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룡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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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단편]퇴학경고를 받은 중학생 (손룡호) 댓글:  조회:770  추천:0  2017-10-29
단편소설 퇴학경고를 받은 중학생               손룡호                           1      아이 낳고 돐 생일도 못 쇠주고 리혼하여 한국에 나와 몇해 있다가 사촌언니의 소개로 지금 한국남편을 만나 아들 딸 둘을 낳고 살지만 항상 잋혀지지 않고 맘속에서 그리운 것은 내 아들 김훈이다.       2002년 봄, 꽃샘치는 을씨년스러운 날 밤에 낳았으니 올해 꼭 15살이다.                            2           그 시집은 지식분자가정이였다. 아버지는 진수학원 교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하였고 어머니는 도서관 직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하였다. 남편도 부모의 영향을 받아 책 벌레였고 서점에서 근무하였다.       사실 내가 그 집에 시집든 것은 농촌을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남편은 키가 작았다. 나는 키가 컸고 얼굴도 반반 하였다.       우리마을에서는 내가 시가지로 시집가도 좋은 집으로 갈 것이라고 수군덕거렸었다. 겉을 보면 확실히 그랬다. 지식분자가정에 수입이 높고 독자 아들이니말이다.      그러나 정작 시집들어보니 모든게 생소하였다. 남편이 나에게 엎어지는 것 같으니 시어머니가 아들을 나에게 빼았기는 것 같아 자꾸 시샘하면서 심술을 부렸고 매나네 아들을 들볶았다. 그러니 아들도 신경질이 나서 부모하고는 대들지 못하겠으니 쩍하면 나보고 화내기가 일수였다. 한번은 남편의 속내의와 내 속내의를 씻자고 세탁기에 넣으려다가 이미 안에 부모님 옷들이 있어서 도로 가지고 나오는데 시어머니와 맞띄웠다.       "시집왔으면 니 것 내 것 가리지 말아야지 왜 같이 씻지 않고 도로 가지고 나와?"      "그게 아니라 속벌이여서..."      "누기 속벌인데..."      "애기 아버지 속벌임다. 저의 속벌도 있고요."      "야, 세탁기가 속벌인지 외벌인지 가리더냐?...촌티를 언제 벗겠니?..."      나는 시가지로 시집 온 촌녀자지만 촌 사람을 업수이 여기는데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럼 물리세요. 왜 촌 녀자를 며누리로 받아 들였어요."     "요게, 버릇없이 시어미하고 빡빡 대들어?..."     책보던 시아버지가 보던 책을 탁 내려놓으면서 소리쳤다.      "당신 틀렸어. 엄마하고 어떻게 대들어?..."      남편까지 합세하였다. 어른들의 큰 소리에 포대기우에서 우유꼭지를 빨던 애가 와하고 울어대기 시작하였다.      나는 얼른 아이를 가슴에 붙안고 젖꼭지를 물리였다. 애의 얼굴에 나의 눈물이 줄 끊어진 구슬처럼 주르르 흘러 떨어지였다.       자기아들만 옳다고 나는 아는 것이 너무 적다고 촌녀자여서 시부모를 공대할 줄 모르고 가정문제를 처리할 줄 모르고...죄명이 하루밤 자고 나면 늘어만 갔다. 그래도 오직 남편 한 사람만 믿고 시집왔는데 부모앞에서는 찍소리 안하더라도 이불속에서는 따뜻이 애무해 주었더라도 라혼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였다. 남편은 철저히 부모의 아들이였지 나와 결혼 한 남편이 아니였다.        나는 리혼을 제기하였다. 그러니 뜻밖에도 시집부모들이 도리머리를 저었다.       "젖먹는 애를 두고 어떻게 리혼한단 말이요?..."      "그럼 애가 젖을 먹지 않을 때는 리혼을 승낙한단 말입니까?"      "야, 제 어째 그래오. 그건 그때 가봐야 알지."      "결과가 뻔한데 더 미룰 것 없어요. 래일 수속하러 갑시다."       이때 눈앞에 불꽃이 튕기였다. 남편의 손이 올라왔던 것이다.                                                            3       나는 리혼수속을 끝내고 남편에게 부탁하였다.       "동무네 집은 지식분자가정이기에 아버지, 어머니, 동무 세사람이서 우리 훈이를 잘 키울것이라고 믿어요."                                 4     15년이 지났다. 수원에 와 있는 오빠가 집에 남편이 있는가 묻고는 없다고 하니 잠간 앞골목 두번째 다방으로 왔다가라고 하였다.      무슨 일인가고 하니 와보면 안다고 했다. 느낌이 이상하여 급히 달려가니 이게 누군가? 세상에서 내 평생에 제일 미운 첫 남편이 가무잡잡하여 앉아있다. 나는 말도 않고 돌아섰다.      "옥희야, 훈이 일 때문에 왔다."      훈이라는 말에 나는 멈춰 섰다.       "훈이가 어쨌게요?..."       나는 눈에 쌍삼지를 켜고 미운 남편을 쏘아보았다.       "할 말 없소. 훈이가 중학교 2학년인데 문제아이들과 휩쓸리면서 공부안하고 담배피우고 싸우고 빼았고...학교에서 퇴학시키겠다고 경고를 해왔소. 어린 것이 퇴학맞으면 가 인생은 끝장나는거요. 유치원때부터 다른 애들이 엄마 손잡고 오고가는 것을 보면 그냥 엄마를 찾았소. 우리는 엄마가 멀리 돈 벌러 갔다고 얼리였소. 애는 크면서 엄마한테서는 왜 전화가 안오는가고 자꾸 바투 물었소. 할수 없이 리혼했다고 하니 리혼이라는 것이 무언가고 했소. 중학교에 들어서면서 애 정서는 기복이 컸소. 엄마와 리혼한 나를 원쑤보듯 했소. 어제도 엄마가 전화 왔는데 하루빨리 동무를 찾아 훈이와 대화하게 해달라고 했소. 훈이가 엄마를 부르면서 층집에서 뛰여내리겠다는 것을 겨우 말렸다오."      나는 빈주머니처럼 그 자리에 폴싹 물앉았다.       "어찌한단 말인가?...어찌한단 말인가?...동무 아버지는 평생 선생출신인데 그리도 방법이 없대요?"      "어버지는 건이가 8덠살 때 돌아갔소."      "고집통 령감도 제명 다 살지 못하고 갔구나."      남자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발 훈이를 위기에서 구해주오."      남자는 훈이 핸드폰번호를 남기고 자기는 이튿날 점심 비행기로 연길로 날아간다고 했다.                         5      나는 남편에게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가 꿈에 보여서 아무래도 한번 다녀와야겠다고 허락받고 이틀후에 비행기표를 끊었다.      