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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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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부고] 김견선생 2021년 7월 18일 별세 댓글:  조회:454  추천:0  2021-07-20
부고 - 김견선생 2021년 7월 18일 별세     延边作家协会 부고     중견작가이며 번역가인 김견선생님께서 2021년 7월 18일 20시46분에 연길에서 향년 50세로 타계하셨습니다.     연변작가협회 회원인 김견선생님은 1971년 연길에서 출생하여 연변예술학원 미술학부를 졸업하였습니다.     작품으로는 중단편소설 , , 등이 있으며 《연변문학》윤동주문학상 신인상, 백두아동문학상 동시상, 윤동주문학상 동시상 등을 수상하면서 조선족문학발전에 적극적인 공헌을 하였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연변작가협회 2021년 7월 19일
159    엄마 캥거루 댓글:  조회:2103  추천:0  2019-10-10
    엄마 캥거루   엄마 캥거루도  건망증 있나?   주머니 속  아기 캥거루는 본체만체    목 길게 빼든 채 아가야, 밥 먹어야지~ 두리번두리번~    
158    재신할배 댓글:  조회:2158  추천:0  2018-10-13
재신할배 떼돈 벌게 해달라고 부자 되게 해달라고 정성껏 마련한 개업식에 모처럼 납신 재신할배 관우 우당탕 꽝, 핑핑팡팡… 잡귀신 쫓는 폭죽소리에 화들짝 놀라 그만 걸음아, 나 살려라 허겁지겁 도망가네.
157    신경질 댓글:  조회:2204  추천:0  2018-10-06
신경질 엄마, 나 흙장난해두 돼? 안돼, 고운 옷 다 버릴라. 그럼 물장난할까? 안돼, 물에 젖으면 감기 걸려. 그럼 쟤들이랑 같이 축구 할래. 안돼, 그러다 어디 다칠라. 그럼 나 아이스크림 먹을래. 안돼, 찬 거 먹음 배탈 나잖니. 아항~~ ...... 어휴, 넌 대체 누굴 닮아 쩍하면 신경질이니?!
156    부전자전(동시) 댓글:  조회:1911  추천:0  2018-09-17
부전자전/ 견 할아버지는 생수장수로 백만장자 되셨고 아빠는 공기 팔아서 억만장자 되셨으니 옳거니~ 난 저 하늘을 통째로 전세 내야지!
155    더위쏭(동요) 곡 좀 붙여주실 분? 댓글:  조회:1710  추천:0  2018-08-03
새들은 두툼한 방한복 입고도 땀 한 방울 흘리는 법 모르고 긴긴 여름 가뿐히 잘도 나건만 사람들은 발가벗다시피 하고도 찜통이니 불볕이니 살인이니... 경보까지 울려가며 야단법석~ 엄살일랑 고만하고 좀만 견디자 내가 아플 땐 겨드랑이 온도가 39도를 넘었어도 끄떡 없었는걸~  
154    파(동시) 댓글:  조회:1657  추천:0  2018-07-27
파 우리 반급 총 56명 애들 중 나랑 동성동본인 아이는 꼴랑 2명. 아예 같은 성씨가 없는 애들도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 싶다. 그런데, 그런데… 동성동본까진 좋은데 파가 서로 달라서 남남이나 마찬가지란다. 1억도 채 안 되는 민족이 성씨, 본관도 모자라서 파까지 따져가며 네편 내편 가르고 있으니… 어쩌면 그래서 저 작은 반도땅도 여태 두 쪽으로 동강나있는 것일지도…
153    혼인보험(단편소설) 댓글:  조회:1742  추천:1  2018-07-23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는 일이었다. 인구가 불과 3백만 정도밖에 안 되는 지역에 다이아몬드 급이 무려 수십만 커플, 일차적 장려금만 수백억이 지급되다니…. 착잡한 마음에 지그시 눈을 감고 있노라니 아이템 하나로 황금빛 인생을 질주해왔던 지난 30년 세월이 꿈결처럼 떠올랐다. 정확히 31년 전, 2018년 보험회사에 면접 보러 갔을 때의 정경이 생생히 떠올랐다. “막강이라… 거 이름 한번 마음에 드는군. 그래, 꼭 우리 대망보험회사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했다는데 무슨 특별한 사유라도 있는 건가?” “그게 저… 실은 제가 보험 관련 아이템 하나 구상해 봤는데, 귀사에서 채납만 하신다면 대박 날 것인데 말입니다.” “그래? 정말 대박 날 아이템이라면 채납 못할 이유가 없지. 그래, 뭐 어떤 아이템인데? 정말 쓸 만한 거라면 내 자네 입사는 보장할 거니까 어디 함 들어나 봄세.” “에, 그렇게 말씀하시니 그럼 회장님만 믿고 솔직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실은 오래 전부터 ‘혼인보험’이라는 아이템을 내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말입니다.” “혼인보험이라…… 음, 그거 참 흥미롭군. 그래, 구체적인 방안 같은 건 있고?” “네, 여기 있습니다.” 막강이 미리 작성해 들고 간 기획서를 두 손으로 공손히 내밀자 막강을 흘끔 쳐다보던 회장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잠자코 기획서를 들여다보았다. 