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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와 수석】(4) 수석이 없는 강은 흐르지나 말지(신철호)
2009년 06월 28일 22시 03분  조회:5319  추천:45  작성자: 두만강수석회

시조와 수석 (4)


 

수석이 없는 강은 흐르지나 말지



                                               신 철 호


 

   도석(賭石)

 

   안휘성 령벽현(灵璧县) 부반산(浮磐山)은 령벽석(灵璧石)의 산지이다.

   령벽석은 경석(璧石) 또는 팔음석(八音石)이라고도 부르는데 검은색, 흰색, 붉은색, 회색 등 네가지로 나뉘나 검은색으로 된 것을 으뜸으로 친다. 석질이 견고하고 주름진 표면에 윤기가 돌며 두드리면 쟁쟁 쇠소리가 울리는것이 퍽 매력적이려니와, 크기를 불문하고 모양의 변화가 상상할 수 없이 괴이할 정도로 천태만별이여서 산수경석이든 물형석이든 얻고 보면 그 값이 가히 금값이다.

   돌로 이름난 곳이니 돌을 주제로 하는 지방문화가 각양각색으로 차치고 포치면서 소문을 내는데 그 가운데서 도석(賭石)-돌도박이 하나의 특색이 있는 지방문화라 할 수 있겠다.

   령벽석이 전국(战国)시대부터 진상품명록에 올랐다고 하니 《수호전》에서 청면수 양지가 화석강을 운반해오다가 황하에서 배를 뒤엎고 신세를 망친 이야기를 보면 령벽석의 력사적 운명을 알만도 하다. 그러니 수천년의 채석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어느 산비탈이나 골짜기 또는 밭머리에 번듯이 누워서 점고를 기다리는 령벽석을 얻는다는 것은 꿈에서 될법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에 이르러 정부든 개인이든 땅속에 있는 령벽석을 찾아 파내는데 공을 열심히 들이게 되었고 따라서 생겨난 것이 합법적인 도박인 도석이다.

   정부측의 관원과 땅임자, 광맥을 잘 잡는 지질학자들이 갑방이 되어 일정한 면적의 땅에 몇만원씩 기본금으로 내걸고 을방인 채석자들에게 땅을 경매하는데 실은 땅속의 령벽석을 경매하는 것이다. 물론 채석자들에게는 지질학자들의 입에서 땅속에 령벽석이 무조건 있다는 장담을 전제로 하는 도박이지만, 가령 령벽석이 없어 닭 쫓던 개 지붕을 쳐다보는 꼴이 되더라도 갑방에 시비를 아니 일으키는 도박이다. 그러나 일단 제대로 된것을 파내기만 하면 수십만원을 쉽게 벌게 되는 수지가 맞아도 엄청 맞는 장사인지라 채석자들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심사를 안고 락착가를 다투어 올린다.

   땅주인은 도석 때문에 일년농사를 전폐해도 입찰뒤의 보상금을 톡톡하게 받고 또 땅을 도로 메우면 이듬해 농사에 별 지장이 없다. 놀고도 돈을 버는 꿩먹고 알먹는 일이니 궁벽한 농촌에서는 저저이 제집 땅에서 돌도박이 벌어지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아무튼 정부도 땅임자도 채석자도 다 돈을 벌고 환경도 파괴되지 않는 노릇이다.

 

   호연장귀

 

   연변의 수석산지는 매우 제한되여있다. 두만강과 가야하, 훈춘하들의 중류 또는 하류의 부분적 구간들에 듬성듬성 널려있는 손바닥만큼한 모래톱들뿐이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도석을 소문나게 벌릴만한 장소도 없다. 연변수석의 백미인 오석(烏石)은 보통 지표면에 표출되여있기 때문에 불도젤이 한번 머리를 틀어박고 지나가면 그곳은 대번에 수석의 불모지로 되고 만다. 때문에 오석은 땅을 떼먹는 식의 도석으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여러 해의 탐석 경륜으로 키워온 혜안으로 찾아내는것이다. 그러니 수석인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다. 탐석은 예술적 소양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여가활동이다.

   생졸년대가 미상인 김천택(金天澤)은 조선 영조 때 활약한 대표적인 가객(歌客)이고 시조작가로서, 자는 백함(伯涵), 리숙(履叔)이고 호는 남파(南坡)이다. 오래동안 노래로만 불리고 기록되지 못했던 역대 시조를 모아 최초의 가집인 《청구영언》을 1728(영조 4)에 편찬했다. 벼슬을 했다는 것이 숙종 때에 고작 포교(捕校)로 있었던 것뿐이고 평생을 거의 가객으로 살았다. 속세의 구속들을 훨훨 떨쳐버리고 자유분방하게 살았다는 말이다.

