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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저작권보호", 남의 일이 아니다...
2020년 01월 31일 21시 42분  조회:3420  추천:0  작성자: 죽림
이상문학상 공정성을 문제삼으며 ‘작품활동 중단’을 선언한 소설가 윤이형.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제가 받은 이상문학상을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부당함과 불공정함이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작품활동 중단’을 선언한 소설가 윤이형(44)이 공식적인 입장을 31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밝혔다. ‘작품활동 중단’ 이유가 최근 이상문학상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 때문임을 밝히며 문학사상사에 해명과 사과, 운영 정상화를 요구했다.

윤이형은 “상을 돌려드릴 방법이 없다. 이미 상금을 받았고 그 상에 따라오는 부수적 이익들을 모두 받아 누렸다. 더불어 저작권 개념에 대한 인식 미비로 양도 문서에 사인을 했기 때문에 제 작품을 그 일에서 떼어낼 수도 없게 되었다”며 작품활동 중단 이유를 밝혔다.

윤이형은 지난해 중편소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로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문학사상사가 주관하는 이상문학상은 매년 초 수상작을 발표하지만 2020년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소설가 김금희·최은영·이기호 등이 ‘공정성 논란’을 제기하며 우수상 수상을 거부해 발표가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관련 기사) 김금희 등은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 조건으로 수상작품의 저작권을 3년 동안 문학사상사에 양도하도록 한 조항 등이 불공정하다고 문제삼았다. 문학사상사는 대상 수상작에 대해서 “대상 수상 작품의 저작권은 주관사가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이를 지난해부터 우수상 작품에도 요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문학사상사 관계자는 “직원 실수로 대상 수상자에게 갈 서류가 착오로 우수상 수상자에게도 갔다”며 “공식 입장을 추후에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수록된 ‘저작권 양도 조항’.

윤이형은 “지난해 1월 이상문학상 수상 통보를 받은 직후 ‘대상 수락 및 합의서’에 서명했다. 작품의 저작권을 문학사상사에 양도하고 3년 뒤에 개인 작품집이나 단행본에 수록할 수 있지만 대상 수상작은 표제작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적혀있었다”며 “용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저작권’과 ‘출판권 및 배타적 발행권’을 구별하지 못했다. 자세히 보지 않았고, 그때까지는 문제의식이 없기도 했다. 또 우수상 수상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학사상사 전 직원’의 말을 인용하며 “우수상 수상자들의 저작권을 문학사상사에 묶어 놓는 부당한 조항은 지난 두 해만 적용되었던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문학사상사 회장이 우수상 작가들에게 보내라고 했다고 들었다”며 “작가로부터 저작권을 풀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풀어주었고, 들어오지 않으면 그대로 3년 동안 개인 작품집에 수록할 수 없도록 묶어놓는 것으로 진행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윤이형은 “활동 중단을 결심하고 청탁과 계약들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수치심과 자괴감을 견딜 수 없었고, 더 이상 문학계에서 어떤 곳을 믿고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작가가 마음 놓고 일을 하고 작품을 발표할 수 있나”라며 “더이상 제가 무엇에 일조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부조리에, 범죄에, 권리 침해에 일조하고 싶지 않다.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계약금, 선인세 혹은 상금을 받았기 때문에 대응할 방법이 없어 찜찜한 상태로 일을 계속하고 싶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어 “문학계에서 어떤 문제제기를 했을 때 연루된 작가들의 피해가 제대로 보상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기시감과 환멸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윤이형은 “문학사상사는 이상문학상을 자의적으로 운영한 것, 우수상 수상자들의 저작권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빼앗은 것, 형식상의 계약서를 보내며 거래하듯 상을 수여해 작가들에게 부당한 상황을 만든 것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고 상처받은 작가들과 독자들에게 사과하길 바란다”며 “상의 운영방식과 저작권 관련 방침을 개선해 정상적으로 운영할 것임을 약속해주기시 바란다”고 밝혔다.

윤이형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10일 문학사상사에 공식 해명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마음이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글을 쓸 수 없는 상태”라며 “올해 출간이 예정된 다른 작가들과 함께 참여하는 단편집 두 권은 이미 원고가 넘어간 상태여서 출간되겠지만, 앞으로 단독 저서 출판은 문단에서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제 작품을 지킬 수가 없을 것 같다. 어디를 믿어야할지 모르겠고, 무슨 일이 또 일어날지 무서운 마음이 크다”고 덧붙였다.

동료 작가와 독자들은 윤이형의 ‘활동 중단’ 소식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소설가 김초엽은 “윤이형 작가님과 작품들을 너무 사랑해서 문학사상사에 더 화가 난다. 이 엄청난 손실을 어쩔 것인가”라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밝혔다. 트위터 이용자 ‘마녀’(@VIOLET_RAI)는 “윤이형 작가님의 작품활동 중단은 한국에서 여성작가의 삶 뿐만 아니라 청년작가로서 지금껏 ‘관행’이 되어온 옳지 못한 절차에 대한 최후의 결정이다. 단지 이상문학상 만의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이형입니다’ 전문 보기



/이상훈 기자 /이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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