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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부 101] - 2...
2020년 01월 30일 22시 30분  조회:2639  추천:0  작성자: 죽림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정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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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선 사람들도 서정시를 알았을까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정시는 언제 지어졌는지, 무엇인지 알고 싶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정시는?

집단 가요와 개인 서정시 사이, 「공무도하가」

우리나라는 한글이 창작되기 이전까지 모든 기록이 한자로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한자의 음과 뜻을 빌린 향찰이 한동안 쓰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신라의 노래를 적는 데 활용되었을 뿐 거의 모든 기록물은 한자로 적혔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오래된 시 작품은 모두 한자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된 서정시는 『해동역사』에 실려 있는 「공무도하가()」로 고조선 때의 노래입니다.

(공무도하)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공경도하) 임은 마침내 물을 건너시네
(타하이사) 물에 휩쓸려 돌아가시니
(당내공하) 가신 임을 어이할꼬

「공무도하가」

이 노래의 작가는 백수광부의 아내로 알려져 있습니다. 백수광부란 ‘머리가 하얀 미친 사람’이라는 뜻이지요. 노래의 내용은 아주 단순합니다. 남편이 물에 빠져 죽자 그 슬픔을 노래한 것입니다. 물론 이 노래를 부른 여인도 결국에는 남편의 뒤를 따라 물에 빠져 목숨을 끊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 노래에 등장하는 백수광부를 신화 속에 등장하는 신적인 인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고대 사회에는 인간과 자연을 이어 주는 무당과 같은 존재가 필요했는데, 백수광부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신적인 인물은 고조선 시대 단군 왕검과 같은 현실적인 지배 권력이 등장하자 자신의 지위를 잃었습니다. 그래서 술에 가득 취한 채 마지막 굿판을 벌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했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학자는 백수광부를 술의 신, 그의 아내를 음악의 신으로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 시는 개인의 정서가 아니라 집단의 역사를 표현한 노래라고 해석할 수 있지요.

하지만 이 시에서 백수광부의 죽음을 슬퍼하는 아내의 감정은 충분히 개인적인 정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별과 죽음, 슬픔과 그리움이 시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고 있지요. 특히 ‘물’은 중요한 상징성을 지닙니다. 물은 1구에서 여인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소재로 쓰였고, 2구에서 이별을, 3구에서 죽음, 곧 영원한 이별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배경 설화에 따르면 노래를 부르고 난 후 여인도 남편을 따라 스스로 목숨을 던집니다. 따라서 물은 죽음의 의미로만 끝나지 않고 만남과 재생의 의미도 갖게 되지요.

이처럼 「공무도하가」는 개인적인 정서를 담아낸 서정시로 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이 노래는 집단의 노래에서 개인적인 서정시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서정시, 「황조가」

「공무도하가」는 집단의 노래가 개인 서정시로 나아가는 형태였습니다. 그렇다면 본격적인 개인 서정시는 언제 쓰인 것이며, 그에 해당하는 작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여러분은 아마 고구려의 유리왕을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주몽이 부여를 탈출하면서 그곳에 남겨 두고 온 자식이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아비 없는 자식’이라며 천대를 받고 자라다가 결국에는 아버지를 찾아와 마침내 고구려의 두 번째 왕에 등극합니다.

유리왕에게는 원래 송씨라는 부인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죽자 왕은 다시 두 여자를 부인으로 맞아들였습니다. 한 사람은 화희로 고구려 사람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치희로 한나라 사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이가 좋지 않아서 유리왕은 동궁과 서궁을 짓고 두 사람을 따로 머물게 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유리왕이 사냥을 떠나서 7일 동안 돌아오지 않자 화희와 치희는 다시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치희는 “너는 한나라 여인인데 어찌 이리 무례한가”라는 화희의 말에 부끄럽고 분해서 한나라로 돌아가 버렸지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유리왕이 서둘러 치희를 쫓아갔지만 그녀는 마음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유리왕이 아쉬움을 뒤로한 채 돌아오면서 나무 그늘 아래에 쉬고 있을 때 마침 나뭇가지에서 꾀꼬리들이 모여서 놀고 있었습니다. 유리왕은 그것을 보고 아래와 같은 시를 지었습니다.

(편편황조) 훨훨 나는 저 꾀꼬리
(자웅상의) 암수 서로 정답구나
(염아지독) 외로워라 이내 몸은
(수기여귀) 누구와 함께 돌아갈까

유리왕, 「황조가」

이 시는 전반부에는 시적 화자가 바라보는 경치가, 후반부에는 자신의 감정이 나타난 전형적인 선경후정 방식이 쓰였습니다. 경치를 제시하고 정서를 표현하는 작품은 이후로 줄곧 창작되지요.

1행에서 시적 화자는 암수가 서로 정답게 지내는 꾀꼬리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적 화자의 처지와 대비되는 존재이지요. 유리왕은 치희와 함께 돌아오지 못한 채 쓸쓸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따라서 ‘꾀꼬리’는 유리왕의 마음을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황조가」는 남녀 간의 애정이라는 인류 보편적인 소재를 개인적 체험과 정서에 바탕해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순수 서정시로 볼 수 있습니다.

뜬금있는 질문

「황조가」를 서사시로 볼 수는 없는 것인가요?

「황조가」를 서사시로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화희와 치희 사이에서 일어난 다툼을 부족 간의 갈등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화희로 대표되는 농경 민족과, 치희로 대표되는 수렵 민족의 분쟁을 다룬 작품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요. 어느 한 개인의 서정이 아니라 부족 간의 분쟁에 대한 안타까움을 그려 낸 작품이라고 본다면 서사시적인 성격을 지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 서정시라는 것이 더 보편적인 견해입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서정시는?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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