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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객지생활을 하다가 고향에 돌아오니 아는 사람을 만나기가 무섭다. 과거 서로 어울려 추억을 만들고 이상을 담론하고 세상을 걱정하던 배운 사람들이 건만 마주 앉으면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기가 어렵다. 먹거리가 넉넉하고 입을 거리도 푼푼하건만 무슨 욕심이 그리도 많은지 온통 돈 얘기들뿐이다. 돈에 환장하다 보니 덕담은 고사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찬찬히 들어주는 자세도 아량도 없다.
객지에서 보고들은 얘기를 해주면 별로 내켜 하지도 아니한다. 머리에 남은 것은 먹고살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고 긁어모으기 위한 수단과 방법이고 도덕적 규제를 받지 않는 무정부, 무절제, 무차원의 자유주의에 빠져 있다.
당연히 예의를 말하는 사람도 윤리를 강조하는 사람도 없다. 예의와 윤리도 이미 문화대혁명시기에 ‘낡은 사회의 멍에’로 규정짓고 무시해 버린지 오래다.
설상가상으로 시장경제가 몰고온 부에 대한 탐욕으로 가정과 사회 전반이 돈으로 사람을 저울질하고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버릇이 생겼다.
자연 부에 따라 열이 지어지고 힘에 따라 전후가 가려지고 눈만 뜨면 돈 생각하고 돈만 보면 게눈 감추듯 삼켜버리고 돈만 주면 지아비 노릇도 부모자식 노릇도 다 한 것으로 안다.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니 아이들이 무얼 보고 철이 들겠는가. 길거리에서 아들 같은 아이들에게 반말을 하면 눈을 똑바로 뜨고 쳐다보고 입으로 뭐라고 씨부렁거린다. 그리고 아이들이 위아래가 없고 어른을 보면 인사하는 법이 없고 그나마 우물쭈물하는 정도면 봐줄 만한 편이다.
서로 얕잡아보고 함부로 대하는 것은 기본이고 좀 나이를 먹었다는 연장자들도 돌아서면 상대를 ‘애(갸,개,쟤)’로 칭한다. 애아비가 된지 오래 된 사람들이 다른 집 애아비를 애로 칭하는 것이다.
온 사회가 돈밖에 모르고 특히 동방예의지국의 후손들인 조선족의 예의와 윤리가 바닥이나 있다.
늦었지만 다시 ‘공맹지도’를 논하고 삼강오륜으로 부자유친하고 장유유서하고 붕우유신 하는 것부터 배워 서로 겸손하고 신의를 지키고 덕을 쌓아 화목한 조선족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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