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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25)
2015년 01월 31일 11시 53분  조회:1511  추천:1  작성자: 세계명작




마리아는 몇달전부터 준비했던 일, 려행사를 찾아가 그녀가 달력에 표시해둔 날자에 출발하는 브라질행 비행기표를 구입하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이제 그녀가 유럽에서 보낼수 있는 시간은 단 이주뿐이였다. 그 기간이 지나면 제네바는 그녀가 사랑했고 그녀를 사랑했던 한 남자의 얼굴로 남을것이고 베른가는 스위스의 수도에 경의를 표하는 하나의 이름에 불과할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방, 호수, 프랑스어, 스물세살의 아가씨가(그녀는 전날밤 스물세번째 생일을 자축했다) 세상 모든 일엔 한계가 있다는것을 깨닫기전에 저지른 모든 미친짓들을 감회에 젖어 회상할것이다.


새를 새장에 가두거나 그녀와 함께 브라질로 가자고 요구할수는 없었다. 그는 일생동안 그녀가 만난 사람들중 가장 순수한 사람이였다. 그런 새는 동료와 함께 했던 비행에 대한 향수를 양식삼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살아가야 한다. 그녀 역시 한마리 새였다. 랄프 하르트가 곁에 있으면, 코파카바나에서 보낸 시절이 끊임없이 떠오를것이다. 그것은 그녀의 과거였다. 미래가 아니였다.


《이제 곧 나는 이곳에 없을거야.》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괴로워지지 않도록 그녀는 출발하는 순간까지는 《안녕》이라는 말을 하지 않으리라 스스로 다짐했다. 그날 아침, 그녀는 제네바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마음을 달랬다. 그 길들, 언덕, 산티아고의 길, 몽블랑다리가 마치 늘 다녔던 곳인것처럼. 얼마전부터 틈만 나면 드나든 카페들이 마치 어릴적부터 알고있었던 곳인것처럼. 그녀는 강물우를 나는 갈매기들의 비행을 눈으로 좇았고, 진렬대를 정리하는 상인, 점심을 먹으러 가기 위해 사무실에서 나오는 회사원, 저 멀리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는 비행기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자기가 먹는 사과의 색갈과 맛을, 호수 한가운데에서 솟아오르는 분수우에 걸린 무지개를, 그녀곁을 지나는 행인들의 마음속에 깃든 환희를, 욕망의 눈길들과 무표정한 눈길들을 마음속에 새겨두었다. 그녀는 세상의 수많은 도시들가운데 하나, 특이한 건축양식과 범람하는 은행광고판만 아니였다면 브라질에 있는 도시와 별 차이가 없을 한 도시에서 거의 일년을 보냈다. 공원 한쪽에 장이 열려 사람들로 붐볐다. 주부들이 흥정을 벌리고,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프다는 핑게를 대고 조퇴했을 고등학생들이 호수가를 거닐며 키스를 하고있었다. 자기 나라에 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었고 자신이 이방인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스캔들만 다루는 타블로이드판신문도 있었고, 늘 스캔들신문만 읽는 사업가들을 위한 진지한 잡지들도 있었다.


마리아는 농장경영에 관한 책을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에 들렸다. 책의 내용은 조금도 리해할수 없었지만 그 책은 그녀가 자신과 자신의 운명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고말았다는 생각에 빠져들 때마다 그녀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었다. 근엄한 노란색 표지에 일련의 그래프들이 들어있는 그 책은 그녀에겐 말없는 동료이자 그녀가 유럽에서 보낸 마지막 밤들을 밝혀준 등대였다.


