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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령정상을 향하여
2008년 01월 17일 00시 26분  조회:2353  추천:67  작성자: 명상클럽

간밤에 얼마나 추웠던지 모닥불을 지폈지만 잠시도 불을 떠날수가 없었다. 불을 마주하고서도 뒷잔등으로 한기가 싸늘하게 몰려오니

잠간 몸을 쪼이고는 일어나서 물건하나를 챙기고 손발을 동동구르며 달려와서는 또 불을 지폈다. 침낭과 깔개를 개여야 했고 텐트도 거두어야 했으며 이것저것 작은 물건들도 하나하나 챙겨야 했다.  발가락은 얼어 저려났으며 손은 잠시도 장갑을 벗을수가 없었다. 침낭은 맨손으로 개여야 했으니 조급하게 주머니에 넣자니 도무지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젖먹던 힘까지 다하여 겨우겨우 넣었는데 너무 힘을 쓰는바람에 손등의 연골조직이 상하여 손가락을 굽힐수가 없었다.... 사람이란 조급할수록 실수를 저지르는 법이며 느긋한 사람일수록 재치있게 일을 처리하는 법이다...

 아침을 대수간 끓여먹고 부랴부랴 길을 나섰다. 이날따라 아침기운이 어찌나 차거운지 얼굴이 칼로에이는듯하였다..

사진속에 보이는 산은 삼형제라즈이다.

 

 삼형제라즈에 가까울수록 산은 더욱 웅장해보였다.

 벼랑을 보면서도 오를 엄두를 내지못했다. 한시급히 이 지옥같은 곳을 떠나고 싶었으니 삼형제라즈는 다음코스로 미루기로 하고...

 길을 가다 채목하는 림장사람들을 만나 어디서 이렇게 아침일찍 산에서 내려오는가 의아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말몇마디를 나누다 말고 사진이나 한장 찍어달라고 하였다. 지금와서 사진속의 자신을 보니 입과 코가 저렇게 겨울바람맞아 시뻘거니  얼지않을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하는 얘기지만 오른손등이 팅팅 부었고 얼굴가리우개를 갖고가지않아 입술이 얼어 검게 되였으며 날씨가  어찌나 추웠던지 코물이 쉴새없이 흘려내려 아직도 코구멍아래가 아리다... 지금은 입술주위피부가 굳어 한층한층 벗겨지고 있다...

하지만 마천령에서의 황홀한 일출과 연기피여오르는 범굴을 발견한걸 생각하면 흐믓해나면서도 즐거웠다. 사람이란 힘든 올리막길을 걷지않고서는 정상의 아름다운풍경을 볼수가 없는 법이며 고생을 하지않고서는 락을 느낄수가 없는 법이다.

내가 어렸을적 아버지친구 한분이 나를 훈계하였던 생각이 떠오른다. 어느 추운 겨울에 친구들과 강가에서 쪽배기를 타다 물에 빠져 손발을 얼구었었다. 집에 돌아오자부터 손발이 쩡쩡 저려나 엉엉 울었는데 마침 아버지친구가 그걸보자 나보구 하는 말이 "임마 남자라면 한번쯤은 그런 고생을 해봐야 돼!".... 매번 고생할때면 나는 버릇처럼 그 말을 되뇌인다. 사실 우리마을에서 그 분의 아드님이 유일한 대학생이였고 내가 두번째로 대학생출신이였다....

 길을 오른켠으로 돌고나면 곧 룡수동마을이다. 룡수동에 초중동창 한명이 있으니 아까부터 한시바삐 따뜻한 구들을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한동안 걷고나니 몸도 후끈후끈 해났고 손발도 피가 통하기 시작했다. 찬란한 아침해빛에 산도 보기좋았고 기분도 좋았다.

반시간전까지만 하여도 추워서 오돌오돌 떨던 사람이 언제 그랬던가 싶어 신이나서 길을 걷고 있다. 사람이란 참 즐거움을 맞보고나면 곧 지나간 고생을 쉽게 잊는법인가 본다. 희말라야산속에 둥지가 없이 사는 일종의 새가 있는데 밤만되면 슬피우는 소리가 "래일은 집을 지어야지 래일은 집을 지어야지"하는 말소리처럼 들린다고 한다. 그러다가도 낮이 되여 따스한 해빛을 받고나면 집짓는 일은 까맣게 잊고 마음껏 논다고 한다....

 

마을을 찾아 동창을 물어보니 한국간지 2년이 된다고 한다.... 재작년에 만났을때까지만 해도 마을에서 회계를 겸해 독보조로인들을 모시고 연길공원까지 왔었는데.... 아예 소식이 없이 한국을 날아갔다... 지금 연변의 농촌에서는 남자든 여자든 거이 젊은이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럴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남들이 다 한국가서 돈을 꽝꽝? 버는데 누군들 그러고 싶지 않으랴....그래서는 시가지에 들어와서 백여평의 집을 두채씩이나 사놓고 사는데...

마을에 들어서서 동창을 찾다말고 아예 그대로 오늘의 목적지인 마천령으로 향하였다. 친구를 만나봤자 담배한가치 피울시간만 따스한 구들에 앉고싶을 마음뿐이였다. 얼굴한번 보구싶었을 뿐이고 또 구지 동창이 하루밤 묵어라고 말치않는 이상 머물생각은 없었으니 ....ㅎㅎㅎㅎ

 마천령을 가자면 대흥구를 지나야 했다. 오랜간만에 고향을 들러보니 많이 변해있었다. 예전에 없었던 층집들이 즐비하게도 늘어섰다.