   그가 쓴 시조 중에 《풍진에 얽매이어》가 있는데 그가 왜 한뉘 가객으로 살아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작품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자꾸자꾸 청청해진다.

 

   風塵에 얽매이어 떨치고 못 갈지라도

   江湖一夢을 꾼 지 오래더니

   聖恩을 다 갚은 후는 浩然長歸 하리라


   “부귀나 공명에 뜻이 없고
, 자연을 벗으로 삼아 풍류생활로 인생을 즐기려는 인생관이 잘 표현된 작품이다.

   호연장귀, 즉 속세의 모든 욕심과 번거로움을 툭툭 떨쳐버리고 호연한 대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자연을 벗으로 삼아 살줄 아는 사람들이여야 수석인으로 될수 있다. 두만강수석회의 회원 모두가 호연장귀의 진미를 나름대로 깊이 터득한 사람들이다. 탐석을 아니 할 때에는 산행도 단체로 하는 순박한 위인들이다. 피치 못하게 동서남북에 널려있어도 글로 사진으로 마음을 전달하며 정을 돈독히 하는 오석같은 동아리이다.

 

   서울의 밤섬

 

   《서울신문》 2009 6 26일자 28면에 《사람한테 해방된지 40여년 77종 둥지 튼새들의 천국》이라는 제목으로 한강의 밤섬을 소개한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따르면, 밤섬은 1999년 서울시 최초의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10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도심속 무인도이라고 한다.

   여의도와 마포 당인동 사이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나뉘어 있는 이 섬은 원래 유인도로서 1960년대까지 600여명의 주민이 살았으며 1968년 여의도 개발에 쓸 모래와 자갈을 채취하기 위해 폭파해 무인도가 됐다고 한다. 그 후 조각난 10개의 섬은 흘러온 퇴적물이 쌓이면서 제 모습을 찾았는데 차츰 버드나무와 갈대숲이 자라고, 새들이 모여 들어 세계적인 도심 속 철새도래지가 됐다고 한다. 1985 17 7300㎡였던 면적은 2005 26 3200㎡로 확대됐다고 하니 해마다 4200㎡씩 증가한 셈이다.

   현재 식물은 46 194, 어류는 28종이나 된다. 조류가 급증한 것도 눈에 띈다.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와 천연기념물 원앙 등 77 9782개체가 서식하고 때가 되면 찾는다.

밤섬은 인위적인 파괴로 소실될번하였지만 자연치유의 능력에 의해 서서히 원기를 회복하고있다. 따라서 한강도 바뀌고있다.

 

   갈 땅도 없는 봄은 오지나 말지

 

   원체 얼마되지도 않던 연변의 수석산지들이 개발의 뜨거운 바람에 휩싸여 점차 소실되고있다. 모래와 자갈, 지어는 철광석을 파내느라 불도젤이니 굴삭기니 춤을 추며 강바닥을 싹 파내는 바람에 수석들이 씨가 말라가고있다.

   해란강 하류구간이 그렇게 소실되었고 부르하통하 하류구간도 그렇게 없어졌으며 훈춘하 하류의 일부 구간도 그렇게 자취를 감추었다. 지금은 두만강 상류구간이 수명을 다하고있으며 중류와 하류가 어우리는 구간도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다. 원체 연변에서 가장 큰 수석산지인데 천천히 말라가고있다. 만천성저수지 아래의 가야하 10리 구간도 이미 오래전부터 안전지대가 아니였다.

   개발바람에 불성모양이 된 강바닥들은 앞으로 30년 세월이 흐르면 자연치유의 능력에 의해 밤섬이 다시 태여난것처럼 본디의 모습을 되찾겠지만 한번 고갈된 수석자원은 수천만년이 흐른 뒤에나 다시 생겨날는지 누가 알랴.

   우리민족의 유명한 시인 박아지(朴芽枝. 1905~1959)는 진실하고 소박하며 향토적 정서가 짙은 시 작품을 많이 썼는데 1929년에 창작한 시 《갈 땅도 없는 봄은 오지나 말지》의 후반구는 이렇게 씌여졌다.

 

   들꽃은 웃고 싶어 웃는 봄이요/ 새들은 울고 싶어 우는 봄이나/

   울지도 웃지도 못할 봄철이어든/ 속상해 애를 태며 오지나 말지.

 

   갈 땅도 없는 농민들에게 오는 봄이 어이 반가우랴. 마찬가지로 수석도 없는 강이 수석인들에게 어이 정겨우랴. 아하. 수석이 없는 강은 흐르지나 말지.

 

2009. 06. 28.

한국 배재대학교 우남관 209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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