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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님에게 이그노벨상을
이그노벨상은 미국의 과학잡지 《기발한 연구연보》의 발행인 에이브러햄스가 과학계의 엄숙주의를 비판하여 1991년 제정한것인데 ‘이그(Ig)’는 ‘형편없는(Ignoble)’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키는 말이라고 한다. 이 상은 진짜 노벨상과는 달리 상금이 한 푼도 없지만 대부분의 수상자들이 자비(自費)를 들여 시상식에 참가할 정도로 권위가 있다고 한다.
이 상은 매년 노벨상 수상이 끝난 후에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될” 기발한 연구나 업적에 수여하는데 그 업적이라는것이 처음엔 사람들을 웃게 만들지만 나중에는 꼭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결과들이라, 한마디로 노벨상을 빗대어 만든 ‘엽기 노벨상’이다.
2008 이그노벨상 수상작은 아래와 같다.
물리학: ‘머리카락과 실이 복잡하게 얽혀 매듭이 되는 이유’
화학: ‘코카콜라의 피임 효과에 관한 연구’, ‘콜라는 피임 효과가 없다는 연구’
영양학: ‘듣기 좋은 과자 씹는 소리가 과자를 더 맛있다고 믿게 만드는 심리학 연구’
생물학: ‘개에 기생하는 벼룩이 고양이에 기생하는 벼룩보다 더 높이 뛰는 이유’
의학: ‘비싼 가짜 약이 싼 가짜 약보다 효능이 더 좋다’
인지과학: ‘퍼즐 푸는 점균(粘菌)류 발견’
평화: ‘식물의 존엄성 인정 법안 통과’
고고학: ‘아르마딜로의 활동으로 뒤범벅되는 고대 유물 연구’
경제학: ‘스트립댄서의 생식주기와 수입 간의 관계’
문학: ‘조직 안에서 내뱉는 모욕적인 화술에 대한 탐구’
한국 동아일보의 2008년10월 4일 보도에서는 올해 이그노벨상 평의이유를 이렇게 소개했다.
……
10개 분야에 이르는 올해 수상자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화학상. 이그노벨상 수상자 선정위원회는 올해 최고의 엽기 화학 연구자로 미국 보스턴대 의대 데버러 앤더슨 교수와 연구진을 선정했다. 그들은 코카콜라, 특히 다이어트 콜라에 정자를 죽이는 살정제(殺精劑)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 의학전문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발표했다.
시상식에 참석한 앤더슨 교수는 “상을 받아 매우 흥분된다”면서도 “하지만 코카콜라를 마셔서 피임하는 방법은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선정위원회 측은 또 같은 주제의 연구지만 ‘코카콜라에 피임 효과가 없다’는 상반된 연구결과를 내놓은 대만 타이베이의대 연구진도 화학분야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외신에 따르면 코카콜라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 입장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이그노벨 의학상은 좀 더 비싼 가짜 약이 싼 가짜 약보다 효능이 좋다는 연구 결과를 낸 미국 듀크대 댄 아릴리 교수에게 돌아갔다. 아릴리 교수 연구팀은 환자들이 복제약도 이름과 포장이 고급스럽게 보일수록 효능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실제 임상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미국 뉴멕시코대 심리학과 제프리 밀러 교수와 제자들은 스트립댄서가 가임(可姙) 능력이 정점에 이를 때 돈을 더 많이 번다는 사실을 규명한 연구로 이그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밀러 교수에 따르면 여성은 가임기에 더 매력적으로 보이며 실제 여성 스트립댄서 1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가임기 수입이 평소보다 80% 이상 늘어난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이 밖에 영국 옥스퍼드대 심리학과 찰스 스펜스 교수는 ‘바삭’ 소리가 좋은 감자칩이 맛도 더 좋다는 연구로 영양학상을, 프랑스 툴루즈 국립수의대 마리크리스틴 카디에르게, 크리스텔 주베르, 미셸 프랑 교수는 ‘개에 기생하는 벼룩이 고양이에 기생하는 벼룩보다 더 높이 뛰는 이유’를 규명해 생물학상을 받았다.
……
하여튼 륙대주 넓은 세상에 별의별 사람들이 다 살아가니 순전히 장난질같은 어런저런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재미있는 일들이 이곳저곳에서 생겨난다. 참으로 오색(五색)만 찬란한 세상이 아닌듯 하다.
우리가 살고있는 주위를 둘러보아도 이그노벨상감으로 될만한 “연구결과”들이 수두록하다. 다만 “장난질”로 취급하거나 또는 “형편없는”것으로 알고 아예 시야안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서 인상에 없을 뿐이다.
사람들은 사람몸에 기생하는 이중에서 머리의 이가 몸의 이보다 허리가 더 길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를 연구한다면 아마도 ‘개에 기생하는 벼룩이 고양이에 기생하는 벼룩보다 더 높이 뛴다’는 견해에 짝지지 않아서 당연 뛸데 없는 이그노벨상 감이다.
도문시에 있는 도훈도로어구에 근육이 울퉁불퉁한 두 라체력사(裸体力士)의 조각상이 있는데 이상하게 남자의 그 상징물이 없다. “기발하게” 생각해보면 “상징물이 없는 남자가 상징물이 있는 남자보다 더 멋지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라체력사 조각상이 이 해석을 말없이 증명하였으니 가히 ‘비싼 가짜 약이 싼 가짜 약보다 효능이 더 좋다’는 관점을 밀어버리고 이그노벨상 의학상을 탈 수 있을것이 아니겠는가.
지난 2008년 11월 12일에 조글로(www.ckywf.com)의 두만강수석회 코너에 아호(雅號)가 565인 어떤 “평론가”가 수석을 평한 글을 올렸는데 간단명료하기로 천하명작이다.
“十漢놈”.
중국 사람들은 생활속에서 터득한 철리들을 기껏 함축하여 사자성어(四字成語)로 표현하였는데 565께서는 사자성어보다 한 글자가 적은 단 세 글자로 자기의 풍부한 내면세계를 표현하였다. 뭐 일본의 한 유명한 시인이 후지산에 올라 천하를 굽어보면서 “아-”하고 한마디를 길게 웨쳤다고 하는 말을 풍문삼아 귀가 아프게 들어온 일이 있는데, “十漢놈”이나 “아-”나 다들 함축성이 극치를 이루는 표현의 백미(白眉)라고 할 수 있겠다.
무조건 길게 써야만 문장이며 장문이여야만 내용이 풍부하겠는가? “조직 안에서 내뱉는 모욕적인 화술에 대한 탐구”가 도대체 어느만큼 긴지 알 길이 없다만 암만 봐도 두 나라 언어로 된 565의 “삼자성어”보다는 별로 풍부한 뜻을 담은것같지 않다. 다 같이 화술에 관련되는 현상이니 래년에는 함축성이 있는 표현의 백미라는 리유로, 두 나라 언어의 창발적인 사용이라는 리유로 565의 “삼자성어”를 2009년 이그노벨상 문학상에 추천하여야 할 것 같다.
2008년 1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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