기획서는 대개 이러한 내용이었다. “혼인보험” 혹은 “사랑보험”아이템 기획안 취지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걸맞는 아이템으로, 신혼커플들의 참여율을 자극함으로써 회사 수익 제고는 물론, 나아가 전반사회의 이혼율을 낮추는 것을 취지로 한다. 구체 방안 1. 보험 가입대상: 연령제한 없이 결혼을 앞둔 남녀, 혹은 기혼남녀 모두 가입 가능. 2. 가입 비용: 가입금액은 1만원으로(할부 가능) 계약기한 만료 전 환불은 일절 불가. 3. 계약 기한 및 조건: 결혼 당일(계약 당일)부터 10년 사이에 이혼하면 자동퇴출로 간주하여 가입금을 일절 환불하지 않음. 4. 가입자 등급 분류: 가입자 등급은 10년 은혼(銀婚), 20년 금혼(金婚). 30년 이상은 다이아몬드급 등 세가지로 분류하며, 가입자 임의로 기중 한가지를 선택하도록 함.  혜택: 계약기한 만료 후 분류에 따라 향수할 수 있는 혜택은 은혼일 경우, 가입금 전액을 환불함과 동시에 장려금 2만원까지 총 3만원을 일차적으로 지급하며 은제 커플반지 한쌍을 선물한다. 금혼일 경우, 가입금 전액을 환불함과 동시에 장려금 4만원까지 총 5만원을 일차적으로 지급하며 순금 커플반지 한쌍을 선물한다. 다이아몬드일 경우, 가입금 전액을 환불함과 동시에 장려금 10만원까지 총 11만원을 일차적으로 지급하며 다이아몬드 커플반지 한쌍을 선물한다. 그리고 다이아몬드 커플에 한해서는 30년 이후 노동력을 상실할 때를 대비해서 매년 연금(年金) 5만원을 추가 지불한다. 계약기한 만료 후, 커플 중 한 사람이 불의 사망했을 경우, 은혼 커플 유가족에게는 위로금 1만원을, 금혼 커플 유가족에게는 2만원을 지불하며, 다이아몬드커플 유가족에게는 평생 동안 매년 5만원의 연금을 지불한다. * 주:(인간보편심리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암환자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가입자의 99&가 다이아몬드급을 선택할 것임.) “음, 아주 그럴싸한 방안이군. 좋아. 계약기한 만료 시 지불해야 할 장려금이 좀 과하다 싶은 게 흠이라면 흠이겠지만 말이야….” “네, 제가 아직 보험업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는 터, 그저 대체적인 구상만 적어 올린 거라 미흡한 점도 없지 않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회장님, 요즘 국내사회의 이혼율이 60%에 육박한다는 점, 그리고 향후 20~30년 후엔 70~80%도 넘길 거라는 점, 게다가 화폐의 평가절하까지 감안하신다면 그 정도 장려금은 그리 과한 것도 아니지 싶은데 말입니다.” “허허, 하긴… 이혼시대니, 자유시대니 하는 게 실없는 소리야 아니지. 음, 좋아. 약속대로 일단은 기획부에 자리 하나 만들어놓을 것이니 내일부터 출근하도록 하게. 그리고 이 기획안은 이사회에서 함 검토해보고 결정하도록 하지.” …… 그렇게 “혼인보험” 프로젝트는 불과 일주일 만에 막강이 작성한 기획안 그대로 이사회를 통과해 정식 출범되었고, “혼인보험”아이템이 출시했다는 소식을 접한 여러 매체들에서 앞다투어 취재, 보도하고 신문기사가 쏟아져나가는 바람에 굳이 돈 먹여 홍보할 필요도 없이 대대적인 홍보작업이 대행되었다. 보험업 유사이래 처음으로 출범한 아이템이었던 만큼 “혼인보험”은 전반 보험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고, 그 인기는 예상을 훨씬 초월해 해당 아이템이 출시한 해인 2018년 하반기에만 전국적으로 무려 수천만 커플이 가입했고, 이듬해 설 연휴가 끝나기 바쁘게 주문이 폭주하더니 급기야 전국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기에 이르렀다. 신혼을 앞둔 커플이 백이면 백 모두 혼수용품으로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혼인보험 가입은 필수품목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물론 극소수, 0.01% 꼴로 가입하지 않은 커플들도 있긴 했지만, 그것은 극소수 빈곤지역이나 계약결혼 등 특수사유로 인한 개별적인 경우였을 뿐, “혼인보험”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대망보험회사는 혼인보험이라는 아이템 하나로 2018년 하반기에만 2천억의 수익을 창출하며 일취월장하더니 이듬해 수익은 무려 3조에 달했고, 불과 5년 만에 국내에서 연간매출액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급부상하여 우수기업상, 공로상과 같은 국가급 상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그 동안 막강 또한 과원에서 팀장으로, 부문경리로 승진을 거듭한 건 이루 말할 것 없고, 회장 따님 눈에 들어 회장 사위가 되는 행운까지 차례지게 되었다. 물론 투박한 얼굴 윤곽이며 곰처럼 우람진 체구까지 회장을 판박이로 빼다 닮은 와이프를 마주할 때마다 서운한 마음을 금할 길 없었지만, 어찌 됐건 일개 시골출신인 막강이 내로라 하는 거부 반열에 올라 떵떵거리며 살게 된 건 어디까지나 그 곰 같은 여자랑 결혼한 덕이라 해야 할 것이었으므로 너무 낙담할 일만은 아니었다. 해서 막강은 그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또 덕분에 그만큼 호강하고 살았으면 됐지…’하고 체념하고 산 지도 한참 되었다…. “저기… 미안하지만, 이 사람이 창 밖을 내다보고 싶다 해서 그러는데… 어떻게 잠깐만이라도 자리 좀 바꿔 앉으면 안될까유?” 