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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19)
2015년 01월 25일 03시 40분  조회:1564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랄프 하르트는 고민을 멈추고 그들이 방금 창안해낸 놀이에 다시 집중했다. 앞에 앉아있는 녀자가 옳았다. 와인, 불꽃, 담배, 함께 있는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다른 종류의 도취, 다른 불꽃이 필요했다.
어깨끈이 달린 그녀의 원피스우로 한쪽 젖가슴이 드러나있었다. 가무잡잡한 그녀의 속살이 보였다. 그는 그녀를 원했다. 아주 많이.
 
마리아는 랄프의 눈빛이 변하는것을 보았다. 욕망의 대상이 되고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그녀를 흥분시켰다. 그것은 《너와 사랑을 나구싶어, 너와 결혼하고싶어, 아이를 가지고싶어, 결혼을 약속해줘》같은 관습적인 애정표현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아니, 욕망은 자유로운 느낌, 공간속의 떨림, 삶을 풍부하게 하는 의지였다. 그리고 그 의지는 산들을 뒤집어놓고, 그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그리고 그녀의 그곳을 축축이 젖어들게 만들었다.

욕망은 고향을 떠나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고, 프랑스어를 배우고, 편견을 극복하고, 농장을 가지기를 꿈꾸고,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은채 사랑하고, 한 남자의 눈길을 통해 스스로 녀자라고 느끼는 이 모든것의 근원이였다. 그녀는 미리 계산이라도 한듯 천천히 다른쪽 어깨끈마저 내렸다. 원피스가 몸을 따라 흘러내렸다. 이어 그녀는 브래지어 호크를 풀었다. 그녀는 상체를 드러낸채 그가 그녀를 덮쳐 범하고는 사랑을 맹세할지, 아니면 욕망 자체를 통해 섹스의 진정한 쾌락을 느낄 정도로 감수성이 뛰여날지를 생각하며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그들 주위에는 이제 아무 소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벽난로, 그림, 책들은 사라지고 오로지 욕망의 모호한 대상만이 존재하는, 더이상 다른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은 몰아지경의 상태로 대체되였다.

랄프는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에 그녀는 그의 눈에서 어떤 망설임을 읽었다. 하지만 오래 가진 않았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상상속에서 혀로 그녀를 애무하고있었다. 그들은 사랑을 나누고있었다. 땀을 흘리고, 서로 껴안고, 부드러움과 란폭함을 뒤섞고, 함께 소리치고 신음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것이 그녀를 더욱 흥분시켰다. 그녀 역시 자신이 원하는것을 마음대로 상상할수 있었으니까. 그녀는 그에게 자신을 부드럽게 애무해달라고 애원했고, 그의 눈앞에 다리를 벌리고 자위를 했고 랑만적이거나 천박한 말들을 입에서 나오는대로 지껄여댔고 여러차례 오르가즘을 느꼈고 소리를 질러 이웃들을 온 세상을 깨웠다. 그녀에게 쾌락과 기쁨을 주는, 함께 있으면 그녀가 그녀 자신이 될수 있는 자신의 성적인 문제들을 털어놓을수 있고, 나머지 밤을, 나머지 주일을, 나머지 삶을 함께 보내고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남자가 거기 있었다.

그들의 이마우로 땀방울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벽난로를 피웠기때문이라고 그들은 마음으로 서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나 그녀나 한계에 도달해있었다. 갖고있는 상상력을 모두 동원했고, 영원히 이어질것 같은 행복한 순간들을 함께 보냈다. 한발자국 더 나아가면 현실의 그 마술을 파괴하고말것이였다. 그들은 거기서 멈추어야만했다.

아주 천천히, 끝을 언제나 시작보다 훨씬 더 힘들기때문에. 그녀는 브래지어를 다시 채워 가슴을 가렸다. 우주가 자기 자리로 되돌아왔고 주변의 사물들이 다시 나타났다. 그녀는 허리에 걸려있던 원피스를 끌어올려 입고는 미소지었고, 그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아 뺨에 갖다댔다. 그 손을 언제까지 그리고 얼마나 세게 붙잡고있어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채.
그녀는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싶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모든것이 엉망이 되여버릴 위험이 있었다. 그가 겁을 집어먹을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그 역시 사랑한다고 말할수도 있었다. 마리아는 그것을 원치 않았다. 사랑의 자유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데에 있으니까.

《느낄수 있는 사람은 상대방을 건드리지 않고도 쾌락을 누릴수 있다는것을 알아요. 말, 눈길, 이 모든것이 춤의 비밀을 담고있죠. 하지만 기차가 도착했어요. 이제 각자 자신의 길을 가야 해요. 이 려행을 당신과 계속하고싶은데…어디까지 가능할가요?》

《제네바로 돌아갈 때까지.》
랄프가 대답했다.
《늘 꿈꾸었던 사람을 찾아 자세히 관찰해본 사람은 섹스 에너지가 성관계에 우선한다는 사실을 알아요. 가장 큰 쾌락은 섹스가 아니라 섹스에 담겨있는 정열이죠. 정열이 월등할 때, 섹스를 통해 그 춤을 완수하게 되죠. 하지만 섹스는 결코 본질적인게 아니예요.》

《당신은 사랑에 대해 마치 프로처럼 말하는군.》
마리아는 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하는것이 그녀의 방어수단, 아무것에도 발을 들여놓지 않고 자신을 해방시킬수 있는 방법이였으니까.

《사랑에 빠진 사람은 늘 섹스를 해요. 실제적인 성관계를 가지지 않을 때조차도 그렇죠. 육체들이 만나게 되면 단지 잔이 넘치는것뿐이예요. 그들은 몇시간이고 며칠이고 함께 할수 있어요. 그들은 어느날 춤을 추기 시작해 다음날 끝낼수도 있고 아니면 쾌락이 너무나 커 끝내지 않을수도 있어요. 십여분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십일분?》
《사랑해요.》
《나도 사랑하오.》
《미안해요. 내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나 역시 그렇소.》
그녀는 일어나 그의 뺨에 키스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이튿날 아침, 마리아의 일기.
 
어제밤 랄프 하르트가 날 바라보았을 때, 그는 도둑처럼 문 하나를 열고 내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떠나면서 그는 네게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 오히려 은은한 장미향을 남겨놓고 갔다. 그는 도둑이 아니라 날 방문한 피앙세였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욕망에 따라 산다. 욕망이 그의 보물이다. 그것이 상대방을 멀어지게 만드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사랑하는 사람을 다가오게 만든다. 욕망은 내 령혼이 선택한, 너무나 강렬해서 주변사람들에게까지 전염될수 있는 마음의 동요이다.

나는 매일 내가 더불어 살고자 하는 진실을 택한다. 나는 실용적이고 효률적이고 전문적이려 애쓴다. 하지만 늘 욕망을 동무삼을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은 의무감때문도, 내 생활의 외로움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도 아니다. 단지 좋기때문이다. 그렇다 욕망은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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