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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노래를 처음 만들어 부르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전 원시 시대 때부터입니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이 시기 사람들에게 하늘은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자 삶의 축복을 기원하는 신앙 그 자체였습니다. 천재지변으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지만 천혜의 조건에서는 풍요로운 수확을 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사람들은 하늘에 잘 보이기 위해 제사를 지내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을 제천의식이라고 부르지요.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가 바로 이러한 제천의식이었습니다.
제천의식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요? 일단 원시 부족을 이끄는 제사장이 성스러운 의식을 집전했을 것입니다. 제단을 쌓고 그곳에 제물을 올리고 절을 했겠지요. 추석이나 설날을 비롯해 돌아가신 어른들을 기리는 제사들을 떠올리면 그 형태를 대충 짐작할 수 있지요. 성스러운 의식이 끝난 뒤에는 곧바로 일상으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사람들 모두가 참여하여 함께 즐기는 축제를 벌였지요. 이는 부족민의 화합을 위해서 필요한 행사였습니다. 사람들은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며 즐거움을 누렸는데 이것이 바로 원시종합예술(Balad Dance)입니다.
원시종합예술에는 음악 · 미술 · 문학 · 무용 등 다양한 예술의 형태가 녹아 있었습니다. 학자들에 의하면 당시 사람들이 장단에 맞춰 부르던 소리가 음악으로 발전했고, 가사말은 시로 발전했으며, 몸동작은 무용으로, 분장이라든가 무대를 꾸미는 행위는 미술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볼 때 시와 노래는 원시종합예술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요.
노래와 시가 노동의 피로를 이겨 내고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피로가 사라지고 일의 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모차르트 효과라고 해서 음악이 인간의 지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의견까지 있었지요. 이처럼 노래와 시가 노동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며 때로는 기쁘게 해서 노동의 생산성을 높이려고 만들어졌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와 같은 의견은 우리나라의 여러 지역에 분포하는 ‘노동요’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노동요는 민요의 한 형태로서 사람들이 노동을 하며 박자에 맞춰 소리를 내고 그 소리에 가사를 얹어 부르는 노래를 말합니다. 모내기철에 부르는 노래나 김매기할 때 부르는 노래가 그 예이지요. 이처럼 노래와 시가 노동하는 행위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설도 있습니다.
시와 노래를 부르게 된 까닭이 인간이 지닌 놀이에 대한 욕망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특별한 목적 없이 행위 자체를 즐기려는 충동을 지니고 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와 실러는 이러한 욕망을 유희 충동이라고 부르기도 했지요. 네덜란드의 역사학자 하위징아가 인간을 ‘호모 루덴스’라고 명명하며 ‘놀이하는 인간’의 개념을 만들어 낸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하위징아는 사람이 시를 짓고 문화를 이루고 사는 것이 모두 유희 충동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았지요.
놀 줄 안다는 것은 인간과 그 밖의 동물을 구별 짓는 여러 가지 특성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이 자주 하는 게임을 생각해 보세요. 프로게이머가 아닌 이상, 게임을 한다고 좋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성적은 떨어지고 그 때문에 어른들에게 눈총을 받고 사회 적응에도 실패하는 경우가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은 게임을 좋아합니다. 이유는 게임이 즐거워서입니다. 인간에게 게임을 즐기려는 욕망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노래와 시가 탄생하게 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쓴다고 해서 그것이 당장 경제적인 형편을 나아지게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직업 가수는 조금 다르겠지요. 하지만 직업으로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쓰는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자기의 내면을 시와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이 돈이 되지는 않지요.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고 시를 쓰는 것은 그 일을 통해서 스스로 심리적인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노래와 시는 인간의 다양한 욕구로부터 탄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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