어눌한 말소리에 눈을 뜨고 보니 7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점잖은 인상의 늙은이가 어줍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 뭐 그러지요….” 막강이 군말 없이 몸을 일으키자 양주간이 연신 고맙다고 치사를 해왔고, 그렇게 안노인이 창가 좌석에, 바깥노인이 중간에, 막강이 통로 쪽 좌석에 자리하고 앉았다. “어디 여행 다녀오시나 보죠?” “아, 네. 피서 삼아 스위스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네. 말투를 들어보니 소수민족이신 것 같은데 혹시…?” “네, 그래요. 백산족입니다. 선생은 남방사람 같으신데… 우리 백산엔 무슨 일로?” “아, 소문으로만 듣던 곳이라 여행 삼아 함 둘러보려구요.” “아, 네….” 막강이 이번 걸음을 하게 된 것은 사실 한가하게 여행이나 하기 위함이 아니라 상황파악차 나온 것이었다. 말하자면 회사를 자금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인 백산이라는 소수민족 집거지역이 대체 어떤 곳인지, 어떤 종족들이 모여 살기에 다이아몬드급 커플이 수십만씩이나 되는지 요해하기 위함이었다. 20여년 동안 년평균 수천억의 수익을 유지해오며 별탈 없이 잘만 돌아가던“혼인보험”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건 최근의 일이었다. 시초의 예상대로 혼인보험 아이템을 정식 가동해서 20여년 되는 동안, 80~90% 에 가까운 보험 가입자들이 중도 퇴출, 말하자면 10년, 20년을 채 못 버티고 이혼해준 덕에 회사는 숫제 누워서 떡 먹기로 가입금만 꼬박꼬박 받아 챙기면 되었다. 그쯤에서 전임회장 - 장인어른은 하와이에 가서 처남과 함께 도박장을 세운다며 이주해 갔고, 이제 보험회사 운영은 막강이 전적으로 책임진 셈이었다. 그렇게 순풍에 돛 단 듯 순탄하기만 하던 황금대로였는데… 아이템 출범 30년만인 지난해, 중뿔나게 백산이라는 소수민족 집거지역에 단번에 장려금 수백억이 뭉청 빠져나가면서 회사 전체가 자금위기로 휘청하게 된 것, 급기야 그 자초지종을 파악하고자 회장 신분에 걸맞지 않게 막강이 몸소 움직이게 된 것이었다. “안녕하세요, 기내식입니다.” 스튜어디스의 친절한 목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난 막강은 앞좌석에 붙어있는 간이식탁을 내려놓고 식사는 마다하고 쥬스만 청했다. 그런데 옆에 앉은 두 양주가 간이식탁을 펴고 기내식을 받아 챙기는 동안, 몸을 한껏 의자 등받이에 밀착시킨 채, 무망간 눈앞으로 오가는 그들 양주의 손을 지켜보던 중 두 사람 손가락에서 반짝이는 커플반지가 왠지 눈에 익어 보였다. 유심히 살펴본 즉, 회사에서 지난해 다이아몬드급 커플들을 위해 특별히 주문 제조한 반지가 틀림없었다. 막강이 쥬스를 마시며 양주가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은근슬쩍 늙은이에게 말을 건넸다. “두 분 혹시 혼인보험에 가입하셨습니까?” “네… 그런데 그걸 어떻게…? 아, 이 반지를 알아보셨군요? 하면 선생도?” “아, 그게 아니라… 전에 친구가 그런 반지를 낀 걸 본 기억이 있어서….” “네, 그러셨군요. 근데 글쎄 뭐 얼마나 비싼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거기선 뭐 별로 희한할 것도 못 된답니다. 이제 가보면 아시겠지만, 이런 반지를 끼고 다니는 사람들이 쌔고 버렸다니까요.” “그래요? 그거 결혼 30년차 이상인 다이아몬드급 커플들에 한해서만 선물하는 반지인 줄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럼 그 고장엔 다이아몬드급 커플이 쌔고 버렸다는 얘긴데, 요즘 같은 세월에 그것 참 보기 드문 현상인걸요.” “헤헤, 모르시는 말씀, 우리 거기선 다이아몬드 커플인가 하는 게 보기 드문 게 아니라 이혼한 사람이 괴물취급 당할 정도로 보기 드물답니다.” “그래요? 그럼 그럴 만한 특별한 비법 같은 거라도 있나 보죠?” “허, 글쎄 뭐 비법이라 할 것까진 없겠지만, 그럴 만한 여건, 풍토문화라고나 할까요? 아무튼 그런 게 있다고 해야겠죠. 허허….” “풍토문화요? 하면 이혼하면 안 된다는 풍습이나 규제라도 있다는 얘깁니까?” “그게 아니라… 전반 지역사회의 생활방식, 또는 의식형태가 그렇게 형성돼 있다는 얘기지요.” “무슨 뜻인지 좀 더 상세하게 얘기해줄 수 없으신지요?” “허 참, 아주 집요하시군요. 혹시 기자 양반?” 늙은이가 새삼 막강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묻는 말이었다. “네, 뭐 그 비슷한 직종이긴 합니다만….” “네… 정히 그러시다면 뭐 말씀 드리지 못할 것도 없죠. 에… 하면 먼저 한가지 여쭤봅시다. 