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룡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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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상의 웃는 얼굴들 (손룡호)
2011년 07월 29일 09시 53분  조회:2504  추천:0  작성자: 손룡호
단편소설
 

술상의 웃는 얼굴들
 

손룡호


                   
새로 부임된 K지구 지질탐사관리국의 나젊은 령도가 사업경험이 풍부한 나이지숙한 부하 최과장과 함께 하급단위 S회사운영상황 고찰을 내려왔다. 당연히 S회사 지도부사업상황조사가 중점이였는데 그것을 세분화하면 회사법인대표 김사장의 사업고찰이 첫째였고 재정운영상황, 항목락실상황 등이 망라되여있었다. 고찰결과에 따라 제1책임자의 발탁이나 하탁도 고려되는 상황이니 김사장으로 말하면 마음이 여간만 조마조마한 일이 아니였다. 
 
달포전에 이미 고찰통지서를 받은 회사내부는 사람마다 나름대로 속궁리를 굴리고있었다. 회사지도부 성원들과 여러가지 리해관계와 리익관계로 알륵이 있는 사람들은 령도의 흠을 보아야 할지 보지 말아야 할지 가불을 잡지 못해 착잡해 하고있었다.
 
대개 보게 되면 령도가 큰 문제없으면 그대로 넘어가는것이 관례였다. 괜히 흠을 꼬집었다가 그말이 새여나가서 령도의 귀에 들어가 배척받으면 손해보는것은 고발한 사람일뿐이니 심중에 심중을 가해야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명철보신하는데 습관이 되였다. 이상하게 문제점을 짚으면 뒤따르는것은 배척이였다. 좋은 소리와 나쁜 소리 두가지중에서 령도들은 대개 나쁜 소리에 신경을 쓴다. 누가 어떤 문제를 반영해올지 무척 귀를 도사리는것이다.
 
정말로 위치와 자리보존에 영향줄수 있는 확실한 문제점을 들고나온다면 그것은 아주 위태로운 일이니말이다. 좋은 소리는 그대로 자리보존에 도움이 되기에 좋게 웃어지나면 되지만 나쁜 소리는 확실히 자리보존에 영향을 줄것이니말이다. 좋은 소리를 듣고싶어하는것이 대개 령도들의 심통이였다.
 
사람들은 원초적으로 칭찬을 즐기고 허점을 꼬집는것을 싫어하는 습성이 있는것 같다. 령도는 좋은 소리를 듣고 싶어하지만 또 나쁜 소리에는 잉잉 우는 고압선처럼 팽팽히 신경을 도사린다. 아무튼 자기에게 손해되는 일을 찾아 할 사람은 별로 없는가부다. 그래서 이번 령도간부사업고찰도 별문제없이 무난히 넘어갔다. 숨을 죽이고 긴장해하던 몇 사람도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김사장은 고찰이 끝나자 특히 좋은 자리에 저녁연회를 마련하였다. 당연히 회사골간들을 다 참가시켰다. 웃 사람들 앞에서 자기네가 어떻게 화목하고 뭉쳐있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실제내막을 모르는 령도앞에서는 직접 눈으로 보게 하여 믿게 하는것이 점수 따고 또 회사의 좋은 이미지를 보여주는데도 보탬이 되니말이다. 
 