연길에 도착하여 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구?..."      훈이는 말투가 건방졌다. 모르는 전화번호이니 그럴 수도 있었다.      "김훈 맞...지?..."      아들을 상대한 내 목소리가 울먹이기 시작하였다.       "어...엄...마? 날 버리고 간 엄마?...나는 엄마가 없어..."      전화가 뚝 끊끼였다. 나도 가슴을 옥죄이면서 울었다. 한겻이나 지나서 다시 전화를 걸었다. 훈이는 전화를 받았다.      "엄마, 오늘 엄마 목소리 처음 듣는다...엄마...빨리 와...나 엄마 없으면 미치겠어...엄마...나도 살고 싶어...공부하고 싶어...그런데 안돼...엄마...한번만 와주면 안돼...엄마...보고 싶어..."      "훈이야...엄마 왔다. 우리 훈이 보러 연길로 왔다...지금 무지개다리 남쪽충집 별 다방에 있다."     "녜, 정말임까?..."     "정말이다. 빨리 오라...내 아들아..."     훈이는 학교담밖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정신없이 택시를 잡아타고 달려 왔다.     나는 다방문 밖에 나가서 아들을 기다렸다. 택시가 바로 문앞에서 멈춰 섰다. 택시문이 벌컥 열리면서 키도 날 닮고 얼굴도 날 닮은 내 아들 훈이가 내렸다. 훈이도 나를 대뜸 알아보았다.        "훈이야, 엄마다!"       "엄...마..."           ......                                 2017.10.28  
2    [단편] 그녀를 따라 댓글:  조회:2809  추천:1  2011-08-03
그녀를 따라 손룡호     골안을 빠져나가는 뻐스엔 사람이 콩나물시루같이 꽉 들어찼고 골안을 들어가는 뻐스엔 사람이 없어 헐렁했다. 억수로 쏟아지는 장마비에 뻐스는 길이 끊어져 애를 먹는다. 그래도 간신히 이어놓은 길로 뻐스는 부르릉거리며 용케도 빠져나간다. 차체가 이리 기우뚱 저리 기우뚱거리면서 한굽이 두굽이 톱아오르더니 끝내는 구름에 휩싸인 산마루에 올라섰다. 이제는 미글어져 내려가야 했다. 나는 한숨을 올리쉬였다. 처음 오는 취재길이 이렇게 갈수록 심심산골일줄은 몰랐다. 두만강하류에 자리잡고 한생을 수문탐사로 늙어온 오십대의 한 공정사를 취재하러 가는 길이였다. 떠나올 때 짐작은 했지만 그곳까지 뻐스가 가닿을리 만무한 일이였다. 과연 뻐스는 산을 내리지도 못하고 멈춰섰다.    《손님 여러분, 미안합니다. 우리 버스는 닷새만에 시험적으로 뛰는 버스입니다. 내다보십시오. 홍수에 아래마을도 절반이상 잠겼습니다. 더 갈수 없으니 여러분들은 차에 앉아 되돌아 가시던지 아니면…》승무원아가씨의 초조한 목소리였다. 나는 진작 바깥상황을 읽고있었다. 산기슭웃쪽의 평버짐한 곳에 웅기중기 서있었다.    《자리 좀 비켜요.》     나의 안쪽에 앉은 여지껏 말없던 녀자가 우뚝 일어섰다. 나는 무릎을 안으로 포개였다. 그녀는 서슴없이 내리였다. 사람들은 이상한 눈길로 그녀를 지켜보았다. 순조롭게 가긴 다 틀린 길이지만 녀자가 내리는데 남아있을수는 없었다. 나는 그녀를 따라 내리였다.     보기 드문 물란리였다. 아래마을은 물속에 잠겨 사라져버렸고 오직 삐딱하니 서있는 전선대만이 그 자리가 원래 부락이였음을 알려주고있었다. 내가 가야 할 길은 여기서도 시오리 더 된다. 하늘을 쳐다보니 구름이 느직느직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해볕이 그 새로 가끔씩 빛을 발산하고있었다. 갈만치 가보리라 작심하고 나는 어정어정 걸었다. 그녀도 내 앞에서 걸었다. 좀 지나서 그녀는 길섶언덕에 세워진 천막으로 훌 들어가버리였다. 나는 그대로 걸어내려갔다. 강이 눈앞이였다. 나는 다가서려다가 무춤 멈춰서버렸다.     헌데 뒤엉켜져 휘우뚱거리며 떠내려가는 가정기물들, 나무로 만든것이면 다 떠내려가는 판이였다. 간혹 죽은 돼지도 배가 불룩해서 떠내려간다. 뿌리빠진 나무가 둥둥 떠내려 온다. 그우에 물에 젖은 토닭 한마리가 볼품없이 서있다. 나무가 파도속에 흥청대자 닭이 보이질 않았다.    《첨벙!》     나의 발섶에서 서너메터 되는 곳이 무섭게도 뭉청뭉청 물속으로 꺼져들고있었다. 내 발밑도 움찍거렸다. 농촌집 앞뜨락만한 땅이 내려앉고있었다.나는 반사적으로 뒤로 내뛰였다. 위험했다. 빠지면 끝장이다. 이마에선 식은땀이 쭉 내돋았다. 이때 아까 차에서 먼저 내리던 그녀가 긴장한 나와는 달리 제법 가벼운 걸음으로 내앞에 나타났다. 참대같이 미끈하게 쭉 빠진 녀자였다. 젖가슴이 곱게 삐여진 그녀의 몸매는 깃을 활작 펴려는 아름다운 공작새를 방불케 했다. 부채살같이 드리운 주름치마가 절주있게 흥청이였다. 그녀는 분명 나를 향해 주저없이 다가오고있었다.     나는 그녀를 알고있었다. 안지가 주시간도 안되였다. 두시간저에 그녀는 시내뻐스역에서 올라 내곁에 앉았었다. 나는 짙은 향수냄새를 두시간이나 맡았다. 풀어헤친 숱진 머리카락이 내 바른 볼편을  싫지않게 간질러댔었다. 둘은 종점에 내릴 때까지 한마디 대화도 없었다. 너무도 예쁜 녀자가 도고하게 곁에 붙어앉았으니 활달한 기자도 굴먹은 벙어리가 되고말았다.     그녀는 벌써 내앞에 와서 멈춰섰다. 뭘 물어보면 대답이라도 하자고 궁리하고있는데 그녀는 알은체도 않고 사품치는 강물만 이윽토록 지켜보고 서있었다.    《동문 어디로 가자고 그러오!》    《수문소로 가려구요.》    《길이 끊어졌는데 어떻게 가겠소!》     그녀는 어떻게 간단 말도 없이 돌아서더니 물에 뜯긴 산기슭을 무작정 톱아오르기 시작했다.     지겨운 장마에 푹 젖은 숲을 헤치면서 앞으로 나갔다. 나는 그녀가 좀 정신충격이나 받지 않았는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한다하는 사내도 주저하게 될 길없는 길을 그녀가 아무 주저도 없이 헤쳐나아가니말이다.    《동무, 그렇게… 어떻게… 가자구… 어서 돌아서시오!》     나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그녀는 어느덧 숲속에서 묻혀버리고 흔들리는 나무잎만 보이였다.     처녀의 거동은 나를 몹시 불안케 하였다. 그녀의 신상에 어떤 위험이 생길지 누가 알랴! 이 산은 뱀이 욱실거리기로 이름있는 산이다. 게다가 녀자가 선뜻 나서는 길을 남자가 못간다는것도 아예 말이 안되였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를수밖에 없었다. 따를바엔 같이 가는것이 여러모로 다 좋은 일이였다.    《동무―, 좀 기다리오!… 한길인데 같이 가기오!》     