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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27)
2015년 02월 01일 11시 04분  조회:2157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마리아의 일기.

그날 저녁, 문을 열어준 그가 가방 두개를 든 내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나도 모른다.
《걱정 말아요. 여기 눌러앉으러 온건 아니니까. 저녁이나 먹으러 가요.》

내가 재빨리 말했다.
그는 말 한마디 없이 내 가방을 받아 들여놓았다. 그리고는 《이 가방들은 뭐야?》라거나 《와줘서 정말 기뻐.》같은 말도 없이 마치 오래동안 오로지 그것만을 벼르고있었던것처럼.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 되리라고 예감이라도 한것처럼 나를 덥석 끌어안고는 키스를 퍼부으며 내 몸을, 내 젖가슴과 성기를 더듬었다.

그는 내 웃옷과 원피스, 그리고 속옷을 벗겼다. 우리는 거기, 문아래로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는 현관에서, 느닷없이, 처음으로 섹스를 했다. 나는 멈추라고 말하는게 낫겠다고. 좀더 안락한 곳에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우리 성의 방대한 세계를 탐험하는게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가 내안으로 들어오기를 바랐다. 내가 한번도 소유하지 않았고, 앞으로 두번 다시 소유하지 않을 남자였기에. 나는 내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 그를 사랑할수 있었고, 내가 결코 가져보지 못했던것 그리고 아마도 두번 다시 가지지 못할것을 가질수 있었다. 적어도 하루밤동안은.

그는 나를 바닥에 눕히고 내가 미처 젖기도 전에 내안으로 들어왔다. 아픈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 그는 내가 그의것이라는 사실을, 그는 허락을 구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리해해야 했다. 나는 더이상 그에게 뭔가를 가르치기 위해, 내 감수성이 다른 녀자들보다 뛰여나다는것을 보여주기 위해 거기 있는게 아니였다. 나는 오로지 그에게 《네》라고. 그러면 언제든 환영이라고, 나 역시 그걸 기다리고있었다고, 우리끼리 정했던 규칙을 완전히 무시해버린것이 날 즐겁게 해주었다고. 이제는 우리가 남자와 녀자로서의 본능에 이끌려가기를 원하고있다고 말해주기 위해 거기 있었다. 우리는 가장 관습적인 체위를 취했다. 나는 아래에서 다리를 벌리고있었고 그는 우에서 허리를 움직이고있었다. 나는 쾌감을 꾸미거나 신음소리를 낼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고 나중에 지금의 매 순간을 떠올리기 위해 변해가는 그의 표정을, 내 머리칼을 움켜쥐는 그의 손에 키스를 퍼붓고 물어뜯는 그의 입을 새겨두기 위해 두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전희도 애무도 꾸밈도 없이 그는 내안으로, 나는 그의 령혼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리듬을 조절하며 왕복운동을 했고 가끔 움직임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내게 좋으냐고 묻지 않았다. 그 순간 그것이 우리 령혼이 서로 소통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였기에 리듬이 빨라졌다. 나는 11분이 다되여가고있음을 느꼈다. 나는 그가 영원히 계속하기를 바랐다. 좋았다. 오! 맙시다, 너무나 좋았다! 소유하지 않은채 소유당한다는것은! 나는 그 모든것을 두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순간, 우리의 지각이 흐릿해졌다. 마치 우리가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것 같았다. 내가 위대한 어머니, 우주, 사랑받는 녀인, 그가 벽난로앞에서 와인을 마시며 내게 설명해줬던 고대의식의 성스러운 창녀의 차원으로 잡고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움직임이 점점 더 격렬해졌다. 그가 소리를 질렀다. 그는 신음하지 않았다. 입술을 깨물지도 않았다. 그는 소리를 질렀다! 짐승처럼 포효했다! 문득 이웃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엄청난 쾌감을 느꼈다. 태초에도 그랬을테니까. 최초의 남자와 최초의 녀자가 만나 처음으로 사랑을 나눴을 때도 그렇게 소리를 질러댔을테니까.