술상에 빙 둘러 열이 앉았다. 우에서 내려온 두분이 가운데 좌석에 나란히 앉고 젊은 령도곁에 회사에서도 사교에 능란한 녀회계가 앉고 그곁에 김사장이 앉았다. 술좌석에서의 자리안배는 급별에 따른 십분 중요한 정치자리였다. 워낙 김사장이 젊은 령도곁에 나란히 앉아야 하는데 오늘은 김사장이 술상분위기를 좀더 즐겁게 하려고 의식적으로 회계를 앉히였다. 그리고 나이지숙한 안면이 깊은 최부장곁에는 회사에서 금상천화로 불리우는 출납원을 앉히였다. 다음 자리순서는 회사급별차이로 앉았다. 젊은 령도는 자리안배에 흡족해하였다. 아침에 김사장의 안내하에 회사 여러개 과실을 시찰하면서 벌써 회계와 출납원이 좋은 인상으로 눈안에 쏙 들어왔다. 앞가슴이 봉긋하고 살색이 희고 허리가 잘룩하고 다리가 곧고 긴 회계는 섹시한 녀성으로 퍼그나 인상적이였고  회계보다 키는 좀 작으나 자기를 반기면서 말쑥한 얼굴에 낮으나 작고 보동보동한 손으로 자기악수를 받아주는 출납원은 저으기 녀성다왔다. 김사장이 참 매력있는 녀자 둘을 재무과에 부하로 두고있다는 생각이 질투에 가까울 정도로 가슴을 허비였다.
 
  젊은 령도는 자기의 시선이 회계쪽으로 옮겨가고있음을 자각하고 애써 자제하였다. 고운 녀자에게 시선이 가는것은 남자의 당연한 권리였지만 령도자에게는 기층사람들앞에서 조심해야 할 처사였다. 자칫했다간 이미지가 손상받을것이니 말이다. 술상에서는 미녀 그 자체가 흥분제였다.
 
알심들여 안배한 산해진미가 벌써 한상을 듬뿍 채웠다. 김사장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판공실 필주임을 피끗 흘기였다. 빨리 술을 부어야 하는데 멍청해 앉아있는것 같아서였다. 그냥 욕을 먹어도 별로 개진이 없다. 저런 사람을 몇해간 판공실주임으로 쓰고있다는 자체가 퍼그나 맹랑하였다. 자기가 오기전에 판공실주임이였고 원래는 회사부사장으로까지 올리 써주어야 한다는 전임사장의 부탁도 있었다. 그러나 써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올리써주지는 못해도 판공실주임자리에서 하강시킬수는 없어서 그런대로앉혀놓고 있는데 점점 눈에 거슬리였다. 오늘은 중요한 장소이나 옷매맵씨를 봐도 밖에서 흙로동을 하다가 들어온 모습이였다. 머리가 날려 있었고 옷도 허름했다. 혼자서 안해없이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눈은 벌겋게 피가지고 얼굴은 이상하게 노래가고있었다. 관심아닌 관심으로 오늘 중요한 손님접대가 있기에 나오지 말라는 뜻으로 오늘 반드시 병원에 가서 병을 보이라고 아침에 필주임의 집에 일찍 전화했더니 “네. 고맙습니다.”고 말을 듣는것 같더니 제일 먼저 출근해서 복도청소를 하고있었었다. 왜 병원으로 가지 않았나하고 물으니 오늘 우에서 령도분들이 오셨는데 김사장을 도와 손님접대를 잘한다음 이튿날에 가보겠다고 한다. 원래 눈치가 무디고 자기고집이라면 쇠코도 돼지코라고 우기는 성미여서 김사장은 거저 입을 하 벌리고말았다.
 
