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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은 뜨뜻한 구들에 잔등이 지지도록 편히 잤다. 그저께 언 몸을 다 풀고나니 오늘은 힘도 났고 정력도 예전 그대로이다.
사람없는 집에 들어 남이 수고스레 패놓은 장작을 마음껏 태우고나니 마음에 뭔가 걸리는게 있어 적은 돈이라도 놓고가고싶은 마음이였다. 그래서 망설이고 있는데 정말 사람이 올라왔다.... 속으로는 조금 당황했지만 그래도 이대로 몸만 훌훌털고가기보다 나았다....
림장지기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아쉬운 발걸음을 떼였다. 어제밤에 묵었던 그곳은 마천령의 가장 북쪽벼랑에 있었다.
오늘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사진속의 이 길을 따라 마천령전부를 꿰뚫고 서위자로 가기로 하였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또 하나의 령을 건너야 할것같지만 걷다보면 전혀 올리막길이라는 느낌이 없다. 마천령정상의 전체거리가 대략 6키로쯤 될것이니 온 하루걷다보면 서위자에 도착하고도 남쪽으로 강을 건너 산을 직접타고 백초구까지는 갈 신심이 있었다...
하마탕쪽에서 마천령을 오르는 길
정상은 습지도 있었다.
인적없이 고요하기 그지없는 정상의 수림속
정말 고요한 은백색의 세계이다. 이 조용한 은백색세계에서 이렇게 홀로 나 혼자 걷고있다는게 이상하기도 했다.
평원속에서는 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그저 내멋대로 가고싶은 곳을 택해 걷다보니 앞으로 골짜기가 나타나면서 저 멀리 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산이 무슨 산일가.... 지도가 있으면서도 꺼내보구싶은 생각이 없이 계속 산보구 걷기만 하였다...
골짜기는 내려가고 싶지 않았고 오르켠으로 평원이 이어지면서 망가진 초가집도 보였다. 이렇게 보니 망가진 초가집도 예술적이다.
가다가 가다가 이번에는 참나무밭을 만났고 계속 그 오른켠으로 가다보니 드디여 벼랑이 나타났다.
벼랑우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남쪽으로는 뭇산들이 중중첩첩보였다. 저 아래는 서위자겠지 하고 살펴보았지만 비슷한 산이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다시 지도를 꺼내들었지만 알수가 없었다. 아차 내가 길을 잃었구나! 손에 지도를 들고 있으면서도 내가 지금 어디에 서있는지를 모르겠다. 어떡한담? 벼랑을 왔다갔다 서슴거렸지만 도무지 갈피를 잡지못하겠다. 지금 보이는 산들은 전혀 내 머리속의 산들과 형상이 맞지를 않으니 ..... 에라 모르겠다. 아무튼 벼랑끝까지 걸어보자! 그래서 계속 가던 방향으로 벼랑가를 따라 앞으로 계속 걸었다....
사실 저 앞쪽으로 벼랑이 끝나는 부분에서 나는 진짜 범굴을 발견하였다.
4단계지팡이의 유용한점. 길을 가다가 철조망을 만났다. 무겁고 덩치큰 짐을 지었으니 시끄럽게 자꾸 벗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4단계지팡이를 활용했는데.... 저렇게 높게 받치고 그사이로 쑤욱~ ㅋㅋㅋ 그리고 내리막 비탈길에도 4단계지팡이가 최고!
이 철조망을 지나 벼랑가를 걷고 있는데.... 저쪽 앞으로 움푹 꺼진 벼랑저쪽에서 눈보라가 휙 불어치면서 눈가루가 날리는듯하였다.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곳은 바람한점없고 해빛도 따스한 양지쪽인데 어디서 눈가루가 날릴수있을가? 불시에 이상한 느낌이 확 들었다.... 내 느낌에 앞쪽엔 무조건 무엇이 있었다. 그래서 조심조심 발볌발볌 다가서는데 아니나 다를가 난 기적을 발견했다.
동굴위로 나무가지를 장식해놓은 서리꽃들
움푹꺼진 벼랑아래로 흰 연기가 물물 피여올랐고 주위의 나무가지에는 하얀 서리꽃이 가지마다 가득하여 멋진 풍경을 만들어주었다..
에쿠 이건 동굴이 아니야.... 나는 제꺽 가방을 동굴어구에 세워놓고 흥분되여 동굴어구를 바라보았다. 너무나도 생각밖이 일이라 나는 입만 벌리고 동굴어구만 바라보았다. 전등을 꺼낼생각도 않고 몸만 구부정하여 두손으로 무릅을 바치고는 호기심에 찬 눈길로 안만 들여다보았다. 나는 아무생각도 없이 그런대로 한참이나 동굴어구를 주시하였다.... 동굴안이 컴컴하여 아무것도 보이지않았고 하얀 수증기만 물물 계속 피여올랐다.... 조금 지나니 동굴어구에 회색같은 물체가 있었는데 내가 한창이나 들여다 보아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그 회색물건이 움직이였고 이어서 사람얼굴 하나가 나타났다. 엉 여기 웬 사람이?
뜻밖에 인적없는 산속에서 사람얼굴을 보구나니 반갑기도 하였다. 호랑이가 아니였으니 다행이라는 심정이다.
알고보니 그는 이 주위에서 사는 산군이였는데 회색가방속에는 토끼한마리가 들어있었다..... 기쁜김에 난 이것저것 물어보기시작했다.
담배한가치를 빼여물더니 천천히 이 동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실제 이 동굴은 범굴이 옳았다. 그리고 뜨거운 증기가 물물 쉴새없이 나오는 것을 보아서는 다른 한쪽에도 출구가 있거나 혹은 내부는 온천일수도... 마을사람들의 얘기에 따르면 동굴은 아주 깊은데 들어가다가 경사도가 강하게 떨어져 누구도 감히 더 들어갈 엄두를 못낸다는 것이였다. 옛날에 여기에 실제 호랑이 한마리가 살았다고 하니 내가 어렸을적 어른들이 한 말이 틀림이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당연히 호랑이가 없고 오소리들의 보금자리로 되였다고 한다. 방금 자기도 동굴안에서 안으로 사라지는 동물을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내게 전등이 있으니 함께 들어가자고 하니 싫다고 한다. ㅋㅋ 인적없는 산속에서 웬 건장한 젊은이를 만나니 두려웠던가 보네~ ㅎㅎㅎ 그래서 내가 전등을 켜들고 동굴어구에 들어섰더니 뜨거운 기운이 얼굴을 휘감으면서 불시에 안경에 흰김이 끼여 아무것도 볼수가 없었다.
동굴안에는 물방울이 떨어져 고드름까지 생겼다. 뜨거운 기운에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이 동굴속에서는 추위를 느끼지 못할것이다.
호랑이굴에서 나온 산꾼! 호랑이가 담배를 피운다는 얘기를 들었지요? ㅎㅎㅎ
동굴어구의 수증기가 만들어낸 걸작들
저 눈송이를 듬뿍 담아 집에 가져와서 마셔보았더니 그렇게 시원하고 달수가 없었다. 만병통치약이 별거 아니였다... ㅎㅎㅎ
동굴어구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멋진 바위군체
범굴에서 실컷 놀고나서 나는 또하나의 습지를 지나 계속 내 갈길을 걸었다...
내가 지나왔던 작은 벼랑
가다가 돌아서 보았던 멀리 보이는 마천령벼랑 -- 저 벼랑 어느 한곳에 호랑이굴이 있었다....
가다가 가다가 개울가에 피여있는 서리꽃주단우에서 ...
인적없는 길을 나는 계속 걸었다. 지금도 나는 계속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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