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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카테고리 : 《11분》

《11분》 (련재24)
2015년 01월 30일 17시 01분  조회:1586  추천:0  작성자: 세계명작



그의 집도 그녀의 집도 아니다. 브라질도 스위스도 아니다. 어디에 있어도 좋은, 류행을 타지 않는 똑같은 가구가 있고 소위 가족적으로 장식되여 더욱더 개성이 없어보이는 한 호텔일뿐이다.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아픔, 고통, 황홀경의 추억이 담겨있는 그 호텔이 아니다. 창들은 고행이 아닌 순례의 길인 산티아고의 길을 향해 나있다. 사람들은 그 길가에 있는 카페에서 우연히 만나 《빛》을 발견하고, 대화를 나누고, 친구가 되고, 사랑에 빠진다. 비가 내리고있다. 한밤중이라 거리는 텅 비여있다. 길은, 수세기전부터 매일같이 이어지는 사람들의 발길에 지쳐 좀 쉬고있는지도 모른다.
불을 켠다. 카텐을 친다.

그에게 옷을 벗으라고 말하고 그녀도 옷을 벗는다. 지금까지 옷을 벗어 몸의 일부를 보여준건 그녀뿐이였다. 어둠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어둠이 눈에 익자 마리아는 어딘지 알수 없는 곳에서 스며들어온 희미한 빛속에서 사내의 몸을 알아볼수 있다.

향수나 비누냄새가 남지 않도록 빨아서 여러차례 헹궈 말린후 곱게 접은 스카프 두장을 꺼낸다. 그에게 다가가 한장을 내밀면서 눈을 가리라고 한다. 그가 잠시 망설인다. 그는 자신이 이미 거쳐온 지옥들에 대해 말한다. 그녀는 그런게 아니라고 그를 안심시킨다. 그녀는 완전한 어둠을 원할뿐이다. 어제 그가 그녀에게 아픔을 가르쳐주었으니, 이제 그녀가 그에게 뭔가를 가르쳐줄 차례다. 그가 스카프로 눈을 가린다. 그녀도 스카프로 눈을 가린다. 이제 미광조차 스며들어오지 않는다. 그들은 칠흑의 어둠속에 있다. 손을 마주잡고 침대로 간다.

아니, 누워서는 안돼요.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 마주보고 앉아요. 무릎이 닿도록 조금 더 가까이.

그녀는 늘 그것을 해보고싶었지만 한번도 그럴 기회를 갖지 못했다. 첫사랑과도, 처음으로 그녀 속으로 들어왔던 남자와도, 그녀가 줄수 있었던것보다 훨씬 더 많은것을 기대하며 천프랑을 내놓았을 그 아랍인과도. 때로는 그들 자신만 생각하며, 때로 오로지 본능에 따라 그녀의 다리사이에서 앞뒤로 허리를 흔들어대며 그녀의 몸을 거쳐간 그 수많은 남자들과도.

그녀는 자신의 일기를 떠올린다. 더이상 견딜수가 없다. 남은 몇주가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남자에게 자신을 바치는것도 바로 그때문이다. 그녀의 비밀스런 사랑의 빛은 바로 거기에 있다. 원죄는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먹은데 있는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없이 자신의 길을 가야 하는것이 두려워 자신이 느낀 마음의 동요를 아담과 나누어가지고싶어한데에 있다.

어떤것들은 나누어가질수 없다. 우리가 좋아서 뛰여든 대양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두려움은 모두들 갑갑하게 한다. 사내는 그것을 리해하기 위해 여러 지옥을 거친것이다. 서로 사랑하자, 그러나 소유하려 들지는 말자.

나는 내앞에 있는 이 남자를 사랑한다. 나는 그를 소유하지 않고, 그 역시 나를 소유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유롭게 서로에게 자신을 내준다. 나는 이 말을 수십번, 수백번, 수백만번, 내가 그것을 진실로 믿을 때까지 나 자신에게 반복해야 한다.