필주임은 드디여 김사장의 눈치를 알았다. 어정쩡 일어나서 매 사람앞에 놓여있는 고뿌같은 유리잔에 성에서 오신 령도로부터 52도 곡주를 철철 넘치게 부었다. 젊은 령도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자기가 부임되여 이 회사로 처음 내려와 앉은 연회상이였다. 술상도 여러사람과 소통할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맑은 정신에 해대는 소통보다 술상에서의 소통은 정말로 밸까지 뽑아주면서 관계를 돈둑히 하는 작용이 컸었다. 오늘은 잘 마시고 좋은 인상을 남겨야 했다. 특히 회사 김사장과 좋은 시작으로 손잡아야 했다. 곁에 앉은 최부장은 젊은 령도를 모시고 내려온터여서 입을 담고 적게 말할 타산인지 얼굴기색은 평범하였다. 사실 이 회사로 한해에도 여러번씩 내려오다보니 구면이였다. 혼자 내려올 때에는 자기가 주동이 되여 말해야 했지만  젊은 령도를 배동하여 왔으니 입을 다물고있는것이 상책이였다. 령도보다 더 아는 소리를 줴치면 그 자체가 실책이였다. 최부장의 낮색은 작년보다 거밋했다. 간이 나쁘면 얼굴색이 검스레해진다고 하던데 그래서인가? 헌데 한잔 철철 넘게 부어놓은 술을 사양않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술상에 둘러앉은 회사사람들은 잘 알고있었다. 가끔 회사전망과 관계가 큰 귀한 손님이 오면 회사 김사장이 팔을 내걷고 술을 거나하게 마셔대니말이다. 이것도 사업의 일과였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호응해야 했다. 그러면 또 일들도 잘 풀리였다. 오늘이 바로 그런날이였다.
 
“제가 먼저 한잔 제기하겠습니다.”
히틀러처럼 머리칼을 아래로 내리쓸고 코가 마늘같이 덩실하게 생긴 회사 제일임책임자 김사장이 첫잔을 제기한다.
 
“…상급의 우리회사에 대한 고찰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고찰은 우리 회사에 대한 관심이고 믿음이며 배려입니다. 우리 회사의 오늘은 모두다 상급령도의 정확한 령도와 배려하에서 이루어진것이며 회사전체직공들이 일심단결하여 성취한것입니다. 저는 사업에서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 훌륭한 상급령도가 있고 능력있고 동요없는 회사골간들이 있기에 오늘의 저의 위치가 있는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더 높이 날수 있습니다. 열심히 날아볼가 합니다. 상급령도의 관심에 보답하고 우리 회사의 새로운 발전을 위하여 건배를 제기합니다.”
 
주도세밀하였다. “더 높이 날고있다.”것은 상급에서 계속 더 높이 써달라는 말이였다. 김사장이 샘물을 꿀꺽 마시듯이 통쾌하게 굽을 냈다. 그리곤 술잔을 머리우로 올려가 거꾸로 들었다. 한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철저히 마시였다. 이어 회사분들이 주저없이 김사장처럼 꿀꺽꿀꺽 마시였다. 젊은 령도는 아연실색해지였다. 속도가 빠르고 통쾌하고 철저하였다. 분위기가 직선상승할 판이였다. 이 회사분들이 술을 잘한다더니 정말로 그래보였다. 젊은령도는 동행한 최부장을 돌아보았다. 최부장은 말없이 잔을 쥐고 자기가 행동하기만을 기다리고있었다. 마셔야 했다! 본디 좋은 모습을 보이려고 하던참이 아니였던가? 기층과 소통하려면 그들의 성의에 따라주는것이 바람직하였다. 젊은 상급은 술잔을 들어 입안에 부었다. 알딸딸한 술이 목주래를 태우면서 넘어갔다. 최부장도 이어 군소리없이 마셨다. 급기야 박수갈채가 터졌다.
  
“통쾌합니다. 멋집니다. 대단합니다. 술마시는 풍채를 보고 사람을 알아봅니다.”
모두의 얼굴엔 큰 일을 치른후의 통쾌한 웃음이 넘실거리였다. 그리고는 모두가 입을 벌리고 술내를 밖으로 내보내고 술이 목구멍을 넘어가면서 쨍하게 자극해논 상태를 아우르느라고 연신 나름대로 채를 집어 입안에 넣었다.
 
 (제밀할,  제급을 추겠다고 우리까지 죽이네. 할수없는 일이지 나도 그 자리를 가지겠다고 오늘 몸을 팽개쳐야 하니!)
  
