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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템과 남영전 시인
2020년 06월 27일 22시 35분  조회:3112  추천:0  작성자: 죽림

[구술 ] 토템과 성씨의 기원

편집/기자: [ 정현관 ] [ 길림신문 ]  [ 2020-04-24 ] 
 

 
—중화인민공화국 창립 70돐 기념 특별기획-[문화를 말하다-48](남영전편-3)
옛날에 우리 인류는 성씨가 없었습니다. 원시공동체사회에서 성씨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토템이 나타나면서 인류는 성씨를 가지게 되였지요. 그래서 인류가 성씨를 가지게 된 것은 대단히 진보적인 것이였으며 인류문명사회에서 획기적인 사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성씨가 있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을 구분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럼 성씨는 어디에서 온 것일가요? 바로 조상들의 토템숭배에서 온 것입니다. 옛날 사람들은 반드시 어떤 물체와 관계가 있어서 조상이 탄생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관계가 있는 물체를 친척처럼 생각한 것이지요. 친척이라는 말이 토템이라는 말입니다. 1903년 중국의 엄복이라는 학자가 번역을 하면서 토템이라는 말이 나오게 되였습니다. 지금 따져보면 토템이라는 말은 외국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고 실상은 묘족들의 방언입니다.
조선민족의 제일(第一) 성씨가 뭔가 하면 왕씨입니다. 왜냐하면 조선민족은 단군 왕검을 시조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일 성씨는 바로 왕씨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계산해 보면 왕씨는 지금으로부터 4353년 전에 탄생했습니다. 그것은 왜냐하면 단군신화가 기원전 2333년에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옛날에 하늘나라에 천제 환인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들이 환웅이였는데 하늘나라에서 인간세상을 동경해 내려가 보고 싶어했습니다.

 
2007년 길림신문사 《창업의 길》 도서출판좌담회에서 발언하는 남영전(왼쪽 두번째).

그래서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천부인(天符印) 세개를 주면서 땅에 내려가 인간세상을 다스리라고 하였습니다. 환웅은 신단수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환웅이 풍백, 우사, 운사 등 세 사람과 함께 인간세상을 다스릴 무렵 그때 한 동굴에 범과 곰이 살고 있었습니다. 범과 곰이 인간세상을 동경했습니다.
자기네들도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였습니다. 그래서 신단수 앞에서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지요. 환웅이 곰과 호랑이에게 쑥 한줌과 마늘 20개를 주면서 “너희가 이것을 먹고 동굴 안에서 백일 동안 금기를 지키면 사람으로 변할 수 있으리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곰은 쑥과 마늘을 먹고 착실하게 금기를 지켜 예쁜 녀자로 변했지요. 웅녀로 된겁니다. 그러나 성질이 급한 호람이는 금기를 지키지 못해 사람으로 화신하지 못했습니다.
사람으로 화신한 웅녀는 혼인상대가 없어 신단수 아래서 아이를 갖게 해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리하여 환웅이 사람으로 변하여 웅녀와 혼인을 맺아 아들을 보았으니 그가 바로 단군 왕검(檀君王俭)이였습니다. 단군이 바로 조선민족의 조상인 것입니다. 이는 기원전 2333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럼 단군의 성씨가 왜서 왕씨였을가요.
제가 한번 분석을 해봤습니다. 일반적으로 호랑이를 산중의 왕이라고 하는데 단군의 가족들은 산중의 왕은 호랑이 아니라 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곰은 금기를 지켜 사람으로 변했지만 호랑이는 사람으로 변하지 못했으므로 곰보다 한수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곰을 산중의 왕이라고 여긴 것입니다. 그래서 왕씨를 곰의 대변인이라고 여기고 성씨를 왕씨라고 한 것입니다.

 
2007년 재한화교협회 한성호 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남영전(왼쪽).

