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처럼 투명하지도, 벽처럼 막히지도 않은 안과 밖의 반투명창 창호지 너머 아버지가 계신다.
아버지가 새벽에 장터가시는 날,아이는 잔뜩 기대감에 부풀어 뒷모습이라도 볼 수 있을까 침을 발라 구멍을 뚫는다.
다시 눈 내리는 저녁 나무 팔러가 난 우리 아빠를 기다리는 궁금증이 그만 창문에 더 큰 구멍을 내고 말았다. 가족의 그리움과 소중함이 윤동주 시인의 ‘창구멍‘이라는 시에 새록 새록 묻어나온다.
28일 세목회 초청(회장 석명복) ,고두현시인(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의 “윤동주 탄생 100주년 그의 시 세계와 삶”에 대해 90분 동안 귀한 시간을 가졌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 완결본 필사본 ‘동주 필사’의 책에서 발췌한 ‘창구멍’
바람 부는 새벽에 장터 가시는
우리 아빠 뒷자취 보고 싶어서
침을 발라 뚫어 논 작은 창구멍
아롱아롱 아침해 비치옵니다.
눈 내리는 저녁에 나무 팔러 간
우리 아빠 오시나 기다리다가
혀끝으로 뚫어 논 작은 창구멍
살랑 살랑 찬바람 날아듭니다.
19살의 윤동주 시인의 어린 마음, 시심은 이러했다. 윤동주와 같은 시대, 같은 공간의 용두레 우물에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시를 따라 쓰다, 고두현 시인 자신도 시인이 되어 올해 5월 ‘동주 필사’를 이렇게 출간하게 된 것은 어쩌면 인연이 아닌 필연일지도 .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현재까지 윤동주의 마지막 시작으로 알려진 ‘쉽게 씌어진 시’의 한 구절을 읽으며 나의 소명을 생각해본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윤동주가 1941년 11월20일 연희전문학교 졸업을 한달 앞두고 쓴 서시(序詩)가 윈래 제목 없이 쓰여졌다는 것이 궁금하다면 지금이라도 ‘동주필사'를 만나길 망설임 없이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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