사람들이 걸핏하면 이혼하는 가장 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글쎄요… 아무래도 그건… 전반 사회적인 풍기, 또는 서방사회의 영향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음, 그것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겠지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론 그보다 더 큰 원인은 결혼만 했다 하면 두 사람이 맨날 얼굴 맞대고 살아야 하는 줄로 아는 그런 어리석은 의식형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생각해 보십시오. 제아무리 죽도록 좋아하는 사람이고 한시도 떨어져선 못 살 것 같은 사람이라 한들 매일같이 얼굴 맞대고 있다 보면 눈만 뜨면 그 나물에 그 밥인데, 언제까지고 처음처럼 그렇게 곱게 보이고 사랑스러울 수 있겠는가 말입니다. 그렇게 달이 가고 해가 바뀌다 보면 자연 서로에게 권태감을 느끼고 티격태격하게 될 것이요, 그러다 어느 순간 폭발하면 파탄에 이르고 뭐, 그런 게 이혼이 아니겠습니까.” “네,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하면 당신들 백산족은…?” “네, 그래요. 우리 백산족 남자들은 결혼해서 한동안 살다가 아이만 생겼다 하면 바로 떠난답니다.” “떠난다면 어디로 무엇 하러…?” “무엇 하긴요. 가족을 먹여 살리자면 돈을 벌어야 할 거잖아요. 해외로, 타지역으로 돈벌이 가는 거죠.” “근데 왜 꼭 해외, 타지역으로 가서 돈을 벌어야 하죠? 돈이야 본지방에서 벌어도 되잖습니까?” “자고로 우리 고장엔 큰 공장이나 대기업 같은 게 없다 보니 일자리 찾기가 쉽지도 않거니와 또 인건비가 너무 싸서 일해봤자 얼마 못 받는답니다. 해서 젊은 노동력들은 거진 다 빠져나가고 없지요. 남아있는 남정들이란 저처럼 별볼일 없는 늙은이들이나 정부 관원과 같은 특수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뿐이고.” “네… 그럼 그렇게 서로 떨어져 살다 보면 이혼 같은 건 할 이유가 없다, 그런 얘긴가요?” “그렇죠. 적어서 수년, 길면 십수년씩 떨어져 살다가 어쩌다 만나면 좋아해도 다 좋아하지 못하겠는데 이혼이 다 뭡니까.” “네, 일리가 있군요. 그러니까 사랑을, 말하자면 혼인관계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비법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거다, 그거군요? 참 그럴 법한 얘기인데… 이러한 풍토, 문화가 형성된 건 대개 언제쯤이었죠?” “에, 그게 글쎄 조상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 하기엔 좀 그렇고… 아무튼 제가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들이 그렇게 사시는 걸 쭉 보고 자랐으니 백년까진 몰라도 얼추 70~80년쯤은 되겠죠.” “네… 그런데 외람된 질문입니다만, 혈기왕성한 나이에 한두해도 아니고 오랫동안 그렇게 서로 떨어져 살다 보면 솔직히 가끔 탈선할 수도 있고 그럴 터인데 그런 건 전혀 문제 안될까요?” “물론, 한창 나이에 홀몸으로 밖에서 떠돌다 보면 외도할 때도 있고 그러게 마련이죠. 근데 정작 오랫동안 바깥에서 떠돌다 보면, 그리고 외도라는 것도 몇번 해보고 나면 그래도 지 마누라 지 새끼, 지 가정이 귀한 줄 알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당신네 한어에서는 부부간에 덮어놓고 서로를 늙은 아낙네(老婆), 늙은 남정네(老公)라고 칭하지만, 우린 서로를 여보(如宝)라고 부른답니다. 솔직히 볼 장 다 본 늘그막에야 서로 등이나 긁어줄 마누라, 영감만큼 소중한 게 또 뭐가 있겠습니까.” 늙은이가 그렇게 말하며 옆자리를 힐끔 돌아보자 안노인이 이쪽을 향해 곱게 눈을 흘기더니 막강이 알아듣지 못할 말로 뭐라 중얼거리고는 다시 창 밖에 눈길을 두었다. “저기 그럼, 두 분처럼 이렇게 여행도 다니고 하면서 여생을 즐기는 분들이 그곳엔 꽤 많겠군요?” “허허, 많다뿐이겠어요. 지난번 인구조사 보고를 보니 전체 지역인구 3백여만 중 나가 있는 인구가 40여만명, 아녀자와 아이들이 60여만명, 그리고 80대 이상 늙은이들이 좀 있고… 그 외는 전부 우리 또래 60~70대들이니까 얼추 2백만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허허, 말하자면 우리 늙은이들의 천국인 셈이죠. ” !!!…… 눈앞이 노래지고 숨이 거칠어졌다. 백만 커플에게 1차적으로 지불해야 할 금액을 얼추 주먹구구를 해봐도 천오백억! 더군다나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결혼이라 하면 도리부터 떠는 요즘 젊은이들 때문에 년수익 천억을 넘기기 어려운 이 시국에… 년수익 전부를 그대로 갖다 부어도 모자랄 판이었다! 부도 신청을 하든가, 하루빨리 멀리 몸을 빼든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했다. 벌떡 자리를 차고 일어난 막강은 선반 위로 손을 뻗었다. 비행 중이라는 사실도 망각한 채, 짐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
152    별볼일 댓글:  조회:2998  추천:0  2018-07-11
별 볼 일 아빠가 나만할 땐 해만 지면 별볼일은 없어도 별 볼 일은 참 많았다는데 매연과 먼지, 황사로 우중충한 요즘 하늘은 별 볼 일이라곤 통 없으니… 해만 지면 우린 별볼일도 없는 TV, 게임에나 매달릴밖에!
