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恐 燈 症(견이의 횡설수설)
2012년 07월 04일 20시 39분  조회:3277  추천:0  작성자: 견이
공등증 恐 燈 症
 
어떤 사물에 몹시 놀란 사람이 비슷한 사물을 보기만 해도 겁내는 것을 이르는 말로 우리말 속담에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란다.” 는 말이 있는데 의학 용어로는 이를 공포증이라고 합니다.  
웬만해서는 겁먹는 일이 없고 씀씀이도 꽤 헤프던 제가 언제부턴가 신호등만 보면 덜컥 겁이 나고 바짝 긴장되어 그 신호등을 뚫어져라 응시하며 신호등 색깔이 바뀔 때까지 속으로 하나, 둘, 셋, 넷…  셈하는 괴상한 병을 앓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공포증의 일종이겠지 하고 저 같은 증상의 공프증 病例도 있나 싶어 두루 검색해봤는데, 음식맛공포증, 동물공포증, 대인공포증,  먼지공포증........ 등등을 비롯, 수백 종류의 공포증이 있다고 하건만, 그 어디에도 신호등공포증이라는 것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름 病名을 恐 燈 症이라 이름했습니다.
이즈음 하면 제가 말하는 恐燈症이라는 게 무슨 소린지 대충 알아차리셨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油價 인상으로 인해 대기시간 3분당 2원씩 요금을 추가한다는 연길 택시요금 新제도가 나온 뒤로 생겨난 공포증입니다.
대기시간 요금 추가 때문에 2km도 채 안 되는 거리임에도 신호등 두세개만 만나면 요금미터기가 7원, 9원씩 튀는 건 다반사고, 재수에 옴 붙은 날이면 십여원까지 천방지축 튀는데야…… 게다가 대기시간 추가요금에 맛을 들인 일부 택시기사아저씨들이 기가 막히게 빨간 신호등을 잘 “준수”하는데야……
그 깜빡이는 신호등과 요금미터기를 번갈아 지켜보면서, 지갑이나 두툼했으면 또 모를까, 쥐꼬리만한 월급에 네 식구가 매어 사는 신세에 마음을 졸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겠지요. 연길택시를 몇번 타본 사람이라면 모두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으리라 믿습니다만……
그래서 요즘은 꼭 요긴한 일이 아니면 택시 탈 엄두를 못 내고 버스를 이용합니다. 많이 에돌아다녀야 하므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승객들과의 본의 아닌 충돌과 마찰로 인해 불쾌할 때도 있지만, 신호등에 예민해질 필요가 없어서 좋습니다.
 
어제는 병환에 계신 아버지가 손주녀석이 보고 싶다 하시기에 아직 3달이 채 안 찬 아들놈을 데리고 문병을 다녀왔습니다. 갈 때, 어린 놈을 북적이는 버스에 태울 수는 없고 하여 택시를 탔는데, 공교롭게도 목적지까지 신호등 대여섯군데를 지날 때마다 빨간 신호등에 걸리다 보니 2.6km 남짓한 거리에 요금 14원이 나왔습니다. 복창 터질 노릇이었지만 해볼 데는 없고, 벙어리 냉가슴 앓을 밖에……
그래서 돌아올 때는 집사람을 설득하여 버스를 탔는데, 신호등에 신경 쓸 일이 없어서 지출은 줄일 수 있었지만, 대신 오는 내내 어린 것을 앞에 달고 휘청거리는 집사람 보기가 민망스럽고, 처자를 위해 마음 놓고 택시도 잡지 못하는 무능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한심해서 얼굴을 쳐들 수가 없었습니다.
……….
신호등 대기시간 요금추가제도가 유가 인상으로 인한 조치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닙니다. 또 자치주창립 60돌을 위한 대규모의 도시미화, 확장공사로 인해 교통체증이 심해졌다는 것도 모르는 바 아닙니다.
하지만 유가 인상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왜서 자가용 굴릴 능력도 없는 무력한 서민들이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도시미화 확장공사로 인한 폐단이라면 상응한 대비책과 조치가 잇따라야 하지 않을까요?
“택시요금 5원이면 연길시내에서 거의 못 가는 데가 없다~” 하던 시대는 정녕 호랑이 담배 피울 적의 얘기가 되어버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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