그럼 왕씨가 조선민족의 제일 성씨인데 왜서 지금 왕씨 성이 거의 없을가요? 력사적으로 보면 왕씨 성을 가진 사람이 많았습니다. 고려왕조 5백년 력사에서 성씨가 가장 많은 사람이 왕씨였습니다. 그런데 1392년에 고려가 망하고 리씨 조선으로 바뀌면서 왕씨 성들은 피해를 면하기 위해 자신의 성을 바꾸어버린 것입니다.
왕(王)자 우에 인(人)자를 붙여 온전할 전(全)씨로 바꾸거나 량쪽에 내리금 하나씩 그어 밭 전(田)씨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옥(玉), 마(馬), 금(琴),김(金) 등 성씨로 고친 것입니다. 이렇게 왕씨 성은 하루아침 사이에 없어져버렸습니다. 지금의 전씨, 마씨, 옥씨 등 성들은 전부 다 왕씨에서 온 성들입니다. 이렇게 왕씨의 토템은 곰인 것입니다. 리씨 성의 토템은 범입니다.
왕씨가 조선민족의 첫번째 성씨라면 두번째 성은 바로 박씨입니다. 박씨의 조상은 박혁거세입니다. 기원전 69년에 박씨 성의 조상인 박혁거세가 세상에 탄생했습니다. 혁거세는 하늘이 내린 알에서 나왔습니다. 그 시대 선인들은 아침에 뜨고 저녁에 지는 해를 날개 달린 태양새로 보았습니다. 이 자주색 알은 곧 하늘이 내린 태양새의 알이지요. 때문에 혁거세는 태양의 아들, 태양은 그의 어머니 토템입니다.
무릎 꿇고 절하는 백마, 어쩌면 이 백마가 하늘에서 알을 실어왔고 또 알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땅에 닿는 기운은 소식을 알리는 번개, 혁거세의 탄생을 알리는 토템수호신입니다.

 
토템문화 답사를 하고 있는 남영전. 

알에서 나온 동자를 동천에서 목욕시키니 몸에서 광채가 일어났습니다. 빛이 인간세상에 왔다 하여 그의 이름을 혁거세(赫居世)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알은 박처럼 둥글다 하여 성을 박씨로 하였습니다.
세번째 성씨는 고씨입니다. 고주몽이라는 고씨이지요. 여기에는 이런 신화가 있습니다. 동부여 금와왕이 하루는 태백산 우발수에서 우연하게 귀양살이 신세인 하백의 딸 류화를 만났습니다. 그녀를 가엾게 여겨 궁중에 (데려다) 보살펴주었더니 이상하게도 해빛이 쫓아와서 규방의 그녀를 비추었습니다. 류화가 몸을 피했지만 해빛은 그녀를 따라 다녔습니다. 이로 인해 류화는 임신하여 몸을 풀었는데 놀랍게도 아이가 아니라 알이였습니다. 그 알 크기는 다섯되나 되였습니다.
왕은 상서롭지 못하다 여겨 그 알을 개, 돼지우리에 버렸더니 개와 돼지는 먹지 않았고 돼지는 핥아주었으며 마구간에 버렸더니 소가 젖을 먹여주었고 길에 버렸더니 소나 말이 피해가고 들판에 버렸더니 새와 짐승들이 덮어주었습니다.
왕이 깨뜨리려 해도 깨여지지 않으니 다시 류화에게 돌려주었습니다. 류화가 알을 싸서 따뜻한 곳에 두었더니 동자가 껍질을 깨고 나왔는데 기골이 영특하고 기이하였습니다. 나이 7세에 벌써 스스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쏘면 백발백중이였습니다. 풍속에 활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 하였으므로 동자의 이름을 주몽이라 불렀습니다.

 
2014년 길림시조선족예술관에서 토템문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남영전.

금와왕에게는 아들 일곱이 있었는데 재주가 주몽을 따르지 못하니 맏이 대소가 왕에게 “주몽은 사람이 낳은 것이 아니니 만약 일찍 도모하지 않으면 후환이 있을가 두렵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와왕이 받아들이지 않자 왕자는 다른 장수들과 주몽을 해치려고 음모를 꾸몄습니다. 이를 알아차린 어머니 류화는 아들 주몽에게 “그들이 너를 해치려 하니 너의 재주와 지략이라면 어디 간들 못살겠니, 속히 떠나거라.”라고 말합니다. 주몽이 도망가는데 큰 강이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천제의 아들이요, 하백의 외손자다. 오늘 도망가는 길인데 뒤쫓는 자가 있으니 어찌하면 좋겠느냐?”라고 말하자 물고기와 자라들이 나타나 다리를 놓아 주몽을 건너게 한 다음 사라졌으므로 뒤쫓아오던 기병들은 못 쫓아오게 되였습니다. 이것은 토템이야기입니다.
졸본부에 이른 주몽은 비류수가에 초막을 짓고 도읍지를 정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천제의 아들이므로 성을 고씨로 하였습니다. 왜서 고씨라고 하였는가 하면 아버지 천제가 고신씨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주몽의 외할아버지 하백도 중국의 황하류역에서 황하를 다스린 실존한 사람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다음 네번째 성은 김씨입니다. 조선민족의 김씨는 김해 김씨와 경주 김씨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김해 김씨의 조상은 김수로입니다. 김수로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이 하늘에서 자주색 줄이 늘어져 땅에까지 닿은 것을 발견하고 거기에 동여있는 붉은 보자기로 싼 금함(金盒)이 있어 그것을 열어보니 안에 태양처럼 둥근 황금알 여섯개가 들어있었습니다. 그 여섯개 알 중에서 제일 먼저 알을 까고 나왔다고 하여 이름을 수로(首露)로 하고 금함, 황금알에서 나왔다고 해서 성씨를 김씨(金氏)라고 부르게 되였습니다.