151    동심에로의 회귀/ 자서(自序) 댓글:  조회:921  추천:0  2018-06-07
 그 어떤 유혹에도 쉬 흔들리지 않는다 해서 불혹이라 했을 것이지만, 불혹의 나이에 내가 겨우 동시 따위에 혹해버릴 줄은 미처 몰랐다. 따지고 보면 동시가 아닌 동심에 혹한 것이었지만. ​ 마흔두 살에 예기치 못한 '사고'를 쳐놓고 책임을 진답시고 팔자에도 없는 결혼을 서둘러 하고, 결혼 3개월 만에 떡돌 같은 아들놈까지 태어나면서 급작스레 가중해진 심신의 부담을 떨어버리려고 술에 절어 살던 무렵이었다. ​  핏덩이 같던 녀석이 옹알이하며 발발 기어 다니는가 싶더니 어느덧 걸음마 타기 시작하고, 내가 만취해 들어가면 아빠! 하고 되똥되똥 달려와 안기며 의사표현을 하느라 종알거리고, 날이 갈수록 징그럽다 할 만큼 흑백사진 속 내 몰골을 쏙 빼닮아가는 양이 하 신기해서 자꾸 들여다보게 되고, 내게 야단맞으면 서럽게 울며 지어미 품속을 파고들다가도 돌아서면 언제 그랬던가 싶게 아빠, 아빠 하며 해죽거리고, 운신이 불편한 나를 전혀 꺼리는 기색 없이 지어미 보고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멋져!” 하며 엄지를 내들더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눈물겹도록 고맙고 미안해지고….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저토록 티 없이 맑은 동심이 내게도 분명 있었을 텐데, 언제 사라져버렸지? 하는 의문이 생겨났다. 내 안을 슬며시 들여다보았더니 보였다. 갖은 잡념과 망상들 사이로 세파에 찌들고 주눅 든 창백한 얼굴의 아이가 오도카니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 아직… 있었구나….”   느닷없는 나의 출현에 뜨악한 표정으로 말끄러미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두 눈에 생기를 띄며 해맑게 웃어주는 아이… 조만간 내가 찾아올 줄 알고 있었다는 눈빛이었다.   장장 30여 년만의 해후였다. 어린 시절엔 느닷없이 찾아온 병마와의 항쟁에 시달려 미처 들여다볼 경황이 없었고, 장성해서는 생업을 영위한답시고 까맣게 잊고 살다가 그렇게 불쑥 나타난 나를 싫은 소리 한 번 않고 순순히 받아주어서 얼마나 고맙던지….   그날부터였다. 내 안의 그놈과 아들녀석이 시도 때도 없이 속살거리는 소리들에 '시달려' 나는 즐거운 고민에 쌓였고, 원망스럽고 추한 것들만 보이던 세상 구석구석에서 아름답고 활기찬 모습들이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짓궂게 흩날리는 눈송이가 하얀 별로, 비 온 뒤 총총 돋아난 버섯들이 철모 쓴 장병들로, 백두산 천지가 냉면 한 그릇으로, 국화꽃 피어나는 차 주전자로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동심이란 거짓 없고 순수한 인간 태초의 참된 마음이라고 들었다. 그 말대로라면 동심을 잃는다는 것은 곧 참된 마음을 잃는다는 얘기가 되는데, 한 인간에게 동심, 즉 참된 마음을 잃는 것보다 더 큰 상실이 뭐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 그 소중한 것을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른 채 덤덤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아니던가…. ​   인생이란 어쩌면 동심에서 출발하여 긴 여행 끝에 동심에로 회귀하는 여정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사람이 늙으면 애가 된다”는 설도 노쇠(老衰)현상이라기보다는 살면서 단맛 쓴맛 다 보고 난 뒤에 비로소 동심의 소중함을 터득하고, 남들이야 뭐라 하든 뒤늦게나마 마음 편히 살다 가려는 노회(老獪)함 또는 만사휴의(萬事休矣)의 심태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노인성치매질환의 경우도 그렇다. 방관자 입장에선 글쎄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일 수밖에 없겠지만, 환자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하늘의 은총을 입은 게 아닐까 싶다. 사는 동안의 온갖 잡다한 기억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노라니 좀 힘들겠는가? 그 숱한 기억들을 짊어진 채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그 기억들을 말끔히 비워내고 백지상태 - 순수한 인간 태초의 상태 - 동심으로 되돌려놓는 것, 그보다 더 큰 축복이 또 어디 있을까…. ​   동심을 빙자하여 망령이니, 치매니 하며 너무 장황해졌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뒤늦게나마 동심을 찾아서 거기에 푹 빠져 사는 나는 분명 축복 받은 인간임에 틀림없다. 세상을 좀 더 단순하게, 쉽게 살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   어른들이야 시시비비로 아웅다웅하거나 말거나 한쪽 구석에서 세상모르고 지 장난에만 몰두해있는 개구쟁이 아들놈처럼, 그러다 간혹 근사해 보이는 “작품”이다 싶으면 쫑드르르 들고 가서 어른들께 “자랑”도 하면서 그렇게 살련다. 2017.8.27 연길에서
150    김견 작가의 동시 50편을 읽고/ 이시환 댓글:  조회:1883  추천:0  2018-06-07