곧 그의 몸이 내우로 무너져내렸다. 서로를 품에 안은채 얼마동안이나 그러고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호텔에서 어둠속에 갇혀있던 날 밤처럼, 나는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나는 그의 심장박동이 진정되는것을 느꼈다. 그의 손이 내 팔우를 가볍게 거닐었다.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나를 짓누르고있는 자신의 체중을 문득 생각했는지. 옆으로 몸을 굴려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운 그가 내 손을 잡았다. 우리는 천장과 산데리아를 바라보며 한참을 그러고있었다.
《잘 자요.》
내가 말했다.
그가 날 끌어당겨 내 머리를 자기 가슴우에 올려놓았다. 그러고는 한참동안 날 쓰다듬은후에야 대답했다.
《당신도 잘 자요.》
《이웃들이 다 들었겠어요.》
내가 말했다. 그도 알고있었겠지만 그 순간 《사랑해요》라고 말하는것은 그리 큰 의미가 없었고, 달리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수 없었기때문이다. 
《문아래로 찬바람이 들어와요. 부엌으로 갑시다.》

《정말 좋았소》라고 웨치는 대신 그가 말했다.

우리는 일어났다. 나는 그가 바지조차 벗지 않았다는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는 옷을 모두 입고있었고 성기만 밖으로 나와있었다. 나는 웃옷을 걸쳤고 우리는 부엌으로 갔다. 그가 커피를 준비하면서 담배 두개비를 피웠다. 나는 한개비만, 그가 식탁에 앉아 눈으로 《고맙소》라고 말했고 나는《나 역시 감사드리고싶어요》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다.

마침내 그가 용기를 내여 그 가방들은 뭐냐고 물었다.
《나, 래일정오에 브라질로 돌아가요.》
어떤 남자가 자기에게 중요할 때 녀자는 직감적으로 그것을 느낀다. 남자들 역시 그런 직감을 가지고있을가? 아니면 《사랑해요》,《여기서 당신과 함께 지내고싶어요》, 《가지 말라고 붙잡아줘요》라고 말해야 했을가?
《가지 말아요.》

그랬다. 그는 자신이 나에게 그렇게 말할수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가야 해요. 맹세를 했어요.》

맹세를 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 모든게 영원히 지속되리라고 믿었을것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았다. 그것은 대도시(실제로는 그렇게 큰 도시는 아니였지만)에 와서 숱한 어려움을 겪지만 결국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게 되는 먼 나라 시골출신 아가씨가 꾼 꿈의 일부였다. 숱한 어려운 순간들을 넘긴후에 맞는 해피엔드였다. 유럽에서 보낸 내 삶을 생각할 때마다, 내가 그 령혼을 방문했기때문에 영원히 내것으로 남을, 나를 사랑한 한 사내가 떠오를것이다.

아! 랄프,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당신은 몰라요. 우리 녀자들은 꿈꾸어오던 남자를 보는 처음 순간 사랑에 빠져버려요. 리성이 우리가 틀렸다고 말하더라도.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도 없이 우리가 그 본능에 대항해 싸우기 시작한다 하더라도 말예요. 우리의 느낌에 휩쓸려가도록 자신을 허락하는 그 순간이 오죠. 내가 공원에서 추위와 고통을 참아가며 맨발로 자갈우를 걸었던 그날 밤처럼요. 당신이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은 그 밤에처럼요.

그래요. 난 당신을 사랑해요. 마치 전에 다른 남자를 사랑한적이 없었던것처럼. 그게 내가 떠나려는 리유예요. 내가 여기 머무르게 되면 꿈은 현실이, 당신의 삶을 소유하고 내것으로 만들려는 욕망이 되여버리겠죠… 그렇게 되면 사랑은 속박이 되여버릴거고요. 꿈은 그냥 꿈으로 내버려두는 편이 나아요. 우리는 한 나라에서, 혹은 삶에서 얻은것을 소중히 여겨야만해요.

《당신은 오르가즘에 이르지 못했소.》

주제를 바꾸기 위해, 나에게 주의를 기울이고있었다는것을 보여주기 위해, 상황을 더이상 어색하게 만들지 않기 위해 그가 말했다. 그는 나를 잃을가봐 두려워하고있었다. 밤이 되기전에 내 마음을 바꾸어놓을수 있을거라 생각하고있었다.