난 늘 미래를 계획하면서도 현재에 덜미를 잡히지,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독립, 절망, 아픔을 통해 자신을 발견했는지, 어떻게 다시 사랑을 되찾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여기가 종착점이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신기한것은 그녀의 동료들은 몇몇 남자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황홀경을 맛보았다고 떠벌려대곤 했지만 그녀에게 섹스는 좋은것이든 나쁜것이든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않았다는 사실이였다. 그녀는 자신의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하고있었다. 그녀는 삽입으로는 오르가즘을 느낄수가 없었다. 그녀는 성행위를 너무나 진부한것으로 치부해왔기때문에, 아마도 랄프 하르트의 표현에 따르면 그 《인식의 포옹》을, 혹은 그녀가 추구하는 뜨거움과 기쁨을 다시는 발견하지 못할터였다.
아니면 그녀도 가끔은 그렇게 생각하듯이, 어머니와 아버지들 혹은 랑만적인 문학작품들이 주장하는것처럼, 사랑 없이는 침대에세 쾌감을 느끼는것이 불가능하거나.

평소 늘 심각해보이는, 한번도 말해준적은 없지만 마리아의 유일한 친구였던 도서관 사서는 그날따라 기분이 좋아보였다. 마침 점심시간이였는데 그녀는 샌드위치를 싸왔으니 나누어먹자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마리아는 방금 점심을 먹고 오는 길이라며 고맙다고 인사했다.


《이번 책은 읽는데 시간이 제법 많이 걸렸군요.》
《전혀 리해가 안되더라고요.》
《예전에 나한테 부탁했던거 기억해요?》
아니, 그녀는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서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피여오르는것을 보고는 곧 리해했다. 섹스였다.


《당신이 그 주제와 관련된 책들을 문의한 이후로 우리가 구비하고있는 모든 관련서적목록을 찾아봤는데 별게 없었어요. 젊은이들을 가르치는것은 우리 어른들의 몫이라는 생각에 몇권을 주문했죠. 젊은이들이 최악의 방법을 빌어, 례를 들면 창녀들을 통해 그 문제에 접근하지 않아도 되도록 말이예요.》


사서는 갈색 종이로 정성스레 표지를 싸서 한쪽구석에 쌓아놓은 책들을 가리켰다.


《시간이 없어서 아직 분류는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대충 한번 훑어봤는데, 정말 질겁을 하고말았어요. 정말 깜짝 놀랐지 뭐예요.》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내기를 하자면 할수도 있었다. 괴상망측하고 불편한 체위들, 사도마조히즘, 대충 이런것들일것이다. 직장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 말하고 자리를 뜨는게 상책이였다. 그녀는 사서에게 자기가 은행에 다닌다고 했는지 가게에서 일한다고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거짓말은 비상한 기억력을 요구한다.


그녀는 사서에게 인사하고 일어설 차비를 했다. 그런데 사서가 말했다.
《당신도 깜짝 놀랄거예요. 례를 들어 클리토리스가 최근에 발견되였다는거 알고있어요?》


최근에? 이번 주에도 한 남자가 완전한 어둠속에서도 마치 자기 손이 탐색하고있는 령역을 훤히 꿰고있다는듯이, 늘 거기 있었던것으로 보이는 그녀의 클리토리스를 만지지 않았던가?


《클리토리스의 존재를 1559년 레알도 콜롬보라는 의사가 <해부학>이라는 책을 출간한 이후에 공식적으로 인정되였어요. 예수가 태여난지 1500년이 넘도록 공식적으로는 무시되였던거예요. 콜롬보는 그 책에서 그것을 <예쁘고 유용한것>이라고 기술하고있어요. 믿어져요?》


두사람은 큰소리로 웃었다.
《이년후인 1561년, 가브리엘로 팔로피오라는 또 다른 의사가 자기가 그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나섰어요. 물론 둘다 이딸리아 사람들이예요. 그 사람들은 그런 문제에 관해서는 훤하니까. 두 남자는 누가 공식적으로 클리토리스를 세계사에 편입시켰는지를 놓고 론쟁을 벌렸답니다!》


대화가 흥미롭기는 했지만 마리아는 그 문제에 관해서는 깊이 생각하고싶지 않았다. 그녀는 애무, 눈가리개, 그녀의 몸우를 돌아다니던 그의 손을 떠올리는것만으로도 성기가 젖어드는것을 느꼈다. 그녀는 섹스에 무감각한게 아니였다. 그 남자는 그녀를 성적으로 해방시켜놓았다. 아직 살아있다는것이 얼마나 좋은지!