  나는 중국 조선족 출신으로 연길에서 활동하는 김견(金堅 : 1971 ~ )이라는 작가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가 시(詩)와 동시(童詩)를 습작하고 소설(小說)을 습작하면서 문학작품도 틈틈이 번역(飜譯)해왔다는, 그래서 소수민족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 외에는 거의 아는 게 없다. 다만, 지금 그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되는 그의 동시 50편을 내 손에 쥐고 있다는 것뿐이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의 동시들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많은 생각을 했다.‘동시는 무엇이며,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며칠 고민한 나의 결론인 즉 이러하다. 곧, 동시를 누가 쓰든지 간에 그것은 아이들의 눈에 비추어진 세상과 세계를 시(詩)로써 표현한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여기서 시란 단순 사실 기술이 아닌 개인의 정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언어이어야 하고, 함축적인 비유어이어야 하며, 동시에 리듬을 타는 음악적인 언어이어야 한다는 상식적 수준에서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간단히 말해, 시는 시로되 아이들의 눈에 비추어진 세상을 노래하고, 아이들의 눈에 비추어진 세계를 탐색하는 함축적 비유적 음악적인 언어이자 그릇이라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여기서 세상(世上)이란 외피(外皮)로서 잘 보이는 겉모습이라 한다면, 세계(世界)는 속모습으로서 겉모습을 존재하게 하는, 잘 보이지 않는 대상들 간의 관계(關係)・질서(秩序)・인과(因果) 등이 된다. 물론, 겉과 속 모습을 인지(認知)하는 과정에서 표현의 주체나,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그래서 관찰해 온, 동시의 주 독자가 되는 아이들의 관심・기호・욕구・행동양식・심리적 경향 등 다양한 요소들이 직간접으로 반영되게 마련이다.   나는 동시에 대한 이런 주관적인 편견(?)을 갖고서 그의 동시를 읽고 또 읽어 보았다. 그 결과, 나는 한 가지 사실을 체감했다. 그것은 그에게 예상 밖의 남성적인 호기(浩氣)가 있다는 점이다. 작품 「백두냉면」「봄 그림」등이 그 증거라 할 수 있는데, 그의 호기는 세상을 넓게 보고, 대상들의 관계를 시원스럽고도 빠르게 통찰하며, 자신의 반응과 마음을 애써 숨기거나 속이려들지 않는다는 특징을 띈다. 바로 이것이 그에게 있음으로 해서, 그는 당면한 현실세계를 외면하지 않고 직시(直視)하며, 그 결과를 거침없이 표현하되 문학적 수사(修辭)를 활용하여 재미와 익살과 기지 등을 발휘한다. 바로 이 부분이 그가 발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창작 에너지원이 될 줄로 믿는다. 엄마, 우리 엄마 곤히 낮잠 드신 모습 근데 엄마, 우리 엄마… 엄마는 왜 잠잘 때도 허리띠 동여매야 해? -작품 「고국지도」전문   위 작품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 놓인 한반도 지도상의 모양새를 ‘자면서도 허리띠를 졸라매는 어머니’로 빗대어 놓았다. 그러니까, 한반도 지도를 혹은 한반도 지형을 어머니로 의인화시켜 부르면서 ‘왜, 자면서도 허리띠를 동여매야 하는가?’ 묻고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살아가는 한반도 사람들에게 새삼 분단의 아픔과 현실을 환기시켜 주고 있다. 저 구름들도 아마 이산가족인가 봐요. 만나기만 하면 얼싸안고 눈물 줄줄… 때로는 하늘이 떠나갈 듯 대성통곡, 몸부림쳐요. -작품 「비구름」전문  위 작품은 구름과 구름이 합쳐지면서 천둥 번개 치는 자연현상을 통해서 이산가족 상봉 시에나 보게 되는, 눈물바다 되고 울음바다가 되는 그 역사적인 현장으로 빗대어 놓았을 뿐 가타부타 시시비비를 가리지는 않았다. 현실적 상황을 환기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문제 상황의 심각성을 누구나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간밤에 우르릉 천둥비행기 하늘을 메우더니 낙하산 부대 투하했나? 솔밭에, 버들방천에, 계곡마다에 철모 쓴 장병들 쫘악 깔렸네. -작품 「버섯」전문   위 작품은 천둥번개 치며 비가 많이 내린 뒤에 심심산천 이곳저곳에서 버섯이 자라나는 자연현상을 목격하고서, 천둥 번개 치는 하늘의 구름을 굉음 내는 전투기로, 구름과 비를 낙하산부대로, 버섯을 철모 쓴 장병으로 각각 연계시켜 사유한, 다시 말해, 원관념을 유사성이 있는 보조관념들로 빗대어 표현한 것으로 기지(機智)가 엿보인다.     이처럼 그의 동시는 비겁하게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자신만이 투사(鬪士)인 양 주의・주장을 원색적으로 늘어놓지도 않는다. 감정은 통제되고 있고, 나의 아픔보다는 우리의 아픔을 먼저 생각한다. 이러한 경향이 다 그의 겉보기와 다른 호기에서 비롯된다고 나는 판단한다. 기럭기럭 저 기러기 왜 그렇게 슬피 우니? 기약 없는 기다림에 목만 점점 길어졌네. 외기러기 아빠 엄마 우린 언제 같이 사니? 하염없이 기다리다 기러기잠 들고 마네. -작품「기러기 가족」전문   위 작품은 가족이 함께 살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진 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현재의 중국 내 조선족사회의 가정마다 당면한 슬픈 사연을, 아니, 새로운 형태의 이산가족의 아픔을 노래한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과의 교류로 시작된 물신주의가 집집마다 사람마다 팽배해지면서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멀리 대도시로, 혹은 해외로 나가게 되면서 가정 구성원 간의 헤어짐이 장기화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정파탄을 초래하는 비극적인 이산의 아픔을 너무나 조용하게 노래하고 있다. 소리 없이 우는 이에게 감춰진 눈물 속에 내장된 폭풍을 끝내 덮어둘 것인가. 