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를 보면 천신 환웅이 인간세상을 다스리러 내려올 때 풍백(风伯), 운사(云师), 우사(雨师)를 거느렸다. 풍백은 바람의 신이고 운사는 구름의 신, 우사는 비의 신으로서 바꾸어 말하면 하늘의 수신(水神)이였다. 바람, 구름과 비는 불가분리의 관계로서 다 대지의 물과 풍요를 위하여 준비된 존재들이였다.
철학자 텔레스는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물에서 생겨난다고 말했다. 조상들의 관념세계에서 물은 흙과 마찬가지로 남성적인 하늘과 짝지어진 녀성적 존재였다.
물이 신화에서 녀성적 의미를 가질 수 있은 것은 달과 바다와 달과 녀성의 관계에서 비롯되였다. 달이 둥글어지고 이지러짐에 따라 바다에 밀물과 썰물이 생긴다. 또한 이 달의 변화에 따라 녀인들은 생리적 변화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달과 물과 녀성은 다 같이 생명력과 생산력, 그리고 풍요의 상징이다. 때문에 바다물과 녀성의 생리수를 원수(原水)라고 불렀다. 원수는 인류의 시원(始源)을 내포하고 있다.
물의 신비한 힘은 우리의 박혁거세(朴赫居世)와 알영(阏英)신화에서도 표현되고 있다. 혁거세왕의 왕비 알영은 우물에서 나온 계룡(鸡龙)의 옆구리에서 태여난다. 계룡이란 바로 봉황의 화신이다.
박혁거세가 태여났을 때 동천(东泉)에서 목욕시키니 온몸에 광채가 났기에 밝은 기운이 인간세상에 왔다는 뜻으로 이름을 혁거세라고 지었고 알영의 입술이 닭의 부리같아서 북천(北川)에서 목욕시키니 부리가 떨어져 나갔다 한다. 여기에서 물은 박혁거세와 알영을 재생시킨 모친토템이다.
또 한가지 주목되는 바는 달과 우물과 녀성에 관련된 우리의 하나의 풍속이다. 달빛이 어린 우물물을 떠 마시면 생남(生男)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이른 새벽 수집음을 타는 각시들이 남몰래 우물가로 살그머니 나와 룡의 알을 상징하는 달그림자가 비낀 우물물을 바가지로 떠 마셨던 랑만적인 력사가 우리에게 있었다. 달과 물과 녀성의 일체화(一体化)를 보여주는 소재의 극치라 하겠다.
물은 또한 경세지언(警世之言)을 상징하기도 한다. 백제의 멸망을 눈앞에 앞두고 우물의 물이 피빛으로 변했다고 한다.
우리 민족 조상들의 물숭배에 근거하여 시인 남영전은 1991년 6월에 토템시 "물"을 창작하였다.
시인은 물의 신비함과 신성함을 찬미함으로서 물토템의 위상을 표현하고 있다.
사람은 물우를 오가고
고기는 물속을 헤염치거니
물우도 물속도 모두 생명의 락원이라
(중략)
물의 신화는 인간과 함께 숨쉬고
물의 위엄은 하늘과 함께 살아간다
물, 물, 물
모든 생명과 령혼의 대문 여닫는 신령이여
물은 인간과 만물을 잉태하고 낳아기르는 위대한 모성의 상징이다. 물은 인간을 포함한 만물의 근원이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생명수"라는 이름으로 물의 이미지를 찬미한다. 지구상의 온갖 생명과 생물을 잉태하고 낳아주는 물은 흙과 더불어 영구한 생명체다.
시인은 "모든 생명과 령혼의 대문 여닫는 신령"이라는 시구로 인간을 비롯한 만물의 근원인
물의 토템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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