하지만 사서는 이미 발동이 걸린 상태였다.
《그후에도 사람들은 계속 그것을 멸시했어요.》
그런것이 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클리토리스학> 전문가가 다된듯 보였다.


《오늘날 신문에서 아프리카의 몇몇 부족이 녀성에게서 쾌락을 즐길 권리를 빼앗는다며 떠들어대고있는 성기 훼손은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예요. 이곳 유럽에서도 19세기에는 녀성 신체의 그 하찮은 부분이 히스테리, 간질, 바람기와 불임의 근원이라 하여 절제하는 사례가 빈번했대요.》


마리아는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사서는 얘기를 그칠 기미를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보다 더 놀랄만한것은 정신분석학을 정립하신 우리의 친애하는 프로이드박사께서 정상적으로 성장한 녀성의 경우 오르가즘을 클리토리스에서 질로 이동하게 되여있다고 주장한거예요. 그의 충실한 신봉자들은 그 명제를 더욱 발전시켜 클리토리스에 성적쾌감이 집중되여있는것은 미성숙 또는 양성애의 징조라고 주장했고요.


하지만 우리 녀자들은 모두 알고있잖아요. 삽입만으로는 오르가즘을 느끼기가 아주 어렵다는걸. 한 남자를 자기 몸속에 받아들이는것도 좋은 일이죠. 하지만 쾌감은 이딸리아의사가 발견한 그 작은 알맹이에 있어요!》


마리아는 프로이드가 말한 결함이 바로 자기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성은 아직 미숙해서 클리토리스에서 질로 진화하지 못한것이다. 아니면 프로이드가 잘못 생각한것일가?


《C스폿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사서가 물었다.
《아줌마는 그것의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 아세요?》
마리아가 되묻자, 사서는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했지만 곧 대담하게 대답했다.
《현관을 막 지나서 바로 머리우 천장.》


질을 건물에 빗댄 비교라니, 참으로 기발했다! 어린 소녀들을 위한 책에서 그런 비유를 읽었는지도 몰랐다. 문에 노크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 몸속 세계를 발견하는 성교육 책자에나 나올법한 표현이였다. 자위할 때 마리아는 클리토리스보다는 혼란, 불안과 뒤섞인 어떤 쾌감을 불러일으키는 그 유명한 C스폿을 더 선호했다. 그녀는 언제나 곧장 현관을 지나 천장으로 갔던것이다!


사서의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을듯했다. 사서는 어쩌면 마리아에게서 자기처럼 성적쾌감을 상실한 녀성을 발견한것인지도 몰랐다. 그녀는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는 무어라도 좋으니 다른것들에 의식을 집중하려고 애쓰면서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행복에 대해, 클리토리스에 대해, 되찾은 처녀성이나 C스폿에 대해 생각할 날이 아니였다. 그녀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 휴대폰소리, 개짖는 소리, 전차가 선로우를 덜커덕거리며 달리는 소리, 발걸음소리, 자신의 숨소리, 태양아래 있는 모든것이 내는 소리에 집중했다.

그녀는 코파카바나로 가고싶지 않았다. 돈은 충분히 모았다. 그런데 리유는 알수 없지만 일을 마저 끝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 같은게 느껴졌다. 그날 오후, 그녀는 장을 보고 돈을 불리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주겠다고 약속한 그녀의 단골중 한명인 은행지점장을 만나고, 커피를 마시고, 우체국에 들러 가방에 다 들어가지 않는 옷가지들을 부칠수도 있었다. 이상하게도 막연히 슬픈 느낌이 들었다. 유럽에서 지낼수 있는 시간이 이주밖에 남지 않아서인지도 몰랐다. 그녀는 유유히 시간을 보내고, 새로운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고, 그 모든것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기뻐해야 마땅했다.
그녀는 이미 수백번은 건넜을, 호수와 분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사거리에 이르렀다. 건너편 공원 한가운데에 제네바의 상징중 하나인 꽃시계가 있었는데 그것이 그녀로 하여금 더는 자신을 속이지 못하게 했다. 그건…

갑자기, 시간이, 세상이 정지했다. 그날 아침 이후로 그녀가 줄곧 생각하고있는 그녀의 되찾은 처녀성은 과연 뭘 의미하는걸가?