《오르가즘에 이르진 못했지만 엄청난 쾌감을 느꼈어요.》
《당신이 오르가즘을 느꼈다면 더 좋았을거요.》

《당신이 만족하도록 오르가즘에 도달한척할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당신에겐 그러고싶지 않아요. 당신은 남자예요. 랄프 하르트, 남자라는 낱말에 함축된 아름답고 강렬한 모든것을 가진, 당신은 날 부축하고 도와주었어요. 내가 조금의 굴욕감도 느끼지 않고 당신을 부축하고 도와주도록 날 받아들였어요. 그래요. 나도 오르가즘을 느낄수 있었으면 좋았을거예요. 하지만 느끼지 못했죠. 하지만 난 차가운 바닥, 뜨거운 당신의 몸, 당신이 내속으로 들어오는 순간의 격렬함이 너무 좋았어요.

낮에 갖고있던 책들을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에 갔었어요. 사서가 나에게 파트너와 섹스에 관해 대화를 나누느냐고 묻더군요. 나는 그녀에게 <어떤 파트너요? 어떤 종류의 섹스 말인가요?>라고 묻고싶었어요. 하지만 그럴순 없었어요. 그녀는 내게 늘 천사같은 존재였거든요.

제네바 도착한 이래로 나에게는 두명의 파트너밖에 없었어요. 하나는 내가 허락했기때문에, 심지어는 애원까지 했기때문에 최악의 나 자신을 일깨워준 파트너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다시 세상에 속한다고 느낄수 있게 해준 바로 당신이예요. 나도 내 몸 어디를, 어느 정도의 강도로, 얼마나 오래동안 만져야 하는지 당신에게 가르쳐줄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당신이 그것을 불평이 아니라 우리의 령혼이 더 잘 소통할수 있게 만들어주는 방법으로 받아들이리라는걸 알고있어요. 사랑의 기술은 그림과 같아요. 테크닉과 인내, 그리고 무엇보다 커플간의 실천을 요구하니까요. 또 대담해져야 하구요. 사람들이 흔히 <사랑을 나눈다>고 부르는것 너머까지 가야만해요.》

정신을 차리고보니 나는 다시 선생님처럼 말하고있었다. 내가 원한게 아니였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랄프는 우리가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고있었다. 그는 내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담배를 피워물었다. 30분도 채안되는 동안 벌써 세개비째였다.

《첫째, 오늘밤은 여기서 보내요.》
그것은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였다.

《둘째, 우린 다시 사랑을 나눌거요. 근심은 잊고, 더 큰 욕망으로, 마지막으로, 당신 역시 남자를 더 잘 리해해줬으면 좋겠소.》
남자를 더 잘 리해해달라고? 나는 내 모든 밤들을 그들과 함께 보냈는데? 백인, 흑인, 아시아인, 유태교도, 이슬람교도, 불교도들! 그가 그걸 모른단 말인가?

나는 마음이 훨씬 가벼워지는것을 느꼈다. 대화가 토론의 양상을 띠는것은 좋은 일이였다. 한순간, 나는 하느님께 용서를 빌고 맹세를 깰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현실이 거기 서서 내게 명했다. 꿈을 손상시키지 말고 그대로 보존하라고, 운명의 함정에 빠져들지 말라고.

《그렇소, 남자들을 더 잘 리해하려고 애써봐요.》
나의 랭소적인 표정을 본 랄프가 다시한번 반복했다.

《당신은 당신의 녀성으로서의 성에 대해 이야기했소. 그리고 내가 당신의 몸에서 길을 찾을수 있기 위한 인내를 가지도록, 시간을 들일수 있도록 돕고싶다고 말했소. 나도 거기에 동의해요. 하지만 우리가 다르다는것, 적어도 시간의 문제에서만큼은 우리가 서로 다르다는 생각은 안해봤소?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신에게 불평을 해야 할거요.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당신에게 섹스를 가르쳐달라고 부탁했소. 나에게서 욕망이 사라지고말았으니까. 왜인지 알아요? 내가 가지는 모든 성관계가 단 몇년만에 권태와 욕구불만으로 변질되여버렸기때문이요. 나는 내가 사랑했던 녀자들이 나에게 줬던 쾌락을 그녀들에게 주는것이 아주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았소.》

《내가 사랑했던 녀자들》, 그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담배를 피워물며 무관심을 가장했다.

