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기의 인생을 통하여 ‘동북아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가지게 되였다. 그 의미는 조선반도는 나의 조상의 나라니 조선이나 한국은 나의 조국이며 중국이나 일본도 나의 조국인 것이다. 이 네개 나라가 모두 나의 조국이다.
일부 조선족학자들이 조선반도는 ‘고국’이고 중국이 ‘조국’이라는 의논을 많이 하는데 그것은 조국은 하나뿐이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중국인이나 한국인들한테서 ‘어느쪽이 조국이냐, 축구시합하면 어느쪽을 성원하느냐?’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자기를 변호하고 정당화하기 위한 이유 밖에 안된다.
나의 할아버지는 일로전쟁 후 살길을 찾아 함경북도에서 두만강을 건너 만주의 간도땅에 왔다고 한다. 내가 태여날 때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도 볼 수 없었다. 아버지와 나는 중국의 만주땅에서 태여나 자라났으니 중국 또한 나의 조국이다. 21년전에 일본에 이주하여 아들은 일본에서 태여나고 지금은 일본국적이 되였으니 아들의 태여나 자라난 나라는 일본이다. 근대 백여년의 력사는 나의 가족사와 나의 활동범위로 보면 어느 나라나 나의 조국인 것이다. 그 의미는 나는 나의 조국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도 배반할 수 없고 어느 나라도 사랑한다는 것이다. 만약 축구시합을 한다면 나는 약한팀을 응원한다. 약한팀이 열심히 노력하여 강한팀을 이긴다면 그것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일교포 한국/조선인들이 전후60년간 자기들을 지켜오고 문화를 지켜온 것은 감사할 일이다. 허나 현실적으로는 재일교포가 2세,3세,4세로 시간이 흐르면서 일본인과 결혼하고 일본국적을 얻고 일본인으로 전변되는 과정이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이것은 그 어떤 정치가 개입하지 않는 경우의 자연적 법칙인 것이다. ‘반일’이라는 정치속에서 민족이라는 아이덴티티가 강조되였던 것이다. 그들은 기실 두개 또는 세개의 조국을 가지고 있는 다문화인이라고 나는 보고 있다. 조선족들이 처음에는 한국이 조국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고 갔다가 나중에는 그래도 중국이 자기의 조국이라고 재인식하는 과정과 같이, 재일 교포도 한국에 갔다가 역시 일본이 자기의 삶의 터전이라고 인식하는 과정은 거의 일치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50만명의 조선족중 10만정도는 한국국적이나 영주권을 얻어 한국사회에 포용되면 자연히 한국인으로 변화할 것이다. 나의 처제도 일본에 류학왔다가 한국남자와 결혼하여 서울에 가서 살고 있는데 조선족이니 중국사람이니 하는 것은 본인의 마음속에 좀 남아 있을 뿐 본인을 포함하여 자식들이나 가족은 완정한 한국인인 것이다. 거기에 자녀교육에서 ‘너는 조선족 혹은 중국인의 후대다’ 라는 교육은 할 수도 없거니와 필요도 없는 것이다. 한국의 조선족학자나 지성인들이 자녀교육에서 ‘너는 조선족이다’라고 한다면 어불성설이 될 것이 아닌가?
일본의 조선족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나의 아들애도 ‘너는 조선족이다’라고 하면 아빠가 무슨 옛말을 하는가 하고 생각할 것이다. 아들애도 이젠 커서 금년에 대학생으로 되는데 앞으로 민족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던 끝에 ‘너는 일본에서 태여나고 일본국적이니 당연히 일본인이라고 해야하지만 너는 또한 특수한 배경을 가진 일본인이며 너의 뿌리는 조선반도로부터 중국으로 뻩혀 있기에 이 나라들이 장래에 너의 중요한 인생 무대가 될 것이다. 물론 미국이나 세계를 무대로 할 수도 있다’ 라고 하였더니 대학시험이 끝난 후 자기 스스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하였다.
중국에서도 기실 탈 조선족현상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개혁개방과 더불어 전국 각지로 확산되는 조선족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의 2세,3세가 되는 때는 한국이나 일본과 똑 같은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10년전에 미국 워싱턴에 방문조사로 갔을 때 조선반도문제을 연구하는 학자 한분을 만나서 홈파티에 초대 받았는데 그분은 유대인 독일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미국시민으로 태여났고 안해는 한국인을 맞이하였으니 그의 자식은 어느 나라사람이고 무슨 민족이라고 할 것인가? 고 농담으로 물었더니, 미국사람이며 지구사람이라고 대답하였던 일이 기억에 생생하다.
21세기의 세계는 글로벌화시대이며 우리의 생활환경은 격변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사고방식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19세기나 20세기의 사고방식으로 21세기를 살려고 한다면 그것은 골동품세계나 박물관으로 들어가는 길이 될 것이 아닌가?
내가 전에 론문에서 지적한 바가 있는데 100년전에는 ‘중국조선족’이란 민족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면100년 후에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개혁개방 30년에 조선족이 200만명에서 140만명으로 줄어 들었다. 동북의 전통적 집거구에 남아 있는 조선족은 100만도 안된다. 즉 30년간에 절반의 인구가 조선족집거구에서 중국전토로, 세계로 나가 버렸다. 앞으로도 조선족 젊은이들은 80%이상이 전통적 집거구이외에서 생존의 길을 찾을 것이라고 나는 예측한다.
나와 같이 네개의 조국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나의 세대이고 후세의 아이덴티티나 인생은 내가 결정하거나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후세가 생각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부모로써 자식들이 자기 부모나 선조들의 슬기로운 인생지혜를 물려받아 훌륭한 인생을 살아갔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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