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매일 윤동주 시 한수 공부하기] - 나무
2018년 11월 23일 00시 16분  조회:2489  추천:0  작성자: 죽림

 
나무는 백성·바람은 일제 강압 상징
식민지 지식인의 자기성찰 담긴 시

하늘·바람·별 등 서정적 표현
많았던 시인의 고뇌 가득 차
참담·우울한 시대 아니었다면
연기를 노래한 게송 같은 시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

윤동주 / 나무 (1937.3. 추정.)

보통사람 같으면 “바람이 불면 나무가 춤을 추고/ 바람이 잠잠하면 나무가 자오”라고 읊었을텐데, 윤동주(1917~1945) 시인은 거꾸로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 나무가 잠잠하면 바람도 자오”라고 하였다. 인과가 거꾸로 나타난 역인과의 관계이다. 물론 좋은 원인이 좋은 결과를 만들고, 또 좋은 결과가 새롭게 좋은 원인을 만들기도 한다.

보통 인과관계가 하늘이 꾸물꾸물하여 먹구름이 끼면 비가 온다. 그러나 가랑비가 내리면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기도 한다. 이렇게 시인이나 깨달음을 얻은 선사는 고정관념이 타파되어 생각의 관점이 다르다. 중국 당나라 육조 혜능선사의 ‘바람이 흔들리는가 깃발이 흔들리는가’ 공안 화두는 윤동주의 ‘나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무꾼 출신 혜능이 오조 홍인을 찾아가 가사와 발우를 전해 받고, 황매산을 떠나 남쪽 광동성 광주의 법성사에 이르게 되었다. 그곳에서 인종(印宗) 법사가 ‘열반경’을 설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바람이 불어서 당간(幢竿)의 깃발이 날리고 있었다. 한 스님이 “깃발이 움직인다”고 말하자 다른 스님이 “바람이 움직인다”며 서로 다투었다. 이 모습을 보고 혜능 스님이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일 뿐이다”라고 말하자, 인종법사는 예절을 갖추어 혜능 스님을 맞은 일화가 있다.

마음은 인식의 주체이기 때문에 마음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은 대로 본다. 따라서 윤동주 시인은 자신의 마음이 보고 느낀 대로 “나무가 흔들리면 바람이 분다”고 하였고, 혜능선사는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인 것도 아니고, 다만 내 마음이 움직인 것이다”라고 하였다.

나무와 바람은 연기 관계이다. 나무는 움직일 수 없는 식물로서 평생을 자신의 뿌리를 땅에 묻고 서서 살아간다. 다만 바람이 다가와서 흔들어 주고 생명의 호흡을 할 수 있게 해 줘서 춤을 추기도 한다.

나무가 자라서 거대한 숲을 이루고 홍수도 막아주고, 사막화 되는 미세먼지도 걸러준다. 미당 서정주는 ‘자화상’에서 “자신을 키워준 것은 8할이 바람이다”고 노래하였다.

1940년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시인인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시집 서문을 대신하여 쓴 시 ‘서시’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고 하는 바람이 등장하고 있다. 여기서 바람은 괴로움이고, 별은 사랑과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

‘나무’의 “바람이 잠잠하면 나무가 자오”에서 일제의 탄압이 잠잠해지면 조선의 백성은 비로소 편안히 잠을 잔다고 하는, 그래서 ‘나무’는 우리 민족의 백성을 상징하고 ‘바람’은 일제의 매서운 강압을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윤동주의 시는 자연의 서정적인 표현을 하면서도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와 자기 성찰의식이 담겨 있다. 시인이 일제의 참담하고 우울한 시대만 살지 않았다면 ‘나무’는 맑고 향기로운 바람과 나무의 순수한 연기(緣起)의 사랑을 노래한 24자의 간명(簡明)한 게송 같은 선시(禪詩)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운수자연을 노래한 운수시(雲水詩)이다.

윤동주는 조국의 광복을 눈앞에 두고 1945년 2월에 27세의 젊은 대학생 신분으로 일본 감옥에서 요절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인 그의 시를 마음에 새겨서 광복절을 맞아 다시 임에게 헌사한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570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1570 사투리는 향토인의 살과 피이자 호흡이다... 2022-06-08 0 2041
1569 나는 어떻게 조선족이 되었나 / 남영전 2021-12-20 0 1693
1568 [문단소식]- 훈춘 김동진시인 "풍경소리" 울리다... 2021-09-07 0 1701
1567 [시공부사전] - 담시(譚詩)? 2021-05-29 0 2025
1566 하이퍼시 명언 21 / 최흔 2021-05-25 0 1911
1565 하이퍼시 명언 20 / 최흔 2021-05-25 0 1914
1564 하이퍼시 명언 19 / 최흔 2021-05-25 0 1833
1563 하이퍼시 명언 18 / 최흔 2021-05-25 0 1872
1562 하이퍼시 명언 17 / 최흔 2021-05-25 0 1800
1561 하이퍼시 명언 16 / 최흔 2021-05-25 0 1829
1560 하이퍼시 명언 15 / 최흔 2021-05-25 0 1892
1559 하이퍼시 명언 14 / 최흔 2021-05-25 0 1719
1558 하이퍼시 명언 13 / 최흔 2021-05-25 0 1900
1557 하이퍼시 명언 12 / 최흔 2021-05-25 0 1930
1556 하이퍼시 명언 11 / 최흔 2021-05-25 0 1886
1555 하이퍼시 명언 10 / 최흔 2021-05-25 0 1900
1554 하이퍼시 명언 9 / 최흔 2021-05-25 0 2006
1553 하이퍼시 명언 8 / 최흔 2021-05-25 0 1826
1552 하이퍼시 명언 7 / 최흔 2021-05-25 0 1707
1551 하이퍼시 명언 6 / 최흔 2021-05-25 0 1910
1550 하이퍼시 명언 5 / 최흔 2021-05-25 0 1848
1549 하이퍼시 명언 4 / 최흔 2021-05-25 0 1844
1548 하이퍼시 명언 3 / 최흔 2021-05-25 0 1905
1547 하이퍼시 명언 2 / 최흔 2021-05-25 0 1969
1546 하이퍼시 명언 1 / 최흔 2021-05-25 0 1875
1545 토템시에 대한 탐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 김룡운 2021-05-24 0 1802
1544 토템과 민족문화 / 현춘산 2021-05-24 0 1704
1543 남영전 토템시의 상징이미지/ 현춘산 2021-05-24 0 2052
154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시인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0 0 2131
1541 시인 최기자/ 소설가 허련순 2021-05-03 0 1906
1540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6 2021-03-02 0 1961
1539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5 2021-03-02 0 2072
1538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4 2021-03-02 0 1848
1537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3 2021-03-02 0 2225
1536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2 2021-03-02 0 2151
1535 조선족 시단과 시인들...1 2021-02-19 0 2239
1534 [시공부] - 투르게네프 산문시 2021-01-18 0 2404
1533 [시공부] - 김기림 시인 2021-01-18 0 2746
1532 [타산지석] - 늘 "이기리"... 꼭 "이기리"... 2020-12-28 0 2615
1531 토템시/ 범= 남영전, 해설= 현춘산(8) 2020-10-10 0 2505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