무거운 짐을 지고 거리를 걸으니 모두들 호기심어린 눈길로 바라볼뿐 아는 사람이 없었다...

문뜩 하지장이 쓴 당시 한구절(離鄕)이 생각났다...

少小离家老大回,乡音无改鬓毛衰。
어려서 고향을 떠나 어른이되여 돌아오니

향음(고향말씨--어조)은 변함이 없고 머리털만 희였구나.
儿童相见不相识,笑问客从何处来。

아이들은 서로만나 알수가 없으니

웃으면서 손님은 어디서 왔는가 묻는구나...

 

 강을 건너 하서로 가는길에 보이는 철다리.

언제 저런 철렁다리를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내가 어렸을땐 저곳엔 쇠사슬 한가닥에 배한척만 있었을 뿐이였다. 개구장이 시절 여름만 되면 온종일 이 철렁다리밑에서 헤염을 치며 자랐었다. 그때 저 철렁다리중간아래에 큰 바위하나가 있었는데 배를 타거나 혹은 바위에 올라서서 거꾸로 강물에 뛰여내리면서 별별 장난을 다하였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건 어렸을적 환각같은 신기한 체험으로 내 생애에 큰 영향을 주었던 사건이  여기서 있었다. 바로 내가 선 이자리에서... 때는 무더운 어느 여름날이였다. 내가 물장구를 치며 신나게 노는데 문뜩 누군가나 나의 이름을 불렀다. 물장구를 치다말고 머리를 쳐들어 보는 순간-- 찰나에  누구였던가 의혹이 지나가버리는 동시에 환각처럼 과거의 그 친구의 얼굴이 환하게 떠올랐다. 아주 영화처럼 확대되여.... 그러다 아~ 너였구나!  나절로 중얼거리다 말고 웃으며 손짓했다. 그 친구도 나를 보구 손짓했는데... 문제는 그 한순간이 지난후부터 지금까지도  나는 그때 그 친구가 누구였던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 환영이 사라지는 순간 내 발에 뭔가 뭉글뭉글한것이 밟히였다. 죽은 돼지의 배를 밟은듯한 느낌이 확 들었는데 머리끼가 곤두섰다. 그렇잖아도 이틀전에 웃쪽에서 누가 물에 빠져죽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리고 할머니가 늘 나하고 한 귀신이야기가 생각났다. 내가 하도 강가에 가서 장난치니 하는 말이 강속에 머리를 이만치 풀어헤친 긴 머리의 귀신이 있는데 나를 보면 무조건 "룡철아 네가 왔나"하고 늘쩡늘쩡말하면서 두손으로 나를 잡아간다는것이였다... 그 생각이 들자 나는 장난치다말고 그대로 줄달음쳐 집으로 달아났다.... 그 일이 있은 썩 후에 나는 뭔가가 령혼의 존재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되였으며 후에 내가 종교를 접하고 불교사상에 빠져들게된 가장 큰 원인이 되였다.... 지금도 나는 탐구를 하고 있다...

 하서마을을 지나게 되면서 농촌 그맛 그대로 느낄수있는 오불꼬불 바자굽길.

 산을 오르면서 돌아보니 어제 올랐던 이갑산 쇠바위가 차츰차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가 지나온 울창한 수림속길

 간신히 령을 하나 넘었는데 또 하나의 령이 나타났고 그 뒤로 시루같이 생긴 엄청난 마천령정상이 한눈에 안겨왔다.

마천령이란 만족어로서  하늘만치 높은 령이란 뜻이며 높은 령이 교통을 가로막았다는 의미라고 한다. 마천령정상은 삼각별모양의 평평한 평원인데 가로세로 3킬로넘으며 그 면적이 5평방공리나된다. 해발은 693메터이며 이  지방에서 가장 높은 산중의 하나이다. 

 다시 뒤를 돌아보니

 웅장한 이갑산쇠바위도 삐여나게 돋보였다.

 다시 북쪽으로 오르는 길

 마지막령을 넘어 소나무가지사이로 빠끔히 보이는 마천령정상-- 정상에 발사탑이 하나 보였으니 오늘은 무작정 저 집에 머물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거기서 머물렀으며 뜨끈뜨끈한 구들에 엊저녁에 얼어든 녹초된 몸을 녹였고 이틑날 새벽 역시 멋진 일출을 구경하였다.

 드디여 정상에 올라서니 대흥구시가지가 한눈에 안겨왔다.

 서쪽으로는 사방대가 한눈에 안겨왔고...

 정상에 오른지 얼마되지않아 해는 서서히 서쪽지평선넘어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저녁노을에 불타는 대지-- 왼쪽으로 보이는 길은 철길이고 저 산굽이를 에돌고 나면 곧 묘령이다.

 마천령의 저녁노을은 일출못지않게 환상적으로 아름다웠다.

 저녁노을빛속에 잠긴 사방대와 그 왼쪽의 一毛撮山

 저녁노을은 더욱 붉게 타고...

 밤이 되니 인젠 저녁을 해 먹어야 했다. 저녁시간에는 경전공부도 해야했고 좌선도 해야했다. 그리고 래일준비도 미루시 해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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