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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부 101] - 26...
2020년 03월 08일 23시 24분  조회:3931  추천:0  작성자: 죽림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남성적/여성적 어조라는 표현, 이거 성차별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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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서 화자의 어조를 공부하다 보면 남성적 어조, 여성적 어조라는 말이 나옵니다. 남성, 여성으로 어조를 가르는 것이 성차별적인 것은 아닌가요?

남성적/여성적 어조라는 표현, 이거 성차별 아닌가요?

어조 : 시적 화자의 말투

시를 공부하다 보면 어조라는 말 때문에 신경이 쓰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조는 아주 단순한 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어조는 ‘말투’를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한 말이지요. 우리가 사용하는 말에는 단어와 문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각자의 독특한 억양과 강세, 음색, 속도, 목소리의 크기 등이 존재합니다. 기분에 따라서 말투가 달라지기도 하고 누구와 말하느냐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지요. 같은 말을 두고도 새침하고 뾰로통하게 전달할 수도 있고 격식을 갖춰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투에 따라 의미가 잘못 전해져 가끔 사람들 사이에 오해가 생기기도 하지요.

시에서도 일상생활처럼 말투가 존재합니다. 그것을 바로 어조라고 부르지요. 같은 의미를 전달하더라도 어조에 따라서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어조는 시의 주제를 형성하는 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합니다.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김현승, 「가을의 기도」 중에서

‘~소서’로 된 어조를 ‘~다’로 바꿔 볼까요. ‘가을에는 사랑하고 싶다. 오직 한 사람을 택하고 싶다.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고 싶다.’ 위의 시에서는 시적 화자의 어조가 어떤 절대자에게 기도를 드리는 것처럼 기원의 의미를 지니지만 바꾼 문장에서는 화자의 의지와 바람을 나타내는 소망의 의미로 바뀝니다. 어조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것이지요. 이와 같이 시적 화자의 어조는 시의 주제를 강조하거나 시적 화자의 태도를 반영하는 역할을 해 줍니다.

외계인의 어조를 상상해 볼까?

시의 어조는 상황에 따라서 아주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제일 먼저 듣는 이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시의 어조는 독백적 어조, 대화체 어조로 나뉩니다. 또한 듣는 이가 누구인지에 따라 명령적 어조, 청유적 어조, 기원적 어조 등이 존재할 수 있지요. 그뿐만 아니라 시적 화자의 정서에 따라 영탄적 어조, 격정적 어조, 그리움의 어조, 낙천적 어조 등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따라 냉소적 어조, 풍자적 어조, 비판적 어조, 해학적 어조, 예찬적 어조 등으로 구분할 수 있지요. 마지막으로 시적 화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어조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어른인지, 어린이인지, 지식인인지, 노동자인지, 남성인지, 여성인지에 따라서 어조가 달라지지요.

‘남성적 / 여성적 어조’는 사회적 관습의 반영

자, 이제 여러분이 궁금해 했던 남성적 어조, 여성적 어조를 살펴봅시다.

일단 남성적 어조는 대개 상황을 단정하는 어미나 명령형 종결 어미를 취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데 어울리며 의지적이고 힘찬 기백을 담은 내용을 전달하기에 적절합니다.

이에 반해 여성적 어조는 부드럽고 유연한 느낌의 여성성이 드러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여성적 어조는 간절한 기원, 애상의 내용을 전달하기에 적합하며, 높임, 청유형, 가정형 등의 표현으로 나타납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든 못하였으리라

이육사, 「광야」 중에서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중에서

두 편의 시에서 어느 것이 남성적이고 어느 것이 여성적일까요? 아마 대부분 쉽게 답을 맞췄을 텐데 여러분의 생각대로 이육사의 「광야」는 남성적 어조를, 한용운의 「님의 침묵」은 여성적 어조를 지닌다고 말할 수 있지요. 전자가 ‘~으리라’라는 의지적인 표현을 쓴 반면에 후자는 ‘~습니다’처럼 높임과 존경의 의미를 나타내는 어미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하나의 작품 안에서 남성적 어조와 여성적 어조가 함께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소월의 시 「초혼」을 보면 남성적인 어조, 여성적인 어조를 모두 찾을 수 있지요.

산산이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

심중에 남아 있는 말 한마디는
끝끝내 마저 하지 못하였구나.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사랑하던 그 사람이여!

김소월, 「초혼()」 중에서

‘초혼’은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부른다는 뜻입니다. 시적 화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이름을 “부르다가 내가 죽을” 만큼 간절하게 외치며 그리워하고 있지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절규하듯이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는 남성적인 어조로 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애상의 정서를 드러내는 것은 일반적으로 여성적 어조라고 봅니다. 같은 시인데도 혹자는 ‘남성적 어조’로, 혹자는 ‘여성적 어조’로 설명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시의 어조를 ‘남성이냐, 여성이냐’로 제한하지 않고 ‘반복과 영탄을 통한 강렬한 어조’로 보는 시각도 꽤 있습니다.

그럼 남성적 어조, 여성적 어조는 왜 이렇게 유형화되었을까요? 다름 아닌 사회적 관습 때문입니다. 예전에 남자들에게는 주로 의지적이고 기백이 있는 모습들이 요구되었고, 여자들에게는 순종적이고 간절히 갈구하는 모습들이 요구되었지요. 이는 우리 사회가 과거에 그러했던 것을 언어가 반영한 것이지 언어 표현으로 남녀를 차별하려 한 것은 아닙니다.

요즘은 남성과 여성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지위가 과거와 달리 많이 변했지요. 예컨대 남성적 성향으로 일컬어 왔던 ‘당당함’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까요? 과연 당당함이 남성 고유의 성향일까요? 성별을 떠나 사람, 동물, 사물의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성향일 텐데 말이지요. 마찬가지로 흔히 여성적 성향으로 일컬어 온 ‘섬세함’ 또한 남성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에 대한 선입견이 조금씩 사라질수록 화자의 어조를 성별에 따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어지겠지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적지 않게 쓰이는 말이니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뜬금있는 질문

시는 아름다움을 언어로 표현한 것인데 냉소적이거나 풍자적일 수도 있나요?

시는 언어를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입니다. 이때 아름다움이란 굳이 서정적인 것만을 대상으로 하지는 않습니다. 조화롭고 균형 잡힌 아름다움 이외에도 초월적이거나 비극적인 아름다움도 존재하지요. 대개 냉소적이거나 풍자적인 시들은 현대 문명이라든가 세계의 모순을 초월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점에서 시에서도 성찰적, 냉소적, 풍자적 어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김수영 시인의 「사령」이라든가, 최승호 시인의 「북어」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남성적/여성적 어조라는 표현, 이거 성차별 아닌가요? (국어선생님도 궁금한 101가지 문학질문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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