그녀는 함께 일하는 창녀들을 생각한다. 그녀는 어머니와 친구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 남자들이 오로지 매일 11분만을 위해 산다고, 남자들은 그것을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여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남자들 역시 녀성적인 부분을 가지고있고, 누군가를 만나기를,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를 갈망한다.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처럼 행동하는것, 아버지와 관계를 맺을 때 오르가즘을 느끼는척하는것이 가능할가? 아니면 브라질에서는 성관계때 녀자가 기쁨을 표시하는것이 금지되여있는걸가? 그녀는 삶에 대해, 사랑에 대해 아는것이 거의 없다. 이제 그녀는 눈을 가린채, 세상의 모든 시간과 더불어 모든것의 기원을 발견한다. 모든것은 그녀가 그것이 시작되였으면 좋겠다고 여기는 곳에서, 그녀가 바라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접촉, 그녀는 창녀들을, 손님들을, 어머니와 아버지를 잊는다. 지금 그녀는 완전한 어둠속에 있다. 그녀는 자신에게 긍지를 되돌려준, 그녀로 하여금 기쁨을 추구한 넋이 아픔의 필요성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 한 남자에게 그녀가 해줄수 있는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오후를 보냈다.

《나로 하여금 새로운 뭔가를 발견하게 해준 행복을 그에게도 주고싶어. 어제 그가 나에게 고통을 보여주고, 거리의 창녀와 성스러운 창녀들의 력사를 가르쳐준것처럼. 그는 그렇게 하는것이 행복한거야. 그래서 날 미지의 세계로 인도해준거야. 난 사람들이 령혼에, 삽입에, 쾌락의 절정에 도달하기전에 어떻게 육체에 이르게 되는지 알고싶어.》

그녀는 그를 향해 팔을 뻗으며 그에게 똑같이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녀가 속삭인다. 오늘밤, 특별할것 없는 이곳에서, 그가 그녀와 세상 사이의 경계인 그녀의 피부를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령혼이 동의하지 않아도 육체는 서로를 리해하는 법이니 나를 만져달라고, 두손으로 나를 느껴보라고, 그가 그녀를 만진다. 그녀도 그를 만진다. 미리 약속이라도 되여있는듯, 두사람은 성적에네지가 빠르게 표출되는 신체부위는 피한다.

그의 손가락들이 그녀의 얼굴을 만진다. 그녀는 그 손가락들에서 나는 물감냄새의 흔적을, 그가 수천수백번 손을 씻어도 영원히 남아있을 냄새를, 그가 태여날 때부터, 그가 자신의 첫 나무와 첫 집을 보고 그것들을 자신의 꿈속에 그리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거기 있었던 그 냄새를 맡는다. 그 역시 그녀의 손에서 그녀가 모르는 어떤 냄새를 맡을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알고싶지 않다. 그 순간, 모든것이 몸이고, 나머지는 침묵이기에.

그녀가 그를 애무한다. 그리고 자신을 애무하는 그의 손길을 느낀다. 밤새 그러고만 있으라고 해도 그럴수 있을것 같다. 그만큼 기분이 좋다. 꼭 성관계로 발전하지 않아도 좋다. 반드시 관계를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것을 깨닫자, 갑자기 그녀는 허벅지사이에서 뜨거운 열기를 느낀다. 그곳이 축축이 젖어있다. 그가 그녀의 성기를 만지고 그곳이 흠뻑 젖어있다는것을 아는 순간이 올것이다. 그것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녀의 몸이 그렇게 반응하는것뿐이다. 그녀는 여기, 저기, 더 천천히, 더 빨리…하며 그를 리드할 생각이 전혀 없다. 사내의 손이 그녀의 겨드랑이를 스치고 지나간다. 팔의 솜털이 곤두선다. 그녀는 그 손길을 뿌리치고싶다. 그러나 느낌이 좋다. 그녀가 느끼는것이 고통에 가까운것이라 해도. 이번에는 그녀가 그의 겨드랑이를 애무한다. 그의 겨드랑이가 다른 느낌을 갖고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가 사용하는 탈취제때문일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거지?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의 손가락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망을 보는 짐승처럼 그녀 가슴 주위에 원을 그린다. 그녀는 그가 더 빨리 움직여주기를, 젖꼭지를 만져주기를 원한다. 생각이 그의 동작보다 앞선다. 하지만 그것을 알고있는지 그는 약을 올리듯 한없이 미적거린다. 그가 팽팽하게 곤두선 그녀의 젖꼭지를 가지고 잠시 장난을 친다. 피부에 소름이 돋는다. 성기가 또다시 욕망으로 녹아내린다. 이제 그의 손가락이 그녀의 배우를 돌아다닌다. 다리로 발로 내려간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 안쪽을 더듬는다. 그는 그곳의 열기를 느낀다. 하지만 좀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그것은 부드럽고 가벼운, 마치 착각처럼 가벼운 애무다.

