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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우리에겐 무엇인가
2009년 01월 12일 22시 49분  조회:4027  추천:78  작성자: 여호길

중국동포들에게 있어서 한국(조선)사는 ‘조선역사’ ‘조선 문학사’ 등으로 대학교과정에서 잠간 배울 뿐 중, 고 졸업자들은 ‘옛 이야기’와 속담 성구 등 과외독물로 한국사를 어설프게 접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는 중국동포들이 한국사회를 요해함에 있어서 한계를 느끼게 할 뿐더러 민족문제에 있어서도 우왕좌왕하고 한국동포들로부터도 적지 않은 편견을 받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동포들은 한국의 고궁과 역사유적지들을 돌아보고는 중국의 고궁과 역사유적지에 비해 “볼 것이 없다.”고 푸념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무지를 말해줄 뿐이다. 중국의 금 은박에 자색 칠을 한 고궁과 역사유적지들은 한족 등 다른 민족의 역사지만 한국의 고궁과 역사유적지들은 비록 초라한 초가삼간이고 흙탕물이 튕기는 개울가일망정 선조들의 체취가 느껴지는 가슴 뭉클한 감동의 현장이기 때문이다.

일 전에 귀한동포회가 ‘중국동포들이 알기 쉬운 한국사’ 책자를 편찬할 목적으로 세미나를 열었다. 그런데 회의장은 시종 중한역사학자들 사이에 있었던 일명 ‘동북공정’에 대한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또 세미나에 참석한 한국동포들은 중국동포들이 당연히 한국과 입장을 같이 해야 하지 않느냐는 식이어서 곤혹스러웠고 미처 입장정리가 되지 않은 중국동포들의 당황한 모습도 보기가 민망스러웠다.

한국사논쟁은 중조 중한 사이에는 ‘동북공정’이 제시하는 문제 등이 될 것이고 남북 사이에서는 ‘6.25전쟁’이 남침인가 북침인가 하는 소박한 문제로부터 분단사 전반에서 입장 차이를 찾아볼 수 있다. 중국동포들에게는 中 朝 韓 어느 나라 시각으로 한국사논쟁을 보느냐는 문제 또는 어떤 독자적인 시각으로 한국사논쟁을 대하느냐는 문제가 남아있다.

중한관계는 오랫동안 힘의 논리로 얽혀져 내려왔다. 한반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중국을 의식하면서 자기 것을 지켜야 했던 우리 조상들의 서글픔이 한국사 전반에 관통되어 있다. 냉전이 종식되고 중한관계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한 오늘, 중조 중한 두 나라 세 나라 사이에는 많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고 앞으로도 많은 문제들이 양상될 조짐이다.

그 때마다 입도 뻥긋 못하고 눈치껏 1인 3역을 하는 중국동포들의 체면도 말이 아니다. 그렇다고 더 이상 ‘요령껏 사는 재간’이 답습되어서도 안 된다. 한국사논쟁은 외면하고 속을 끙끙 앓기보다는 주동적으로 중재자로 나서는 것이 중국동포들이 취해야 할 자세이다. 한국사는 한반도사이기 앞서 한민족사이고 중국동포들의 몸에서 흐르는 피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문제도 중국동포들에게는 민감한 사항이다. 남북이 기술하는 분단사는 서로 다르고 근접된 것들도 입장차이가 크다. 북에서의 분단사는 ‘혁명적 업적’을 기리는 것을 치중했다면 남에서의 분단사는 “빨갱이가 싫어요.”라는 냉전시기 분위기에 맞춰져 혐오감을 준다. 거기서 중심을 택하거나 객관성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필자도 결국 외국인들이 쓴 기사와 자서전 그리고 그 시대를 반영한 문학작품 다큐멘터리 영화 등 많은 간접자료들을 보고서야 분단사의 흐름과 진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럼 중국동포들은 어떻게 한국사에 접근해야 하는가. 우선, 편견을 버리고 냉정하게 분석하고 취사선택하는 객관적 역사관으로 진실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 한국사논쟁에서 완충지대를 이룸으로써 학자들이 한국사논쟁에서만큼은 중국동포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 있는 차원에 도달해야 한다.

물론 이번 귀한동포회가 만들려는 한국사책자는 3개국의 논쟁을 다룰 만한 수준의 책은 아니다. 우리는 순수 우리 조상들이 살아온 역사, 고조선으로부터 3국시기 고려시기와 조선시기 일제강점기와 오늘의 분단사를 알리는 것으로 족하다.

오늘날 한국사는 중국동포들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한국생활상식으로 다가와 있다. 특히나 문화대혁명에서 족보를 불살라버리고 바야흐로 본관마저 잃어가고 있는 중국동포들에게 있어서 한국사를 배우는 과정은 민족의 의미와 고국의 의미를 되새기는 과정이 되며 조선족이라는 열악한 민족을 돌아볼 수 있는 지혜와 힘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될 것이다.

2009년1월12일 연길에서 수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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