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룡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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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퇴학경고를 받은 중학생 (손룡호)
2017년 10월 29일 12시 20분  조회:771  추천:0  작성자: 이슬빛
단편소설

퇴학경고를 받은 중학생 
            
손룡호 
 
                       1
     아이 낳고 돐 생일도 못 쇠주고 리혼하여 한국에 나와 몇해 있다가 사촌언니의 소개로 지금 한국남편을 만나 아들 딸 둘을 낳고 살지만 항상 잋혀지지 않고 맘속에서 그리운 것은 내 아들 김훈이다. 
     2002년 봄, 꽃샘치는 을씨년스러운 날 밤에 낳았으니 올해 꼭 15살이다. 
 
                        2     
     그 시집은 지식분자가정이였다. 아버지는 진수학원 교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하였고 어머니는 도서관 직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하였다. 남편도 부모의 영향을 받아 책 벌레였고 서점에서 근무하였다.
      사실 내가 그 집에 시집든 것은 농촌을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남편은 키가 작았다. 나는 키가 컸고 얼굴도 반반 하였다. 
     우리마을에서는 내가 시가지로 시집가도 좋은 집으로 갈 것이라고 수군덕거렸었다. 겉을 보면 확실히 그랬다. 지식분자가정에 수입이 높고 독자 아들이니말이다.
     그러나 정작 시집들어보니 모든게 생소하였다. 남편이 나에게 엎어지는 것 같으니 시어머니가 아들을 나에게 빼았기는 것 같아 자꾸 시샘하면서 심술을 부렸고 매나네 아들을 들볶았다. 그러니 아들도 신경질이 나서 부모하고는 대들지 못하겠으니 쩍하면 나보고 화내기가 일수였다. 한번은 남편의 속내의와 내 속내의를 씻자고 세탁기에 넣으려다가 이미 안에 부모님 옷들이 있어서 도로 가지고 나오는데 시어머니와 맞띄웠다.
      "시집왔으면 니 것 내 것 가리지 말아야지 왜 같이 씻지 않고 도로 가지고 나와?"
     "그게 아니라 속벌이여서..."
     "누기 속벌인데..."
     "애기 아버지 속벌임다. 저의 속벌도 있고요."
     "야, 세탁기가 속벌인지 외벌인지 가리더냐?...촌티를 언제 벗겠니?..."
     나는 시가지로 시집 온 촌녀자지만 촌 사람을 업수이 여기는데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럼 물리세요. 왜 촌 녀자를 며누리로 받아 들였어요."
    "요게, 버릇없이 시어미하고 빡빡 대들어?..."
    책보던 시아버지가 보던 책을 탁 내려놓으면서 소리쳤다.
     "당신 틀렸어. 엄마하고 어떻게 대들어?..."
     남편까지 합세하였다. 어른들의 큰 소리에 포대기우에서 우유꼭지를 빨던 애가 와하고 울어대기 시작하였다.
     나는 얼른 아이를 가슴에 붙안고 젖꼭지를 물리였다. 애의 얼굴에 나의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러 떨어지였다.
      자기아들만 옳다고 나는 아는 것이 너무 적다고 촌녀자여서 시부모를 공대할 줄 모르고 가정문제를 처리할 줄 모르고...죄명이 하루밤 자고 나면 늘어만 갔다. 그래도 오직 남편 한 사람만 믿고 시집왔는데 부모앞에서는 찍소리 안하더라도 이불속에서는 따뜻이 애무해 주었더라도 라혼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였다. 남편은 철저히 부모의 아들이였지 나와 결혼 한 남편이 아니였다. 
      나는 리혼을 제기하였다. 그러니 뜻밖에도 시집부모들이 도리머리를 저었다. 
     "젖먹는 애를 두고 어떻게 리혼한단 말이요?..."
     "그럼 애가 젖을 먹지 않을 때는 리혼을 승낙한단 말입니까?"
     "야, 제 어째 그래오. 그건 그때 가봐야 알지."
     "결과가 뻔한데 더 미룰 것 없어요. 래일 수속하러 갑시다."
      이때 눈앞에 불꽃이 튕기였다. 남편의 손이 올라왔던 것이다.                       
 