나는 숲을 헤치면서 소리쳤다.    《싫어요!― 산에서 사람이 제일 싫어요!―》    《나는― 기자요― 나― 쁜― 사람이― 아니요!―》     나는 손나팔을 해가지고 목청을 뽑았다.     《좋은 사람이면 따르지 말아요!》    《동무가 걱정돼서 그래오!― 뱀한테 물리거나 물에라도 빠지면 어쩌겠소!―》    《뱀은 나를 안물어요! 물에 빠질 념려도 없어요!―》     나는 무어라고 더 할말이 없었다. 오히려 내쪽에서 더 겁이 났다. 시가지의 넓다란 아스팔트길에서 걷던 놈이 산골짜기의 키넘는 나무숲을 헤치자니 자꾸만 머리만 쭈볏쭈볏 일어섰다. 이왕 들어선바엔 울며겨자먹기로 그녀를 따라야 했다.     땀동이나 꽤 흘려서야 그녀의 뒤모습을 볼수 있었다. 깨끗하던 치마자락이 이슬에 젖고 풀물이 들어 볼품없이 얼룩이 져있었다. 물론 내 꼴은 더하면 더했지 그보다 나을수는 없었다.    《숨, 숨이 차오… 좀 쉬, 쉬였다… 가기오!》     나는 목에서 겨불내가 확확 치밀어오르고 벌써 땀벌창이 되여있었다.    《하늘을 봐요!》     야무진 그녀의 대답이였다. 머리 들어 하늘을 보니 어느새 구름을 뚫고 해가 방싯이 내비치고있었다.    《비오기는 멀었소! 좀― 쉬― 기― 오!》    《여기가 어디라고 쉬자고 그래요! 이제 소나기가 쏟아지면 이 골짜기로 무서운 골물이 터져요. 물귀신이 되고싶으면 쉬세요!》    《해가 머리를 내밀었는데 무슨 소나기요?》    《정말 비보얘요. 장마철에 나타나는 해는 소나기가 터질 징조예요!》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만도 했다.    《손바닥만한 구름에 뭐 놀랄게 있다구…》     나는 혼자말로 두덜거리며 그녀를 가까스로 따라나섰다. 한참후 아니나다를가 산마루는 새까맣게 흐려오고있었다. 미구하여 검은 먹장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면서 삽시에 주위가 캄캄해지고 산기슭을 훑으면서 찬바람이 쏴― 쏴― 불어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우뢰가 울고 번개가 하늘을 쪼개며 억수로 폭우를 쏟아부었다. 천지간은 온통 물이다. 물뿐이다!     눈깜짝할새에 온 몸은 물참봉이 되였다. 눈을 떠도 앞을 가려볼수 없었고 또 눈을 뜰래야 뜰수조차 없었다. 나는 그녀가 앞에 있다는것만 생각하고 죽어라고 앞만 헤치고 나아갔다.    《어델 그렇게 비여져 나가요? 빨리 돌아서 곧추 이리로 올라와요. 좀 있으면 골물이 터져요! 어서요!》     그녀의 부르짖음소리는 내 등뒤에서 들려왔다. 앗차! 그러고보면 내가 필시 방향을 오끼고 헤맨것이다.    《어데 있소?…》    《여―기― 있―어―요!―》    《그―냥―소―리―쳐―주―오!―》    《네!― 빨―리―!》     그 웨침소리가 방향이였다. 등대였다. 희망이였다! 나는 그녀의 웨침소리를 따라 젖먹던 힘까지 다해 산기슭에 매달렸다. 어디선가 가까운 곳에서 갑자기 쏴― 하고 홍수가 터지는 소리가 막 들려왔다. 더럭 겁을 집어먹은 나는 황급히 잔나무가지를 마구 움켜잡고 톺아오르느라 막 악을 썼다. 한창 그러고있는데 문득 발밑이 허망 무너져내리며 두발이 사품치는 골물에 할퀴우고있다는감이 뇌리를 탁 쳤다. 점점 그 감각은 뚜렷해졌다. 손에 쥐인 잔나무뿌리가 뽑히는 날이면 나는 끝장이다.    《빨―리! 동무때문에 내―죽―소―!…》     나는 단말마적으로 부르짖었다. 죽고싶지 않았다. 어찌하여 죽는단말인가?! 그러나 손맥은 점점 풀리고 나무뿌리는 하나 둘 뚝뚝 끊어지고있었다.     아, 하느님 맙시사! 유망한 김일관기자가 죽습니다. 취재길에 한 녀인을 걱정하다 죽습니다. 꽃같은 안해와 아들을 두고 36살에 심심산골에 와서 객사합니다…    《빨―리!―난― 죽…》     이때였다. 무언가 내 발바닥을 툭툭 치였다. 분명 골물에 딩구는 돌이리라!    《악―》     나의 비명소리와 함께 내가 매달려있던 잔나무뿌리가 뭉청 뽑히여나갔다. 끝장이였다. 철저히 끝장이였다!    《저때문에 죽어봐요! 두다리는 왜 허공에 달아매둿나요?》     느닷없이 그녀가 나의 발아래쪽에서 나의 종아리를 툭툭 차면서 삐꼬아대고있었다. 그제야 나는 두다리를 놀리면서 일어섰다. 완전히 착각에 놀랐던것이다. 발밑의 흙이 뭉클 꺼지니 골물이 치며 뜯어가는 줄로만 알고 애오라지 희망을 잔나무들과 그녀한테만 걸고 펀펀한 두다리의 공능을 상실했던것이다. 뜻밖에 들이닥친 공포가 사람들을 얼빤하게 만들 때도 있는가부다.    《어서 제 손을 쥐여요!》     나는 그녀의 손을 덥썩 잡았다. 둘은 곧추 산으로 올랐다. 우리가 자리를 뜨자 사나운 골물이 들이닥쳤다. 좀만 늦어도… 나는 뒤일을 생각하기조차 무서웠다.    《됐어요!》     그녀가 됐다고 하지만 나는 손을 놓지 않았다. 그 손을 놓으면 생명선이 동강나는것 같아서였다.    《됐어요! 이 손을 놓아요. 아파 죽겠어요!》     그녀가 손을 뿌리쳤기에 나는 손을 놓고말았다.     우리가 머문 곳은 썩바위가 삐죽이 내민 자그마한 굴이였다. 소낙비를 귾기에는 안성맞춤이였다. 아마 70년대에 전쟁준비로 파다만것인것 같았다.     나는 두다리가 해나른해서 아무데고 주저앉고말았다. 찰나, 내 엉덩짝이 뭉클하며 벌에게 쏘인듯 때끔해났다. 나는 후닥닥 놀라 뛰쳐일어났다.    《뱀!》     그녀가 부르짖었다. 삽자루만치 실한 독사가 다발을 틀고있는것을 보지 못하고 그만 깔고앉았던것이다. 놀란 산주인은 스르륵 따발을 풀며 대가리를 바싹 추켜들었다. 독을 쓰며 날름거리는 그 혀가 무척 끔찍스러웠다.    《냉큼 뒤로 피해요!》     그녀의 새된 소리에 내가 뒤로 흠칫 피하자 개대갈통만한 돌이 독사를 여지없이 짓저겼다. 뱀은 세곳이나 동강나서 늘어지였다. 그제야 나는 숨이 활 나갔다.    《비를 피해 들어온 뱀 같아요 물리지 않았나요?》    《가만, 아주 때금하던데…》    《그럼 물렸어요! 어디예요?》    《여… 여기!》     따끔한 엉덩작이 골을 이룬데서 좀 오른쪽이였다.    《어서 벗어요!》     그녀는 명령조로 말했다.    《못… 못벗겠소!》     생면부지의 처녀앞에서 어지 엉덩작을 드러내놓는단말인가? 너무도 망칙스러운 일이라 나는 바지춤을 쥐고 뒤로 비실비실 피했다.    《죽겠어요 살겠어요? 여기엔 약도 의사도 없어요. 시간은 생명이예요. 빨리 벗어요!》나는 돌아서서 띠를 풀었다. 띠가 풀리기 바쁘게 바지는 아래로 활 내려가고 이어 속내의도 쭉 벗겨졌다. 그녀는 찬찬히 보고있었다.    《물렸어요! 어서 엎드려요!》     나는 시키는대로 엎디였다. 그녀는 꽃가방을 헤치고 안에서 술병 하나를 꺼내더니 아구리쪽을 돌에 대고 탁 치는것이였다. 술냄새가 코를 콱 찔렀다. 그녀는 쪼각난 병쪼각을 들고 다가왔다.    《그건 왜서?