세상이 얼어붙은것 같았다. 그 찰나가 지나가지 않고있었다. 마리아는 그냥 지나칠수 없는, 아주 심각하고 중요한 무엇에 직면해있었다. 늘 메모해두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단 한번도 기억해내지 못한 밤, 꿈들처럼 그렇게 치부해버릴수 있는게 아니였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 세상이 정지해버렸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그거야!
새, 그녀가 얼마전에 쓴 새 이야기는 랄프 하르트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일가?
아니, 그건 그녀의 이야기였다!


그랬다!
오전 11시 11분, 그녀의 이야기는 그 순간 끝이 났다. 자기 몸에 익숙하지 않은 이방인 마리아는 처녀성을 재발견하고있었다. 하지만 그 재탄생은 너무나 깨지기 쉬운것이여서, 거기 계속 머물러있는다면 자칫 영영 잃어버리게 될지도 몰랐다. 그녀는 천국을, 그리고 지옥을 분명 경험했다. 하지만 모험은 이제 막바지에 다달았다. 이주일, 열흘, 일주일을 기다리는것은 불가능했다. 그녀는 서둘러 떠나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꽃으로 만들어진 시계를, 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들과 그 주위에서 뛰노는 어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슬픔의 리유를 깨달았다. 그녀는 돌아가고싶지 않았던것이다.


랄프 하르트때문도, 스위스가 좋아서도, 모험때문도 아니였다. 진짜 리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그건 바로 돈이였다.


돈! 모든 사람이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칙칙한 색갈의 특별한 종이쪽. 그녀는 그것을 믿었다. 모든 사람이 그것을 믿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그 종이쪽을 가지고 유서깊은,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지키는 대형 스위스은행을 찾아가 《이 돈으로 내 인생의 몇시간을 살수 있을가요?》라고 물었을 때, 《죄송합니다. 손님, 저희는 팔지는 않고 사기만합니다라는 답변을 듣게 될 때까지는.》


마리아는 자동차가 급정거하는 소리에 놀라 망상에서 깨여났다. 운전자가 큰소리로 투덜거렸고, 한 로인이 웃으면서 빨간 불이니 물러서라고 영어로 말했다.


《난 모든 사람이 알아야 할 뭔가를 발견한것 같아.》
하지만 그들은 모르고있었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행인들은 《나 좀더 기다릴수 있어. 오늘은 돈을 벌어야 하니까. 당장 내 꿈을 실현할 필요는 없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숙인채 직장으로, 학교로, 직업소개소로, 베른가로 달려가고있었다. 물론 그녀의 직업은 저주받은것이였다. 하지만 엄밀히 따져보면 그것 역시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자신의 시간을 파는것일뿐이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견딜수 없는 사람들을 견뎌내는것,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결코 도래하지 않는 미래의 이름으로 자신의 귀중한 육체와 령혼을 내놓는것, 모든 사람들이 그러듯이 조금만 더 기다리는것, 기다리고, 조금 더 벌고, 욕망의 실현을 나중으로 미루는것, 당장은 몹시 바쁘니까, 하루밤에 350에서 천스위스프랑까지 지불하는 손님들이 그녀를 기다리고있으니까.


