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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詩人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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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감정을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온갖 정서를 타인과 나누고 싶어 하지요. 타인에게서 공감을 얻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시에서도 감정을 다른 것과 함께하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감정이입이지요. 이 말은 독일의 헤르만 로체가 1858년에 처음 사용한 표현입니다. 시적 화자의 감정을 다른 대상에 이입하여 마치 대상이 화자의 정서를 함께 느끼는 것처럼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백석의 「여승」에서 “산꿩도 섧게 울은”이라는 말에서 ‘섧게’는 ‘서럽게’를 줄인 말입니다. 따라서 이 구절은 산꿩이 서러워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요. 산꿩은 서러움을 느끼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산꿩이 시 속 상황을 이해하고 서러움에 빠지기는 더욱 힘들겠지요. 따라서 산꿩이 서럽다는 것은 시적 화자가 느끼는 서러움을 산꿩에 이입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김소월의 「초혼」에서 사슴의 무리가 슬피 운다고 했지만 사슴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인간이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슬프다는 감정은 시적 화자의 정서를 이입한 것입니다. 이렇게 보니 의인법으로 표현된 것들도 감정이 이입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네요.
자, 이제 감정이입과 구별이 잘 안 되는 ‘객관적 상관물’을 살펴봅시다. 객관적 상관물은 20세기 초 영국의 문예비평가이자 시인인 T. S. 엘리어트가 사용했던 말로 그 역사가 감정이입보다는 짧습니다.
객관적 상관물은 화자의 감정이나 생각을 주관적으로 바로 드러내지 않고 다른 대상이나 정황에 빗대어 표현할 때, 그 대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슬프다는 말을 직설적으로 쓰지 않고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구슬프게 내리는 비’를 동원할 때 바로 ‘비’가 객관적 상관물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감정이입에 사용된 표현들은 모두 객관적 상관물이 됩니다. 백석의 「여승」에서의 ‘산꿩’과 김소월의 「초혼」에서의 ‘사슴’은 감정이입의 대상이기도 하고 객관적 상관물이기도 한 것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감정이입과 객관적 상관물 사이에 전혀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객관적 상관물 중에는 감정이입이 아닌 것들도 존재합니다. 왜냐하면 객관적 상관물은 화자가 어떤 정서를 느끼게 되는 계기를 제공해 주는 대상을 가리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즉 화자가 느끼는 감정과 같은 감정을 갖지 않더라도 그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이라면 객관적 상관물로 볼 수 있지요.
시적 화자는 고향이 아닌 곳에서 침상도 없이 비참하게 운명하신 아버지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화자는 자신의 쓸쓸하고 힘겹고 외로운 정서를 “풀벌레 소리 가득 차 있었다”라는 말로 나타내고 있지요. 따라서 풀벌레 소리는 화자의 정서를 직접 표현하지는 않더라도 화자가 아버지를 여읜 슬픔을 느끼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풀벌레 소리에 감정이입이 직접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화자의 정서를 느끼게 해 준다는 점에서는 객관적 상관물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객관적 상관물은 감정이입을 포함하는 개념이지만 감정이입 외에도 화자의 정서에 기여하는 모든 대상이나 정황 들을 포괄하는 보다 넓은 범주의 개념이라고 보면 됩니다.
좀 더 쉽게 말하자면 감정이입은 슬프다, 기쁘다, 자랑스럽다 등등의 감정을 드러낼 만한 표현이 있는 경우이고, 그런 말이 직접 드러나지 않은 채 감정을 일깨우는 대상이나 정황이 존재하면 그것은 객관적 상관물로 보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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