…》     그녀는 대답도 않고 무작정 내 엉덩작에 달라붙었다.    《으윽!― 미쳤소?!… 아갸!―》     엉덩짝은 모질게 아파났다. 나는 너무도 아파서 죽은 뱀을 마구 움켜쥐고있는줄도 몰랐다.    《진정하세요. 살점이 떨어져서는 죽지 않아요!》     그녀는 힘겹게 뱀에게 물린 자리를 오려내였다. 입으로 상처를 한참이나 빨아대더니 그 자리에 술을 팍 쏟았다. 나는 또 한번 죽었다 살아났다.    《됐… 됐어요! 이래도 죽는다면 저도 어쩔 방도가 없어요!》     그녀는 숨이 차서 할작거리면서 자기의 치마깃을 쫙― 찢었다. 나의 입술은 이발에 옥물리여 피가 흘렀고 손에 주인 뱀은 죽탕이 되여버렸다. 그녀가 다 동인 다음에야 그녀의 도움밑에 겨우 바지를 주어입었다.     그녀는 맥이 진해서 바위벽에 기대였다. 나는 호주머니를 들춰 손수건을 꺼냈다.    《옛소! 그… 입을 닦소! 맨… 피… 요…》     그녀는 손수건을 받아 입술을 싹싹 닦았다. 깨버린 술병을 보니 화룡수수술이였다.    《아버지께서 술을 즐기시오?》    《예! 이 술을 즐겨 마셔요. 지금즘은 술이 떨어져…》     그녀의 고운 눈에는 이술이 가랑가랑 맺혀져 반짝이였다. 아마 아버지의 신상을 걱정해서 나오는 근심의 이슬이였을것이리라!    《그런걸 깨버렸으니 어쩐다오?》    《아직 여러병 있어요. 이제 또 뱀한테 물리면 그것마저 거덜이 날거예요!》    《절… 절대, 안물리겠소. 그런 도깨비수술을 난 두번 다시 받을수 없소!》    《저도 그러기를 소원이예요. 아버지 전화를 받은지가 벌써 사흘이 지났어요.》    《동무의 아버지는 뭘 하는 사람이요?》    《두만강막치기의 수문소에 계셔요.》    《성함은?》    《김득진!》     그녀의 입술은 파르르 떨리였다.    《아, 그렇구만! 나도 동무의 아버지를 취재하러 가는 길이요.》    《그래요?!》     나는 너무도 격동되여 더 말이 나가지 않앗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말이 있다. 나는 앞이 흐려지는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동굴안은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돌아서더니 웃옷을 벗어 짜기 시작했다. 나도 전신이 으쓱해나서 옷이 푹 젖었음을 느꼈다.     내가 옷을 벗으려고 일어서는데 천정에서 모래가 스륵스륵 떨어지였다.    《무너져요! 어서 이쪽으로!―》     그녀는 소리치며 나를 와락 잡아당겼다. 뒤이어 쿵― 하면서 모자채양같이 삐죽이 내밀고있던 썩바위가 그대로 내려앉았다. 바로 내가 누워있던 그 자리에말이다. 나의 취재용들가방이 그만 깔리워버렸다.    《에크!》     나는 소름이 쭉 끼쳤다. 그녀가 잡아당기지 않았더라면 영락없이 저 돌밑에 깔린 귀신이 되고말았을것이다. 어찌보면 오늘은 꼭 죽을 팔자 같았다.     돌에 막힌 굴안은 칠흑같이 캄캄하였다. 손을 움직이자니 움직일수 없고 발을 펴자니 펼수 없었다. 그녀의 급촉한 숨소리가 내 코앞에서 났고 내 가슴은 그녀의 가슴을 꽉 누르고있었다.    《숨… 숨이 안나와요. 빨리… 좀… 비켜요!》     나는 제한된 공간에서 몸을 비벼탈며 겨우 그녀의 가슴에서 조금 물러났으나 가슴과 가슴은 여전히 붙어있었다.    《이재… 좀… 숨… 숨이… 더… 비켜요, 빨리!…》    《더 비킬 자리가 없소!》    《없긴 뭐가 없어요!》     그녀는 두팔을 올려 내 어깨를 힘껏 밀었다.    《앗!》     등뒤에 뾰족이 내민 돌에 어깨박죽이 찔리여 나는 고음을 뽑았다.    《아프세요?》    《모질게 아프오!》    《아파도 별수 없어요. 등으로 뒤에 돌을 밀어제껴야 우린 살수가 있어요.》    《난 두번 죽을번한 사람이요!》    《세번 죽기전에 힘을 내자요. 좀 더 지체하면 질식해죽어요. 자― 어서 밀자요!》     그녀는 두발과 두팔로 돌을 밀고 나는 등뒤로 힘을 썼다.    《하나… 둘… 셋!》     돌이 움쭉거렸다.    《한번… 더… 하나… 둘… 셋!》     돌은 끝내 조금 움직여 주멍만한 하늘이 내다보이였다. 그리로 비가 새여 좔좔 흘러들었다. 피할 공간이 없는지라 비물은 그대로 내 뒤덜미에 떨어져 전신을 적시였다. 나는 그것이 너무도 싫어서 주먹으로 구멍을 막았다.    《막지 말아요. 그 비물이 우릴 크게 도울거예요.》     둘은 계속 밀었다. 구멍은 점점 커지고 비물은 좌르르 흘러들어 바위밑의 흙을 즐벅이 적시였다.    《살았다! 우린 살았다!》     죽음을 세번째로 면한 나는 히스테리적으로 소리치면서 그녀를 와락 끌어안고 그녀의 얼굴이며 목이며 가슴이며를 마구 키스해댔다. 한참이나 싱갱이질하다가 그녀가 홱 몸부림치는바람에 제정신이 펄쩍 들었다. 그녀의 앞가슴이 반나마 헤쳐져있었다.    《아니, 내… 이… 이게 무슨… 짓이람? 잘… 잘못했소!》     나는 그녀의 손을 으스러지게 꽉 쥐고 세차게 흔들어대며 진심으로 사과했다. 그녀는 장난꾸러기같은 얼굴을 해가지고 나한테 물었다.    《제가 만약 남자라면… 어쩌겠나요?》    《남자라면? 주, 주먹으로 어깨를 치고 포오하며 만세를 부르겠소!》    《전 남자예요!》    《아니, 남자라니?…》    《기자선생님이 그것도 몰라요?…》    《모르겠소!》    《모르는것이 좋아요. 그저 제가 남자라는것만 명심하세요! 자, 그럼 어서 길을 다그치자요!》     그녀는 앞서 굴어구로 나섰다. 비도 그쳤다. 그녀의 손에는 어지러워진 꽃가방이 다시 들려져있었다. 그 험악한 속에서도 그 술병은 보존되여있었다. 나도 찢기고 물에 흠뻑 젖어 쓸수 없게 된 취재용가방을 다시 주어들고 나섰다. 우리는 다시 길을 떠났다.    《봐요, 저 곳이 수문소예요.》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니 군함같은 바위우에 앉아있는 흰 벽돌집이 우렷이 안겨왔다.    《멀지 않구만!》    《그래요. 이제 저기 저 강만 건느면 돼요.》     그녀의 손길 따라 내려다보니 병풍처럼 치솟은 검푸른 벼랑밑에서 사나운 물결이 소용돌이쳐 흐르고있었다.    《며칠전에 떠나올 때까지도 괜찮았어요. 이런 홍수는 난생 첨이예요. 제발 깊지만 말았으면…》    《깊어도 괜찮소!》    《헤염을 잘 치나요?》     그녀는 상긋 웃었다.    《칠줄 모르오. 개발헤염은 좀 알뿐이지.》    《개발헤염을 가지고는 저 물을 못건늘것 같아요.》    《괜찮소. 난 세번이나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요. 죽을 팔자는 아니란말이요.》    《제가 없었더라면?》    《그럼 난 진작 저세상 부처님으로 되였을거요.》    《호, 그럼 절 다라 모험하게 되였단말이지요?》    《그렇지! 그러나 살고보니 이번 모험이 한생 가도 잊혀지진 않을거요. 