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짐 가득 지고 산을 내려오다 물 찾느라 두리번거리는 나무꾼 앞에 나타난 실 한 오리 걸치지 않은 마녀, 깜짝 놀라 눈 둘 곳을 몰라 허둥대는 나무꾼에게 자기가 한입 베어먹은 사과를 건네는 마녀. 목마르던 차, 눈 질끈 감고 사과 한입 베어 물고 우적우적 씹는 나무꾼... 시들시들하던 아랫도리 갑자기 용수철처럼 불끈 튕겨오르고, 눈이 뒤집혀진다... 그날 이후로 나무꾼은 마녀의 노예가 되어버리고...
사과 한 알 사먹을 수 없을 만큼 가난한 화가. 어느 하루, 악마가 한입 먹다 버린 사과 한 알 주었는데... 그냥 먹어버리기 아까워서 집에 가져다 그려놓고 나서야 먹었다. 그로부터 그는 악마와 사과만 그리는 명화가로 알려졌다.
잘만 나가다가 파산하여 거리에 나앉은 사업가. 주린 창자 달래려고 쓰레기통 뒤지다가 악마가 먹다 버린 사과를 먹고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로부터 그는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걸인들을 상대로 사과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 장사가 세계적인 규모로 확장될 줄이야...
어느날, 마누라가 건네준 곱게 포장된 사과 한 알. 그게 악마가 먹다 버린 사과인 줄을 알 턱 없는 나, 멋모르고 넙죽 받아먹었는데... 그로부터 나는 여래의 손아귀에 든 곰상곰상한 잔나비로 전락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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