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창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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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우리라는 그 존재
2012년 09월 26일 11시 53분  조회:2511  추천:1  작성자: 리창현
        파아란 수양버들이 노오랗게 삶을 비워갈 때 우리는 무엇을 잃어가고 있었다. 피묻은 얼룩이 누렇게 말라가면서 게걸스런 하픔을 토하며 어색하게 말을 걸어온다. 아예 등을 돌리고 엉덩이로 세상을 보는것쯤이 되려 삶에는 노를 젓는 신성한 노릇으로 다가서기도 하였다. 엄마의 손끝에는 아픔이 실실히 드리우고 아버지의 애꿎은 담배질은 세상을 삼켜버린다. 어디서 들려오는 애처로운 신음소리에 하늘은 눈을 지그시 감은채 어설픈 미소를 머금는다. 참새들의 재잘스러운 말소리도 도망을 갔고 뒤산 부엉이의 안타까운 하소연도 잠잠한지 꽤 된다. 단풍든 나무들은 하나 둘 자리를 비우려고 몸부림을 쳐댄다. 찍히는 아픔도 되려 저희들에게는 습관으로 다가선듯이 모든것을 스스럼없이 받아주는 그런 너그러운 품에서 우리는 잃어가는 모든것을 되찾으려고 이른 아침부터 이불깃을 쥐여잡고 눈끝에 매달린 눈곱을 이악스레 뜯어간다. 악착스레 말라붙은 눈곱들은 살점을 도려내는 아픔을 동반하면서 더 큰 고통을 박수치며 다가선다. 텅 빈 들에 홀로서서 인생의 드라마를 찍어본다. 어찌보면 비여있다는 그 자체가 되려 큰 안위로 다가서기에 손색이 없다. 비우기에 호들갑을 떨면서 두려워하던 우리가 이젠 다른 존재로 씩씩한 모습을 칼날에 걸어둔다. 칼도마우에서 펄떡이는 잉어의 삶을 재삼 떠올리면서 우리는 어떤 곳을 향해 힘차게 달려간다. 마음이 부딪치는 우리끼리 정답게 손을 뜯어먹으면서 열심히 뭔가를 비워간다. 비움에 매달리는 정겨운 모습들이 우리에게는 보다 맑은 인정으로 깊숙히 뿌리를 내린다. 우리들의 삶에는 또 하나의 길이 열린다. 가면의 탈을 벗은 너무도 깨끗하고 순박한 인정들이여서 옷을 입을 필요도 없었다. 아예 옷이 더 불편했었다. 옷때문에 허전했던 구석들에 회칠을 하면서 우리는 또 새로운 시작의 하얀 스타스선에서 새로운 꿈을 무르익히며 정겨운 노래소리 하늘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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