생사의 자극은 정말 짜릿하단말이요!》    《그 말씀은 너무 일찍해요. 저 물까지 건너고 봐야 해요.》    《그럼 또 산우로 건너가기오.》    《좀 산을 보고 말해요.》     올려다보니 정말 붓끝같이 기막히게 험준한 산은 허구픈 웃음만 자아내게 하였다. 나는 그녀를 따라 내렸다. 기슭에 이르러 그녀가 물었다.    《어때요, 건늘 자신이 있나요?》    《동무가 건느면 나도 건늘수 있소. 나는 동무를 떨어져선 안되니까, 어떤 험난한 길이라도 함께 가야 하오. 이번엔 혹시 내가 동무를 구할지도 모르오.》    《그럼 좋아요! 구원을 기다리겠어요. 건늘 때 뒤를 보지 말고 바위벽에 딱 붙어서 건너야 해요. 세찬 물결에 휘감겨들어가는 날이면 영락없이 고기밥이 돼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따라 바위에 붙어서 물에 들어섰다. 물은 단통 허리를 쳤다. 둘은 반메터를 사이두고 조심조심 걸었다.    《이 곳은 깊… 어… 요!》     그녀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아니나다를가 조금 앞으로 나아가니 발이 닿이지 않았다. 몸이 허공 뜨는것 같았다. 나는 팔을 허우적거리며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미구에 발이 자갈같은것에 닿이는것 같았다. 우리는 천신만고하여 걷기도 하고 헤염치기도 하며 건너가고있었다. 거리는 점점 줄어들었다. 갑자기 그녀의 웨침소리가 들리였다.    《뒤로 비켜요! 바위가 무너져요!》     고개를 들어보니 대안의 떡구시같은 바위가 흔들리고있었다. 내가 황급히 뒤로 물러서는 찰나, 바위는 텀벙 물에 꼰지였다. 그 바람에 나는 깊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코구멍으로 흙탕물을 들이켰다. 숨이 막히고 눈앞에서 불꽃이 튕기였다. 뭐든 집자고 단말마적으로 악을 썼으나 허사였다. 이번엔 진짜로 위험이 닥친것 같은데 그녀의 구언이 없었다. 그녀를 소리쳐부르고싶었으나 목안이 꽉 막히는듯 소리가 나가지 않았다. 나는 이를 앙다물고 발로 물밑을 죽어라고 찼다. 불시에 내 몸이 물우로 솟구쳤다. 두번 들어갔다 솟구쳤지만 어쨌던 나는 개발헤염이라도 치면서 대안에 닿고있었다. 눈결에 피뜩 술병이 들어있는 꽃가방이 물속에 가라앉고있는것이 보이였다. 가슴이 철렁 했다. 나는 그것을 따라가 얼른 쥐였다. 가방안엔 술병이 그대로 있었으나 그녀는 보이질 않았다. 나는 그녀가 빨리 나타나기를 애타게 기다렸다. 꼭 나타날 그녀였다. 절대 죽지 않을 그녀였다. 그녀는 나의 생명의 은인이였다. 그녀는 꼭 나타날것이다. 불쑥 내앞에서, 살그머니 내 뒤에서…     나는 눈뿌리가 아려나도록 파도치는 물면을 지켜보았다. 순간, 눈뿌리가 뭉청 뽑히웠다. 눈확은 온통 물천지로 꽉 찼다. 앞을 가려 볼수가 없었다.    《아!》     나는 주먹으로 바위를 냅다쳤다. 통곡이 터졌다. 나는 다시 파도속에 몸을 던졌다…        
1    술상의 웃는 얼굴들 (손룡호) 댓글:  조회:2503  추천:0  2011-07-29
단편소설   술상의 웃는 얼굴들   손룡호                     새로 부임된 K지구 지질탐사관리국의 나젊은 령도가 사업경험이 풍부한 나이지숙한 부하 최과장과 함께 하급단위 S회사운영상황 고찰을 내려왔다. 당연히 S회사 지도부사업상황조사가 중점이였는데 그것을 세분화하면 회사법인대표 김사장의 사업고찰이 첫째였고 재정운영상황, 항목락실상황 등이 망라되여있었다. 고찰결과에 따라 제1책임자의 발탁이나 하탁도 고려되는 상황이니 김사장으로 말하면 마음이 여간만 조마조마한 일이 아니였다.    달포전에 이미 고찰통지서를 받은 회사내부는 사람마다 나름대로 속궁리를 굴리고있었다. 회사지도부 성원들과 여러가지 리해관계와 리익관계로 알륵이 있는 사람들은 령도의 흠을 보아야 할지 보지 말아야 할지 가불을 잡지 못해 착잡해 하고있었다.   대개 보게 되면 령도가 큰 문제없으면 그대로 넘어가는것이 관례였다. 괜히 흠을 꼬집었다가 그말이 새여나가서 령도의 귀에 들어가 배척받으면 손해보는것은 고발한 사람일뿐이니 심중에 심중을 가해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명철보신하는데 습관이 되였다. 이상하게 문제점을 짚으면 뒤따르는것은 배척이였다. 좋은 소리와 나쁜 소리 두가지중에서 령도들은 대개 나쁜 소리에 신경을 쓴다. 누가 어떤 문제를 반영해올지 무척 귀를 도사리는것이다.   정말로 위치와 자리보존에 영향줄수 있는 확실한 문제점을 들고나온다면 그것은 아주 위태로운 일이니말이다. 좋은 소리는 그대로 자리보존에 도움이 되기에 좋게 웃어지나면 되지만 나쁜 소리는 확실히 자리보존에 영향을 줄것이니말이다. 좋은 소리를 듣고싶어하는것이 대개 령도들의 심통이였다.   사람들은 원초적으로 칭찬을 즐기고 허점을 꼬집는것을 싫어하는 습성이 있는것 같다. 령도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만 또 나쁜 소리에는 잉잉 우는 고압선처럼 팽팽히 신경을 도사린다. 아무튼 자기에게 손해되는 일을 찾아 할 사람은 별로 없는가부다. 그래서 이번 령도간부사업고찰도 별문제없이 무난히 넘어갔다. 숨을 죽이고 긴장해하던 몇 사람도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김사장은 고찰이 끝나자 특히 좋은 자리에 저녁연회를 마련하였다. 당연히 회사골간들을 다 참가시켰다. 웃 사람들 앞에서 자기네가 어떻게 화목하고 뭉쳐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실제내막을 모르는 령도앞에서는 직접 눈으로 보게 하여 믿게 하는것이 점수 따고 또 회사의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는데도 보탬이 되니말이다.    술상에 빙 둘러 열이 앉았다. 우에서 내려온 두분이 가운데 좌석에 나란히 앉고 젊은 령도곁에 회사에서도 사교에 능란한 녀회계가 앉고 그곁에 김사장이 앉았다. 술좌석에서의 자리안배는 급별에 따른 십분 중요한 정치자리였다. 워낙 김사장이 젊은 령도곁에 나란히 앉아야 하는데 오늘은 김사장이 술상분위기를 좀더 즐겁게 하려고 의식적으로 회계를 앉히였다. 그리고 나이지숙한 안면이 깊은 최부장곁에는 회사에서 금상천화로 불리우는 출납원을 앉히였다. 다음 자리순서는 회사급별차이로 앉았다. 젊은 령도는 자리안배에 흡족해하였다. 아침에 김사장의 안내하에 회사 여러개 과실을 시찰하면서 벌써 회계와 출납원이 좋은 인상으로 눈안에 쏙 들어왔다. 