 얼굴이 네모나게 장방형처럼 생긴 회사부사장 박씨가 역겨운 술을 넘기고 속에서 올리미는 모순적인 심통이였다. 이번에 우에서 김사장을 올려간다면 다음은 자기였다. 김사장은 몇해전부터 자기하고 그렇게 얘기를 해왔었다. 그래서 꼭 그렇게 해줍소사하고 뒤가 나가는지 모르고 소처럼 일해왔었다. 십년 부사장이면 응당 정사장으로 올라가야 하지 않겠는가? 김사장이 오기 5년전부터 업무에 능숙한 장점으로 회사부사장을 해왔었다. 김사장이 와서 오년이 지났으니 십년 부사장이다.  김사장도 자기를 믿고 잘 써주느라 하였었다. 그래서 정말로 김사장이 없어도 회사가 자기손에 의하여 치륜처럼 척척 잘 맞아 돌아가게 하였다. 김사장은 칭찬을 잘 해주었다. 말한대로 할것 같았다. 그 사이 자기가 헌신적으로 마신 술만 해도 몇 톤은 될것이였다. 그래도 별탈이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주위사람들은 그를 술통, 술장군, 쇠때로 만든 간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쳐들군 하였다. 자신도 자기신체가 그렇게 튼튼하다고여기고있었다.
 
 그런 그가 오늘 술을 마다할리 없었다. 술맛을 잘아는 그로서 오늘 고급술을 기껏 마셔대고싶었다. 본래 통쾌하게 마셔대는 그로서 더 통쾌하게 마셔 상급령도와 김씨를 즐겁게 해주고싶었다. 그 속에 자기리익도 있을것이니 말이다. 첫인상은 아주 중요하였다. 김사장이 첫잔을 통쾌히 굽내는데 부사장인 자기가 우물거려서는 안되였다. 오늘 한잔 술을 우물거리면 여지껏 다져온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수 있었다. 연회직전 자기와 담화할때도 김사장이 어떻게 좋다고 좋은 소리를 다 골라 하였었다. 김사장이 올라가야 자기 자리가 생길것이니말이다. 좋은 소리로 입을 놀리는데는 힘이 들지 않는다. 성본투자도 없다. 허나 정말로 김사장이 중용된다면 다음은 자기 자리가 아닌가? 낮은 성본으로 큰 효익을 얻는것이였다. 결심내리고 굽을 내였다. 내고보니 두번째 잔은 자기가 권해야 하였다. 자기가 권하는 술은 당연히 통쾌히 마셔야 했다. 박씨는 아무 일없는듯 점잖게 일어서서 술병을 들고 상급령도로부터 급 차이순서대로 술잔에 흰술을 골똑골똑 부었다. 술은 열량 (热量) 이였다. 첫 잔술은 벌써 사람마다의 위속에서 에네르기를 방출하였다. 술해독 공능이 차한 사람 몇은 벌써 얼굴이 벌거데데해 온다. 워낙 술해독공능이 강한 자기의 얼굴은 아직 별다른 반응이 없다. 속안은 물론 후끈거려왔다. 박씨는 일어서서 술잔을 들었다. 술을 제기하면서 해대는 말재간도 수준이 있어야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술주량이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술을 권하면서 화끈하고 유머있는 말은 그 사람의 언변과 학식을 대표한다. 절대로 김사장이 이미 줴친 권주가를 불러서는 안되였다. 남의 말을 곱씹는것은 졸작이니말이다. 
 
“자, 한잔 맛볼가요? 이것을 술이라고 생각하면 마시기 힘듭니다. 이것은 술이 아니라 나의 마음입니다. 상급령도를 환영하고 김사장님의 사업업적과 부단한 승급을 기리고 우리회사 모든 사람들이 일심으로 힘 합쳐 회사발전을 기하는 술입니다.  마셔도 취하지 않는 샘물입니다!”
    
 박씨가 술잔을 입안에 대고 엎었다. 술은 다 넘어가고 꺼꾸로 든 술잔에서 마지막 방울이 입안에 똑 떨어진다. 성의 젊은 령도는 또 한번의 가관에 입을 벌리였다. 이때 다음 순서인 최씨가 주먹같은 눈을 흘리면서 소보치같이 커다란 손등으로 입을 쑥 문대였다.
  
