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도 어려운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눈보라 몰아치는 자드락길을 걸어야 하는 날 있으리라
꽃 피었다 순식간에 낙화로 흩어지는 날 있으리라
오해의 화살이 맨살에 날아와 꽂히거나
비난의 날에 베어 비통해 하는 저녁도 있으리라
길이 시작되는 곳에 서서 흙먼지 먼저 덮어쓰기도 하리라
그때마다 부디 나무들처럼 잘 견디기를
그때마다 내일 아침이면 괜찮아질 거라고 위로하기를
두려운 밤이 고요한 새벽으로 이어지기를
그대도 나도 기원하자." (도종환의 시 '새해' 중에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시무식에서 신년사 대신 시(詩)를 낭송해 직원들로부터 호응을 얻었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 장관은 전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시무식 행사에서 차분하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시인인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시 '새해'를 읊었다. 유 장관은 도 장관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활동을 같이 했으며 각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 부처 새해 시무식에서 시를 읽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교육부에 오래 몸 담은 한 인사도 "역대 장관 가운데 시무식에서 시를 낭송한 건 유 장관이 아마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스스로 시 낭송 아이디어를 낸 유 장관이 해를 넘긴 사립유치원 사태를 비롯해 고교 무상교육, 고교학점제 등 다양한 교육 현안을 처리해 나가기에 앞서 스스로 각오를 다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이날 이미 배포된 신년사 대신 행사에 참석한 직원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유 장관은 "교육부는 국민 삶에 직접 다가가는 민생 정책 부처"라며 "더 솔선수범해 학생·청년·학부모·교직원·일반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많이 발굴해 달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수고하고 노력한만큼 국민의 삶이 편안해지고 미래세대가 또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오직 국민만 보며 최선을 다한다면 국민이 가장 큰 격려자가 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한 사무관은 "시 낭송은 틀에 박힌 신년사보다 식상하지 않고 참신했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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