자신이 벌게 될 돈으로 살수 있는 그 모든것에도 불구하고(누가 알겠는가. 딱 일년만 더하면 그렇게 될지?), 마리아는 생애 처음으로, 의식적으로, 랭철하게, 그리고 고의적으로 좋은 기회가 그냥 지나가도록 내버려두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파란 불이 켜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길을 건넜다. 그리고 꽃시계앞에 멈춰서서 랄프를 생각했다. 그녀는 원피스끈을 내려 가슴을 드려냈던 날 밤 그의 눈에 불타던 욕망을 다시 보고, 그녀의 젖가슴과 성기와 얼굴을 만지던 그의 손길을 다시 느꼈다. 그녀는 젖어들었다. 눈을 돌려 멀리 있는 거대한 분수를 바라보았을 때, 그녀는 몸의 어느 부분도 만지지 않았지만, 바로 거기, 많은 사람들앞에서 오르가즘을 느꼈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들은 모두 너무 바빴다.


코파카바나에 들어서자마자, 마리아가 동료들중 유일하게 친구라고 여기는 니아가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한 동양인옆에 앉아 웃고있었다.


《이것 좀봐!》
그녀가 소리쳤다.
《이 사람이 내가 뭘 해주길 원하는지 좀 봐!》
공모자의 눈길. 입가에 번지는 미소, 동양인이 시가 상자처럼 보이는것의 뚜껑을 열었다. 밀랑은 멀찍이서 그안에 주사기나 마약이 들어있지 않나 흘끗 들여다보았다. 아니였다. 그것은 밀랑도 어떻게 기능하는지 잘 모르는 기구였다.


《누가 보면 지난 세기의 물건이라고 하겠어요!》 마리아가 말했다.
《맞아요. 지난 세기의 물건이.》
마라아의 말에서 드러난 무지에 화가 난듯 동양남자가 대꾸했다.
《백년도 더된 물건이라 손에 넣는데 돈깨나 들었지.》


그것은 몇개의 벨브, 핸들, 전기회로, 금속으로 된 작은 스위치, 건전지들을 조립한것으로, 두개의 선끝이 각각 손가락크기의 유리막대에 련결되여있었다. 옛날 라지오의 내부와 비슷했다. 큰돈이 들만한것은 아무것도 없어보였다.


《어떻게 작동하는거예요?》
니아는 질문하는 마리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 브라질아가씨를 신뢰하긴 했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손바닥 뒤집듯 변하니 자기 손님을 노릴지도 모를 일이였다.


《나한테 이미 설명해줬어. 이건 마이올랫 원드(사도마조히즘 성향의 사람들중 특히 <전기애호증>을 가진 사람들이 성적만족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 치한을 퇴치하는 전기충격기와 비슷하게 생겼다.)야.》
니아는 동양인을 돌아보며 초대에 응하기로 마음먹었으니 함께 나가자고 말했다. 하지만 사내는 자신의 장난감에 대한 마리아의 관심에 기분이 들뜬것 같았다.


《1900년경, 최초의 건전지가 나왔을 때 의학계는 전기가 정신질환이나 히스테리를 치료할수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전기를 리용한 여러가지 실험을 했어요. 여드름을 제거하거나 피부에 탄력을 주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기도 했죠. 이 량쪽끝 보이죠? 이것들을 여기에 대면 밧데리가 공기중에 아주 건조할 때처럼 정전기를 일으켜요.》


그는 자신의 관자놀이를 가리켰다.
그것은 브라질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스위스에서는 아주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상이였다. 언젠가 택시문을 열면서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쇼크를 느꼈던 날 마리아는 그 현상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그녀가 택시비를 내지 않겠다고 항의하자 운전사는 그녀를 아주 무식한 녀자취급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그 현상을 일으킨것은 차가 아니라 건조한 공기였다. 그러한 종류의 사고를 여러차례 경험한 그녀는 그후 겁이 나서 금속으로 된 물건은 가능하면 만지지 않았다. 한 슈퍼마켓에서 몸속에 쌓이는 전기를 줄여주는 신기한 재주를 가진 팔찌를 발견할 때까지는.