 그녀가 그가 한대로 그의 몸을 더듬는다. 그녀의 손이 그의 다리에 난 털들을 살짝 스친다. 그녀 역시 그의 성기에서 뿜어져나오는 열기를 느낀다. 신비롭게도 그녀는 순간 처녀성을 되찾은것만 같다. 처음으로 한 남자의 몸을 발견한것만 같다. 그녀가 그의 성기를 만진다. 생각했던것보다는 덜 단단하다. 그녀는 흠뻑 젖어있는데… 이건 불공평하다. 남자는 시간이 좀더 많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누가 알겠는가?

그녀가 순결한 처녀들만할줄 아는, 창녀들은 모두 잊어버린 방식으로 그를 애무하기 시작한다. 남자가 반응한다. 그의 성기가 점점 커진다. 마리아는 그의 성기를 잡은 손의 압력을 서서히 높인다. 그녀는 이제 어디를 만져야 하는지를 안다. 우보다는 아래다. 손가락으로 그것을 어떻게 감싸쥐여야 하는지, 표피를 어떻게 아래로 당겨야 하는지도 안다. 그는 몹시 흥분해있다. 그녀가 좀더 강하고 좀더 깊은 접촉을 간절히 바라고있는데도 그는 여전히 부드럽게 그녀의 음순을 애무한다. 그가 그녀에게도 솟아나온 분비물을 그녀의 클리토리스에 대고 문지른다. 젖꼭지 주변에서 했던 원운동을 클리토리스주위에서 반복한다. 그는 마치 그녀 자신인것처럼 그녀를 만진다.
랄프의 한손이 그녀의 가슴을 향해 다시 올라온다. 아, 얼마나 감미로운가! 그녀는 이제 그가 자신을 안아주기를 열렬히 갈망한다. 하지만 안된다. 그들은 서로의 몸을 발견하고있다. 그들에게는 시간이 있다. 그들에게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들은 이제 사랑을 나눌수도 있을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분명 너무나 달콤한 일일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너무나 새롭다. 자제해야 한다. 이 모든것을 망치고싶지 않다. 그녀는 첫째날 밤 한모금씩 맛보며 천천히 마셨던 와인을 떠올린다. 그 음료는 그녀를 따뜻하게 데워주고, 시야를 열어주고, 그녀를 더욱 자유롭게, 삶에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해주었다.

그녀는 이 남자도 마시고싶다. 그러면 단숨에 들이키려는 질 나쁜 와인, 머리를 욱신거리게 하고 령혼에 구멍을 내는 그런 와인은 잊을수 있을것이다.

그녀가 동작을 멈추고 랄프의 손가락에 부드럽게 자신의 손가락을 끼운다.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도 신음소리를 내고싶다. 하지만 참는다. 온몸에 열기가 번져가는것을 느낀다. 그도 똑같은것을 느끼고있는것이 분명하다. 에네지가 오르가즘 없이 서서히 퍼져 뇌에까지 이른다. 그녀가 정녕 원하는것은 중단하는것, 끝까지 가는것외엔 아무 생각도 할수 없을 때 그만두는것, 쾌감이 온몸으로 번지고, 정신을 점령하고, 약속과 욕망을 쇄신해 다시 숫처녀가 되는것.

그녀는 눈을 가리고있던 천을 천천히 푼다. 그들은 둘다 벌거벗고있다. 그들은 서로에게 미소짓지 않는다. 그저 서로 바라보기만한다. 그녀는 생각한다. 《난 사랑이예요. 난 음악이예요. 함께 춤을 춰요.》

하지만 그녀는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사소한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언제 다시 만나죠? 그녀가 날자를 제안한다. 이틀후는 어때요? 그가 그녀에게 전시회에 초대하고싶다고 말한다. 그녀는 망설인다. 그의 주변사람들에게, 그의 친구들에게 인사를 해야 할것이다. 그들은 뭐라고 할가? 그들은 어떻게 생각할가?