앞가슴이 봉긋하고 살색이 희고 허리가 잘룩하고 다리가 곧고 긴 회계는 섹시한 녀성으로 퍼그나 인상적이였고  회계보다 키는 좀 작으나 자기를 반기면서 말쑥한 얼굴에 낮으나 작고 보동보동한 손으로 자기악수를 받아주는 출납원은 저으기 녀성다왔다. 김사장이 참 매력있는 녀자 둘을 재무과에 부하로 두고있다는 생각이 질투에 가까울 정도로 가슴을 허비였다.     젊은 령도는 자기의 시선이 회계쪽으로 옮겨가고있음을 자각하고 애써 자제하였다. 고운 녀자에게 시선이 가는것은 남자의 당연한 권리였지만 령도자에게는 기층사람들앞에서 조심해야 할 처사였다. 자칫했다간 이미지가 손상받을것이니 말이다. 술상에서는 미녀 그 자체가 흥분제였다.   알심들여 안배한 산해진미가 벌써 한상을 듬뿍 채웠다. 김사장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판공실 필주임을 피끗 흘기였다. 빨리 술을 부어야 하는데 멍청해 앉아있는것 같아서였다. 그냥 욕을 먹어도 별로 개진이 없다. 저런 사람을 몇해간 판공실주임으로 쓰고있다는 자체가 퍼그나 맹랑하였다. 자기가 오기전에 판공실주임이였고 원래는 회사부사장으로까지 올리 써주어야 한다는 전임사장의 부탁도 있었다. 그러나 써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올리써주지는 못해도 판공실주임자리에서 하강시킬수는 없어서 그런대로앉혀놓고 있는데 점점 눈에 거슬리였다. 오늘은 중요한 장소이나 옷매맵씨를 봐도 밖에서 흙로동을 하다가 들어온 모습이였다. 머리가 날려 있었고 옷도 허름했다. 혼자서 안해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눈은 벌겋게 피가지고 얼굴은 이상하게 노래가고있었다. 관심아닌 관심으로 오늘 중요한 손님접대가 있기에 나오지 말라는 뜻으로 오늘 반드시 병원에 가서 병을 보이라고 아침에 필주임의 집에 일찍 전화했더니 “네. 고맙습니다.”고 말을 듣는것 같더니 제일 먼저 출근해서 복도청소를 하고있었었다. 왜 병원으로 가지 않았나하고 물으니 오늘 우에서 령도분들이 오셨는데 김사장을 도와 손님접대를 잘한다음 이튿날에 가보겠다고 한다. 원래 눈치가 무디고 자기고집이라면 쇠코도 돼지코라고 우기는 성미여서 김사장은 거저 입을 하 벌리고말았다.   필주임은 드디여 김사장의 눈치를 알았다. 어정쩡 일어나서 매 사람앞에 놓여있는 고뿌같은 유리잔에 성에서 오신 령도로부터 52도 곡주를 철철 넘치게 부었다. 젊은 령도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자기가 부임되여 이 회사로 처음 내려와 앉은 연회상이였다. 술상도 여러사람과 소통할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맑은 정신에 해대는 소통보다 술상에서의 소통은 정말로 밸까지 뽑아주면서 관계를 돈둑히 하는 작용이 컸었다. 오늘은 잘 마시고 좋은 인상을 남겨야 했다. 특히 회사 김사장과 좋은 시작으로 손잡아야 했다. 곁에 앉은 최부장은 젊은 령도를 모시고 내려온터여서 입을 담고 적게 말할 타산인지 얼굴기색은 평범하였다. 사실 이 회사로 한해에도 여러번씩 내려오다보니 구면이였다. 혼자 내려올 때에는 자기가 주동이 되여 말해야 했지만  젊은 령도를 배동하여 왔으니 입을 다물고있는것이 상책이였다. 령도보다 더 아는 소리를 줴치면 그 자체가 실책이였다. 최부장의 낮색은 작년보다 거밋했다. 간이 나쁘면 얼굴색이 검스레해진다고 하던데 그래서인가? 헌데 한잔 철철 넘게 부어놓은 술을 사양않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술상에 둘러앉은 회사사람들은 잘 알고있었다. 가끔 회사전망과 관계가 큰 귀한 손님이 오면 회사 김사장이 팔을 내걷고 술을 거나하게 마셔대니말이다. 이것도 사업의 일과였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호응해야 했다. 그러면 또 일들도 잘 풀리였다. 오늘이 바로 그런날이였다.   “제가 먼저 한잔 제기하겠습니다.” 히틀러처럼 머리칼을 아래로 내리쓸고 코가 마늘같이 덩실하게 생긴 회사 제일임책임자 김사장이 첫잔을 제기한다.   “…상급의 우리회사에 대한 고찰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고찰은 우리 회사에 대한 관심이고 믿음이며 배려입니다. 우리 회사의 오늘은 모두다 상급령도의 정확한 령도와 배려하에서 이루어진것이며 회사전체직공들이 일심단결하여 성취한것입니다. 저는 사업에서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상급령도가 있고 능력있고 동요없는 회사골간들이 있기에 오늘의 저의 위치가 있는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더 높이 날수 있습니다. 열심히 날아볼가 합니다. 상급령도의 관심에 보답하고 우리 회사의 새로운 발전을 위하여 건배를 제기합니다.”   주도세밀하였다. “더 높이 날고있다.”것은 상급에서 계속 더 높이 써달라는 말이였다. 김사장이 샘물을 꿀꺽 마시듯이 통쾌하게 굽을 냈다. 그리곤 술잔을 머리우로 올려가 거꾸로 들었다. 한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철저히 마시였다. 이어 회사분들이 주저없이 김사장처럼 꿀꺽꿀꺽 마시였다. 젊은 령도는 아연실색해지였다. 속도가 빠르고 통쾌하고 철저하였다. 분위기가 직선상승할 판이였다. 이 회사분들이 술을 잘한다더니 정말로 그래보였다. 젊은령도는 동행한 최부장을 돌아보았다. 최부장은 말없이 잔을 쥐고 자기가 행동하기만을 기다리고있었다. 마셔야 했다! 본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던참이 아니였던가? 기층과 소통하려면 그들의 성의에 따라주는것이 바람직하였다. 젊은 상급은 술잔을 들어 입안에 부었다. 알딸딸한 술이 목주래를 태우면서 넘어갔다. 최부장도 이어 군소리없이 마셨다. 급기야 박수갈채가 터졌다.    “통쾌합니다. 멋집니다. 대단합니다. 술마시는 풍채를 보고 사람을 알아봅니다.” 모두의 얼굴엔 큰 일을 치른후의 통쾌한 웃음이 넘실거리였다. 그리고는 모두가 입을 벌리고 술내를 밖으로 내보내고 술이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쨍하게 자극해논 상태를 아우르느라고 연신 나름대로 채를 집어 입안에 넣었다.    (제밀할,  제급을 추겠다고 우리까지 죽이네. 할수없는 일이지 나도 그 자리를 가지겠다고 오늘 몸을 팽개쳐야 하니!)     얼굴이 네모나게 장방형처럼 생긴 회사부사장 박씨가 역겨운 술을 넘기고 속에서 올리미는 모순적인 심통이였다. 이번에 우에서 김사장을 올려간다면 다음은 자기였다. 김사장은 몇해전부터 자기하고 그렇게 얘기를 해왔었다. 그래서 꼭 그렇게 해줍소사하고 뒤가 나가는지 모르고 소처럼 일해왔었다. 