  (씹할,  오늘 느알도 많네? 김사장자리가 모질게 욕심나는 모양이지? 그 자리가 당신한테 갈것 같아? 천만에 오십살을 넘겼으면 제 주제를 알아야지 밑에 대학석사생이 올리미는데 그렇게도 눈치없어? 회사에 오래있은것이 자본인줄 알아? 재간이 없으니 앉은 석동으로 눌러앉아 있은거지? 하기야 김사장이 당신한테 좋은 소리를 했으련만…김사장이 왜 <후투산> 소리를 했겠어? 당신이 삼년전에 김사장이 출국고찰을 한다면서 혼자서 회사자금 오만원을 보름안에 탕진한 사실을 알고있기 때문이야. 나하고도 뭐라고 했는지 알아. 자기의 뒤를 계승할 적임자로 나를 집고있다고 했단말이야. 난 당신처럼 바보는 아니야. 우리 둘다 부사장이니까. 자금사건을 알고있으니까? 우리둘중에서 김사장자리에 앉힐 인선을 고르는 중이라고 우리한테 안정제를 놓는거야. 정말로 김사장이 자리를 내면 그 자리에 당신이 앉을가 아니면 내가 앉을가? 아니면 우에서 다른 사람을 파견해올가? 아무도 몰라!  제몸 죽이면서 발라맞추기는 보기가 역겹거던!  자리가 생명보다 더 중요해?...에그에그 난 싫어…제밀할 내 차례가 왔군그래. 응부해야지, 이것도 자리보존을 위한 생존술인가!  할수없군그래.)
   
 부사장 최씨가 일어났다. 역시 술이 찰찰 넘치게 부었다. 박씨가 발라맞추는 아름다운 말을 했다면 최씨도 그말을 곱씹을수 없었다. 원체 성격도 달랐다. 넙적한 얼굴에 거밋한 눈섭, 귀가 째지고 황소눈같이 들들 구을리는 방울눈, 주먹코에 휑하니 들여다보이는 코구멍으로는 바람소리가 쏴쏴 쏟아져나오는것같았다.  크고 두둠한 입술이 벌려질 때면 누리께리한 쇠처럼 든든하게 생긴 이발군체가 생뼈도 와득와득 씹어서 가루를 낼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중년나이로 살아오기까지 령도의 모습이 아니라 개를 잡는 백정의 모습이란 소리를 밥먹듯이 들어왔다. 말에는 속으로 생각하는 말과 겉으로 내뱉는 말이 있었다. 최씨는 속으로 해야 할 말을 먼저 입안소리로 얼버무려보았다. 
 
  (우리 김사장은 령도에 잘 붙는 쉬파리꾸마! 거 바라오르겠다는데 우에서 잘 써줍소. 그래야 우리 부사장들도 한번 겨뤄볼거 아니겠습니까!.)
 
  허나 입으로 나간 말은 딴 말이였다.
“김사장은 능력있는 사람임다. 상하관계를 잘 처리하고 경제에 깨끗한 사람임다.”
  당연히 능력이 있으니 사장자리에 앉아있는것이나 상하관계를 잘 처리한다는 말은 우와의 관계처리를 잘한다는 말이고 아래와의 관계처리는 빵점이라는 말이였고 경제에 깨끗한 사람이라는 말은 경제가 투명치 못하고 문제가 있다는 말이였다. 허점을 장점으로 돌려 말한것이였다.
 
 “이잔까지 굽내면 세번째 잔입니다. 우리회사 력사에서 수많은 연회파티가 있었지만 오늘처럼 첫잔부터 철처한 때가 없습니다. 저도 술을 못합니다. 허나 오늘 이 술은 박부사장이 말하다시피 술이 아니라 마음이고 샘물입니다. 건강수입니다.”
    