《난 녀자에게 <나에게 당신의 몸을 가르쳐주오》라고 말할 용기가 없었던거요. 그런데 당신을 만났을 때 난 당신의 빛을 보았고 곧 당신을 사랑하게 되였소. 나는 내 삶의 이 단계에서 나 자신에게, 그리고 곁에 두고싶은 녀자에게 솔직하게 대해도 더 이상 잃을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담배는 정말 맛이 좋았다. 그가 와인을 조금 가져다주었으면 했지만 대화의 리듬을 깨고싶진 않았다.
《당신과는 달리 남자들은 왜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알려고 하지 않고 오로지 섹스만을 생각하죠?》

《남자들이 오로지 섹스만 생각한다고? 아니, 우리는 섹스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자신에게 확신시키느라 숱한 세월을 보내오. 우리는 창녀 아니면 숫처녀와 함께 사랑을 배우죠. 듣고싶어하는 누구에게나 우리 이야기를 들려주고, 나이가 들면 어린 애인을 과시하려 들죠. 그러면서 녀자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모습을 우리가 갖고있다는걸 증명하고싶어하죠.

하지만 그 모든건 전혀 사실이 아니요. 우리는 아무것도 리해하지 못하오. 우리는 섹스와 사정이 같은것이라고 생각하오. 하지만 당신이 방금 말한것처럼 그건 전혀 그렇지가 않지요. 우리는 배우질 못하오. 사랑하는 녀자에게  <나에게 당신의 몸을 가르쳐주오>라고 말할 용기가 없으니까. 우리는 나아질수가 없소. 그 녀자 역시 <날 알려고 노력해봐요>라고 말할 용기가 없으니까. 그렇기때문에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우리는 종의 번식이라는 원초적인 본능에 머물러 있게 되는거요. 그뿐이요. 엉뚱한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남자에게 섹스보다 더 중요한게 뭔지 알아요?》

나는 아마 돈이나 권력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스포츠요. 다른 남자의 몸을 리해할수 있으니까. 스포츠는 서로를 리해하는 몸들의 대화니까.》
《미쳤군요.》
《그럴지도 모르오. 하지만 거기엔 의미가 있소. 함께 잔 남자들이 당신을 만날 때 어떤 감정을 가질지 생각해본적 있소?》
《있어요. 그들은 다들 자신감이 없었어요. 그들은 두려워했어요.》

《두려움보다도 더 못한거요. 그들은 노이로제에 걸려 있어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있는지는 잘 리해하지 못하지만 사회가, 친구들이, 녀자들이 섹스를 중요하게 여긴다는건 알고있으니까. <섹스, 섹스, 섹스, 이것이 바로 생활의 소금이다> 광고, 영화, 책들이 끊임없이 웨쳐대니까. 하지만 자신이 무슨 얘길 하고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소. 본능이 우리 모두보다 강하기때문에 그 짓을 하긴 해야 한다는걸 알뿐이요.》

이제 그만. 나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를 가르치려 했었다. 이제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서로를 수긍시키려 애쓰고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말들이 아무리 현명한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의 관계에는 어떤 가치도 없는 너무나 어리석은것이였다! 나는 그를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그가 나에게 해주고싶어하는 말이나 내가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것과는 별도로, 나는 이미 삶에서 많은것들을 배웠으니까. 태초에는 모든것이 사랑이였고 증여였다. 하지만 곧 뱀이 나타나서 이브에게 말했다. 《준다는건 잃는거야.》 그것이 바로 나에게 일어난 일이였다. 나는 이미 학창시절에 락원에서 쫓겨났고 그후로 뱀에게 네가 틀렸다고 삶에는 소유하는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것이 있다고 말할수 있는 방법을 찾아헤맸다. 하지만 뱀이 옳았다. 내가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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