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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역시 지나가리라~ (견이의 橫說竪說)
2012년 06월 22일 16시 11분  조회:2941  추천:0  작성자: 견이
이것 역시 지나가리라
호젓한 해변 마을을 여행하던 어떤 부자가 가던 길을 멈추고 측은하고 한심하다는 눈길로 무언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배를 정박해놓은 부둣가 나룻배에 드러누워 하릴없이 담배를 뻐금뻐금 빨고 있는 한 어부의 모습이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이윽고 부자가 어부에게 다가가 물었습니다.
“아니, 날씨도 괜찮은데 고기는 안 잡고 왜 이렇게 빈둥거리시오?”
그러자 어부는 태평스러운 어투로 이렇게 대꾸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잡을 몫은 충분히 잡았소이다.”
“아니, 기왕이면 더 많이 잡는 게 좋은 것 아니오?”
부자의 말에 어부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더 많이 잡아선 무엇 하게 말이오?”
어부의 그런 태도에 부자는 답답하다는 투로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무엇 하다니?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당신은 그 돈으로 배에 다는 모터도 살 수 있고, 그러면 더 깊은 바다로 나가서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 아니오. 그러면 그 고기를 팔아 더 많은 돈을 만들고, 더 튼튼하고 큰 그물을 장만해서 훨씬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을 거잖소? 그러면 그만큼 돈도 더 벌게 될 것이고. 얼마 안 가서 어선도 한 척 더 마련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나중엔 큰 어선을 가진 선주가 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오! 그렇게 되면 당신도 나처럼 큰 부자가 되는 것이란 말이외다~”
그러나 그 설명을 다 듣고 난 어부는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부자를 멀거니 쳐다보며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부자가 되고 나서는 뭘 하쥬?”
“뭘 하긴, 그런 다음에야 편안히 앉아 쉬면서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거지.”
그러자 어부는 그 부자를 힐끗 쳐다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내가 무얼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우? 내가 지금 여유로워 보이지 않수?”

 **************

이미 커다란 보석을 가지고 있음에도 남의 더 큰 다이아몬드를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고 군침을 삼키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야깁니다.
불가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이 생에 만났던 영혼들이 전부 한자리에 모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영혼들은 삶에서 자신이 겪은 일들을 돌아보며 한바탕 배꼽을 잡는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너무 탐욕스럽고 심각하게 살았구나 하는 생각에서 말입니다.
삶이 하나의 즐거운 놀이이며, 지구라는 별에 잠시 여행을 온 것에 불과하건만 가지고 갈 수도 없는 것들,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닌 일들에 집착하면서 영원히 살기라도 할 것처럼 너무 아둥바둥하고 심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너무 허무한 것들을 위해, 아무 것도 아닌 일들 때문에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옛날, 다윗 왕이 신하들을 불러 명령을 내렸습니다.
"나를 위해 반지 하나를 만들어오되 거기에 내가 매우 큰 승리를 거둬 그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눅잦힐 수 있는 글귀를 새겨넣어라. 그리고 동시에 그 글귀는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하느니라."
신하들은 곧 왕명에 좇아 유명한 보석 세공인을 찾아 매우 아름다운 반지 하나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새겨넣을 적당한 글귀가 생각나지 않아 걱정이었습니다. 고민하던 중 신하들은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왕의 황홀한 기쁨을 절제해드림과 동시에 낙담하실 때 용기를 북돋우어 드리기 위해서는 도대체 어떤 말을 써넣으면 좋을까요?"
솔로몬이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이것 역시 지나가리라!’ 라고 써넣으시오. "부왕이 승리의 순간에 그 글귀를 보면 곧 자만심이 가라앉게 될 것이고, 낙심할 때 그것을 보게 되면 이내 표정이 밝아질 것입니다."
………
재물이든 영욕(榮辱)이든 고민이든 그것은 다 순간이요, 곧 지나가버리는 것임을 알 때, 우리는 큰 성공이나 승리의 순간에도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교만해지지 않을 것이고, 실패나 패배의 순간에도 지나치게 절망하지 않을 것이며 살아가는 동안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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