 최씨는 꿀꺽꿀꺽 마시였다.  건강수는 목을 태우면서 힘들게 목안을 태우면서 식도로 흘러내리였다.
“아…”
 최부사장은 다 마시고 독하고 쓰려나서 입을 크게 벌리였다. 다음은 판공실 필주임이 부을 차례였다. 그런데 낮색이 노오란 필주임은 부을 생각보다 김사장의 눈치를 흘끔흘끔 뜯어보고있었다. 판공실주임을 거의 칠년넘게 해오면서 마셔야 할 술, 마시지 말아야 할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상하게 항상 김사장은 만족해하지 않았다. 그냥 흠잡아 쌀쌀하게 힐난하여왔다. 그래서 오늘처럼 중요한 좌석에서 어떻게 말해야 김사장이 만족해할지 몰라 정말로 바늘방석에 앉아있는 기분이였다. 사람들이 노오란 자기얼굴을 보고 병원에 가서 검사해보라고 권해왔지만 간대사 하면서 차일피일 밀려왔다. 아침에도 김사장이 집으로 직접전화와서 병원에 가보라고하였다. 정말로 어쩌다가 코가 찡해오는 일이였다. 그러나 오늘 귀한 손님들을 배동하는 일이 있는것을 알면서 어찌 판공실주임이란 자기가 병원놀음을 하겠는가? 병원은 이튿날에 가도 된다고생각하고 힘빠진 다리를 억지로 끌고 출근하였다.  그냥 이렇게 직무에 충성해온 그였다.  필주임의 이마에서는 송골송골 땀이 돋아나왔다.  김사장은 자기눈치를 살피는 필주임을 언녕 눈치채고도 모르쇠를 놓고있었다. 이때 약삭빠른 회계가 김사장과 필주임의 눈치를 아량있게 헤아리고 필주임에게 시간을 벌어주느라고 먼저 박씨같이 하얀 이를 살짝 들어냈다.
 
 “술 붓는데 뭐 순서가 있슴까? 상이 둥근데 령도곁에 앉아있는 내가 한번 먼저 권해보자요!”
  필주임은 자기순서에 먼저 끼여들어 술붓겠다고 호들갑떠는 회계가 얄미워났지만 자기의 난처한 국면을 모면시켜주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궁리할 시간을 벌어주어 고맙기도 하였다.
 
“호호호, 저는 재무관리를 맡아보는 회계임다. 회계가 제일 골치아픈것은 회사운영자금이 고갈될때입니다.  새해에는 우의 정신대로 항목건설을 틀어쥐고 경제효익을 낼수있는 항목을 찾아야 하겠는데 우리가 시장조사를 하고 우에다 반영하고 아래를 돌자면 사업운영자금이 푼푼해야 할게 아님까?...”
 
 김사장은 흡족한듯 입귀를 벙긋이 열어갔다. 회계는 사기가 났다.  회사법인대표의 인정을 받는것은 정말로 가정에서 아버지의 인정을 받는것처럼 기분이 뻥 뚤리는 일이였다.  회계는 젊은 령도와 팔걸이 교제술을 요청하였다.
 
“할수 있죠?:…”
젊은 령도는 흔쾌히 맞장구를 치였다.  일어서니 키가 커서 허리를 구부정하고 회계쪽으로 키를 할애하였다.  그래도 회계는 올리달리였다. 도수높은 배갈이 두사람의 목구멍을 넘어 식도를 알딸딸하게 적시면서 위속으로 흘러들어갔다.  좌중은 요란한 박수를 쳐대였다.  회계는 정말로 일생에 몇번 없는 도수높은 흰배갈 한고뿌를 넘기였다.
 
  필주임도 나른한 손으로 박수를 쳐댔다. 이제는 자기가 부어야 했다. 누가 대신해줄 사람도 없었다. 이런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모른다. 그결과 얼굴은 노랗게 되여왔다.  
 
