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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템시/ 백학= 남영전, 해설= 현춘산(4)
2020년 09월 08일 20시 17분  조회:2162  추천:0  작성자: 죽림
토템문화와 토템시(4)
(ZOGLO) 2020년7월30일 
 
 
백학(흰 두루미), 백의 민족의 혼
 
현춘산
 
백설같은 두루미, 하얀 두루미.
목과 다리가 훤칠하게 생긴 흰 두루미가, 그 백학(白鹤)이 푸른 하늘을 가르며 높이 솟아오른다. 너울너울 춤추는 날개짓은 푸른 바다를 유유히 헤염치는 듯, 하늘하늘 창공에 뜬 모습은 흡사 어여쁜 천사의 모습이런 듯, 그 기품 있고 정결하고 도고한 자세는 또한 얼마나 우아하고 아름다운가.
 
고대의 동이족(东夷族)은 각별히 조류를 숭배했었다. 동이족의 조류숭배는 그가 처했던 자연지리적 조건에서 비롯되였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태양이 솟는 동쪽나라, 첩첩 뭇산과 천리 림해와 만경창파를 안고 사시절이 분명한 자연지리적 조건에서 말이다.
일년치고 사시절이 바뀜에 따라 철새들이 날아오고 날아간다.
동이족의 천신(天神)숭배는 바로 태양숭배였다. 그들은 하늘높이 비상(飞翔)하는 새들이 태양으로 날아갔다가 태양에서 대지로 돌아온다고 믿었다. 그중 가장 높이 날아오르는 새가 백학이다. 그래서 신선들이 하늘에 오를 때면 백학을 타고 오른다고 했다.
동이족은 태양의 밝은 빛을 흰색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태양이 비추는 낮을 "백천"(白天)이라고 불렀다. 태양이 비치는 "백천"과 백설 같이 흰 백학.
과연 우리 선조들의 시각으로 보는 백학은 어떤 새였을가.
태양숭배에서 비롯된 흰 색에 대한 숭상, 흰 색에 대한 숭상으로 옷도 흰 색만을 고집했던 백의민족(白衣民族). 그 백의민족에게 있어서 백학은 과연 어떤 새였을가.
백학은 또한 성인(圣人)의 화신으로 되기도 한다. 옛날 고기붙이 아니면 식사를 못하는 모친을 위해 사냥을 하던 신효거사가 마땅한 사냥감이 없어 하늘 높이 날아가는 다섯 마리의 학을 바라고 화살을 날린다. 그러자 그중의 학 한마리가 깃털 한대를 떨어뜨린다. 거사가 그 깃털을 눈에 대고 보니 사람들이 모두 짐승으로 보였다. 훗날 거사를 만난 오류성중(五类圣众)의 하나가 자기의 깃털을 돌려달라고 해서 그 깃털을 주니 떨어진 옷자락에 갖다대는데 그 깃털이 삼베쪼박으로 변하여 꼭 들어맞는 것이였다.
그 다섯 도사가 바로 신효거사가 활로 쏜 다섯 마리의 학이였다. 백학은 그 도사들의 토템이였다. 토템과  인간의 호상전환을 보여준 사례다.
백학은 소나무, 사슴, 불로초 등과 마찬가지로 우리 민족 십장생(十长生)의 하나로 간주되였다. 백학은 천지간에 아름다운 것만 취하여 그 몸을 보양하고 사기(死气)가 없는 가운데 살므로 장수한다고 한다.
백학은 다른 조류에 비하여 높이 나는 새로서 비상과 높이를 상징하는 동물.
억센 날개로 하늘높이 나는 새, 풍운(风云)을 헤가르며 풍랑을 맞받아 하늘높이 날아오르는 새, 그는 피와 불의 세례속에서 신음하던 이 땅의 인간들에게 있어서 희망이였고 간난신고로 자기의  운명을 개척하던 백의민족의 귀감이였고 힘이 아니였을가.
시인 남영전의 토템시 "백학"은 백학의 성격을 백의 민족의 혼으로 표현하고 있다.
 
백의 혼이여
천만년 깊이 묻힌 피비린 내음에 절고
천만년 검붉은 질식속에 몸부림치고
천만년 무거운 층암속을 뚫고 나오며
검은 삿갓 검은 두루마기 검은 적삼 불살라버리고
천지간에 하얗게 다듬어진 넋
 
백의 혼은 바로 이렇게 유구한 세월 험악한 환경과 엄혹한 시련속에서 련마된 것이다.
이렇게 련마된 백의민족의 넋이였기에 "결백속의 붉은 피방울/백두의 얼음속에 스며든데도 애탄하지 않고/더욱 더 많고 많은 백의 혼 낳아키웠"던 것이다!
남영전시인의 토템시에서 표현된 백학의 토템이미지는 광명과 자유와 행복을 위하여 풍랑을 헤쳐온 백의 민족의 억센 투지와 생명력이며 백의민족의 깨끗한 지조와 굴함없는 령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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