비록, 일 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는 부부를 두고 ‘기러기부부’라는 생소한 말로 부른 지 오래되었는데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런 현실이 당연시되는 것은 아닐까 우려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김견 작가의 동시 50편 속에 들어있는 이 4편만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들 말고도 더 있지만 일상이 전개되는 현실이 자극이 되어 일렁이는 시인의 정서적 반응이 객관화되어 이 정도로 나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그의 문학적 역량을 높이 사고 싶다. 부디, 희망을 잃지 말기 바라며, 지금 당장은 누군가에 의해서 묶여 있지만 꿈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언젠가는 칠색 나비 떼가 되어 자유롭게 창공을 날아오를 것이다(작품 「코스모스・2」), 시인의 꿈처럼. - 2017.  08.23
149    바글대는 싱싱한 동심/ 한석윤 댓글:  조회:1752  추천:0  2018-06-07
  김견 시인의《기러기 가족》을 받아 읽고 동시집 속에서 바글대는 싱싱한 동심에 혀를 차며 나도 그 속에 빠져들어 아이들과 함께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불혹의 나이에 뒤늦게 동시단에 들어서서 시를 쓰기 시작한 작가가 어쩌면 이렇게 동심들이 팔짝거리는 좋은 동시들을 써낼 수 있었던 걸까?    그것은 시인 자신이 동심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시인이《자서》에서 말했듯 비탄 속에서 모대기며 살던 시인은 순결하고 순박한 동심 속에서 자기 인생의 정도를 찾고 그런 동심에 빠져들다 보니 동시를 찾게 되었고, 그런 동시를 찾다 보니 동심 속에 더 빠져들고 인생의 정도도 더 확고히 하였다고 한다.    동시는 어린이의 눈과 어린이의 마음과 어린이의 언어로 써낸 시인 만큼 동심을 떠나서는 동시를 운운할 수 없다. 동시 창작에는 많은 기교들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동심이다.   김견 시인의 동시들이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은 어린이다운 이런 천진하고 순결한 마음과 기발하고 싱싱한 상상으로 시를 빚어낸 데 있다. 쟨 또 뭘 잘못했기에 그 큰 머리 푹 떨군 채 해종일 벌만 서고 있담? -《해바라기》전문    아이들은 잘못투성이들이다. 잘못투성이 속에서 성장하는 게 아이들이다. 그런 잘못투성이 아이들이기에 아이들의 눈에는 얼마 전까지 해님 같은 꽃을 피워 들고 우쭐거리던 해바라기가 고개를 푹 떨구고 있는 것은 자기들처럼 무슨 잘못을 저질러서 그러는 것으로 비쳐들 수 있는 것이다. 얼마나 단순하면서도 순박하고 기발한 상상력인가? 거기에는 잘못을 저지른 해바라기에 대한 따스한 연민의 정까지 스며있어 우리 가슴을 밝게 해준다. 누가 누가 잡아다 놓았지? 천만 마리 저 칠색나비떼를 천만 오리 파란 색실에 매어 풀어달라 아우성 저 나비들… -《코스모스 2 전문》   오늘날 어린이들의 현실을 눈뿌리 빼는 한폭의 유화처럼 그려낸 동시이다. 지금 현실이 그렇지 아니한가. 아롱다롱한 나비떼처럼 아름다운 꿈으로 아롱진 어린이들의 칠색동년이 교육이라는 곱게 포장된 색실에 꽁꽁 동여매어져있고, 거기서 벗어나보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는 어린이들… 오늘날 우리의 교육 현황을 동심의 눈으로 폭로한 가작이 아닐 수 없다.    이 동시집에는 이런 유형의 동시들이 많이 보인다. 《암 걸린 아빠 엄마》도 그런 동시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질문명의 비약적인 발전과는 반비례로 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인성은 급속도로 메말라가고 있다. 인간의 최고사랑이라 하던 자식사랑까지 핸드폰에 좀먹고 있는 현실이 아니던가. 아이들의 울부짖음이 눈물겹다. 진달래 꽃가지가 분홍빛 팝콘을 톡톡 터칩니다. 마실 나온 바람아줌마 솔솔 봄풀무 돌리는데 지나가던 봄아이 엄마 심부름도 잊은 채 오도카니 서서 꼴깍~ 군침을 삼킵니다.   여태 진달래를 노래한 시를 수십 편 읽어보았지만, 진달래가 피어나는 모습을 팝콘 터지는 것으로 형상화한 시는 처음이다. 정말 어린이다운 상상력이라 하겠다. 톡톡 튀어나고 있는 팝콘, 그것도 분홍빛으로 곱게 물든 팝콘이니 얼마나 먹고 싶겠는가. 봄아이가 엄마 심부름도 잊은 채 꼴깍 군침을 삼킬 만도 할 것이다. 이 동시를 살린 “분홍빛 팝콘”이라든가 “봄풀무”와 같은 비유는 싱싱하고 재미난 동심적 상상이어서 어린이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밖에 이 동시집에는 독자들의 주목을 끄는 동시가 몇 수 있다. 한반도 분단의 아픔을 다룬 동시가 그것이다. 분단 문제는 반도 남북에 갈라져 살고 있는 사람들은 물론, 세계각지에 산재해있는 우리 민족 구성원들 모두의 관심사이다. 중화인민공화국 공민으로 살고 있는 조선족도 예외가 아니다. 그것은 반도는 우리 조상님들이 살던 고향땅이고 우리들의 몸속에 같은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고국지도》를 보자. 이 동시에서는 허리띠를 동여매고 낮잠 드신 엄마의 모습에서까지 분단의 아픔을 떠올리는 시인의 절절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고국을 엄마로 의인화하고 분단을 졸라맨 허리띠에 비유한 이 동시를 읽으면서 우리는 깊은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동시《비구름》은 분단의 아픔을 다루고 있다. 