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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시譚詩}
죽림동, 그 이름 부를 때면...
김승종
1
죽림골물에서 짜개바지 벌거숭이 개발헴 멱감던 친구들아,-
버빡골 실개천에서 가재잡이 세치네잡이 흥했던 친구들아,-
식초, 소다, 사카린 자작혼합형 사이다 나눠먹던 친구들아,-
달빛아래 모기쑥불 휘둘러 수수께끼놀이 신났던 친구들아,-
들벌한테 쏘이면서도 개똥참외 서리로 재미났던 친구들아,-
박달나무 얼어튀는 보배골에서 썰매타기 정났던 친구들아,-
그립다 그리워
또 다시 한번 그리워
“새양했”던 죽림동 개구쟁이들아,-
들숨날숨 지금 어디메???...
2
“깜장눈” 암소야,-
우리 집 살림꾼이였던 “깜장눈” 암소야,-
그립다, “깜장눈” 암소야,-
시인랍시고 쭉정이 글월 수없이 썼어도
너에게 문안 편지 반의 반 쪼가리도
못 써올려 죄송하기 짝 없구나
“깜장눈” 암소야,-
이 텁석부리가 고중 때,
눈과 귀를 더 틔이려고
두만강역 로과구 죽림동에서 덕화구 남평툰으로
“류학”하러 갈 때였었지.
네가 발구를 척 들레메고
이 눔의 쌀짐에, 이불짐에, 책짐을 무겁게 싣고
이랴 낄낄 선뜻 나섰었지.
죽림동 뒷 수영재골 올리막 골연 길
허위허위 헤쳐 헤쳐 이십여리,
또 가마솥골 내리막 골연 길
굽이굽이 탈탈 뚫고 삼십여리,
네발굽 터지도록 고맙게도 수고스럽게 갔다줘었지...
아부제와 어마이는 또 지고 이고 메고 들고,
너의 뒷그림자를 즈려밟으며
묵묵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탈탈 뚫고 삼십여리...
헤쳐 헤쳐 이십여리...
허위허위 이십여리...
굽이굽이 삼십여리...
이 텁석부리가 “류학” 끝날 때까지
“깜장눈” 암소는 발통 편자 몇 번이나 굽났었지
“깜장눈” 암소야,-
그후 이 시지기는 코마루 하늘 찌르고
부모님도 너의 그림자마저도 싹 잊어버렸었지...
“깜장눈” 암소야,-
너의 고기와 창자는
술꾼들의 안주로 되었을것이고,
또한 너의 뼈는
새별들의 눈 틔우는 분필로 성금되었을것이고...
너의 가죽은
상모춤꾼의 북 마구리에 메워졌을것이고,
멋쟁이 신사 쌍복 구두신 되었을것이고...
그립다 그리워 꿈결에도 불러 보는 참이름,-
사랑스러웠던 죽림동 “깜장눈” 암소야,-
그리워 또다시 그리워 불러 보고싶은 선이름,-
신성스러웠던 죽림동 “깜장눈” 암소야,-
시지기가 뒤늦게나마
정중히
두 손 모으고 모은다,
정중히
두 무릎 끓고 꿇는다...
그리고 정중히
꼴망태를 둘러메고
“깜장눈” 암소의 넋
한없이 부르고 부르며 찾고지고!!!...
3
이 텁썩부리는 뭇 수염 더부룩 할 때까지도
멋쟁이 울 아부제가 멋바람 일구는것을,
단 한 번도 단 한 번도 본적 없었다...
팔방미인 울 어마이가 분치장 차림하는것을,
단 한번도 단 하루도 못봤었다...
오늘따라
훈훈한 살내음 풍기는
울 팔간 집 장롱짝 쪽문 살며시 빼쪽 열면,
장가들던 사지바지
청구름마냥 너슬너슬 선남 되어 노래하며 나온다...
시집오던 치마저고리
꽃노을마냥 사쁜사쁜 선녀 되어 춤추며 나온다...
꺼이꺼이...
아 ㅡ 부 ㅡ 제 ㅡ
어이어이...
어 ㅡ 마 ㅡ 이 ㅡ
4
두만강 건너 건너
금비녀도
은비녀도
놋비녀도
옥비녀도
목비녀도
죽비녀도
울 할매 앞으로 아롱다롱 달려왔었다
호곡령 너머 넘어
봉황비녀도
용왕비녀도
원앙비녀도
매죽비녀도
모란비녀도
석류비녀도
국화비녀도
울 할매(해주 최씨) 앞에선 무용장물이였었다
울 할매는 평소 머리 얹을 때에도
울 할매는 명실 머리 얹을 때에도
오로지 납비녀 하나로
하마하마 산뜻 족하였었다
납비녀 하나로
온 한생을 절이셨던
죽림동 할미꽃 할매이시여,-
ㅡ오늘도 납비녀는
이 내 뒤통수에 애절히 꽂혀 울고지고 ...
5
소똥두엄 나르던 달구지는,
쉬염쉬염 뽕나무 옆에서 탈춤가락 듣습니다
쏘시개 싣고 온 발구걸채는,
휘늘휘늘 비술나무 곁에서 바람잡이 되였습니다
콧노래 부르던 남정네들,
얼쿵덜쿵 버드나무 그늘에서 멍군장군 맞붙습니다
수다쟁이 아낙네들,
지지콜콜 단풍나무 마루에서 화투치기 곱잡습니다
코흘리개 조무래기들,
와짝지껄 느티나무 주위에서 놀음놀이 끝없습니다
동네돌이 황둥개도,
까불꺼불 물푸레나무 아래에서 자장가 부릅니다...
...
핫, 요지음,
시가지의 가로수들은
요지경 쇠붙이들과
미사여구 콩켸팥켸들에게
당당한 설 자리마저도
의젓한 앉을 자리마저도
막된 놈 마구발방 찌지리 빼앗기고 있는 이때,-
죽림동 가로수들은
늘 살맛 아름아름 넉넉하고 정나미 풋풋했습니다...
고향을 떠난 죽림동 뭇사람들께서는
옛이야기 푹 숨배인 죽림동 가로수 한 두 그루씩은,
그 누구나 고즈넉이
다-아 갑북갑북 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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