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아만 밤을
칼도마에 올려놓고
퍼렇게 살아숨쉬는 칼날에
말라붙은 눈곱같은 허영을
실실히 감아가면서
시각을 기다리는 모습들
어디선가 구슬피 들려오는
제비들의 한 많은 사연
엄마의 인자한 얼굴에도
먹장구름이 어지럽게 드리우고
아버지의 코구멍에서는
뜨거운 열기만 토해낸다
자식들의 얼굴에 비낀
잔잔한 아픔들이
추억의 처마밑에 대롱대롱
마누라의 발뒤축에는
구멍들이 펑펑 뚫려있고
할아버지의 흰 수염아래에서
거미들이 벌레를 기다린다
360토막으로 잘리운 밤
별이 별이 아니였고
달은 발이 되여
깊은 바다를 향해
노를 젓는다
탓
마음의 호주머니는
날로 야위여가고
탓주머니는 날로
배만 커간다
부질없는 한탄에
탓은 새끼를 치고
헐망한 욕심에
탓은 번식을 기하고
얄팍한 허영에
탓은 옷을 벗는다
깨여진 거울앞에서
탓은 질투를 토해낸다
홀쭉해진 지갑앞에서
탓은 원망을 심는다
부러진 이발 한대를 부여잡고
탓은 뿌리를 내린다
여우같은 옆집 아낙네의
절주있는 이상한
엉덩이의 움직임에
탓은 분신을 만든다
이 세상에
탓은 근본
존재가 아니라
순간의 허영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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