 시인은 구도자로서 억지를 부려 결과물을 얻어서는 안된다... 2017-04-03 0 2307
373 시적 령감은 기다리는 자의것이 아니라 땀흘려 찾는 자의 몫... 2017-04-03 0 2406
372 시를 쓰는 행위는 신과의 씨름이다... 2017-04-03 0 2323
371 시는 시인의 삶을 반추하는 그 시대의 사회적 산물이다... 2017-04-03 0 2220
‹처음  이전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