 
2011년 중국작가협회와 인민일보사에서 조직한 성세민족정응모에서 수상한 남영전 시인(오른쪽 세번째).

그리고 허씨 성은 인도에서 건너왔다고 합니다. 김수로가 왕위에 오른 뒤 인도 공주를 왕후로 맞이하였는데 성은 허씨요 이름은 황옥이라고 불렀습니다. 김수로와 허왕후 사이에 자식 열명이 태여났는데 큰아들은 김수로의 뒤를 이어 왕위를 계승하고 둘째와 셋째 아들은 어머니의 성씨를 따라 성을 허씨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아들들은 삭발하고 절에 들어가서 중이 되였습니다.
여섯번째 성씨, 석씨 성의 조상은 석탈해입니다. 신화를 보게 되면 주몽의 탄생과 비슷합니다. 어머니로부터의 란생(卵生)입니다. 주몽의 그 알은 짐승먹이로 버려졌지만 탈해는 배에 실려 바다에 버려졌습니다. 홍룡의 호위로 탈해가 실린 배는 신라 아진포까지 왔는데 또 까치들의 보호를 받았고 까치들이 사람들에게 소식을 알렸으니 룡과 까치는 탈해의 충실한 토템 수호신이였습니다.
탈해라는 이름은 궤를 열(解) 때, 알을 깨(脱)고 나왔다 하여 이름을 탈해(脱解)라 하였고 까치의 보호를 받았다 하여 까치 작(鹊)자에서 석(昔)자를 떼여서 성을 석(昔)씨로 하였으니 성씨와 이름 모두 토템 표지입니다.
일곱번째 성씨는 남평 문씨입니다. 옛날 조선반도의 남평이라는 곳에 련못이 하나 있었는데 그 련못의 한가운데에는 큰 바위가 있었습니다. 어느 하루 바위 우에 석함이 나타났는데 왕이 신하를 시켜 가보게 하니 그 석함 안에서 어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신하가 석함을 열어보니 안에는 어린 동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왕이 속으로 이는 하늘이 내려보낸 은혜라고 생각하고 동자를 궁궐에 데려다가 키우도록 하였습니다. 그 아이는 다섯살이 되자 세상물정을 다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이름을 다성이라고 지었습니다. 성씨는 아이가 나온 석함에 글월 문(文)자가 새겨져 있었으므로 문씨로 정했습니다.

 
단군 왕검(자료사진), 조선민족의 제일 성씨인 왕씨성의 시조이자 역시 조선민족의 조상으로 전해내려오고 있다.

최씨 성의 토템은 금돼지입니다. 돼지는 복의 상징입니다. 옛날 한 고을이 있었는데 부임되여 오는 원님마다 부인이 감쪽같이 사라져 아무리 찾아도 찾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원님들은 누구도 이곳에 오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한 담대한 사람이 자처해 오겠다고 하였습니다. 새로 부임한 원님은 명주실을 가만히 부인의 치마에 매놓았습니다.
이번에도 원님 부인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부인의 치마에 매놓은 명주실을 따라갔습니다. 그렇게 찾아갔더니 한 심심산중에 큰 바위가 있는데 명주실이 돌밑으로 들어갔습니다. 바위 밑으로 들어가 보니 글쎄 부인이 금돼지한테 갇혀있는 것이였습니다. 원님은 가지고 간 노루가죽으로 금돼지를 처치하고 자기 부인을 구출해서 데리고 왔습니다. 금돼지가 노루가죽을 제일 무서워하였던 연고로 그다음부터는 감히 범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온 부인이 임신하였는데 후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금돼지의 아이라고 생각한 원님이 화가 나서 벌판에 아이를 버렸는데 이때 학이 나타나서 그 아이를 보살펴주는 것이였습니다. 후에 한 로파가  나타나서 아이를 데려다가 키웠는데 일곱살이 되니 글 읽는 소리가 장안성(지금의 경주)까지 들렸습니다. 그 아이가 바로 최치원입니다.
우리는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성씨가 어떻게 유래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글 구성: 리철수기자
영상: 정현관 최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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