시인은 매번 눈물바다, 울음바다로 되어버리고 마는 이산가족 상봉의 모습을 구름과 구름이 마주치며 번개가 치고 우레 울고 비가 쏟아지는 자연현상에 비유하면서 그 밑바닥에 우리 민족 전체 구성원들의 한결같은 통일의 염원을 담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동시 《버섯》이다. 간밤에 우르릉 천둥비행기 하늘을 메우더니 낙하산 부대 투하했나? 솔밭에, 버들방천에 계곡마다에 철모 쓴 장병들 쫘악 깔렸네. -《버섯》전문     시인은 비 온 뒤 솔밭에, 버들방천에, 계곡마다에 돋아난 버섯들을 철모 쓴 장병들로 의인화하고 있다. 정말 어린이다운 깜찍한 상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정작 내 가슴을 섬뜩하게 자극했던 것은 이 동시에 펼쳐진 정경이 일촉즉발의 반도 현황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 민족은 물론, 세계의 모든 정직한 사람들은 어느 순간에 터질지 모르는 반도의 전쟁위기 때문에 조마조마한 가슴을 어루만지며 나날을 보내고 있지 않은가! 한수의 짧은 동시에 화약내 팍팍 풍기는 반도의 현 정세를 이렇게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언제면 반도 남북에 평화가 깃들고 민족의 가슴속에 핏덩이로 엉겨붙은 통일의 염원이 이룩될 것인지...     이 밖에도 이 동시집에는《개나리》, 《단풍》,《눈》,《흑판》,《감기》등과 같은 좋은 동시들이 많지만, 여기에서 일일이 거론하지 못한다.     아무튼 김견 시인은 불혹의 나이가 되어서야 동시단에 들어섰지만, 정말 좋은 동시들로 우리 시단에 광채를 더해주었다. 축하의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다.     나는 김견 시인이 앞으로도 계속 동심에 묻혀 살면서 어린이다운 눈과 어린이다운 마음과 어린이들의 언어로 동시를 쓰면서 예술적 기량을 한층 더 높인다면 지금보다 더욱 훌륭한 동시들을 창작해내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날을 기대하면서 이만 줄인다. 2017.12.8
148    암 걸린 아빠, 엄마 댓글:  조회:2166  추천:0  2017-01-10
암 걸린 아빠, 엄마   몇해 전까지만도 난 우리 집 왕이었는데   엄마, 아빠 모두 나밖에 없다 했는데…   그놈이 나타난 뒤로 보릿자루신세 돼버린 나   내가 뭐라 하면 건성건성, 들었는지 말았는지 하다가도   그놈 보채는 소리만 들려오면 허겁지겁, 키득키득, 히히호호…   휴~ 대책 없는 아빠, 엄마! 폰암 걸린 아빠, 엄마!!
147    떡국(동시) 댓글:  조회:2293  추천:0  2017-01-01
떡국   설날 아침, 동글납작 하얀 해 동동 떠있는 국ㄱㅡㄹㅡㅅ   난 배불리 먹고도 자꾸 먹고 싶은데   아빠, 엄만 떡국을 하나, 둘 헤아리며 드시고   할아버지 할머닌 후유~ 후유~ 국물만 불어 드시네.
146    포도(동시) 댓글:  조회:1906  추천:0  2016-12-16
포도   밤 내내 주절주절 이야기소리 들려오나 싶더니   처마 밑 포도넝쿨에 이야기송이 주렁주렁   톡, 한알 따먹어 보니   새콤한 견우, 직녀 이야기   톡, 한알 따먹어 보니   달콤한 백설공주 이야기 ……
145    해바라기(동시) 댓글:  조회:2014  추천:0  2016-12-16
해바라기 쟨 뭘 그리 잘못했기에   그 큰 머리 푹 떨군 채   해종일 벌만 서고 있담?
144    은하수의 전설(동시) 댓글:  조회:1819  추천:0  2016-12-16
은하수의 전설   하늘아줌마 추석 준비로 경황 없던 날   동글납작 노란 파전 겨우 하나 붙여놓고   시원한 막걸리 움에서 내오다가   아차, 그만 엎지른 항아리… 막걸리 철철 흘러 은하수 되었네 
143    뭉치면 살고... 댓글:  조회:2240  추천:1  2015-09-25
 남북조(南北朝) 때, 서북지구 토곡혼국(吐谷渾國)이라는 나라 추장(酋長) 아시(阿豺)가 중병으로 드러누웠다. 그에게는 아들 20명이 있었는데 임종시에 아들들을 불러놓고 아이들의 삼촌 되는 모리연(慕利延) 보고 말했다. “화살을 하나 꺾어보게나.” 모리연이 손쉽게 화살을 꺾어버리자 아시가 다시 말했다. “이번엔 나머지 19개를 한번에 꺾어보게나.” 그런데 모리연이 아무리 힘을 주어도 그 화살들은 꺾어지지 않았다. 그제야 아시가 아들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 만하겠지? 화살 하나는 꺾기 쉬워도 뭉쳐진 화살은 꺾을 수가 없느니라. 너희들 모두가 합심하여야 이 나라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느니라.”
142    추석, 친구 리백에게 보내는 편지 댓글:  조회:2840  추천:3  2015-09-23
  추석, 친구 리백에게 보내는 편지   상아의 거문고 장단에 맞춰 건들건들 춤추는 친구, 오늘도 제사 술에 흠뻑 취했군 그려   평생을 달 쳐다보고 주절대던 자네 주술에 걸려 요즘도 목 부러지고, 간덩이 터져 요절한 열혈청춘들 기수부지라네   자네처럼 소원성취해 달에 가서 주색잡기로나마 허무맹랑한 인생 한풀이라도 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쪽 동네 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채 오도가도 못하는 저 원혼들은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141    프로필 댓글:  조회:1867  추천:0  2015-09-17
金堅 1971년 중국 연길 출생 연변예술학원 미술학부 졸업. 2000년 월간 에 중편소설 "그리다 만 그림"으로 데뷔, 2004년 단편소설 "탈속"으로 '윤동주 문학상' 신인상 수상. 현재 번역가&자유기고인으로 활동. 엮은 책으로 (도서출판 토파즈 2006) 옮긴 책으로 (도서출판 아이필드 2007), (도서출판 토파즈 2008), (민족출판사 2013)등.. Email: kyun2008@msn.com Q Q : 283-906-7633 H P : 138-9438-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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