십년 부사장이면 응당 정사장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김사장이 오기 5년전부터 업무에 능숙한 장점으로 회사부사장을 해왔었다. 김사장이 와서 오년이 지났으니 십년 부사장이다.  김사장도 자기를 믿고 잘 써주느라 하였었다. 그래서 정말로 김사장이 없어도 회사가 자기손에 의하여 치륜처럼 척척 잘 맞아 돌아가게 하였다. 김사장은 칭찬을 잘 해주었다. 말한대로 할것 같았다. 그 사이 자기가 헌신적으로 마신 술만 해도 몇 톤은 될것이였다. 그래도 별탈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은 그를 술통, 술장군, 쇠때로 만든 간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쳐들군 하였다. 자신도 자기신체가 그렇게 튼튼하다고여기고있었다.    그런 그가 오늘 술을 마다할리 없었다. 술맛을 잘아는 그로서 오늘 고급술을 기껏 마셔대고싶었다. 본래 통쾌하게 마셔대는 그로서 더 통쾌하게 마셔 상급령도와 김씨를 즐겁게 해주고싶었다. 그 속에 자기리익도 있을것이니 말이다. 첫인상은 아주 중요하였다. 김사장이 첫잔을 통쾌히 굽내는데 부사장인 자기가 우물거려서는 안되였다. 오늘 한잔 술을 우물거리면 여지껏 다져온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수 있었다. 연회직전 자기와 담화할때도 김사장이 어떻게 좋다고 좋은 소리를 다 골라 하였었다. 김사장이 올라가야 자기 자리가 생길것이니말이다. 좋은 소리로 입을 놀리는데는 힘이 들지 않는다. 성본투자도 없다. 허나 정말로 김사장이 중용된다면 다음은 자기 자리가 아닌가? 낮은 성본으로 큰 효익을 얻는것이였다. 결심내리고 굽을 내였다. 내고보니 두번째 잔은 자기가 권해야 하였다. 자기가 권하는 술은 당연히 통쾌히 마셔야 했다. 박씨는 아무 일없는듯 점잖게 일어서서 술병을 들고 상급령도로부터 급 차이순서대로 술잔에 흰술을 골똑골똑 부었다. 술은 열량 (热量) 이였다. 첫 잔술은 벌써 사람마다의 위속에서 에네르기를 방출하였다. 술해독 공능이 차한 사람 몇은 벌써 얼굴이 벌거데데해 온다. 워낙 술해독공능이 강한 자기의 얼굴은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다. 속안은 물론 후끈거려왔다. 박씨는 일어서서 술잔을 들었다. 술을 제기하면서 해대는 말재간도 수준이 있어야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술주량이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술을 권하면서 화끈하고 유머있는 말은 그 사람의 언변과 학식을 대표한다. 절대로 김사장이 이미 줴친 권주가를 불러서는 안되였다. 남의 말을 곱씹는것은 졸작이니말이다.    “자, 한잔 맛볼가요? 이것을 술이라고 생각하면 마시기 힘듭니다. 이것은 술이 아니라 나의 마음입니다. 상급령도를 환영하고 김사장님의 사업업적과 부단한 승급을 기리고 우리회사 모든 사람들이 일심으로 힘 합쳐 회사발전을 기하는 술입니다.  마셔도 취하지 않는 샘물입니다!”       박씨가 술잔을 입안에 대고 엎었다. 술은 다 넘어가고 꺼꾸로 든 술잔에서 마지막 방울이 입안에 똑 떨어진다. 성의 젊은 령도는 또 한번의 가관에 입을 벌리였다. 이때 다음 순서인 최씨가 주먹같은 눈을 흘리면서 소보치같이 커다란 손등으로 입을 쑥 문대였다.      (씹할,  오늘 느알도 많네? 김사장자리가 모질게 욕심나는 모양이지? 그 자리가 당신한테 갈것 같아? 천만에 오십살을 넘겼으면 제 주제를 알아야지 밑에 대학석사생이 올리미는데 그렇게도 눈치없어? 회사에 오래있은것이 자본인줄 알아? 재간이 없으니 앉은 석동으로 눌러앉아 있은거지? 하기야 김사장이 당신한테 좋은 소리를 했으련만…김사장이 왜 소리를 했겠어? 당신이 삼년전에 김사장이 출국고찰을 한다면서 혼자서 회사자금 오만원을 보름안에 탕진한 사실을 알고있기 때문이야. 나하고도 뭐라고 했는지 알아. 자기의 뒤를 계승할 적임자로 나를 집고있다고 했단말이야. 난 당신처럼 바보는 아니야. 우리 둘다 부사장이니까. 자금사건을 알고있으니까? 우리둘중에서 김사장자리에 앉힐 인선을 고르는 중이라고 우리한테 안정제를 놓는거야. 정말로 김사장이 자리를 내면 그 자리에 당신이 앉을가 아니면 내가 앉을가? 아니면 우에서 다른 사람을 파견해올가? 아무도 몰라!  제몸 죽이면서 발라맞추기는 보기가 역겹거던!  자리가 생명보다 더 중요해?...에그에그 난 싫어…제밀할 내 차례가 왔군그래. 응부해야지, 이것도 자리보존을 위한 생존술인가!  할수없군그래.)      부사장 최씨가 일어났다. 역시 술이 찰찰 넘치게 부었다. 박씨가 발라맞추는 아름다운 말을 했다면 최씨도 그말을 곱씹을수 없었다. 원체 성격도 달랐다. 넙적한 얼굴에 거밋한 눈섭, 귀가 째지고 황소눈같이 들들 구을리는 방울눈, 주먹코에 휑하니 들여다보이는 코구멍으로는 바람소리가 쏴쏴 쏟아져나오는것같았다.  크고 두둠한 입술이 벌려질 때면 누리께리한 쇠처럼 든든하게 생긴 이발군체가 생뼈도 와득와득 씹어서 가루를 낼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중년나이로 살아오기까지 령도의 모습이 아니라 개를 잡는 백정의 모습이란 소리를 밥먹듯이 들어왔다. 말에는 속으로 생각하는 말과 겉으로 내뱉는 말이 있었다. 최씨는 속으로 해야 할 말을 먼저 입안소리로 얼버무려보았다.      (우리 김사장은 령도에 잘 붙는 쉬파리꾸마! 거 바라오르겠다는데 우에서 잘 써줍소. 그래야 우리 부사장들도 한번 겨뤄볼거 아니겠습니까!.)     허나 입으로 나간 말은 딴 말이였다. “김사장은 능력있는 사람임다. 상하관계를 잘 처리하고 경제에 깨끗한 사람임다.”   당연히 능력이 있으니 사장자리에 앉아있는것이나 상하관계를 잘 처리한다는 말은 우와의 관계처리를 잘한다는 말이고 아래와의 관계처리는 빵점이라는 말이였고 경제에 깨끗한 사람이라는 말은 경제가 투명치 못하고 문제가 있다는 말이였다. 허점을 장점으로 돌려 말한것이였다.    “이잔까지 굽내면 세번째 잔입니다. 우리회사 력사에서 수많은 연회파티가 있었지만 오늘처럼 첫잔부터 철처한 때가 없습니다. 저도 술을 못합니다. 허나 오늘 이 술은 박부사장이 말하다시피 술이 아니라 마음이고 샘물입니다. 건강수입니다.”       최씨는 꿀꺽꿀꺽 마시였다.  건강수는 목을 태우면서 힘들게 목안을 태우면서 식도로 흘러내리였다. “아…”  최부사장은 다 마시고 독하고 쓰려나서 입을 크게 벌리였다. 다음은 판공실 필주임이 부을 차례였다. 그런데 낮색이 노오란 필주임은 부을 생각보다 김사장의 눈치를 흘끔흘끔 뜯어보고있었다. 