 
                                3
      나는 리혼수속을 끝내고 남편에게 부탁하였다.
      "동무네 집은 지식분자가정이기에 아버지, 어머니, 동무 세사람이서 우리 훈이를 잘 키울것이라고 믿어요."

 
                              4
    15년이 지났다. 수원에 와 있는 오빠가 집에 남편이 있는가 묻고는 없다고 하니 잠간 앞골목 두번째 다방으로 왔다가라고 하였다.
     무슨 일인가고 하니 와보면 안다고 했다. 느낌이 이상하여 급히 달려가니 이게 누군가? 세상에서 내 평생에 제일 미운 첫 남편이 가무잡잡하여 앉아있다. 나는 말도 않고 돌아섰다.
     "옥희야, 훈이 일 때문에 왔다."
     훈이라는 말에 나는 멈춰 섰다.
      "훈이가 어쨌게요?..."
      나는 눈에 쌍삼지를 켜고 미운 남편을 쏘아보았다.
      "할 말 없소. 훈이가 중학교 2학년인데 문제아이들과 휩쓸리면서 공부안하고 담배피우고 싸우고 빼았고...학교에서 퇴학시키겠다고 경고를 해왔소. 어린 것이 퇴학맞으면 가 인생은 끝장나는거요. 유치원때부터 다른 애들이 엄마 손잡고 오고가는 것을 보면 그냥 엄마를 찾았소. 우리는 엄마가 멀리 돈 벌러 갔다고 얼리였소. 애는 크면서 엄마한테서는 왜 전화가 안오는가고 자꾸 바투 물었소. 할수 없이 리혼했다고 하니 리혼이라는 것이 무언가고 했소.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애 정서는 기복이 컸소. 엄마와 리혼한 나를 원쑤보듯 했소. 어제도 엄마가 전화 왔는데 하루빨리 동무를 찾아 훈이와 대화하게 해달라고 했소. 훈이가 엄마를 부르면서 층집에서 뛰여내리겠다는 것을 겨우 말렸다오."
     나는 빈주머니처럼 그 자리에 폴싹 물앉았다. 
     "어찌한단 말인가?...어찌한단 말인가?...동무 아버지는 평생 선생출신인데 그리도 방법이 없대요?"
     "어버지는 건이가 8덠살 때 돌아갔소."
     "고집통 령감도 제명 다 살지 못하고 갔구나."
     남자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발 훈이를 위기에서 구해주오."
     남자는 훈이 핸드폰번호를 남기고 자기는 이튿날 점심 비행기로 연길로 날아간다고 했다.

 
                      5
     나는 남편에게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가 꿈에 보여서 아무래도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허락받고 이틀후에 비행기표를 끊었다.
     연길에 도착하여 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
     훈이는 말투가 건방졌다. 모르는 전화번호이니 그럴 수도 있었다.
     "김훈 맞...지?..."
     아들을 상대한 내 목소리가 울먹이기 시작하였다. 
     "어...엄...마? 날 버리고 간 엄마?...나는 엄마가 없어..."
     전화가 뚝 끊끼였다. 나도 가슴을 옥죄이면서 울었다. 한겻이나 지나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훈이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 오늘 엄마 목소리 처음 듣는다...엄마...빨리 와...나 엄마 없으면 미치겠어...엄마...나도 살고 싶어...공부하고 싶어...그런데 안돼...엄마...한번만 와주면 안돼...엄마...보고 싶어..."
     "훈이야...엄마 왔다. 우리 훈이 보러 연길로 왔다...지금 무지개다리 남쪽충집 별 다방에 있다."
    "녜, 정말임까?..."
    "정말이다. 빨리 오라...내 아들아..."
    훈이는 학교담밖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정신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달려 왔다.
    나는 다방문 밖에 나가서 아들을 기다렸다. 택시가 바로 문앞에서 멈춰 섰다. 택시문이 벌컥 열리면서 키도 날 닮고 얼굴도 날 닮은 내 아들 훈이가 내렸다. 훈이도 나를 대뜸 알아보았다. 
      "훈이야, 엄마다!"
      "엄...마..."    
      ......
                                201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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