그녀가 동양인을 돌아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건 기분이 안좋잖아요!》
마리아의 끈질긴 추긍에 점점 더 초조해진 니아가 자기 손님임을 과시하기 위해 보란듯이 사내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건 당신이 그걸 당신 몸 어디에 련결시키느냐에 달려있어요.》


동양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가 작은 핸들을 돌리자 막대 두개가 보라색으로 변했다. 그가 재빨리 그것들을 두 녀자에게 갖다댔다. 딱 소리와 함께 방전이 일어났지만 아픔보다는 간지러움에 더 가까운 느낌이였다.
《죄송하지만 여기서는 삼가주세요.》


밀랑이 다가오며 말했다.
사내가 장치를 상자에 집어넣었다. 필리핀아가씨 니아가 그 기회를 리용해 당장 호텔로 가자고 제안했다. 동양인은 약간 실망한듯 보였다. 새로 온 녀자가 지금 같이 나가자고 조르는 녀자보다 바이올렛 원드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이고있었기때문이였다. 어쨌든 그는 웃도리를 입고 가죽서류가방에 그 상자를 넣으며 말했다.


《요즘은 신형도 나와요. 특별한 쾌락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겐 류행처럼 되여버렸죠. 하지만 당신이 방금 본 모델은 몇개 없는겁니다. 희귀한 의료기 컬렉션, 박물관 혹은 골동품상에서나 구경할수 있는거죠.》
밀랑과 마리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잠자코 있었다.


《저거 전에 본적 있어요?》
마리아가 밀랑에게 물었다.
《저런 모델은 본적 없어. 저런건 정말 값이 제법 나갈거야. 저 사람 석유회사 고급간부거든. 다른것들은 본적이 있지. 신형들 말이야.》
《어떻게 사용하죠?》
《몸에다 련결시킨 다음… 녀자한테 핸들을 돌려달라고 해. 쇼크를 즐기는거지.》
《혼자서 해도 되는데, 왜 녀자한테 시켜요?》


《섹스에 관한 한 인간은 뭐든 혼자 할수 있어. 하지만 누군가와 함께 하는걸 더 좋아하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렇지 않다면 이 클럽은 파산하고말겠지. 넌 야채가게에서 일을 해야 할거고. 아참, 네 특별손님한테서 련락이 왔는데, 오늘밤에 오겠대. 그러니까 다른 손님은 받지 마.》


《거절할거예요. 그 사람까지 포함해서. 작별인사나 하려고 들렸어요. 나, 떠날거예요.》
밀랑이 그녀의 느닷없는 결정을 책망하는것 같진 않았다.
《그 화가를?》
《아뇨, 코파카바나를요. 모든 일엔 한계가 있는데 오늘아침 호수근처의 꽃시계앞에서 그 한계에 도달했어요.》
《그 한계란게 어떤거지?》


《브라질에 있은 농장 하나 가격이요. 일년 더 일하면 더 많은 돈을 벌수 있을거라는것도 알아요. 일년 더 일할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영원히 이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할거예요. 당신처럼, 회사간부, 려객선사무장, 해드헌터, 음반제작자, 그리고 내가 알았던 모든 남자들, 돈으로 내 시간을 샀지만 그것을 나에게 되돌려줄수는 없는 모든 손님들처럼요. 하루를 더 머무르면 일년을 머무르게 될거고, 일년을 더 머무른다면 결코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겠죠.》


밀랑은 사정상 아무 말도 해줄수는 없지만, 그녀의 말을 리해하고 동의한다는듯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이였다. 마리아의 결정이 그를 위해 일하는 다른 아가씨들에게 전염될 위험이 있었던것이다. 그는 좋은 사람이였다. 비록 축하해주지는 않았지만 마리아가 실수를 범하도록 부추기는 말은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샴페인 한잔을 주문했다. 과일 각테일쥬스라면 이제 지긋지긋했다. 이제는 술을 마실수 있었다. 일을 하고있는게 아니니까. 밀랑이 말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하라고, 그녀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그녀는 샴페인값을 지불하려 했다. 하지만 그가 그냥 놔두라고 했다. 그녀는 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술 한잔 값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그에게 갖다바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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