 (오늘까지 마시자.  그리고 손님들이 저녁차로 돌아간다음 래일 병원에 가 보이자! )
 
 필주임은 역시 앞선 사람들이 하던대로 술을 성의 손님들로부터 급별에 따라 부어올렸다. 젊은령도곁에 앉은 최과장은 이미 필주임과 안면이 깊은 사이였다. 필주임의 수척해진 얼굴모습이 안쓰러웠다. 노오란 얼굴에 우멍하니 꺼져 들어간 피지고 피곤해보이는 두눈, 술을 마셔서는 안되는 상황인것 같았다. 그래서 필주임이 술을 다 부어올리고 자기절로 자기잔에다 부으려할때 몸을 일으켜 술병을 데꺽 빼았았다.
 
 “얼굴이 말이 아니구만!”
 
  최부장은 상우에 올려져있는 샘물병을 바꿔쥐였다. 모두가 보면서 가타부타 참견하지 않았다. 오히려 필주임이 견결하게 나왔다.
 
“여지껏 마신 술입니다. 오늘 이 술을 마신다고 죽기까지 하겠습니까?”
 
 그랬다. 이제까지 마셔온 술을 못마시겠는가?  배가 붓고 입안이 쓰겁고 혀바닥이 노래가고 간부위가 아파나고…그래도 이 한잔만은 마셔야 했다.  필주임은 제절로 제잔에 술을 골똑 부었다.
 
“감사합니다.  이 술은 내가 우의 령도분에게 권해올리는 마지막 술입니다.”
 마지막이라는 소리에 모두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이 필주임이 또 피똥쏘는 헛소리를 치는구나!  이자 사십대중반인 녀석이 무스게 마지막 술잔이란 말이야!  또 망신한다.  실수한다.  에익 젠장 오늘 출근하지 말라고 지지 전화까지 해주었는데 원!  하여튼 도움되지 않는 사람이라니까!)
 
김사장은 속에서 불이났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굴리였다. 마지막이라니? 어디로 조동되여 가는가?  아니면 죽는단 말인가?  정말로 당치도 않은 소리였다.  솔직히 필주임자신도 자기가 왜서 마지막술잔이라고 말했는지 몰랐다. 사람들의 얼굴에서 삽시에 웃음기가 사라지고 흥분에 떨던 열기가 삽시에 령하로 떨어지면서 분위기는 떵떵 얼어붙기 시작했다.  좌중의 눈길이 졸지에 굳어지고 이상하게 번져가자 필주임은 더구나 어리뻥뻥해졌다.  말하면 할수록 말같은 말을 할수 없다는것을 똑똑히 알고있는터라 빨리 이 술잔을 마무리해야 했다.  그리곤 젊은 령도와 최부장,  김사장,  그리고 곁사람들에게 세번 굽석 경례를 올린후 자기의 입안에  <마지막> 술잔을 쏟아넣었다.  혀바닥은 볼모양이 없었다.  목구멍주위는 염증이 와서 벌건점으로 얼룩이 숱해갔다.  술액체는 물이여서 구멍으로 넘어갔다.  술액체는 알콜이여서 간세포를 죽이였다.  술이 식도를 태우면서 위속으로 흘러들어 전신에 강한 열기를 끓어번지게 하였다.  대번에 심장이 후둑거리고 혈관안에 피흐름속도가 빨라지면서 눈으로는 보이지 않고 아픔으로 느껴왔던 이미 부어왔던 위와 간의  련결된 대동맥이 홍수처럼 밀고오는 피의 빠른 용량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터지였다.  갑자기 속이 메슥해왔다.  속안이 뜨거워왔다.  욱하고 무엇이 올리밀었다.  연회상에 토할가봐 발딱 일어서며 손으로 입을 막아쥐고 위생실로 달렸으나 땅바닥에는 뻘건 선지피가 줄줄 흘려졌다.
“필주임!”
모두가 일어섰다. 달려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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