그녀가 거절한다. 하지만 그는 그녀가 제안을 받아들이고싶어한다는것을 안다. 그는 그것도 춤의 일부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며 떼를 쓴다. 그녀가 결국 수락한다. 그녀가 원하는것이기에. 그들은 약속장소를 정한다. 우리가 처음 만난 카페?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 안돼요. 브라질사람들은 미신을 믿어요. 처음 만났던 장소에서는 다시 만나면 안돼요. 순환이 마감되여 모든것이 끝날수도 있으니까.

그는 그녀가 그들의 이야기를 끝내고싶어하지 않는다는것에 기뻐한다. 그들은 수많은 순례자들의 발길을 이끌었던, 그들이 서로 알게 된후 함께 떠난 신비스러운 순례의 일부분인,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티아고의 길에 있는 성당에서 만나기로 한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사기 전날, 마리아의 일기.

옛날 옛적에 번쩍이는 깃털로 뒤덮인 멋진 색갈의 완벽한 날개 한쌍을 가진 새 한마리가 있었다. 그 새는 마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올라 보는 이들을 더없이 즐겁게 해주기 위해 태여난 존재 같았다.

어느날, 한 녀인이 그 새를 보고는 한눈에 반하고말았다. 그녀는 감탄으로 입을 다물지 못한채 마구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감동으로 두눈을 반짝이며 그 새가 나는것을 바라보았다. 새는 자기를 따라오라고 그녀를 초대했다. 그들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함께 비행했다. 그녀는 그 새를 너무나 사랑했고 숭배했고 찬양했다.

그러던 어느날 녀인은 문득 《혹시 저 새가 머나먼 산으로 훌쩍 날아가버리지는 않을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덜컥 겁이 났다. 다른 새에게는 더이상 그런 애정을 느낄수 없을가봐 두려웠다. 그녀는 하늘을 나는 새의 능력을 질투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외로웠다. 그녀는 생각했다.
《새를 함정에 빠뜨려야겠어. 다음번에 나타나면 두번 다시 날 떠날수 없을거야.》

역시 녀인에게 반해있던 새가 이튿날 그녀를 만나러 왔다. 새는 함정에 걸려 새장속에 갇히고말았다.

녀인은 매일 새를 바라보았다. 그 새는 그녀가 불태우는 열정의 대상이였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새를 보여주었고 친구들은 《넌 정말 좋겠구나!》하며 부러워했다. 그런데 아주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새가 그녀의것이 되여 더이상 그것을 정복할 필요가 없게 되자 새에 대한 녀인의 애정이 점점 식어갔다. 더이상 날지 못해 자기 삶의 의미를 표현할수 없게 된 새는 점점 쇠약해져갔다. 새는 빛을 잃고 보기 싫게 변해갔다. 녀인은 먹이를 주고 새장을 청소할 때를 빼고는 새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였다.

그러던 어느날 새가 죽고말았다. 그녀는 깊이 상심했고 그때부터 끊임없이 그 새만을 생각했다. 그녀는 새장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구름만큼이나 높이 날며 행복해하는 그 새를 처음 본 그날만을 떠올렸다.

그녀가 자기 자신을 조금만 더 세심히 관찰했더라면 그녀에게 그토록 깊은 감동을 준것은 새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눈부신 자유로움, 끊임없이 퍼덕이는 그 날개의 에네지였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을것이다.

새가 죽고나자 그녀의 삶 역시 의미를 상실하고말았다. 죽음이 찾아와 그녀의 문을 두드렸다.

《왜 날 찾아왔나요?》
녀인이 죽음에게 물었다.
《당신이 그 새와 함께 다시 하늘을 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죽음이 대답했다.

《그 새를 자유롭게 놔뒀더라면 당신은 그 새를 훨씬 더 많이 사랑하고 숭배했을거요. 하지만 이제 당신은 내가 없이는 그를 다시 만날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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