판공실주임을 거의 칠년넘게 해오면서 마셔야 할 술, 마시지 말아야 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상하게 항상 김사장은 만족해하지 않았다. 그냥 흠잡아 쌀쌀하게 힐난하여왔다. 그래서 오늘처럼 중요한 좌석에서 어떻게 말해야 김사장이 만족해할지 몰라 정말로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였다. 사람들이 노오란 자기얼굴을 보고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라고 권해왔지만 간대사 하면서 차일피일 밀려왔다. 아침에도 김사장이 집으로 직접전화와서 병원에 가보라고하였다. 정말로 어쩌다가 코가 찡해오는 일이였다. 그러나 오늘 귀한 손님들을 배동하는 일이 있는것을 알면서 어찌 판공실주임이란 자기가 병원놀음을 하겠는가? 병원은 이튿날에 가도 된다고생각하고 힘빠진 다리를 억지로 끌고 출근하였다.  그냥 이렇게 직무에 충성해온 그였다.  필주임의 이마에서는 송골송골 땀이 돋아나왔다.  김사장은 자기눈치를 살피는 필주임을 언녕 눈치채고도 모르쇠를 놓고있었다. 이때 약삭빠른 회계가 김사장과 필주임의 눈치를 아량있게 헤아리고 필주임에게 시간을 벌어주느라고 먼저 박씨같이 하얀 이를 살짝 들어냈다.    “술 붓는데 뭐 순서가 있슴까? 상이 둥근데 령도곁에 앉아있는 내가 한번 먼저 권해보자요!”   필주임은 자기순서에 먼저 끼여들어 술붓겠다고 호들갑떠는 회계가 얄미워났지만 자기의 난처한 국면을 모면시켜주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궁리할 시간을 벌어주어 고맙기도 하였다.   “호호호, 저는 재무관리를 맡아보는 회계임다. 회계가 제일 골치아픈것은 회사운영자금이 고갈될때입니다.  새해에는 우의 정신대로 항목건설을 틀어쥐고 경제효익을 낼수있는 항목을 찾아야 하겠는데 우리가 시장조사를 하고 우에다 반영하고 아래를 돌자면 사업운영자금이 푼푼해야 할게 아님까?...”    김사장은 흡족한듯 입귀를 벙긋이 열어갔다. 회계는 사기가 났다.  회사법인대표의 인정을 받는것은 정말로 가정에서 아버지의 인정을 받는것처럼 기분이 뻥 뚤리는 일이였다.  회계는 젊은 령도와 팔걸이 교제술을 요청하였다.   “할수 있죠?:…” 젊은 령도는 흔쾌히 맞장구를 치였다.  일어서니 키가 커서 허리를 구부정하고 회계쪽으로 키를 할애하였다.  그래도 회계는 올리달리였다. 도수높은 배갈이 두사람의 목구멍을 넘어 식도를 알딸딸하게 적시면서 위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좌중은 요란한 박수를 쳐대였다.  회계는 정말로 일생에 몇번 없는 도수높은 흰배갈 한고뿌를 넘기였다.     필주임도 나른한 손으로 박수를 쳐댔다. 이제는 자기가 부어야 했다. 누가 대신해줄 사람도 없었다. 이런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른다. 그결과 얼굴은 노랗게 되여왔다.      (오늘까지 마시자.  그리고 손님들이 저녁차로 돌아간다음 래일 병원에 가 보이자! )    필주임은 역시 앞선 사람들이 하던대로 술을 성의 손님들로부터 급별에 따라 부어올렸다. 젊은령도곁에 앉은 최과장은 이미 필주임과 안면이 깊은 사이였다. 필주임의 수척해진 얼굴모습이 안쓰러웠다. 노오란 얼굴에 우멍하니 꺼져 들어간 피지고 피곤해보이는 두눈, 술을 마셔서는 안되는 상황인것 같았다. 그래서 필주임이 술을 다 부어올리고 자기절로 자기잔에다 부으려할때 몸을 일으켜 술병을 데꺽 빼았았다.    “얼굴이 말이 아니구만!”     최부장은 상우에 올려져있는 샘물병을 바꿔쥐였다. 모두가 보면서 가타부타 참견하지 않았다. 오히려 필주임이 견결하게 나왔다.   “여지껏 마신 술입니다. 오늘 이 술을 마신다고 죽기까지 하겠습니까?”    그랬다. 이제까지 마셔온 술을 못마시겠는가?  배가 붓고 입안이 쓰겁고 혀바닥이 노래가고 간부위가 아파나고…그래도 이 한잔만은 마셔야 했다.  필주임은 제절로 제잔에 술을 골똑 부었다.   “감사합니다.  이 술은 내가 우의 령도분에게 권해올리는 마지막 술입니다.”  마지막이라는 소리에 모두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이 필주임이 또 피똥쏘는 헛소리를 치는구나!  이자 사십대중반인 녀석이 무스게 마지막 술잔이란 말이야!  또 망신한다.  실수한다.  에익 젠장 오늘 출근하지 말라고 지지 전화까지 해주었는데 원!  하여튼 도움되지 않는 사람이라니까!)   김사장은 속에서 불이났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굴리였다. 마지막이라니? 어디로 조동되여 가는가?  아니면 죽는단 말인가?  정말로 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솔직히 필주임자신도 자기가 왜서 마지막술잔이라고 말했는지 몰랐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삽시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흥분에 떨던 열기가 삽시에 령하로 떨어지면서 분위기는 떵떵 얼어붙기 시작했다.  좌중의 눈길이 졸지에 굳어지고 이상하게 번져가자 필주임은 더구나 어리뻥뻥해졌다.  말하면 할수록 말같은 말을 할수 없다는것을 똑똑히 알고있는터라 빨리 이 술잔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리곤 젊은 령도와 최부장,  김사장,  그리고 곁사람들에게 세번 굽석 경례를 올린후 자기의 입안에  술잔을 쏟아넣었다.  혀바닥은 볼모양이 없었다.  목구멍주위는 염증이 와서 벌건점으로 얼룩이 숱해갔다.  술액체는 물이여서 구멍으로 넘어갔다.  술액체는 알콜이여서 간세포를 죽이였다.  술이 식도를 태우면서 위속으로 흘러들어 전신에 강한 열기를 끓어번지게 하였다.  대번에 심장이 후둑거리고 혈관안에 피흐름속도가 빨라지면서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아픔으로 느껴왔던 이미 부어왔던 위와 간의  련결된 대동맥이 홍수처럼 밀고오는 피의 빠른 용량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지였다.  갑자기 속이 메슥해왔다.  속안이 뜨거워왔다.  욱하고 무엇이 올리밀었다.  연회상에 토할가봐 발딱 일어서며 손으로 입을 막아쥐고 위생실로 달렸으나 땅바닥에는 뻘건 선지피가 줄줄 흘려졌다. “필주임!” 모두가 일어섰다. 달려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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